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가격 인상?…언감생심 속앓이만

입력 2012.01.11 (06:41) 수정 2012.01.1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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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관리실명제 카드까지 꺼낸 정부의 강력한 물가 안정 의지에 식품업계가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원재료와 인건비, 물류비 등의 요인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는 현실 때문이다.

작년말 가격 인상을 시도했던 주류 제조업 등 일부 업체는 연내 가격 인상 포기 쪽에 무게를 싣고 있는데 비해 상대적으로 원재료 상승 부담이 큰 제빵 브랜드 운영업체 등은 어떻게든 올려야겠다는 심산이다.

영업이익이 적자가 되는 수준까지 허리띠를 졸라맬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 주류업체 "올리기 어렵다" 포기 = 오비맥주는 작년 연말 두 차례나 맥주값 인상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오비맥주가 내세운 가격 인상률은 7∼9%선이었다.

오비맥주는 국제 곡물가 급등 등의 가격 상승 요인을 최소 반영해 한자릿수 인상을 한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번번이 올리자마자 철회했다.

물가 안정을 위한 정부의 노력 등 여러 가지 요인을 고려해서라고 철회 이유를 댔다.

국세청의 면허를 얻어야하는 주류업체는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오비맥주는 2009년 10월 2.8% 올리고 맥주값을 올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 사이 맥아 등 국제 곡물가는 100% 넘게 올랐고, 페트병 등 부자재의 원료가 되는 국제유가도 상승했기 때문에 맥주값은 15∼20%의 인상요인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이유로 작년 두차례 가격을 인상하려다 포기했을 때 '인상 철회가 아닌 보류'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막연히 연초에 인상 시기를 엿봤으나 최근 분위기에 주눅이 들고 말았다.

특히 맥주값이 오르면 소주와 양주, 막걸리 등 주종별로 도미노 인상이 우려된다는 물가 당국의 '무언의 압박'이 거센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트진로도 맥아 등 맥주 원재료와 물류비, 인건비 등 인상 요인이 있지만 가격 인상은 고려할 형편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작년 8월부터 연말까지 국세청의 강도높은 세무조사를 받은 하이트진로 입장에서는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다.

주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선거도 있고…올해는 (가격 인상이) 힘들다고 본다"면서 "판매 관리비를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마른 수건을 쥐어짜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자조섞인 전망을 했다.

◇ 제빵·제과업 "안 올리면 적자 난다" = 파리바게뜨와 던킨도너츠 등 제빵·제과 브랜드를 운영하는 SPC그룹은 작년 8월 원유(原乳) 가격 인상이 이슈가 됐을 때 우유 가격이 오르더라도 이를 이유로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우유를 제외하더라도 원가 압박 요인이 커 가격을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던킨도너츠의 반죽의 원료인 '믹스' 가격이 작년에 전년보다 29.7%, 커피 생두 가격은 42.6% 올랐다.

여기에 점포 임대료를 비롯해 가맹점 고정비용과 인건비도 상승해 영업 이익률이 낮아졌고 작년 4분기 경상이익은 적자를 기록했다.

SPC그룹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 기조도 있고 물가 안정에 협조할 필요가 있어 최대한 비용 절감을 하며 원가 부담을 견디고 있지만 곧 한계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며 갸격 인상을 밀고나갈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표적인 가공식품인 라면업계도 원·부재료 가격이 많이 올라서 작년에 가격을 인상했어야 했는데 올리지 못해 압박이 심하다고 한다.

삼양식품은 당장은 인상하지 않고 버텨보겠지만 외부 환경에 따라 유동적이라는 입장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작년 나가사키 짬뽕이 잘 팔려서 매출이나 이익이 증가했다"며 "원가의 압박을 자체적으로 흡수할 만큼 흡수하되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하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어 추이를 보고 상반기 가격 조정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설 지난뒤 기회를 보겠다" = 작년 말 두부, 콩나물, 면, 떡, 유부, 어묵 등 10개 제품의 가격을 올리려다 유보한 풀무원은 설이 지난 뒤 다시 가격을 인상할 기회를 보겠다고 한다.

콩 등 재료의 원가 상승으로 영업이익률이 자꾸 떨어져 경영 압박이 심하다는 주장이다.

풀무원은 작년 3분기 누적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풀무원도 작년 가격을 올리려다 못 올린 것은 '보류'이지 '철회'가 아니라는 점을 애써 강조했다.

작년 9∼10월 줄줄이 가격을 올렸던 우유업계도 아직 더 올려야 수지가 맞아떨어진다는 주장을 편다.

남양유업과 매일유업, 서울우유 등은 작년 일제히 한자릿수로 우윳값을 올렸다.

