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票)풀리즘’ 경쟁에 내년 복지재정 100조

입력 2012.01.29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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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기재부 시무식에서 국회의 각 상임위와 법사위에서 불청객 노릇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공약이 남발되면 재정 건전성이 악화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기재부의 2012년 업무계획을 봐도 이런 걱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올해 닥칠 복합위험으로 유럽 재정위기, 원자재 가격 충격에 선거 리스크를 꼽았다.

실제로 정치권의 움직임이 작년 하반기부터 심상치 않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하고서 복지 우선 쪽으로 급선회했다.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당도 복지 경쟁에 가세해 복지가 선거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경제 규모보다 복지 수준이 낮고 양극화 현상이 심하다는 점에서 정치권이 분배에 관심을 쏟는 것은 긍정적 측면이 많다.

그러나 재원이 뒷받침되지 않은 복지지출 확대는 재정건전성을 떨어뜨리고 중장기적으로는 경제 활력을 헤칠 수 있는 점은 정부와 정치권이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다.



◇20년 만의 동시 양대선거…복지공약 경쟁

올해 4월에 총선, 12월엔 대선이 치러진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은 국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소위 '표(票)풀리즘' 공약이 나올 개연성이 큰 시기인 셈이다.

그런 움직임은 정부와 한나라당에서 이미 나왔다. 무상보육 정책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애초엔 올해 만 5세를 대상으로 '누리 과정'을 도입하는데 그칠 모양새였다. 그러나 지난해 말 예산심의 과정에서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0~2세아의 보육료도 전액 지원하는 방안이 결정됐다.

만 3~4세에 대해선 단계적으로 시행하겠다는 것이 연초까지 정부의 견해였다. 그러나 한 달도 지나지 않아 태도를 확 바꿨다. 내년에 만 3~4세도 보육료를 지원하겠다고 전격으로 발표한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30~40대 표심을 얻으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한나라당이 설 연휴를 앞두고 발표한 제2금융권 전·월세 대출금리 인하와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안도 '설익은 공약'을 서둘러 내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나라당의 복지정책에 대한 '열정'은 선거가 다가올수록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복지를 정책의 최우선순위로 두기로 했기 때문이다. 현 정부 초기의 '7.4.7 공약'(연평균 7% 서장, 소득 4만달러 달성, 선진 7개국 진입)은 이미 물 건너간 상태다.

야당인 민주통합당도 복지공약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일찍부터 '3+1 정책'(무상급식ㆍ무상보육ㆍ무상의료+반값 등록금)을 내놓고 이를 추진하고 있다.

이 정책을 집행하려면 2013~2017년 차기 정권 기간에 모두 84조3천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민주당은 재정ㆍ지출ㆍ조세개혁과 '1% 부자증세'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실현 가능성에 물음표가 붙고 있다.

부가가치세 간이 과세 기준을 형행 4천800만원에서 8천만원으로 올리기로 한 민주통합당의 발표도 부작용을 자세히 따지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역대 선거를 보면 선거를 전후로 복지 예산이 매우 증가했다.

16대 대선이 있던 2002년에 38조원이었던 사회복지 재정규모가 2003년엔 42조원으로 10.5% 늘었다. 2002년 사회복지 재정의 전년 대비 증가율이 2.7%였던 것에 비춰 급증이다.

17대 대선이 있던 2007년과 이듬해인 2008년 복지재정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2007년 61조원에서 2008년 68조원으로 11.5% 늘어났다. 2007년 증가율 8.93%보다 높았다.

현재 정치권의 움직임을 보면 올해도 이런 현상이 재현될 개연성이 매우 큰 편이다.



◇빠르게 증가하는 복지재정…내년 100조 넘을 수도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에 비교해 복지에 대한 재정지출 규모가 작은 편이다.

한국조세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건과 복지 분야 재정규모는 2009년 기준으로 7.7%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3.9%와 비교했을 때 3분의 1 수준이다.

미국, 영국, 뉴질랜드 등 자유주의형 복지국가 평균인 19.5%보다 못 미친다. 복지에 대한 정부 관여도가 절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그러나 복지 지출은 빠르고 증가하고 있다.

보건ㆍ사회복지 분야 재원이 2007년 61조4천억원에서 올해 92조6천억원으로 50.8% 늘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연평균 8.56% 늘어난 셈이다. 같은 기간에 정부 총지출 규모의 연평균 증가율인 6.54% 웃돌았다. 이에 따라 총지출에서 보건ㆍ사회복지 분야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5.9%에서 28.5%로 2.6%포인트 확대됐다.

앞으로도 복지 지출은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2011~201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사회복지ㆍ보건 분야 지출은 2013년 97조3천억원, 2014년 102조8천억원, 2015년 108조3천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매년 5%대 증가율을 보여 4%대의 총지출 증가율을 계속해서 웃돈다.

반값등록금이나 무상보육, 무상급식 등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복지정책이 내년에 시행된다면 사회복지ㆍ보건 분야 재정 규모가 100조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

급속하게 진행되는 고령화 현상까지 고려하면 전망이 더 암울해진다.

