[클로즈업 북한] 北 전력 사정 나아졌나?

입력 2011.12.17 (08:57) 수정 2011.12.26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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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최근 원전이 고장나고 추위가 닥치면서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리면서 절전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북한의 전력사정은 어떨까요?

만성적인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어, 밤만 되면 암흑천지로 변한다는 사실 다들 알고 계시죠.

그런데 최근 북한의 밤거리가 몰라보게 밝아졌다고 합니다.

북한의 전력사정이 갑자기 좋아진 걸까요? 오늘 클로즈업 북한에서는 북한의 현재 전력사정을 상세히 분석해 봅니다.

<리포트>

평양의 밤거리는 요즘 불야성이다.

주체사상탑이나 개선문 같은 주요 건축물에는 밤새 경관조명이 꺼지지 않는다.

만수대 지구 살림집을 비롯한 대형 공사 현장에선 밤낮없이 작업이 이뤄진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2월 4일) : "수도 평양에 하루가 저물어 어둠이 깃들자 거리마다 아름다운 불야경을 이뤘습니다.

지방 주요 도시의 밤풍경도 바뀌고 있다. 건축물마다 네온사인이 번쩍인다.

공원도 야간개장을 하고 주민들을 맞고 있다.

최근 북한을 다녀온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북한의 밤풍경이 달라졌다고 한다.

<인터뷰> 김흥태(피스컵 조직위원회 부위원장) : "이번에 6번째 갔거든요. 그런데 확실히 매년 달라진걸 느꼈어요. 특히 2009년도에 갔었고 2010년도. 또 이번에 3년째 다녀왔거든요. 그런데 금년에는 확실히 전력사정이 좋더라고요."

북한은 1990년대부터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있다.

인공위성이 찍은 야간 사진은 북한의 전력난을 잘 보여준다.

평양에서만 불빛이 보일 뿐 다른 지역은 모두 암흑천지이다.

지난해까지 10년 넘게 북한의 밤 모습은 바뀌지 않았다.

북한의 전력생산은 자력갱생 정책에 따라 수력과 석탄에 의존해왔다.

분단 직후 북한은 전력 설비용량이 170만kw로 매우 넉넉했다.

풍부한 수자원을 이용한 수력발전소가 중심이었다.

6.25 전쟁으로 발전소가 파괴돼 설비용량이 23만kw까지 떨어졌지만 1950년대 말까지 대부분 복구했다.

1960년대 들어 대규모 수력발전소와 화력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했다.

이때 북한 최초로 화력발전소가 지어졌다. 설비용량 50만kw의 평양화력발전소다.

수력발전소 일변도의 전력생산체계가 계절이나 기후에 취약하다는 점에서 풍부한 석탄을 이용한 화력발전소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1960년대 말 북한의 발전설비용량은 수력 250만, 화력 100만으로 350만kw에 이르렀다.

북한에서 전력설비용량이 가장 늘어난 시기는 1970년대부터다.

북한 최대의 화력발전소인 북창화력발전소를 비롯해 대규모 화력발전소가 속속 건설됐다.

수력과 화력 균형정책을 깨고 화력 위주 전략을 취했다.

이 시기에 설비용량은 240만kw나 늘어나 총 설비용량이 600만 kw에 육박했다.

<인터뷰> 조봉현(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그때만하더라도 북한이 석탄이라든지 이런 채굴이 굉장히 많이 있어서. 화력발전소가 굉장히 많이 높아졌고요. 그 다음에 북한의 전지역을 보면 수력발전소나 화력발전소를 대규모 건설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그때만하더라도 오히려 북한의 전력사정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하지만 1980년부터 경제가 차츰 기울기 시작하면서 전력수급에도 차질이 빚어지기 시작했다.

1950~60년대에 건설된 수력발전소에서 설비노후화로 전력생산량이 떨어졌다.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대규모 발전소 건설도 주춤했다.

1980년대에 북한이 증설한 설비용량은 90만kw에도 못 미쳤다.

북한은 수력과 석탄에 의존하는 발전 방식에서 벗어나 원자력 발전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1985년, 북한은 구소련의 지원을 받아 44만kw급 원자력발전소 4기를 짓기 시작했다.

하지만 1990년 구소련이 붕괴하면서 기술과 부품지원을 받지 못해 원자력 발전소 건설은 중단됐다.

