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포착] 쪽방촌 생활백서 ‘서바이벌 가이드’

입력 2012.01.02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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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오늘도 영하의 추위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바깥 추위에 떨다가 집에 들어오면 따뜻하게 반겨주는 온기가 더없이 고마운 때죠.

그런데 이런 작은 온기조차 느낄수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쪽방촌 주민들인데요.

뜨거운 물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데, 얼음장 같은 바닥에서 추위를 피하노라면 겨울이 그렇게 매정하게 느껴질수 없다고 합니다.

김기흥 기자, 칼바람 속에 힘겹게 겨울을 나고 있는 서울 동작동 쪽방촌 사람들을 만나봤다고요?

<기자 멘트>

흔히들 겨울을 난다라고 표현하는데요.

하지만, 이들은 단순히 겨울을 나는 것이 아니라 추운 겨울 쪽방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습니다.

최근 이들을 위해 <거리와 쪽방에서 살아가기>라는 안내서까지 나왔는데요.

좁은 쪽방이지만, 내 한몸 똑바로 뉘울수 있는 내 방이 있기에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쪽방촌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고층 건물들과 도로 하나 사이, 천 여 세대가 거주하는 이곳은 동자동 쪽방촌입니다.

쪽방에서 쪽방으로 이사하신다는 이 분, 역시 부담스런 월세 때문입니다.

<인터뷰> 최 모 씨 (서울시 동자동) : "여기는 방세가 비싸서 방 크기도 더 크고 보일러가 잘 나오는 데로 (이사하려고요.) 이번에 방세가 또 오른다고 하니까요."

소박한 세간 살이지만 새로운 방에서의 새로운 출발을 기대해 보는데요. 행복은, 방의 크기로 결정되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인터뷰> 최 모 씨 (서울시 동자동) : "방 크기가 큰 차이는 없어 보이는데요? (이사하니까) 제가 기분이 좋아요. 제 몸 하나 누워 있으면 안락한 거죠."

동자동 마당발이라고 불리는 김길석 씨. 그는 대가 없이 마을 청소를 도맡아 하고 있는데요.

<인터뷰> 김길석 (서울시 동자동) : "한 사람이 희생하면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데 더 좋잖아요. 기분도 좋고요."

그는 용산구 지역자활센터에서 저소득 주민의 자활을 돕는 일자리 사업을 신청한 후 교육 받을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10여 년 전 일을 찾아 이곳을 떠났다가, 6년 전 다시 동자동 쪽방촌을 찾았다는 김길석 씨.

비록 한 사람 누울 수 있는 공간이 전부이지만, 김길석 씨에겐 전혀 불편함 없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길석 (서울시 동자동) : "(돈) 없이 살아도 갖추고 살건 다 갖추고 살아요. 비록 재활용 가구지만 옷가지들을 정리하고, 지저분해 보이는 것들은 태극기로 깔끔하게 가렸습니다. 냉장고도 중고로 저렴하게 구입해 살림을 마련했고요."

<인터뷰> 김길석 (서울시 동자동) : "적응하기에 달린 것 같아요. 사는 것은 다 똑같고 없는 게 없잖아요. 냉장고도 있고 TV도 있고 밥통도 있고 단지 (방이) 좁다 뿐이지 그렇게 큰 불편은 못 느끼고 사는 거죠."

한편, 쪽방에 들어온 지 4개월 밖에 안 된 최 준 씨는 이곳에서 첫 겨울을 나는 중인데요.

<인터뷰> 최 준 (서울시 동자동) : "소화기관 질환이 심해서 수술을 세 번 정도 받았고요. 교통사고로 때문에 허리수술도 받았어요."

아픈 몸에 제대로 된 일을 할 수 없어 보증금 없는 쪽방에서 살게 된 최준 씨.

난방이 되지 않는 쪽방의 겨울이 더더욱 춥게 느껴지는데요.

새벽이 되면 추위에 벌벌 떠는 날이 많은 그이지만, 이불 한 장에도 겨울을 버티기 위한 특별한 비결이 숨어 있습니다.

<인터뷰> 최 준 (서울시 동자동) : "방안의 온도가 내려가지 말라고 이불을 깔아 둔 거예요. 바람이 들어올 틈을 막아 바깥의 칼바람이 들어오지 못하게 대비하는 건 기본이고요."

따뜻한 잠자리를 위한 필수품으로는 찌그러질 염려가 없는 병에 담긴 뜨거운 물입니다.

화상을 입지 않도록 양말이나 수건에 넣어 이불 속에 넣어 두는데요.

