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김동현 “난타전보다 이기는 경기”

입력 2012.01.10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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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타전, 어설프게 따라 할 생각 없어"
"후배들 UFC 진출 돕겠다"

세계 최대의 종합격투기 무대인 UFC(Ultimate Fighting Championship)에서 활약하는 '스턴 건' 김동현(31·부산팀매드·㈜성안세이브)의 존재는 특별하다.

한국인 최초로 2008년 UFC에 진출한 김동현은 끊임없이 도전에 나서며 한국을 넘어 아시아 종합격투기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작년 말 UFC 141에서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철망에서의 사투를 뒤로하고 모처럼 휴식을 즐기는 김동현을 10일 서울 논현동에 IB스포츠 본사에서 만났다.

김동현은 재기전에서 승리한 소감을 묻자 "UFC 141경기를 앞두고 훈련량과 훈련 시간에 변화를 줬는데 결실이 있어서 뿌듯하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2008년 5월 한국인 최초로 UFC에 입성해 5연승(1무효)을 질주한 김동현은 지난해 7월 UFC 132에서 난적 카를로스 콘딧(27·미국)에게 패하는 바람에 동양인 최초의 기록이 될뻔한 6연승 달성에 실패했다.

그는 당시 경기에서 눈 주위 뼈가 부러지는 안와골절상을 입어 재기 여부가 불투명했다.

그러나 치료와 재활을 거듭한 끝에 5개월 만인 지난달 31일 옥타곤에 다시 올라 션 피어슨(36·캐나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고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통산 전적은 15승1무1패 1무효.

그는 "계속 이기면서 초심을 잃어버렸던 것 같다. 미국에서 전지훈련을 많이 했는데, 그곳의 UFC 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보면서 짧고 굵게 훈련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양인과 동양인은 신체적인 구조 자체가 달라서 똑같이 훈련해도 몸에서 반응하는 것 자체가 다른데, 그들처럼 똑같이 훈련했던 게 결과적으로 패인이었다고 분석했다.

김동현은 그런 결론을 얻은 뒤 2~3배 훈련량을 늘렸다.

매일 오전 10시 운동을 시작해 중간에 2~3시간 쉬는 것 외에는 밤 11시까지 운동했다. 그걸 매일 했다.

김동현은 "인간의 삶이 아니었다. 억지로 시켜서 한 게 아니라 안 하면 질 것 같은 마음에 혼자 스스로 했다"며 "'오늘 쉬면 질 수 있다, 져도 할 말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부산 대신동에 있는 체육관과 집을 오가는 시간도 아까워 체육관에서 3분 거리에 집을 구했다.

이처럼 혹독한 훈련 끝에 멋지게 재기전에 성공했지만 세간의 평가는 냉혹했다.

일부 격투기팬들은 '여전히 지루하다'며 김동현의 승리를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싫든 좋든 김동현은 페더급 체급에서 활약하는 '코리안 좀비' 정찬성(25)과 비교된다.

UFC에서의 경력만 놓고 봤을 때 분명 김동현이 앞서는 게 사실이지만 팬들은 완벽한 경기 운영에 안정적인 실력을 자랑하는 김동현보다는 온몸을 불사르며 난타전을 펼치는 정찬성에게 더 높은 점수를 주는 게 사실이다.

김동현은 이에 대해 "저도 격투기 선수로서 (정)찬성이와 같은 화끈한 경기 스타일을 굉장히 좋아한다"며 "저도 그렇게 하고 싶은데, UFC 선수들이 다 스타일이 다르듯이 내가 그런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이기는 경기를 하는 스타일인 것 같다"며 "팬들이 좋아하긴 하지만 난타전을 어설프게 따라 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영리한 스타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동현은 단순히 스타일 차이라고 경계를 그었지만 지루한 경기를 한다는 질타에 상처도 많이 받았다.

그는 "'스턴 건'이라는 별명 때문에 팬들이 기대를 하니까 실망하는 것 같다"며 "스턴 건인데 왜 그라운드에서 경기를 하느냐고 비꼬는 사람들도 많다"고 했다.

'스턴 건'은 전기충격기를 말한다. 그의 펀치에 맞아서 쓰러지는 상대의 모습이 꼭 전기충격기에 당해 힘없이 넘어지는 모습을 닮아 이런 별명이 붙었다.

실제 김동현은 학창시절 유도를 수련했지만 타격에도 능하다. 일본에서 활동하던 시절 많은 경기를 펀치 KO로 끝냈을 만큼 긴 리치에서 나오는 타격 감각이 뛰어나다.

그런 김동현이지만 UFC 무대에서는 매서운 타격보다는 승리 확률이 더 높은 그라운드 기술을 앞세우고 있다.

김동현은 "격투기 맏형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며 "제가 잘해야 한국 선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후배들의 길을 터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전료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UFC 경기에 출전하는 20명 중 메인이벤트 등에 나서는 4명 정도만 생계가 가능하고 나머지 선수들은 정말 힘들어요. 한 경기에 수백억원씩 벌어들이는 UFC 측에 선수들의 처우 문제에 대해 기회 날 때마다 불만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의 올해 목표는 개인 성적이 아니다. 한국 선수가 2~3명 정도 더 UFC에 진출하도록 돕는 것이다.