제네바합의에 따라 원자력을 포기하고 받기로 한 신포의 경수로형 발전소 건설도 무산됐다.

한은 이후 수력과 화력 발전소를 여러 곳에 추가 건설했지만 역대 최대 발전설비용량은 750만kw에 멈춰섰다.

지금 우리나라의 발전설비용량의 7900만kw의 1/10 수준이다.

북한은 1980년대 들어 전력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자 대규모 발전소 건설과 더불어 다양한 노력을 벌였다.

대표적인 게 절전운동이다.

1980년부터 공장들에 번갈아 전기를 공급하는 교차생산체제가 가동됐다.

전력사정은 공산권이 몰락한 1990년대 들어 더욱 악화됐다.

게다가 고난의 행군으로 불리는 경제난까지 엄습했다.

가뜩이나 부족한 발전설비용량이 급격히 떨어졌다.

<인터뷰> 이윤걸(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 : "고난의 행군 시기 갑자기 수해가 나서 석탄의 지하에 물이차서 또 그것으로 인한 석탄생산이 급격히 저하됐고요. 발전기인 터빈이나 또 기타 부문 설비들이 사실은 다 러시아제거든요. 그런데 러시아가 무너지는 통에 그 부품들을 제대로 주기적으로 받아서 교체를 못했기 때문에…"

전력생산이 급감하면서 비날론 공장을 비롯한 화학공업단지가 멈춰섰다.

연쇄적으로 경공업 공장들도 정상가동이 어려워져 속속 문을 닫았다.

공장가동률은 20%대로 떨어졌다. 가정에는 하루에 몇 시간 정도 제한적으로 전기가 공급됐다.

건물 승강기도 하루 몇 차례만 운행하고 멈춰섰다.

북한이 이때 해결책으로 내놓은 것이 100~1000kw 정도의 중소형발전소 건설이다.

1996년에는 전력법을 만들어 중소형발전소 건설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했다.

골짜기 개울마다 소형 수력발전소, 공장마다 폐열을 이용한 발전소가 지어졌다.

1998년 한해에만 무려 4천개, 2000년까지 7천개가 건설됐다.

총 설비용량은 48만kw였다.

잠시 전력수급이 개선되는 듯 했지만 이 역시도 오래가지 못했다.

김정일 위원장의 지시를 따르기 위한 전시행정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다.

설비는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식으로 이뤄졌다.

설비부족과 운전기술 부족으로 대부분 1~2년 만에 가동이 중단됐다.

그 사이 기존 발전소의 노후화가 계속 진행됐다.

2000년대 들어 북한의 설비용량은 최대 설비용량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3백만kw 수준으로 떨어졌다.

<인터뷰> 조봉현(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지방 단위에서 소규모 발전소들도 많이 건설했고. 이런걸 통해서 또 전력을 많이 공급하면서 전반적으로 시골의 경우도 오히려 전력이 좀 공급이 되면서 좀 좋아지는 이런 현상도 많이 나타났지만. 그것도 얼마 못 갔습니다. 그래서 한 몇 년 가가지고는 근본적으로 전력사정이 나빠지는 쪽으로 다시 갔고요. 최근 북한의 전력사정이 만성적인 낙후. 이런 상황까지도 가있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가뜩이나 나쁜 전력사정은 김일성 주석 사후 김 위원장이 선군정치를 내세우면서 더 심화됐다.

전기가 국방분야에 우선 공급되면서 민간분야에는 거의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의 전력설비용량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설비용량 300만kw, 발전량 200억kwh(킬로와트시)를 넘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1/2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북한의 전력사정은 표면적으로나마 크게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분석이 뒤따른다. 북한은 최근 들어 발전소 개보수를 통한 설비용량 확대를 꾸준히 추진해왔다.

또 희천발전소를 비롯한 대규모 발전소를 곳곳에 짓고 있다.

최근 들어 이런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에서 전력도 끌어오고 있다.

북한 최대의 수력발전소는 압록강 유역의 수풍발전소이다.

설비용량 80만kw인 수풍발전소는 그동안 중국과 북한이 40만kw씩 나눠썼다.

