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판타지 같은 사랑 ‘네버엔딩스토리’

입력 2012.01.11 (08:15) 수정 2012.01.11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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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커플 이상하다. 주말이면 교외로 나가 유골함을 보러 다니고 수의(壽衣) 잘 만드는 집을 찾아다닌다. 마치 죽음과 친숙해지기로 작심한 듯하다.



'네버 엔딩 스토리'는 태권도장 사범 강동주(엄태웅)와 은행원 오송경(정려원)이 같은 날 시한부 삶을 판정받으면서 벌어지는 연애담을 그린 작품이다.



동생에게 얹혀살며 로또 당첨이라는 천운에 기대며 사는 동주(엄태웅)는 두통 때문에 병원에 갔다가 뇌종양 말기라는 뜻밖의 진단을 받는다.



충격 속에 신음하던 동주는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뇌종양 판정을 받은 은행원 송경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병원을 오가며 마주치던 동주와 송경은 서로에게 호기심을 느끼고, 3개월밖에 남지 않은 여생 동안 같이 죽음을 준비하기로 의기투합한다.



영화의 줄거리를 이끌어가는 동력이 죽음이라는 점이 로맨틱코미디로서는 다소 특이하다. 영화의 웃음도 대부분 장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화사한 조명만큼이나 영화는 착하다. 죽음이라는 어두운 소재를 꿈결같이 몽롱하면서도 고운 색감과 조명으로 포장했다. 영화에서 기적은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난다. 다소 당황스럽지만 이 영화의 뿌리가 판타지라는 점을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질 만하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착하고 긍정적이며 따뜻하기만 해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 죽음과 마주한 자가 느끼는 삶의 성찰도 부재해 다소 공허하다.



'네버 엔딩 스토리'가 만들어가는 판타지에 동의하는 관객이라면 배우의 연기나 과장된 에피소드, 죽음을 소재로 한 장례 데이트 등을 재미있게 볼만 할 것 같다. 반면 동의하지 않는 관객이라면 상영시간 114분이 냉소로 채워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요컨대 이 영화는 호불호가 엇갈릴 만한 작품이다.



장난기 넘치고, 다소 바보스러우면서도 정감이 있는 동주 캐릭터를 연기한 엄태웅의 연기가 주목을 끌만 하다. 무표정한 정려원은 작년 추석에 개봉한 '통증'(곽경택 감독)의 여주인공 동현의 이미지와 겹쳐 익숙하지만, 극과는 적절하게 어울린다.



로맨틱코미디에 죽음이라는 소재를 얹은 영화가 발단부터 결말까지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점은 아쉬운 점이다. 최근 300만 관객에 근접한 '오싹한 연애'는 로맨틱코미디의 장르적인 이야기 틀을 가져왔으면서도 제대로 된 공포를 안겨줘 의외성을 줬다. 이와 비교할 때 '네버 엔딩 스토리'의 구성은 다소 안이하다는 느낌이 든다.



'오로라 공주'(2005)의 조감독 출신인 정용주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1월1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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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영화] 판타지 같은 사랑 ‘네버엔딩스토리’
    • 입력 2012-01-11 08:15:54
    • 수정2012-01-11 16:52:17
    연합뉴스
이 커플 이상하다. 주말이면 교외로 나가 유골함을 보러 다니고 수의(壽衣) 잘 만드는 집을 찾아다닌다. 마치 죽음과 친숙해지기로 작심한 듯하다.

'네버 엔딩 스토리'는 태권도장 사범 강동주(엄태웅)와 은행원 오송경(정려원)이 같은 날 시한부 삶을 판정받으면서 벌어지는 연애담을 그린 작품이다.

동생에게 얹혀살며 로또 당첨이라는 천운에 기대며 사는 동주(엄태웅)는 두통 때문에 병원에 갔다가 뇌종양 말기라는 뜻밖의 진단을 받는다.

충격 속에 신음하던 동주는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뇌종양 판정을 받은 은행원 송경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병원을 오가며 마주치던 동주와 송경은 서로에게 호기심을 느끼고, 3개월밖에 남지 않은 여생 동안 같이 죽음을 준비하기로 의기투합한다.

영화의 줄거리를 이끌어가는 동력이 죽음이라는 점이 로맨틱코미디로서는 다소 특이하다. 영화의 웃음도 대부분 장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화사한 조명만큼이나 영화는 착하다. 죽음이라는 어두운 소재를 꿈결같이 몽롱하면서도 고운 색감과 조명으로 포장했다. 영화에서 기적은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난다. 다소 당황스럽지만 이 영화의 뿌리가 판타지라는 점을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질 만하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착하고 긍정적이며 따뜻하기만 해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 죽음과 마주한 자가 느끼는 삶의 성찰도 부재해 다소 공허하다.

'네버 엔딩 스토리'가 만들어가는 판타지에 동의하는 관객이라면 배우의 연기나 과장된 에피소드, 죽음을 소재로 한 장례 데이트 등을 재미있게 볼만 할 것 같다. 반면 동의하지 않는 관객이라면 상영시간 114분이 냉소로 채워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요컨대 이 영화는 호불호가 엇갈릴 만한 작품이다.

장난기 넘치고, 다소 바보스러우면서도 정감이 있는 동주 캐릭터를 연기한 엄태웅의 연기가 주목을 끌만 하다. 무표정한 정려원은 작년 추석에 개봉한 '통증'(곽경택 감독)의 여주인공 동현의 이미지와 겹쳐 익숙하지만, 극과는 적절하게 어울린다.

로맨틱코미디에 죽음이라는 소재를 얹은 영화가 발단부터 결말까지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점은 아쉬운 점이다. 최근 300만 관객에 근접한 '오싹한 연애'는 로맨틱코미디의 장르적인 이야기 틀을 가져왔으면서도 제대로 된 공포를 안겨줘 의외성을 줬다. 이와 비교할 때 '네버 엔딩 스토리'의 구성은 다소 안이하다는 느낌이 든다.

'오로라 공주'(2005)의 조감독 출신인 정용주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1월1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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