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하루 아침에 사라진 곗돈 30억 원

입력 2012.01.1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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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은행 예금 이자는 낮고, 대출은 어렵고, 서민들에게는 은행 문턱이 참 높죠?

그러다 보니 이자도 많이 주고, 쉽게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계를 찾는 분들이 많이 있는데요.

문제는 이 계가 깨지면 돈을 찾을 길이 막막하다는 겁니다.

이랑 기자, 부산에서 큰 계가 또 깨졌죠?

피해자 대부분이 영세 상인들이라고요?

<기자 멘트>

피해자들 대다수가 한 동네에 30년 이상 같이 살면서 알게 된 사람들이어서 충격은 생각보다 더 커 보였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피해자만 80여 명, 피해액은 30여억 원이 넘었는데요.

경찰은 계속해서 고소가 접수돼고 있어 피해금액이 100억 원대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하루아침에 사라진 곗돈 30억 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긴급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부산 사하구 괴정동. 평화롭던 이 동네는 요즘 한 사건으로 쑥대밭이 됐습니다.

급한대로 다들 모였지만 다들 망연자실한 모습들이었습니다.

한동네 주민들 70여 명이 1인당 곗돈을 많게는 천여만 원에서 많게는 2억 원까지 넣었지만 아무도 돈을 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계주 59살 임모 씨는 줄 돈이 없다며 일방적으로 파산을 통보한 상황!

<인터뷰> 이00 (계 사기 피해자) : "지금 아들이 3월 달에 이사를 나가야돼요. 지금 나가야 되는데 돈 한 푼이 없어가지고 지금 어쩔까 싶어요. 나는 형님만 믿고 설마하고 이렇게 있는데 이렇다 저렇다 말 한마디 안하고 진짜 죽겠습니다. 진짜 약이라도 있으면 들이붓고 싶어요."

<인터뷰> 장 00 (계 사기 피해자) : "없는 돈 있는 돈 참 자갈치 바닥에서 비바람 눈보라 다 맞아가면서 한 푼 두 푼 모은 이 재산인데 나한테 너무 당당하게 저러니까 진짜 치가 떨리고 너무너무 분합니다."

9년 전부터 임 씨가 하는 계에 들었다는 김준설 씨 역시 무일푼이 된 현실을 인정하지 못할 정도로 충격에 빠져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준설(42/가명) : "계 사기 피해자 앞으로 살아 갈일이 꿈만 같지.. 내가 우리 친구, 우리 친구는 나를 믿고 돈 다달이 다 줬는데 그 곗돈을 나는 그 친구한테 내가 다 물려줘야 되는 거예요. 우리 조카도 시집 갈 것이라고 다달이 나한테 60 만원씩 해가지고 넣었는데 그 돈도 내가 조카 시집 갈 돈을 내가 다 마련해야 하고 그러는데 나는 마련할 길이 없습니다."

10년 전, 동네 사람들의 소개로 임씨를 처음 만났던 김씨.

남편이 대학 교직원이고 집안에 고위 공직자가 많은 것처럼 행세하는 임 씨를 믿었고 이웃들도 임 씨와 계를 많이 하고 있어서 의심은 없었습니다.

김준설 (42/가명) : "계 사기 피해자 나는 그 사람이 항상 자기 신랑이 공직에 있고, 자기도 수십억 재산을 가지고 있다. 또 부동산이고 현찰이 너무나 많은 사람이기라고 했기 때문에 항상 자기네들이 돈이 많은 줄만 알았죠. 부동산이고 돈이 너무나 많은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너무나 믿고 했는데 하루 아침에 이렇게 되니까 뭐라고 내가 할 말이 없습니다."

8년 전 장애인이 되면서 받은 보험금과 하루 12시간씩을 일하면서 모은 돈을 꼬박꼬박 곗돈으로 부었다는 김 씨.

그동안 2번이나 문제없이 곗돈을 타면서 김 씨는 지인들에게 입소문까지 냈는데요.

그 바람에 문제가 더욱 커졌습니다.

친구와 조카까지, 모두 14구좌에 넣은 돈만 1억 3천여 만원!

김 씨는 심지어 이번 사건이 터지기 하루 전에도 계금을 넣었다고 말했습니다.

김준설 (42/가명) : "계 사기 피해자나한테만 조금만 기다려라 조금만 기다려라 한 줄 알았는데 계가 깨지고 보니까 피해자가 수십 명, 수백 명은 되는 것 같아요. 알고 보니까."

계주 임 씨의 ‘37계’는 수년 전부터 부산지역에서 유명했다고 합니다.

‘37명이 37개월 동안 돈을 붓는다’는 의미의‘37계', 계원 한명이 한 달에 30만 원씩을 넣고 순서대로 곗돈을 받는 건데요.

곗돈을 늦게 받는 사람은 은행이자보다 높은 이자를 받게 되고 먼저 타는 사람은 은행보다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셈이어서 지역 소상인들에게 특히 인기였다고 합니다.