하지만 최근 개보수 공사를 마친 뒤 북한이 80만kw를 모두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40만kw를 더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북한 전체 설비용량의 10%를 넘는 많은 양이다. 또 중국과 러시아에 나선지구 항구를 빌려준 대가로 전력을 받고 있거나, 받을 채비를 하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이 최근 중국과 러시아를 방문해 직접 전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 정도로 북한의 전력사정이 눈에 띄게 나아지기엔 역부족이다.

북한은 내년에 강성대국의 문을 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경제강국을 건설해 주민생활을 향상시키겠다고 한다.

이를 위해선 식량난과 전력난 해소가 급선무다.

특히 전력의 안정적 공급은 주민들의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북한경제가 정상화되기 위해서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이유로 북한 당국이 올해부터 국방분야에서 쓰던 전력 가운데 일정량을 민간분야로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뷰> 이윤걸(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 : "실제는 북한에서 총 전력소비가 가장 많고 또 무조건 공급을 해야된다는 부문이 결국은 군사부문이거든요. 국방공업분야의 전기를 일부 돌리지 않았겠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마 내년 2012년 강성대국 원년을 맞으면서 또 김정은의 전면 등장으로 인해 내부적으로는 식량배급도 몇 달 회복시키려고
계획하고 있거든요. 마찬가지로 일정의 전력공급도 아마 배급제 형식으로 단기간이라도 다시 좀 회복시키는 모양새라도 갖추려고 노력하지 않겠나.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북한은 내년에 설비용량 30만kw 규모의 희천발전소를 완공할 계획이다.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들여오는 전력도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전력 소비 양상도 당분간 민간 중심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북한은 만성적인 전력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북한 경제가 살아나려면 적어도 발전설비용량이 700만kw 정도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갖가지 노력을 하고 있지만 북한의 전력사정 개선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인터뷰> 조봉현(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근본적으로 오래 못갈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전력이 안정적으로 공급되려고 하면 북한의 전력생산시스템을 바꿔야 되는데 그게 지금 바꾸려면 엄청난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것이죠. 그 다음에 중국이나 러시아로부터 지원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2012년 되더라도 상반기 내에는 좋아지는 모습이 나타나겠지만. 다시 하반기가 되면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까. 이렇게 전망을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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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北 전력 사정 나아졌나?
    • 입력 2011-12-17 08:57:11
    • 수정2011-12-26 09:5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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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최근 원전이 고장나고 추위가 닥치면서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리면서 절전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북한의 전력사정은 어떨까요? 만성적인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어, 밤만 되면 암흑천지로 변한다는 사실 다들 알고 계시죠. 그런데 최근 북한의 밤거리가 몰라보게 밝아졌다고 합니다. 북한의 전력사정이 갑자기 좋아진 걸까요? 오늘 클로즈업 북한에서는 북한의 현재 전력사정을 상세히 분석해 봅니다. <리포트> 평양의 밤거리는 요즘 불야성이다. 주체사상탑이나 개선문 같은 주요 건축물에는 밤새 경관조명이 꺼지지 않는다. 만수대 지구 살림집을 비롯한 대형 공사 현장에선 밤낮없이 작업이 이뤄진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2월 4일) : "수도 평양에 하루가 저물어 어둠이 깃들자 거리마다 아름다운 불야경을 이뤘습니다. 지방 주요 도시의 밤풍경도 바뀌고 있다. 건축물마다 네온사인이 번쩍인다. 공원도 야간개장을 하고 주민들을 맞고 있다. 