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 불안 속 한국 채권은 ‘위험 회피 자산’

입력 2012.01.02 (07:07) 수정 2012.01.0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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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재정위기로 전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이 확산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 국채는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경제의 양호한 펀더멘털과 재정건전성, 원화 절상 기대, 국가신용 등급 상향 조정 가능성, 양호한 수급구조 등 호재가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JP모건은 한국 채권이 위험회피(risk-off) 자산으로 평가된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1분기에 유럽 재정위기 국가들의 국채가 대량으로 만기가 도래해 유로존(유로화 사용국가) 상황에 따라 외국인 자금이 급격하게 빠져나갈 우려도 있다.

올해 국내 채권시장 전망을 밝게 하는 것은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지리란 기대감이다.

2일 금융감독원의 외국인 국내투자동향을 보면 외국인 투자자의 채권 보유액은 지난해 11월 말 현재 86조7천억원이다.

2010년 말 74조2천억원보다 12조5천억원 늘었다.

전체 상장 채권의 총액 대비 외국인 비중은 2010년 말 6.96%에서 지난해 11월 말 7.21%로 소폭 확대됐다.

우리 국채에 대한 외국인의 선호도는 높아졌다. 외국인의 국채 보유액이 2010년 말 47조7천억원에서 2011년 11월 말 63조원으로 15조3천억원이나 증가했다.

통화안정채권 등을 팔고 국채를 많이 사들였다. 외국인의 전체 채권 보유 잔액에서 국채 비중은 2010년 말 64.4%에서 2011년 11월 말 72.8%로 치솟았다.

전체 국채 상장잔액 중 외국인 비중도 같은 기간 13.3%에서 16.0%로 늘어나 1998년 채권시장 개방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세계 금융시장이 유럽 재정위기로 크게 출렁거렸음에도 국내 채권시장으로 외국인 자금이 들어온 것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믿음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리 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수출 증가세도 이어져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했다. 경기부양에 많은 돈을 쏟아부었지만 재정수지는 일본이나 미국, 유럽 선진국보다 낫다.

이런 양호한 펀더멘털과 재정건전성은 올해에도 큰 흔들림 없이 유지돼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설령 유럽계 자금이 빠지더라도 중국과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쪽 자금이 지난해부터 늘고 있어 이를 상쇄할 가능성이 크다.

유동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내년 중반까지 제로 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낮추고 만기 3년의 장기대출(LTRO)을 도입했다.

ECB의 조치로 풀린 유동성이 유럽 외 시장으로 흘러들지는 못하더라도 유럽 은행의 레버리지 축소를 완화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브라질은 지난해 8월에 이어 10월에도 정책금리를 인하했고 중국도 지난해 11월 지급준비율을 인하하는 등 신흥국들도 긴축기조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돌아서고 있다.

수급도 채권시장에 우호적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국고채 발행한도는 80조9천억원이고 신규 발행은 25조3천억원이다. 국고채 발행잔액은 지난해 대비 14조5천억원 증가하는데 그쳐 지난해 증가액(41조1천억원)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대투증권 김성훈 애널리스트는 "공급 측면에서 올해 국고채 발행은 정부 재정 계획상 작년 대비 소폭 증가한 80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만기 도래를 참작한 순증은 25조원 수준으로 전년보다 감소해 국고채의 수급 호재 인식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투자증권은 올해 채권시장 전망 리포트에서 "국내 수급 측면에서 국채발행을 포함해 전체 채권 발행 증가는 제한적이지만 투자 대안 부재로 기관투자가의 채권수요는 꾸준할 것으로 보인다. 수요 우위의 수급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우리 국가신용등급을 올해 올릴 것으로 보여 국채의 '몸값'을 높여줄 개연성이 있다.

피치는 지난해 11월 우리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긍정적'(positive)으로 올렸다. 등급 전망을 상향 조정하면 통상 1년 내외로 등급 자체도 올리는 전례에 비쳐 볼 때 올해 등급이 한번 더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피치는 최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신흥국들이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중장기적으로 탄탄한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신용등급 상향 가능성을 시사했다.