일반 친목계가 아니라 한 마디로 사금융의 성격이 강했던 것이죠.

자갈치 시장에서 40년 동안 젓갈 노점을 해온 한명순 씨도 높은 이자를 노리고 3번째 계를 들었습니다.

<인터뷰> 한명순(72/계 사기 피해자) : "계돈을 맡기는 건 이자가 비싸게 나오니까. 은행에서는 이자가 조금 나오지만 여기는 넣기만 하면 한 달에 10만원이 붙으니까 계를 한 거지 이자가 많이 나오니까."

게다가 돈을 늦게 탈수록 많은 이자를 받기 때문에 너도나도 만기일까지 기다렸다고 하는데요.

남편의 노령연금과 자신의 하루벌이를 모아 넣으며 곗돈만을 기다렸던 한 씨는 살 길조차 막막하다고 했습니다.

<인터뷰> 한명순(72/계 사기 피해자) : "나는 1480만원이 몇 백억보다 더 소중하고 큰 돈이예요. 우리 영감 생명줄이나 다름 없어요. 생명줄이니까 이것은 (돈만은) 받아주세요. 받아줘요."

경찰 조사 결과 이렇게 임 씨가 운영한 계만 14 개, 피해금액은 이미 30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여기에 고소를 하지 않았거나 피해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어 피해금액은 1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계원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는 사이 임 씨는 대체 이 돈을 어디에 썼을까요?

<녹취> 이은실 경감(사하경찰서 경제 1팀) : "계주는 2001년부터 매일 금융이라는 사채업에다가 돈을 투자했습니다. 그 사채업체가 2008년경에 망했거든요. 그러다보니깐 손실이 나고 그래서 계금도 못주니깐 다른 계에서 받은 곗돈을 또 이 계로 왔다 갔다 돌려막기 하다보니깐 또 돈이 더 부족하게 되고 자기도 넣어야 하니깐 사채를 빌리고, 사채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그래서 결국은 계가 깨진걸로 현재 그렇게 조사가 되었습니다."

거기다 곗돈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해왔다는 임 씨, 결국 구속돼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00 (계 사기 피해자) : "3월 달까지 돈을 안 받으면 우리는 길가에 나 앉게 생겼어요. 손자 둘을 데리고 어디로 가겠습니까..."

제 1 금융권의 대출 문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줄줄이 영업정지가 된 저축은행들은 믿지 못하겠다는 서민들.