최근 북한을 다녀온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북한의 밤풍경이 달라졌다고 한다. <인터뷰> 김흥태(피스컵 조직위원회 부위원장) : "이번에 6번째 갔거든요. 그런데 확실히 매년 달라진걸 느꼈어요. 특히 2009년도에 갔었고 2010년도. 또 이번에 3년째 다녀왔거든요. 그런데 금년에는 확실히 전력사정이 좋더라고요." 북한은 1990년대부터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있다. 인공위성이 찍은 야간 사진은 북한의 전력난을 잘 보여준다. 평양에서만 불빛이 보일 뿐 다른 지역은 모두 암흑천지이다. 지난해까지 10년 넘게 북한의 밤 모습은 바뀌지 않았다. 북한의 전력생산은 자력갱생 정책에 따라 수력과 석탄에 의존해왔다. 분단 직후 북한은 전력 설비용량이 170만kw로 매우 넉넉했다. 풍부한 수자원을 이용한 수력발전소가 중심이었다. 6.25 전쟁으로 발전소가 파괴돼 설비용량이 23만kw까지 떨어졌지만 1950년대 말까지 대부분 복구했다. 1960년대 들어 대규모 수력발전소와 화력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했다. 이때 북한 최초로 화력발전소가 지어졌다. 설비용량 50만kw의 평양화력발전소다. 수력발전소 일변도의 전력생산체계가 계절이나 기후에 취약하다는 점에서 풍부한 석탄을 이용한 화력발전소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1960년대 말 북한의 발전설비용량은 수력 250만, 화력 100만으로 350만kw에 이르렀다. 북한에서 전력설비용량이 가장 늘어난 시기는 1970년대부터다. 북한 최대의 화력발전소인 북창화력발전소를 비롯해 대규모 화력발전소가 속속 건설됐다. 수력과 화력 균형정책을 깨고 화력 위주 전략을 취했다. 이 시기에 설비용량은 240만kw나 늘어나 총 설비용량이 600만 kw에 육박했다. <인터뷰> 조봉현(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그때만하더라도 북한이 석탄이라든지 이런 채굴이 굉장히 많이 있어서. 화력발전소가 굉장히 많이 높아졌고요. 그 다음에 북한의 전지역을 보면 수력발전소나 화력발전소를 대규모 건설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그때만하더라도 오히려 북한의 전력사정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하지만 1980년부터 경제가 차츰 기울기 시작하면서 전력수급에도 차질이 빚어지기 시작했다. 1950~60년대에 건설된 수력발전소에서 설비노후화로 전력생산량이 떨어졌다.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대규모 발전소 건설도 주춤했다. 1980년대에 북한이 증설한 설비용량은 90만kw에도 못 미쳤다. 북한은 수력과 석탄에 의존하는 발전 방식에서 벗어나 원자력 발전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1985년, 북한은 구소련의 지원을 받아 44만kw급 원자력발전소 4기를 짓기 시작했다. 하지만 1990년 구소련이 붕괴하면서 기술과 부품지원을 받지 못해 원자력 발전소 건설은 중단됐다. 제네바합의에 따라 원자력을 포기하고 받기로 한 신포의 경수로형 발전소 건설도 무산됐다. 한은 이후 수력과 화력 발전소를 여러 곳에 추가 건설했지만 역대 최대 발전설비용량은 750만kw에 멈춰섰다. 지금 우리나라의 발전설비용량의 7900만kw의 1/10 수준이다. 북한은 1980년대 들어 전력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자 대규모 발전소 건설과 더불어 다양한 노력을 벌였다. 대표적인 게 절전운동이다. 1980년부터 공장들에 번갈아 전기를 공급하는 교차생산체제가 가동됐다. 전력사정은 공산권이 몰락한 1990년대 들어 더욱 악화됐다. 게다가 고난의 행군으로 불리는 경제난까지 엄습했다. 가뜩이나 부족한 발전설비용량이 급격히 떨어졌다. <인터뷰> 이윤걸(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 : "고난의 행군 시기 갑자기 수해가 나서 석탄의 지하에 물이차서 또 그것으로 인한 석탄생산이 급격히 저하됐고요. 발전기인 터빈이나 또 기타 부문 설비들이 사실은 다 러시아제거든요. 그런데 러시아가 무너지는 통에 그 부품들을 제대로 주기적으로 받아서 교체를 못했기 때문에…" 전력생산이 급감하면서 비날론 공장을 비롯한 화학공업단지가 멈춰섰다. 연쇄적으로 경공업 공장들도 정상가동이 어려워져 속속 문을 닫았다. 공장가동률은 20%대로 떨어졌다. 가정에는 하루에 몇 시간 정도 제한적으로 전기가 공급됐다. 건물 승강기도 하루 몇 차례만 운행하고 멈춰섰다. 북한이 이때 해결책으로 내놓은 것이 100~1000kw 정도의 중소형발전소 건설이다. 1996년에는 전력법을 만들어 중소형발전소 건설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했다. 골짜기 개울마다 소형 수력발전소, 공장마다 폐열을 이용한 발전소가 지어졌다. 1998년 한해에만 무려 4천개, 2000년까지 7천개가 건설됐다. 총 설비용량은 48만kw였다. 잠시 전력수급이 개선되는 듯 했지만 이 역시도 오래가지 못했다. 김정일 위원장의 지시를 따르기 위한 전시행정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다. 설비는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식으로 이뤄졌다. 설비부족과 운전기술 부족으로 대부분 1~2년 만에 가동이 중단됐다. 그 사이 기존 발전소의 노후화가 계속 진행됐다. 2000년대 들어 북한의 설비용량은 최대 설비용량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3백만kw 수준으로 떨어졌다. <인터뷰> 조봉현(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지방 단위에서 소규모 발전소들도 많이 건설했고. 