의료재정과 공적연금 등 인구고령화 관련 지출이 2010년 GDP 대비 6.0%에서 2050년엔 17.8%로 11.7%포인트 확대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유럽연합 국가의 증가규모인 5.6%포인트의 2배가량이다. 이는 현재의 저부담ㆍ저급여 체계의 복지제도가 유지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복지 수준이 현재보다 높아진다면 정부 지출이 이보다 더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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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1-29 08:09:10
    연합뉴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기재부 시무식에서 국회의 각 상임위와 법사위에서 불청객 노릇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공약이 남발되면 재정 건전성이 악화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기재부의 2012년 업무계획을 봐도 이런 걱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올해 닥칠 복합위험으로 유럽 재정위기, 원자재 가격 충격에 선거 리스크를 꼽았다. 실제로 정치권의 움직임이 작년 하반기부터 심상치 않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하고서 복지 우선 쪽으로 급선회했다.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당도 복지 경쟁에 가세해 복지가 선거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경제 규모보다 복지 수준이 낮고 양극화 현상이 심하다는 점에서 정치권이 분배에 관심을 쏟는 것은 긍정적 측면이 많다. 그러나 재원이 뒷받침되지 않은 복지지출 확대는 재정건전성을 떨어뜨리고 중장기적으로는 경제 활력을 헤칠 수 있는 점은 정부와 정치권이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다. ◇20년 만의 동시 양대선거…복지공약 경쟁 올해 4월에 총선, 12월엔 대선이 치러진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은 국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소위 '표(票)풀리즘' 공약이 나올 개연성이 큰 시기인 셈이다. 그런 움직임은 정부와 한나라당에서 이미 나왔다. 무상보육 정책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애초엔 올해 만 5세를 대상으로 '누리 과정'을 도입하는데 그칠 모양새였다. 그러나 지난해 말 예산심의 과정에서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0~2세아의 보육료도 전액 지원하는 방안이 결정됐다. 만 3~4세에 대해선 단계적으로 시행하겠다는 것이 연초까지 정부의 견해였다. 그러나 한 달도 지나지 않아 태도를 확 바꿨다. 내년에 만 3~4세도 보육료를 지원하겠다고 전격으로 발표한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30~40대 표심을 얻으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한나라당이 설 연휴를 앞두고 발표한 제2금융권 전·월세 대출금리 인하와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안도 '설익은 공약'을 서둘러 내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나라당의 복지정책에 대한 '열정'은 선거가 다가올수록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복지를 정책의 최우선순위로 두기로 했기 때문이다. 현 정부 초기의 '7.4.7 공약'(연평균 7% 서장, 소득 4만달러 달성, 선진 7개국 진입)은 이미 물 건너간 상태다. 야당인 민주통합당도 복지공약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일찍부터 '3+1 정책'(무상급식ㆍ무상보육ㆍ무상의료+반값 등록금)을 내놓고 이를 추진하고 있다. 이 정책을 집행하려면 2013~2017년 차기 정권 기간에 모두 84조3천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민주당은 재정ㆍ지출ㆍ조세개혁과 '1% 부자증세'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실현 가능성에 물음표가 붙고 있다. 부가가치세 간이 과세 기준을 형행 4천800만원에서 8천만원으로 올리기로 한 민주통합당의 발표도 부작용을 자세히 따지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역대 선거를 보면 선거를 전후로 복지 예산이 매우 증가했다. 16대 대선이 있던 2002년에 38조원이었던 사회복지 재정규모가 2003년엔 42조원으로 10.5% 늘었다. 2002년 사회복지 재정의 전년 대비 증가율이 2.7%였던 것에 비춰 급증이다. 17대 대선이 있던 2007년과 이듬해인 2008년 복지재정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2007년 61조원에서 2008년 68조원으로 11.5% 늘어났다. 2007년 증가율 8.93%보다 높았다. 현재 정치권의 움직임을 보면 올해도 이런 현상이 재현될 개연성이 매우 큰 편이다. ◇빠르게 증가하는 복지재정…내년 100조 넘을 수도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에 비교해 복지에 대한 재정지출 규모가 작은 편이다. 한국조세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건과 복지 분야 재정규모는 2009년 기준으로 7.7%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3.9%와 비교했을 때 3분의 1 수준이다. 미국, 영국, 뉴질랜드 등 자유주의형 복지국가 평균인 19.5%보다 못 미친다. 복지에 대한 정부 관여도가 절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그러나 복지 지출은 빠르고 증가하고 있다. 보건ㆍ사회복지 분야 재원이 2007년 61조4천억원에서 올해 92조6천억원으로 50.8% 늘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연평균 8.56% 늘어난 셈이다. 같은 기간에 정부 총지출 규모의 연평균 증가율인 6.54% 웃돌았다. 이에 따라 총지출에서 보건ㆍ사회복지 분야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5.9%에서 28.5%로 2.6%포인트 확대됐다. 앞으로도 복지 지출은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2011~201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사회복지ㆍ보건 분야 지출은 2013년 97조3천억원, 2014년 102조8천억원, 2015년 108조3천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매년 5%대 증가율을 보여 4%대의 총지출 증가율을 계속해서 웃돈다. 반값등록금이나 무상보육, 무상급식 등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복지정책이 내년에 시행된다면 사회복지ㆍ보건 분야 재정 규모가 100조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 급속하게 진행되는 고령화 현상까지 고려하면 전망이 더 암울해진다. 의료재정과 공적연금 등 인구고령화 관련 지출이 2010년 GDP 대비 6.0%에서 2050년엔 17.8%로 11.7%포인트 확대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유럽연합 국가의 증가규모인 5.6%포인트의 2배가량이다. 이는 현재의 저부담ㆍ저급여 체계의 복지제도가 유지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복지 수준이 현재보다 높아진다면 정부 지출이 이보다 더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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