우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유 가격은 20%나 올랐는데 제품가에는 절반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 외식업 "당장은 아니지만…" = 뚜레쥬르와 투썸플레이스, 빕스 등 다수의 외식업 브랜드를 운영하는 CJ푸드빌은 당장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는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CJ푸드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인상을 검토하는 바가 없지만 시장조사 전문 기관 등의 예측을 보면 경영환경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며 "작년에 식자재 등의 원가 압박이 컸는데 올해도 그런 요인이 있는지 잘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가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작년과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면 회사가 느끼는 압박이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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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1-11 06:41:47
    • 수정2012-01-11 16:35:30
    연합뉴스
물가관리실명제 카드까지 꺼낸 정부의 강력한 물가 안정 의지에 식품업계가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원재료와 인건비, 물류비 등의 요인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는 현실 때문이다. 작년말 가격 인상을 시도했던 주류 제조업 등 일부 업체는 연내 가격 인상 포기 쪽에 무게를 싣고 있는데 비해 상대적으로 원재료 상승 부담이 큰 제빵 브랜드 운영업체 등은 어떻게든 올려야겠다는 심산이다. 영업이익이 적자가 되는 수준까지 허리띠를 졸라맬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 주류업체 "올리기 어렵다" 포기 = 오비맥주는 작년 연말 두 차례나 맥주값 인상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오비맥주가 내세운 가격 인상률은 7∼9%선이었다. 오비맥주는 국제 곡물가 급등 등의 가격 상승 요인을 최소 반영해 한자릿수 인상을 한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번번이 올리자마자 철회했다. 물가 안정을 위한 정부의 노력 등 여러 가지 요인을 고려해서라고 철회 이유를 댔다. 국세청의 면허를 얻어야하는 주류업체는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오비맥주는 2009년 10월 2.8% 올리고 맥주값을 올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 사이 맥아 등 국제 곡물가는 100% 넘게 올랐고, 페트병 등 부자재의 원료가 되는 국제유가도 상승했기 때문에 맥주값은 15∼20%의 인상요인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이유로 작년 두차례 가격을 인상하려다 포기했을 때 '인상 철회가 아닌 보류'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막연히 연초에 인상 시기를 엿봤으나 최근 분위기에 주눅이 들고 말았다. 특히 맥주값이 오르면 소주와 양주, 막걸리 등 주종별로 도미노 인상이 우려된다는 물가 당국의 '무언의 압박'이 거센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트진로도 맥아 등 맥주 원재료와 물류비, 인건비 등 인상 요인이 있지만 가격 인상은 고려할 형편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작년 8월부터 연말까지 국세청의 강도높은 세무조사를 받은 하이트진로 입장에서는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다. 주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선거도 있고…올해는 (가격 인상이) 힘들다고 본다"면서 "판매 관리비를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마른 수건을 쥐어짜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자조섞인 전망을 했다. ◇ 제빵·제과업 "안 올리면 적자 난다" = 파리바게뜨와 던킨도너츠 등 제빵·제과 브랜드를 운영하는 SPC그룹은 작년 8월 원유(原乳) 가격 인상이 이슈가 됐을 때 우유 가격이 오르더라도 이를 이유로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우유를 제외하더라도 원가 압박 요인이 커 가격을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던킨도너츠의 반죽의 원료인 '믹스' 가격이 작년에 전년보다 29.7%, 커피 생두 가격은 42.6% 올랐다. 여기에 점포 임대료를 비롯해 가맹점 고정비용과 인건비도 상승해 영업 이익률이 낮아졌고 작년 4분기 경상이익은 적자를 기록했다. SPC그룹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 기조도 있고 물가 안정에 협조할 필요가 있어 최대한 비용 절감을 하며 원가 부담을 견디고 있지만 곧 한계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며 갸격 인상을 밀고나갈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표적인 가공식품인 라면업계도 원·부재료 가격이 많이 올라서 작년에 가격을 인상했어야 했는데 올리지 못해 압박이 심하다고 한다. 삼양식품은 당장은 인상하지 않고 버텨보겠지만 외부 환경에 따라 유동적이라는 입장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작년 나가사키 짬뽕이 잘 팔려서 매출이나 이익이 증가했다"며 "원가의 압박을 자체적으로 흡수할 만큼 흡수하되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하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어 추이를 보고 상반기 가격 조정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설 지난뒤 기회를 보겠다" = 작년 말 두부, 콩나물, 면, 떡, 유부, 어묵 등 10개 제품의 가격을 올리려다 유보한 풀무원은 설이 지난 뒤 다시 가격을 인상할 기회를 보겠다고 한다. 콩 등 재료의 원가 상승으로 영업이익률이 자꾸 떨어져 경영 압박이 심하다는 주장이다. 풀무원은 작년 3분기 누적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풀무원도 작년 가격을 올리려다 못 올린 것은 '보류'이지 '철회'가 아니라는 점을 애써 강조했다. 작년 9∼10월 줄줄이 가격을 올렸던 우유업계도 아직 더 올려야 수지가 맞아떨어진다는 주장을 편다. 남양유업과 매일유업, 서울우유 등은 작년 일제히 한자릿수로 우윳값을 올렸다. 우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유 가격은 20%나 올랐는데 제품가에는 절반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 외식업 "당장은 아니지만…" = 뚜레쥬르와 투썸플레이스, 빕스 등 다수의 외식업 브랜드를 운영하는 CJ푸드빌은 당장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는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CJ푸드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인상을 검토하는 바가 없지만 시장조사 전문 기관 등의 예측을 보면 경영환경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며 "작년에 식자재 등의 원가 압박이 컸는데 올해도 그런 요인이 있는지 잘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가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작년과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면 회사가 느끼는 압박이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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