이런걸 통해서 또 전력을 많이 공급하면서 전반적으로 시골의 경우도 오히려 전력이 좀 공급이 되면서 좀 좋아지는 이런 현상도 많이 나타났지만. 그것도 얼마 못 갔습니다. 그래서 한 몇 년 가가지고는 근본적으로 전력사정이 나빠지는 쪽으로 다시 갔고요. 최근 북한의 전력사정이 만성적인 낙후. 이런 상황까지도 가있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가뜩이나 나쁜 전력사정은 김일성 주석 사후 김 위원장이 선군정치를 내세우면서 더 심화됐다. 전기가 국방분야에 우선 공급되면서 민간분야에는 거의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의 전력설비용량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설비용량 300만kw, 발전량 200억kwh(킬로와트시)를 넘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1/2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북한의 전력사정은 표면적으로나마 크게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분석이 뒤따른다. 북한은 최근 들어 발전소 개보수를 통한 설비용량 확대를 꾸준히 추진해왔다. 또 희천발전소를 비롯한 대규모 발전소를 곳곳에 짓고 있다. 최근 들어 이런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에서 전력도 끌어오고 있다. 북한 최대의 수력발전소는 압록강 유역의 수풍발전소이다. 설비용량 80만kw인 수풍발전소는 그동안 중국과 북한이 40만kw씩 나눠썼다. 하지만 최근 개보수 공사를 마친 뒤 북한이 80만kw를 모두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40만kw를 더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북한 전체 설비용량의 10%를 넘는 많은 양이다. 또 중국과 러시아에 나선지구 항구를 빌려준 대가로 전력을 받고 있거나, 받을 채비를 하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이 최근 중국과 러시아를 방문해 직접 전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 정도로 북한의 전력사정이 눈에 띄게 나아지기엔 역부족이다. 북한은 내년에 강성대국의 문을 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경제강국을 건설해 주민생활을 향상시키겠다고 한다. 이를 위해선 식량난과 전력난 해소가 급선무다. 특히 전력의 안정적 공급은 주민들의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북한경제가 정상화되기 위해서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이유로 북한 당국이 올해부터 국방분야에서 쓰던 전력 가운데 일정량을 민간분야로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뷰> 이윤걸(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 : "실제는 북한에서 총 전력소비가 가장 많고 또 무조건 공급을 해야된다는 부문이 결국은 군사부문이거든요. 국방공업분야의 전기를 일부 돌리지 않았겠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마 내년 2012년 강성대국 원년을 맞으면서 또 김정은의 전면 등장으로 인해 내부적으로는 식량배급도 몇 달 회복시키려고 계획하고 있거든요. 마찬가지로 일정의 전력공급도 아마 배급제 형식으로 단기간이라도 다시 좀 회복시키는 모양새라도 갖추려고 노력하지 않겠나.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북한은 내년에 설비용량 30만kw 규모의 희천발전소를 완공할 계획이다.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들여오는 전력도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전력 소비 양상도 당분간 민간 중심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북한은 만성적인 전력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북한 경제가 살아나려면 적어도 발전설비용량이 700만kw 정도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갖가지 노력을 하고 있지만 북한의 전력사정 개선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인터뷰> 조봉현(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근본적으로 오래 못갈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전력이 안정적으로 공급되려고 하면 북한의 전력생산시스템을 바꿔야 되는데 그게 지금 바꾸려면 엄청난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것이죠. 그 다음에 중국이나 러시아로부터 지원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2012년 되더라도 상반기 내에는 좋아지는 모습이 나타나겠지만. 다시 하반기가 되면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까. 이렇게 전망을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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