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신념의 힘…‘신과 인간’

입력 2012.01.11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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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신이며 높으신 분의 아들이다. 허나 사람들처럼, 대관들처럼 죽으리라."



영화 ’신과 인간’은 성경 시편 82장 6-7절로 시작한다.



영화는 이 성경 구절처럼 신의 아들이면서 평범한 인간이기도 한 수도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렇다고 그냥 일반적인 수도사들을 다룬 종교영화는 아니다. 특수한 상황에서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고뇌하는 인간들의 내면을 조명한 영화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1996년 알제리에서 있었던 ’프랑스인 수도사 살해사건’을 스크린에 옮겼다. 알제리 정부군과 무장이슬람단체(GIA) 사이의 내전이 극으로 치닫고 있을 때 무장단체는 자국 내 모든 외국인에게 떠나라고 최후통첩을 했다. 하지만 이슬람교 지역의 티브히린에서 수도원 생활을 하고 있던 7명의 프랑스인 수도사들은 이를 거부하다 결국 죽음을 맞았다.



메가폰을 잡은 프랑스의 명감독 자비에 보부아는 1주일 동안 수도원에서 생활하며 사건의 주인공들이 남긴 글들을 읽고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고 한다. 영화는 알제리와 비슷한 자연환경을 지닌 모로코에서 촬영됐다.



이른 새벽부터 묵상과 기도, 독서, 경작, 봉사 활동으로 단순하고 조용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나이 든 수도사 일곱 명과 의사 한 명. 이들의 삶은 평화 그 자체다.



의사이면서도 수도사인 ’뤽’(미쉘 롱스달)은 사랑을 해본 적이 있느냐는 알제리 소녀의 물음에 "여러 번 해봤지만, 훨씬 더 커다란 사랑이 찾아왔지. 그게 벌써 60년 전이야"라고 답한다. 뤽은 80이 넘은 노구를 이끌고 하루에도 수십 명의 마을 사람들을 진료해준다.



그러나 세상은 이들을 가만두지 않는다. 무장이슬람단체의 무차별 살상이 이어지면서 수도원 역시 테러의 대상으로 지목된다. 알제리 정부는 수도원에 군대의 보호를 제안하지만, 수도사들의 대표인 ’크리스티앙’(랑베르 윌슨)은 이를 거절한다.



일부 수도사들은 군의 보호를 거절한 데 불만을 표시하지만, 강직한 성품의 크리스티앙은 부패한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는 없다고 말한다.



불필요한 순교를 해서는 안 된다며 수도원을 떠나야 한다는 ’크리스토프’(올리비에 라보르딘)의 주장에 크리스티앙은 성급한 결론을 내리지 말자며 결정을 유보한다.



그리고 얼마 뒤 실제로 무장단체가 밤에 급습해 수도사들을 위협하고 수도사들은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위험을 실감한 뒤 더 큰 고뇌에 빠진다.



그러면서도 "수도사들이 가지라면 우리가 새다. 가지가 없으면 새가 어디에 앉겠느냐"는 마을 사람들 앞에서 수도사들은 차마 발길을 떼지 못한다.



한 발 한 발 다가오는 위기 앞에서 수도사들은 치열한 고민 끝에 마침내 거취를 정한다. 이들이 결론을 내린 뒤 최후의 만찬을 갖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다.



포도주를 따르고 낡은 카세트로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를 듣는다. 백조의 슬픈 최후를 그린 음악을 들으며 수도사들은 인간으로서 생에 작별을 고하듯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나약한 인간으로서 신념을 지키고자 자기자신과 싸우는 이들의 통렬한 심정이 마침내 관객의 가슴에까지 와 닿는 순간이다.



핵심 인물을 연기한 배우 랑베르 윌슨을 비롯해 프랑스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다.



