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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렴 훈련병에게 해열제만 처방해 사망
입력 2012.01.13 (07:08) 연합뉴스
작년 2월 논산훈련소서…이후 뇌수막염 훈련병도 사망

지난해 4월 논산훈련소에서 훈련병이 뇌수막염으로 사망했던 사고 직전에도 군에서 폐렴 증세를 보이는 훈련병에게 해열제만 처방했다가 숨진 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가 뇌수막염 뿐 아니라 일반 질환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3일 육군 등에 따르면 작년 2월 9일 오전 3시께 논산훈련소 26교육연대 소속 이모(당시 21세) 훈련병이 대전시 서구 건양대학병원에서 폐렴에 따른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으로 치료를 받다 숨졌다.

이 훈련병은 전날 오전 2시45분께 30㎞ 완전군장 행군을 마치고 잠에 든 뒤 오전 5시30분께 고열로 신음하고 있었으며, 불침번이 이를 발견해 의무실에서 진료를 받도록 했다.

당시 체온이 37.8도였던 이 훈련병은 본인의 의지에 따라 생활관에서 휴식을 취했으나 오전 8시30분께 재측정 결과 체온이 39.7도에 달해 오전 9시께 훈련소 지구병원으로 후송됐다.

군의관은 흉부 CT 촬영을 했지만 폐렴 등 별다른 증상이 없어 단순 감기로 판단하고 해열제와 진통제 등만을 처방한 뒤 소속대 의무실로 이씨를 복귀시켰다.

의무실에서는 증세가 나아지지 않자 오후 3시20분께 다시 훈련소 지구병원으로 보냈다.

지구병원 군의관은 두번째 진료에서도 증세를 파악하지 못한 채 해열제만 투약했고 결국 이 훈련병은 오후 7시40분께 화장실에서 호흡곤란과 저혈압 증세를 보이며 쓰러졌다.

그제야 훈련소 측은 이 훈련병의 기도에 관을 삽입하는 등 응급조치를 취하고 오후 8시11분께 인근 병원으로 후송했다.

병원에서는 오후 10시55분께 이 훈련병을 다시 대학병원으로 후송했고, 이곳에서는 이 훈련병에게 항생제와 혈압상승제를 투여하고 중환자실로 옮겼으나 이튿날 오전 2시35분~3시46분께 숨을 거뒀다.

결국 훈련소는 처음 증상이 발견됐을 때부터 오후 7시가 넘어 이씨가 쓰러지기까지 14시간 넘게 감기로 진단하고 해열제 처방만 해 초기 대응에 실패한 셈이다.

심지어 훈련소는 입대 시 신상명세서에 어릴 적 뇌수막염을 앓았다는 사실을 기재한 이 훈련병이 고열을 호소했음에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게다가 키가 168㎝에 몸무게가 53㎏로 왜소한 이 훈련병이 별도의 조치 없이 완전군장으로 행군하도록 했다.

이 훈련병의 어머니 심정례씨는 "그렇게 고열을 호소하는데 감기로만 생각하고 해열제만 주는 게 말이 되느냐"며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아들 사고 뒤에도 똑같은 식으로 대응하다가 4월에도 뇌수막염으로 다른 훈련병이 숨진 것이다"고 말했다.

육군 관계자는 "최초 폐렴 검사에서 병명을 알아내지 못한 것은 안타깝다"며 "군으로서는 최선을 다했고 조치상 부주의나 절차상의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2차 진료에서 고열이 가라앉지 않고 병명을 몰랐다면 바로 종합병원으로 후송해 정확한 진단을 받게 했어야 했다"며 "그 상황에서 환자를 의무실로 돌려보낸 것은 병사들의 인권에 대한 군 전반의 인식이 얼마나 낮은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또 "이 일 이후 의료체계 전반을 재점검했다면 직후에 뇌수막염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군의료체계 전반을 뜯어고치지 않고 미봉책만 내서는 비슷한 사고가 재발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 폐렴 훈련병에게 해열제만 처방해 사망
    • 입력 2012-01-13 07:08:15
    연합뉴스
작년 2월 논산훈련소서…이후 뇌수막염 훈련병도 사망