JP모건은 피치의 한국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 가능성, 신흥아시아 국가 중 한국 채권이 상대적으로 위험회피(risk-off) 자산으로 분류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올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채권 매입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 상대적으로 양호한 경제 펀더멘털, 원화절상 기대 등은 우리나라 국고채로의 자금 유입을 이끌어 국고채 금리가 낮은 수준을 유지도록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유로지역의 국가채무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이 어렵다. 유럽 금융기관의 디레버리징으로 인한 유럽계 자금 이탈 등이 변수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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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금융 불안 속 한국 채권은 ‘위험 회피 자산’
    • 입력 2012-01-02 07:07:11
    • 수정2012-01-02 16:49:27
    연합뉴스
유럽 재정위기로 전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이 확산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 국채는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경제의 양호한 펀더멘털과 재정건전성, 원화 절상 기대, 국가신용 등급 상향 조정 가능성, 양호한 수급구조 등 호재가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JP모건은 한국 채권이 위험회피(risk-off) 자산으로 평가된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1분기에 유럽 재정위기 국가들의 국채가 대량으로 만기가 도래해 유로존(유로화 사용국가) 상황에 따라 외국인 자금이 급격하게 빠져나갈 우려도 있다. 올해 국내 채권시장 전망을 밝게 하는 것은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지리란 기대감이다. 2일 금융감독원의 외국인 국내투자동향을 보면 외국인 투자자의 채권 보유액은 지난해 11월 말 현재 86조7천억원이다. 2010년 말 74조2천억원보다 12조5천억원 늘었다. 전체 상장 채권의 총액 대비 외국인 비중은 2010년 말 6.96%에서 지난해 11월 말 7.21%로 소폭 확대됐다. 우리 국채에 대한 외국인의 선호도는 높아졌다. 외국인의 국채 보유액이 2010년 말 47조7천억원에서 2011년 11월 말 63조원으로 15조3천억원이나 증가했다. 통화안정채권 등을 팔고 국채를 많이 사들였다. 외국인의 전체 채권 보유 잔액에서 국채 비중은 2010년 말 64.4%에서 2011년 11월 말 72.8%로 치솟았다. 전체 국채 상장잔액 중 외국인 비중도 같은 기간 13.3%에서 16.0%로 늘어나 1998년 채권시장 개방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세계 금융시장이 유럽 재정위기로 크게 출렁거렸음에도 국내 채권시장으로 외국인 자금이 들어온 것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믿음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리 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수출 증가세도 이어져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했다. 경기부양에 많은 돈을 쏟아부었지만 재정수지는 일본이나 미국, 유럽 선진국보다 낫다. 이런 양호한 펀더멘털과 재정건전성은 올해에도 큰 흔들림 없이 유지돼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설령 유럽계 자금이 빠지더라도 중국과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쪽 자금이 지난해부터 늘고 있어 이를 상쇄할 가능성이 크다. 유동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내년 중반까지 제로 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낮추고 만기 3년의 장기대출(LTRO)을 도입했다. ECB의 조치로 풀린 유동성이 유럽 외 시장으로 흘러들지는 못하더라도 유럽 은행의 레버리지 축소를 완화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브라질은 지난해 8월에 이어 10월에도 정책금리를 인하했고 중국도 지난해 11월 지급준비율을 인하하는 등 신흥국들도 긴축기조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돌아서고 있다. 수급도 채권시장에 우호적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국고채 발행한도는 80조9천억원이고 신규 발행은 25조3천억원이다. 국고채 발행잔액은 지난해 대비 14조5천억원 증가하는데 그쳐 지난해 증가액(41조1천억원)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대투증권 김성훈 애널리스트는 "공급 측면에서 올해 국고채 발행은 정부 재정 계획상 작년 대비 소폭 증가한 80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만기 도래를 참작한 순증은 25조원 수준으로 전년보다 감소해 국고채의 수급 호재 인식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투자증권은 올해 채권시장 전망 리포트에서 "국내 수급 측면에서 국채발행을 포함해 전체 채권 발행 증가는 제한적이지만 투자 대안 부재로 기관투자가의 채권수요는 꾸준할 것으로 보인다. 수요 우위의 수급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우리 국가신용등급을 올해 올릴 것으로 보여 국채의 '몸값'을 높여줄 개연성이 있다. 피치는 지난해 11월 우리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긍정적'(positive)으로 올렸다. 등급 전망을 상향 조정하면 통상 1년 내외로 등급 자체도 올리는 전례에 비쳐 볼 때 올해 등급이 한번 더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피치는 최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신흥국들이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중장기적으로 탄탄한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신용등급 상향 가능성을 시사했다. JP모건은 피치의 한국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 가능성, 신흥아시아 국가 중 한국 채권이 상대적으로 위험회피(risk-off) 자산으로 분류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올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채권 매입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 상대적으로 양호한 경제 펀더멘털, 원화절상 기대 등은 우리나라 국고채로의 자금 유입을 이끌어 국고채 금리가 낮은 수준을 유지도록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유로지역의 국가채무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이 어렵다. 유럽 금융기관의 디레버리징으로 인한 유럽계 자금 이탈 등이 변수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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