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동결은 경기·물가 동시 고려한 ‘고육지책’

입력 2012.01.13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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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당분간 동결 이어갈 것"

13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은 경기둔화와 물가 상승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한 끝에 나온 고육지책이다.

새해 들어 처음으로 열린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기준금리를 연 3.25%로 묶었다. 한은의 금리 동결은 지난해 7월 이후 일곱 번째다.

물가만 놓고 본다면 한은은 기준금리를 올려야 마땅하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4.2% 올랐다. 9월 3.8%, 10월 3.6%로 물가 급등이 잠시 주춤하는가 싶더니 11월에 이어 두 달 연속 4.2%를 기록했다.

물가 안정을 제1의 목표로 삼는 중앙은행으로서는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야 할 시점이다.

지난해 물가가 너무 많이 오른 탓에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작년보다 다소 낮아지겠지만,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가 내려가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은의 발목을 잡은 것은 경기둔화였다.

국제 환경을 보면 여전히 악재가 즐비하다. 미국 경제지표가 개선되면서 경기 낙관론이 슬슬 고개를 들고 있으나 세계 경제는 아직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다.

이란 제재 등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 유럽 국가의 추가 신용등급 하락, 중국 부동산 경기 경착륙, 미국 주택경기의 회복 실패 등이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을 대표적인 `지뢰'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가 세계 경기둔화의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하면 금리 인상은 국내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1천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문제도 한은이 섣불리 금리를 올리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다.

앞으로도 당분간 기준금리는 동결될 개연성이 높다.

금리를 올리려면 `급격한 경기 회복과 물가 급등 지속'이라는 시나리오가 전개돼야 한다. 반대로 경기 경착륙과 물가 하락 상황이 동시에 발생할 때는 인하 카드가 불가피해진다. 두 시나리오 모두 단기적으로는 실현될 가능성이 작다.

결국, 한은은 경기와 물가 사이에서 금리 동결이라는 `중립카드'를 선택한 것이다.

하나대투증권의 김상훈 애널리스트는 "한은이 1분기 내에는 경기와 물가의 흐름을 지켜보다가, 추세가 어느 정도 결정될 2분기부터 기준금리에 변화를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우증권의 윤여삼 연구위원은 "1분기에는 동결이 유력하다. 이후에는 미국의 재정 확장이나 고용시장 회복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세계 경기가 둔화해 금리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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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리동결은 경기·물가 동시 고려한 ‘고육지책’
    • 입력 2012-01-13 10:36:46
    연합뉴스
전문가들 "당분간 동결 이어갈 것" 13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은 경기둔화와 물가 상승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한 끝에 나온 고육지책이다. 새해 들어 처음으로 열린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기준금리를 연 3.25%로 묶었다. 한은의 금리 동결은 지난해 7월 이후 일곱 번째다. 물가만 놓고 본다면 한은은 기준금리를 올려야 마땅하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4.2% 올랐다. 9월 3.8%, 10월 3.6%로 물가 급등이 잠시 주춤하는가 싶더니 11월에 이어 두 달 연속 4.2%를 기록했다. 물가 안정을 제1의 목표로 삼는 중앙은행으로서는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야 할 시점이다. 지난해 물가가 너무 많이 오른 탓에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작년보다 다소 낮아지겠지만,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가 내려가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은의 발목을 잡은 것은 경기둔화였다. 국제 환경을 보면 여전히 악재가 즐비하다. 미국 경제지표가 개선되면서 경기 낙관론이 슬슬 고개를 들고 있으나 세계 경제는 아직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다. 이란 제재 등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 유럽 국가의 추가 신용등급 하락, 중국 부동산 경기 경착륙, 미국 주택경기의 회복 실패 등이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을 대표적인 `지뢰'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가 세계 경기둔화의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하면 금리 인상은 국내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1천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문제도 한은이 섣불리 금리를 올리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다. 앞으로도 당분간 기준금리는 동결될 개연성이 높다. 금리를 올리려면 `급격한 경기 회복과 물가 급등 지속'이라는 시나리오가 전개돼야 한다. 반대로 경기 경착륙과 물가 하락 상황이 동시에 발생할 때는 인하 카드가 불가피해진다. 두 시나리오 모두 단기적으로는 실현될 가능성이 작다. 결국, 한은은 경기와 물가 사이에서 금리 동결이라는 `중립카드'를 선택한 것이다. 하나대투증권의 김상훈 애널리스트는 "한은이 1분기 내에는 경기와 물가의 흐름을 지켜보다가, 추세가 어느 정도 결정될 2분기부터 기준금리에 변화를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우증권의 윤여삼 연구위원은 "1분기에는 동결이 유력하다. 이후에는 미국의 재정 확장이나 고용시장 회복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세계 경기가 둔화해 금리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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