이렇게 두세 개 정도 만들면 보온효과로 밤새 따뜻하다고 합니다.

<인터뷰> 최 준 (서울시 동자동) : "오늘 같은 날씨는 너무 추워서 이렇게 하면 조금 더 따뜻하게 잘 수 있을 것 같아서 (준비하고 있어요.)"

겨울을 버텨야만 하는 그에게 이런 비법들은 소중한 정보일 텐데요.

지난 26일, 쪽방 주민들이 좀 더 따뜻하게 겨울을 날 수 있는 방법들이 담긴, 안내 책자가 발간됐습니다.

<인터뷰> 조승화 (‘거리와 쪽방에서 살아가기’ 편집위원) : "냉방이라든지 온수가 나오지 않는 방에서 지내려면 여러 가지 필요한 비결이 있고 그런 비결이 없으면 더 춥게 지낼 수밖에 없어요. 알고만 있어도 도움이 되는데 그런 것조차 알 길이 없어서 처음부터 많이 힘들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생활에 도움이 되고자 (이 책을 만들었습니다.)"

인근 편의시설을 지도로 표시하는 것은 물론 세탁, 목욕 등이 무료로 가능한 곳의 정보까지.

이들의의 발로 뛴 노고가 없었다면 쪽방촌 주민들은 또 다시 추위와 싸웠을 텐데요.

안내서도 직접 나눠줍니다.

<녹취> "이 동네 지도도 있고요. 쌀집이 어디에 있는지, 기초생활수급은 어떻게 받는지, 고물상 위치는 어디인지 나와요.(고맙습니다.) 뭐 하고 계세요? (TV보고 있어요.) 춥진 않으세요? (네.)"

<인터뷰> 김정원 (서울시 동자동) : "제가 어제 읽었습니다. 호기심이 생겨서 읽어봤어요."

<녹취> "도움이 많이 되셨어요? (네)"