지난해 4월 논산훈련소에서 훈련병이 뇌수막염으로 사망했던 사고 직전에도 군에서 폐렴 증세를 보이는 훈련병에게 해열제만 처방했다가 숨진 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가 뇌수막염 뿐 아니라 일반 질환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3일 육군 등에 따르면 작년 2월 9일 오전 3시께 논산훈련소 26교육연대 소속 이모(당시 21세) 훈련병이 대전시 서구 건양대학병원에서 폐렴에 따른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으로 치료를 받다 숨졌다.

이 훈련병은 전날 오전 2시45분께 30㎞ 완전군장 행군을 마치고 잠에 든 뒤 오전 5시30분께 고열로 신음하고 있었으며, 불침번이 이를 발견해 의무실에서 진료를 받도록 했다.

당시 체온이 37.8도였던 이 훈련병은 본인의 의지에 따라 생활관에서 휴식을 취했으나 오전 8시30분께 재측정 결과 체온이 39.7도에 달해 오전 9시께 훈련소 지구병원으로 후송됐다.

군의관은 흉부 CT 촬영을 했지만 폐렴 등 별다른 증상이 없어 단순 감기로 판단하고 해열제와 진통제 등만을 처방한 뒤 소속대 의무실로 이씨를 복귀시켰다.

의무실에서는 증세가 나아지지 않자 오후 3시20분께 다시 훈련소 지구병원으로 보냈다.

지구병원 군의관은 두번째 진료에서도 증세를 파악하지 못한 채 해열제만 투약했고 결국 이 훈련병은 오후 7시40분께 화장실에서 호흡곤란과 저혈압 증세를 보이며 쓰러졌다.

그제야 훈련소 측은 이 훈련병의 기도에 관을 삽입하는 등 응급조치를 취하고 오후 8시11분께 인근 병원으로 후송했다.

병원에서는 오후 10시55분께 이 훈련병을 다시 대학병원으로 후송했고, 이곳에서는 이 훈련병에게 항생제와 혈압상승제를 투여하고 중환자실로 옮겼으나 이튿날 오전 2시35분~3시46분께 숨을 거뒀다.

결국 훈련소는 처음 증상이 발견됐을 때부터 오후 7시가 넘어 이씨가 쓰러지기까지 14시간 넘게 감기로 진단하고 해열제 처방만 해 초기 대응에 실패한 셈이다.

심지어 훈련소는 입대 시 신상명세서에 어릴 적 뇌수막염을 앓았다는 사실을 기재한 이 훈련병이 고열을 호소했음에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게다가 키가 168㎝에 몸무게가 53㎏로 왜소한 이 훈련병이 별도의 조치 없이 완전군장으로 행군하도록 했다.

이 훈련병의 어머니 심정례씨는 "그렇게 고열을 호소하는데 감기로만 생각하고 해열제만 주는 게 말이 되느냐"며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아들 사고 뒤에도 똑같은 식으로 대응하다가 4월에도 뇌수막염으로 다른 훈련병이 숨진 것이다"고 말했다.

육군 관계자는 "최초 폐렴 검사에서 병명을 알아내지 못한 것은 안타깝다"며 "군으로서는 최선을 다했고 조치상 부주의나 절차상의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2차 진료에서 고열이 가라앉지 않고 병명을 몰랐다면 바로 종합병원으로 후송해 정확한 진단을 받게 했어야 했다"며 "그 상황에서 환자를 의무실로 돌려보낸 것은 병사들의 인권에 대한 군 전반의 인식이 얼마나 낮은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또 "이 일 이후 의료체계 전반을 재점검했다면 직후에 뇌수막염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군의료체계 전반을 뜯어고치지 않고 미봉책만 내서는 비슷한 사고가 재발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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