김동현은 "챔피언에 대한 욕심은 없다"며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매 경기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후배들의 UFC 진출을 적극 돕겠습니다. 새로 UFC에 진출하는 선수 가운데 한 명은 실력이 안정적인 선수, 다른 한 명은 UFC에서 좋아할 만한 화끈한 선수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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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FC 김동현 “난타전보다 이기는 경기”
    • 입력 2012-01-10 16:59:02
    연합뉴스
"난타전, 어설프게 따라 할 생각 없어" "후배들 UFC 진출 돕겠다" 세계 최대의 종합격투기 무대인 UFC(Ultimate Fighting Championship)에서 활약하는 '스턴 건' 김동현(31·부산팀매드·㈜성안세이브)의 존재는 특별하다. 한국인 최초로 2008년 UFC에 진출한 김동현은 끊임없이 도전에 나서며 한국을 넘어 아시아 종합격투기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작년 말 UFC 141에서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철망에서의 사투를 뒤로하고 모처럼 휴식을 즐기는 김동현을 10일 서울 논현동에 IB스포츠 본사에서 만났다. 김동현은 재기전에서 승리한 소감을 묻자 "UFC 141경기를 앞두고 훈련량과 훈련 시간에 변화를 줬는데 결실이 있어서 뿌듯하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2008년 5월 한국인 최초로 UFC에 입성해 5연승(1무효)을 질주한 김동현은 지난해 7월 UFC 132에서 난적 카를로스 콘딧(27·미국)에게 패하는 바람에 동양인 최초의 기록이 될뻔한 6연승 달성에 실패했다. 그는 당시 경기에서 눈 주위 뼈가 부러지는 안와골절상을 입어 재기 여부가 불투명했다. 그러나 치료와 재활을 거듭한 끝에 5개월 만인 지난달 31일 옥타곤에 다시 올라 션 피어슨(36·캐나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고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통산 전적은 15승1무1패 1무효. 그는 "계속 이기면서 초심을 잃어버렸던 것 같다. 미국에서 전지훈련을 많이 했는데, 그곳의 UFC 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보면서 짧고 굵게 훈련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양인과 동양인은 신체적인 구조 자체가 달라서 똑같이 훈련해도 몸에서 반응하는 것 자체가 다른데, 그들처럼 똑같이 훈련했던 게 결과적으로 패인이었다고 분석했다. 김동현은 그런 결론을 얻은 뒤 2~3배 훈련량을 늘렸다. 매일 오전 10시 운동을 시작해 중간에 2~3시간 쉬는 것 외에는 밤 11시까지 운동했다. 그걸 매일 했다. 김동현은 "인간의 삶이 아니었다. 억지로 시켜서 한 게 아니라 안 하면 질 것 같은 마음에 혼자 스스로 했다"며 "'오늘 쉬면 질 수 있다, 져도 할 말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부산 대신동에 있는 체육관과 집을 오가는 시간도 아까워 체육관에서 3분 거리에 집을 구했다. 이처럼 혹독한 훈련 끝에 멋지게 재기전에 성공했지만 세간의 평가는 냉혹했다. 일부 격투기팬들은 '여전히 지루하다'며 김동현의 승리를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싫든 좋든 김동현은 페더급 체급에서 활약하는 '코리안 좀비' 정찬성(25)과 비교된다. UFC에서의 경력만 놓고 봤을 때 분명 김동현이 앞서는 게 사실이지만 팬들은 완벽한 경기 운영에 안정적인 실력을 자랑하는 김동현보다는 온몸을 불사르며 난타전을 펼치는 정찬성에게 더 높은 점수를 주는 게 사실이다. 김동현은 이에 대해 "저도 격투기 선수로서 (정)찬성이와 같은 화끈한 경기 스타일을 굉장히 좋아한다"며 "저도 그렇게 하고 싶은데, UFC 선수들이 다 스타일이 다르듯이 내가 그런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이기는 경기를 하는 스타일인 것 같다"며 "팬들이 좋아하긴 하지만 난타전을 어설프게 따라 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영리한 스타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동현은 단순히 스타일 차이라고 경계를 그었지만 지루한 경기를 한다는 질타에 상처도 많이 받았다. 그는 "'스턴 건'이라는 별명 때문에 팬들이 기대를 하니까 실망하는 것 같다"며 "스턴 건인데 왜 그라운드에서 경기를 하느냐고 비꼬는 사람들도 많다"고 했다. '스턴 건'은 전기충격기를 말한다. 그의 펀치에 맞아서 쓰러지는 상대의 모습이 꼭 전기충격기에 당해 힘없이 넘어지는 모습을 닮아 이런 별명이 붙었다. 실제 김동현은 학창시절 유도를 수련했지만 타격에도 능하다. 일본에서 활동하던 시절 많은 경기를 펀치 KO로 끝냈을 만큼 긴 리치에서 나오는 타격 감각이 뛰어나다. 그런 김동현이지만 UFC 무대에서는 매서운 타격보다는 승리 확률이 더 높은 그라운드 기술을 앞세우고 있다. 김동현은 "격투기 맏형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며 "제가 잘해야 한국 선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후배들의 길을 터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전료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UFC 경기에 출전하는 20명 중 메인이벤트 등에 나서는 4명 정도만 생계가 가능하고 나머지 선수들은 정말 힘들어요. 한 경기에 수백억원씩 벌어들이는 UFC 측에 선수들의 처우 문제에 대해 기회 날 때마다 불만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의 올해 목표는 개인 성적이 아니다. 한국 선수가 2~3명 정도 더 UFC에 진출하도록 돕는 것이다. 김동현은 "챔피언에 대한 욕심은 없다"며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매 경기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후배들의 UFC 진출을 적극 돕겠습니다. 새로 UFC에 진출하는 선수 가운데 한 명은 실력이 안정적인 선수, 다른 한 명은 UFC에서 좋아할 만한 화끈한 선수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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