비록 작은 정보지만, 쪽방촌 주민에게는 정말 유용한 책자인데요,

<인터뷰> 조승화 (‘거리와 쪽방에서 살아가기’ 편집위원) : "저희가 (책을) 만들 때는 잘 몰랐어요. 이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는 건데 (주민들이) 반겨주시니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고 이런 (안내서)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고단한 삶이지만, 희망은 이곳 쪽방촌에도 어김없이 살아 있습니다. 올 겨울도 무사히, 따뜻하게 보내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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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1-02 09: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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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오늘도 영하의 추위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바깥 추위에 떨다가 집에 들어오면 따뜻하게 반겨주는 온기가 더없이 고마운 때죠. 그런데 이런 작은 온기조차 느낄수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쪽방촌 주민들인데요. 뜨거운 물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데, 얼음장 같은 바닥에서 추위를 피하노라면 겨울이 그렇게 매정하게 느껴질수 없다고 합니다. 김기흥 기자, 칼바람 속에 힘겹게 겨울을 나고 있는 서울 동작동 쪽방촌 사람들을 만나봤다고요? <기자 멘트> 흔히들 겨울을 난다라고 표현하는데요. 하지만, 이들은 단순히 겨울을 나는 것이 아니라 추운 겨울 쪽방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습니다. 최근 이들을 위해 <거리와 쪽방에서 살아가기>라는 안내서까지 나왔는데요. 좁은 쪽방이지만, 내 한몸 똑바로 뉘울수 있는 내 방이 있기에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쪽방촌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고층 건물들과 도로 하나 사이, 천 여 세대가 거주하는 이곳은 동자동 쪽방촌입니다. 쪽방에서 쪽방으로 이사하신다는 이 분, 역시 부담스런 월세 때문입니다. <인터뷰> 최 모 씨 (서울시 동자동) : "여기는 방세가 비싸서 방 크기도 더 크고 보일러가 잘 나오는 데로 (이사하려고요.) 이번에 방세가 또 오른다고 하니까요." 소박한 세간 살이지만 새로운 방에서의 새로운 출발을 기대해 보는데요. 행복은, 방의 크기로 결정되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인터뷰> 최 모 씨 (서울시 동자동) : "방 크기가 큰 차이는 없어 보이는데요? (이사하니까) 제가 기분이 좋아요. 제 몸 하나 누워 있으면 안락한 거죠." 동자동 마당발이라고 불리는 김길석 씨. 그는 대가 없이 마을 청소를 도맡아 하고 있는데요. <인터뷰> 김길석 (서울시 동자동) : "한 사람이 희생하면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데 더 좋잖아요. 기분도 좋고요." 그는 용산구 지역자활센터에서 저소득 주민의 자활을 돕는 일자리 사업을 신청한 후 교육 받을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10여 년 전 일을 찾아 이곳을 떠났다가, 6년 전 다시 동자동 쪽방촌을 찾았다는 김길석 씨. 비록 한 사람 누울 수 있는 공간이 전부이지만, 김길석 씨에겐 전혀 불편함 없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길석 (서울시 동자동) : "(돈) 없이 살아도 갖추고 살건 다 갖추고 살아요. 비록 재활용 가구지만 옷가지들을 정리하고, 지저분해 보이는 것들은 태극기로 깔끔하게 가렸습니다. 냉장고도 중고로 저렴하게 구입해 살림을 마련했고요." <인터뷰> 김길석 (서울시 동자동) : "적응하기에 달린 것 같아요. 사는 것은 다 똑같고 없는 게 없잖아요. 냉장고도 있고 TV도 있고 밥통도 있고 단지 (방이) 좁다 뿐이지 그렇게 큰 불편은 못 느끼고 사는 거죠." 한편, 쪽방에 들어온 지 4개월 밖에 안 된 최 준 씨는 이곳에서 첫 겨울을 나는 중인데요. <인터뷰> 최 준 (서울시 동자동) : "소화기관 질환이 심해서 수술을 세 번 정도 받았고요. 교통사고로 때문에 허리수술도 받았어요." 아픈 몸에 제대로 된 일을 할 수 없어 보증금 없는 쪽방에서 살게 된 최준 씨. 난방이 되지 않는 쪽방의 겨울이 더더욱 춥게 느껴지는데요. 새벽이 되면 추위에 벌벌 떠는 날이 많은 그이지만, 이불 한 장에도 겨울을 버티기 위한 특별한 비결이 숨어 있습니다. <인터뷰> 최 준 (서울시 동자동) : "방안의 온도가 내려가지 말라고 이불을 깔아 둔 거예요. 바람이 들어올 틈을 막아 바깥의 칼바람이 들어오지 못하게 대비하는 건 기본이고요." 따뜻한 잠자리를 위한 필수품으로는 찌그러질 염려가 없는 병에 담긴 뜨거운 물입니다. 화상을 입지 않도록 양말이나 수건에 넣어 이불 속에 넣어 두는데요. 이렇게 두세 개 정도 만들면 보온효과로 밤새 따뜻하다고 합니다. <인터뷰> 최 준 (서울시 동자동) : "오늘 같은 날씨는 너무 추워서 이렇게 하면 조금 더 따뜻하게 잘 수 있을 것 같아서 (준비하고 있어요.)" 겨울을 버텨야만 하는 그에게 이런 비법들은 소중한 정보일 텐데요. 지난 26일, 쪽방 주민들이 좀 더 따뜻하게 겨울을 날 수 있는 방법들이 담긴, 안내 책자가 발간됐습니다. <인터뷰> 조승화 (‘거리와 쪽방에서 살아가기’ 편집위원) : "냉방이라든지 온수가 나오지 않는 방에서 지내려면 여러 가지 필요한 비결이 있고 그런 비결이 없으면 더 춥게 지낼 수밖에 없어요. 알고만 있어도 도움이 되는데 그런 것조차 알 길이 없어서 처음부터 많이 힘들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생활에 도움이 되고자 (이 책을 만들었습니다.)" 인근 편의시설을 지도로 표시하는 것은 물론 세탁, 목욕 등이 무료로 가능한 곳의 정보까지. 이들의의 발로 뛴 노고가 없었다면 쪽방촌 주민들은 또 다시 추위와 싸웠을 텐데요. 안내서도 직접 나눠줍니다. <녹취> "이 동네 지도도 있고요. 쌀집이 어디에 있는지, 기초생활수급은 어떻게 받는지, 고물상 위치는 어디인지 나와요.(고맙습니다.) 뭐 하고 계세요? (TV보고 있어요.) 춥진 않으세요? (네.)" <인터뷰> 김정원 (서울시 동자동) : "제가 어제 읽었습니다. 호기심이 생겨서 읽어봤어요." <녹취> "도움이 많이 되셨어요? (네)" 비록 작은 정보지만, 쪽방촌 주민에게는 정말 유용한 책자인데요, <인터뷰> 조승화 (‘거리와 쪽방에서 살아가기’ 편집위원) : "저희가 (책을) 만들 때는 잘 몰랐어요. 이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는 건데 (주민들이) 반겨주시니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고 이런 (안내서)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고단한 삶이지만, 희망은 이곳 쪽방촌에도 어김없이 살아 있습니다. 올 겨울도 무사히, 따뜻하게 보내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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