서로 믿고 잘 살아보자며 만든 계가 서민들을 두 번 울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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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1-11 09: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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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은행 예금 이자는 낮고, 대출은 어렵고, 서민들에게는 은행 문턱이 참 높죠? 그러다 보니 이자도 많이 주고, 쉽게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계를 찾는 분들이 많이 있는데요. 문제는 이 계가 깨지면 돈을 찾을 길이 막막하다는 겁니다. 이랑 기자, 부산에서 큰 계가 또 깨졌죠? 피해자 대부분이 영세 상인들이라고요? <기자 멘트> 피해자들 대다수가 한 동네에 30년 이상 같이 살면서 알게 된 사람들이어서 충격은 생각보다 더 커 보였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피해자만 80여 명, 피해액은 30여억 원이 넘었는데요. 경찰은 계속해서 고소가 접수돼고 있어 피해금액이 100억 원대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하루아침에 사라진 곗돈 30억 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긴급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부산 사하구 괴정동. 평화롭던 이 동네는 요즘 한 사건으로 쑥대밭이 됐습니다. 급한대로 다들 모였지만 다들 망연자실한 모습들이었습니다. 한동네 주민들 70여 명이 1인당 곗돈을 많게는 천여만 원에서 많게는 2억 원까지 넣었지만 아무도 돈을 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계주 59살 임모 씨는 줄 돈이 없다며 일방적으로 파산을 통보한 상황! <인터뷰> 이00 (계 사기 피해자) : "지금 아들이 3월 달에 이사를 나가야돼요. 지금 나가야 되는데 돈 한 푼이 없어가지고 지금 어쩔까 싶어요. 나는 형님만 믿고 설마하고 이렇게 있는데 이렇다 저렇다 말 한마디 안하고 진짜 죽겠습니다. 진짜 약이라도 있으면 들이붓고 싶어요." <인터뷰> 장 00 (계 사기 피해자) : "없는 돈 있는 돈 참 자갈치 바닥에서 비바람 눈보라 다 맞아가면서 한 푼 두 푼 모은 이 재산인데 나한테 너무 당당하게 저러니까 진짜 치가 떨리고 너무너무 분합니다." 9년 전부터 임 씨가 하는 계에 들었다는 김준설 씨 역시 무일푼이 된 현실을 인정하지 못할 정도로 충격에 빠져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준설(42/가명) : "계 사기 피해자 앞으로 살아 갈일이 꿈만 같지.. 내가 우리 친구, 우리 친구는 나를 믿고 돈 다달이 다 줬는데 그 곗돈을 나는 그 친구한테 내가 다 물려줘야 되는 거예요. 우리 조카도 시집 갈 것이라고 다달이 나한테 60 만원씩 해가지고 넣었는데 그 돈도 내가 조카 시집 갈 돈을 내가 다 마련해야 하고 그러는데 나는 마련할 길이 없습니다." 10년 전, 동네 사람들의 소개로 임씨를 처음 만났던 김씨. 남편이 대학 교직원이고 집안에 고위 공직자가 많은 것처럼 행세하는 임 씨를 믿었고 이웃들도 임 씨와 계를 많이 하고 있어서 의심은 없었습니다. 김준설 (42/가명) : "계 사기 피해자 나는 그 사람이 항상 자기 신랑이 공직에 있고, 자기도 수십억 재산을 가지고 있다. 또 부동산이고 현찰이 너무나 많은 사람이기라고 했기 때문에 항상 자기네들이 돈이 많은 줄만 알았죠. 부동산이고 돈이 너무나 많은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너무나 믿고 했는데 하루 아침에 이렇게 되니까 뭐라고 내가 할 말이 없습니다." 8년 전 장애인이 되면서 받은 보험금과 하루 12시간씩을 일하면서 모은 돈을 꼬박꼬박 곗돈으로 부었다는 김 씨. 그동안 2번이나 문제없이 곗돈을 타면서 김 씨는 지인들에게 입소문까지 냈는데요. 그 바람에 문제가 더욱 커졌습니다. 친구와 조카까지, 모두 14구좌에 넣은 돈만 1억 3천여 만원! 김 씨는 심지어 이번 사건이 터지기 하루 전에도 계금을 넣었다고 말했습니다. 김준설 (42/가명) : "계 사기 피해자나한테만 조금만 기다려라 조금만 기다려라 한 줄 알았는데 계가 깨지고 보니까 피해자가 수십 명, 수백 명은 되는 것 같아요. 알고 보니까." 계주 임 씨의 ‘37계’는 수년 전부터 부산지역에서 유명했다고 합니다. ‘37명이 37개월 동안 돈을 붓는다’는 의미의‘37계', 계원 한명이 한 달에 30만 원씩을 넣고 순서대로 곗돈을 받는 건데요. 곗돈을 늦게 받는 사람은 은행이자보다 높은 이자를 받게 되고 먼저 타는 사람은 은행보다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셈이어서 지역 소상인들에게 특히 인기였다고 합니다. 일반 친목계가 아니라 한 마디로 사금융의 성격이 강했던 것이죠. 자갈치 시장에서 40년 동안 젓갈 노점을 해온 한명순 씨도 높은 이자를 노리고 3번째 계를 들었습니다. <인터뷰> 한명순(72/계 사기 피해자) : "계돈을 맡기는 건 이자가 비싸게 나오니까. 은행에서는 이자가 조금 나오지만 여기는 넣기만 하면 한 달에 10만원이 붙으니까 계를 한 거지 이자가 많이 나오니까." 게다가 돈을 늦게 탈수록 많은 이자를 받기 때문에 너도나도 만기일까지 기다렸다고 하는데요. 남편의 노령연금과 자신의 하루벌이를 모아 넣으며 곗돈만을 기다렸던 한 씨는 살 길조차 막막하다고 했습니다. <인터뷰> 한명순(72/계 사기 피해자) : "나는 1480만원이 몇 백억보다 더 소중하고 큰 돈이예요. 우리 영감 생명줄이나 다름 없어요. 생명줄이니까 이것은 (돈만은) 받아주세요. 받아줘요." 경찰 조사 결과 이렇게 임 씨가 운영한 계만 14 개, 피해금액은 이미 30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여기에 고소를 하지 않았거나 피해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어 피해금액은 1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계원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는 사이 임 씨는 대체 이 돈을 어디에 썼을까요? <녹취> 이은실 경감(사하경찰서 경제 1팀) : "계주는 2001년부터 매일 금융이라는 사채업에다가 돈을 투자했습니다. 그 사채업체가 2008년경에 망했거든요. 그러다보니깐 손실이 나고 그래서 계금도 못주니깐 다른 계에서 받은 곗돈을 또 이 계로 왔다 갔다 돌려막기 하다보니깐 또 돈이 더 부족하게 되고 자기도 넣어야 하니깐 사채를 빌리고, 사채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그래서 결국은 계가 깨진걸로 현재 그렇게 조사가 되었습니다." 거기다 곗돈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해왔다는 임 씨, 결국 구속돼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00 (계 사기 피해자) : "3월 달까지 돈을 안 받으면 우리는 길가에 나 앉게 생겼어요. 손자 둘을 데리고 어디로 가겠습니까..." 제 1 금융권의 대출 문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줄줄이 영업정지가 된 저축은행들은 믿지 못하겠다는 서민들. 서로 믿고 잘 살아보자며 만든 계가 서민들을 두 번 울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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