2010년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것을 비롯해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10여 차례 수상했다. 19일 개봉. 상영시간 1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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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영화] 신념의 힘…‘신과 인간’
    • 입력 2012-01-11 13:57:34
    연합뉴스
"너희는 신이며 높으신 분의 아들이다. 허나 사람들처럼, 대관들처럼 죽으리라."

영화 ’신과 인간’은 성경 시편 82장 6-7절로 시작한다.

영화는 이 성경 구절처럼 신의 아들이면서 평범한 인간이기도 한 수도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렇다고 그냥 일반적인 수도사들을 다룬 종교영화는 아니다. 특수한 상황에서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고뇌하는 인간들의 내면을 조명한 영화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1996년 알제리에서 있었던 ’프랑스인 수도사 살해사건’을 스크린에 옮겼다. 알제리 정부군과 무장이슬람단체(GIA) 사이의 내전이 극으로 치닫고 있을 때 무장단체는 자국 내 모든 외국인에게 떠나라고 최후통첩을 했다. 하지만 이슬람교 지역의 티브히린에서 수도원 생활을 하고 있던 7명의 프랑스인 수도사들은 이를 거부하다 결국 죽음을 맞았다.

메가폰을 잡은 프랑스의 명감독 자비에 보부아는 1주일 동안 수도원에서 생활하며 사건의 주인공들이 남긴 글들을 읽고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고 한다. 영화는 알제리와 비슷한 자연환경을 지닌 모로코에서 촬영됐다.

이른 새벽부터 묵상과 기도, 독서, 경작, 봉사 활동으로 단순하고 조용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나이 든 수도사 일곱 명과 의사 한 명. 이들의 삶은 평화 그 자체다.

의사이면서도 수도사인 ’뤽’(미쉘 롱스달)은 사랑을 해본 적이 있느냐는 알제리 소녀의 물음에 "여러 번 해봤지만, 훨씬 더 커다란 사랑이 찾아왔지. 그게 벌써 60년 전이야"라고 답한다. 뤽은 80이 넘은 노구를 이끌고 하루에도 수십 명의 마을 사람들을 진료해준다.

그러나 세상은 이들을 가만두지 않는다. 무장이슬람단체의 무차별 살상이 이어지면서 수도원 역시 테러의 대상으로 지목된다. 알제리 정부는 수도원에 군대의 보호를 제안하지만, 수도사들의 대표인 ’크리스티앙’(랑베르 윌슨)은 이를 거절한다.

일부 수도사들은 군의 보호를 거절한 데 불만을 표시하지만, 강직한 성품의 크리스티앙은 부패한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는 없다고 말한다.

불필요한 순교를 해서는 안 된다며 수도원을 떠나야 한다는 ’크리스토프’(올리비에 라보르딘)의 주장에 크리스티앙은 성급한 결론을 내리지 말자며 결정을 유보한다.

그리고 얼마 뒤 실제로 무장단체가 밤에 급습해 수도사들을 위협하고 수도사들은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위험을 실감한 뒤 더 큰 고뇌에 빠진다.

그러면서도 "수도사들이 가지라면 우리가 새다. 가지가 없으면 새가 어디에 앉겠느냐"는 마을 사람들 앞에서 수도사들은 차마 발길을 떼지 못한다.

한 발 한 발 다가오는 위기 앞에서 수도사들은 치열한 고민 끝에 마침내 거취를 정한다. 이들이 결론을 내린 뒤 최후의 만찬을 갖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다.

포도주를 따르고 낡은 카세트로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를 듣는다. 백조의 슬픈 최후를 그린 음악을 들으며 수도사들은 인간으로서 생에 작별을 고하듯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나약한 인간으로서 신념을 지키고자 자기자신과 싸우는 이들의 통렬한 심정이 마침내 관객의 가슴에까지 와 닿는 순간이다.

핵심 인물을 연기한 배우 랑베르 윌슨을 비롯해 프랑스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다.

2010년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것을 비롯해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10여 차례 수상했다. 19일 개봉. 상영시간 1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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