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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의 귀재’ 하정우 “배우는 내 천직”
입력 2012.01.29 (11:16) 연합뉴스
30대 남자 배우 중에 하정우만큼 스크린을 통해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는 연기자도 드물다. 삶의 밑바닥에서 맴도는 불안한 청년(황해)에서 능글맞은 변호사(의뢰인)까지 그가 엮어내는 인물의 면모는 다채롭다.



하정우가 정초부터 두 편의 영화를 잇달아 선보인다. 세 번째 함께 작업하는 윤종빈 감독의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와 ’삼거리 극장’으로 주목받은 전계수 감독이 연출한 ’러브 픽션’이다.



’범죄와의 전쟁’에서는 조직폭력배 보스로, ’러브 픽션’에서는 여자에게 목을 매는 궁상맞은 30대 남성이다. 연기의 톤과 색깔이 전혀 다른 두 캐릭터다.

인물에 대한 항해를 통해 완숙한 연기자의 모습에 도전하고 있는 하정우를 최근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연이어 출연한 두 작품의 색깔이 달라 힘들지 않았느냐가 물어보니 "그래서 더욱 쉬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완전히 달라서 더 수월했어요. 형배와 주월은 다른 화법으로 이야기하는 전혀 다른 인물이었죠. ’범죄와의 전쟁’의 우울한 기운을 털어내고 ’러브 픽션’에 금방 몰두할 수 있었습니다."



’범죄와의 전쟁’에서 그가 연기한 최형배는 부산 지역 최대 거파로 성장하는 조직폭력배의 보스다. 카리스마가 넘치면서도 유들유들하다. 겉으로는 웃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냉혈한으로 변한다.



"읽히고 싶지 않은 인물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기에 보스의 자리에 올랐겠죠. 표정변화도 별로 없으면서 동작도 단순해 특색을 펼쳐보이기 쉽지 않았어요. 그런 제한된 조건 속에서 어떻게 연기를 잘할 수 있을까 고민했죠."



형배를 이해하기 위해 그는 다양한 영화들을 참조했다. ’대부 2’에서의 로버트 드니로를 떠올렸고, 익현(최민식)과의 관계에서는 도니브레스코에서 "알파치노와 조니 뎁의 화학작용을 상상"했다. "’좋은 친구들’과 ’재키 브라운’에서 드니로의 모습도 그려봤다"는 그는 "희극적인 코드를 레퍼런스 삼아서 형배를 디자인했다"고 했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형배라는 캐릭터가 새롭다고 생각했어요. 형배 좀 웃기죠. 그런데 그가 내놓는 희극적인 포인트는 의도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형배가 코미디를 하진 않아요. 단지 그가 처한 상황이 웃긴 거죠."



형배의 예에서 보듯 그는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많은 영화를 참조하고, 예상되는 모든 연기를 철저히 준비하려 노력한다. 즉흥적인 연기보다는 연습과 노력에서 나오는 ’땀의 힘’을 믿는 듯했다.



"제가 출연하는 모든 장면에 대해 감독과 사전에 이야기해요. 감독의 의도와 목표를 안 다음에 제가 준비할 걸 생각하죠. 실제 촬영에서는 날씨와 온도, 상대 배우의 컨디션에 따라달라지는 지점이 있지만 대부분 제가 예상한 선에서 벗어난 연기를 하지는 않아요."



카리스마 넘치는 중견 배우 최민식과는 이번에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그는 최민식을 "클래식"이라고 묘사했다. "현장에서 ’노’(No)를 안 하고, 몸을 사리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예컨대 영화에서 라이벌 조직과 뒷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산 익현은 산매장을 당할 위기에 놓인다. 옷이 벗겨진 채 구덩이에 처박힌 그는 후배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는다. 흙더미가 그를 뒤덮는다. 그는 대역 없이 이 장면을 소화했다.



"짓밟히고 차이고 맞죠. 그 장면을 제안받았을 때 너무나 쉽게 오케이 했다고 해요. 나이가 쉰에 가까우신데도…"



대학 후배이기도 한 윤종빈 감독과는 ’용서받지 못한 자’(2005), ’비스티 보이즈’(2008)에 이어 벌써 세 번째 호흡을 맞췄다. 윤 감독의 영화에 자주 출연하는 이유에 대해 물으니 "윤종빈 감독이 그려내는 인물들이 흥미로워 그의 영화에 남다른 애착을 느낀다"고 했다.



"윤 감독과는 대화가 일단 잘 됩니다. 이야기를 통해 서로를 보완하기도 하고, 자극을 주기도 하죠. 제 분량이 꽤 많았는데 촬영 들어가기 전에 전부 삭제됐어요. 이 영화는 최익현의 드라마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입장에서 보면 제가 나오는 드라마를 포기하는 게 맞았죠. 윤종빈 감독은 제 역할이 ’좋은 친구들’에서 로버트 드니로나 조 패시 정도의 역할과 분량이 맞다고 생각했고, 저도 그의 생각에 동의했어요."



하정우는 윤종빈 감독뿐 아니라 나홍진 감독의 전작(全作·’추격자’ ’황해’)에도 출연했다. 그는 이 두 감독으로부터 다시 제안을 받는다면 "시나리오만 좋고,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라면 출연할 것"이라고 했다.



작품 선택의 기준을 물으니 "시나리오와 감독"이라고 얘기했다.



"감독이 좋으면 보통 시나리오도 좋은 것 같아요. 설령 시나리오가 좋지 않더라도 감독을 믿고 갑니다. 결국, 영화는 감독을 닮기 때문이죠. 즉, 영화는 감독의 인품, 삶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와 닮았어요. 감독이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은가에 대한 욕구를 들어보면 어떤 영화가 될지 조금은 느껴져요."



그는 지금까지 조직폭력배, 연애의 도사, 군인 등 다양한 인물 군상을 연기했다. 서로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것에 대해 그는 내면에 깃든 다채로운 성질들을 뒤섞거나 그 중 일부를 끄집어내 캐릭터를 만들어간다고 했다.



"’황해’와 ’추격자’를 제외하고, 아참 ’범죄와의 전쟁’도 있군요. 이들 영화를 제외하곤 제가 연기한 캐릭터에는 제 모습이 조금씩은 들어 있는 것 같아요."(웃음)



그는 최근 3주에 걸쳐 국토 대장정을 다녀왔다고 한다. 하루에 8-12시간씩 걸었다. "굉장한 해방감과 뿌듯함을 느낄 줄 알았지만, 막상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저녁에 술이나 한잔할까? 아니면 언제 서울 올라가지? 뭐 그런 생각들을 했던 것 같아요. 걷는 여정 속에서 순간순간에 느끼고 깨닫는 건 있었죠. 그리고 그 다음 날 걸을 때도 그런 고민이 또 찾아왔어요. 인생이란 게 그런 고민을 밟고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아요. 당장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무엇이 되었을까’라는 질문에 "너무 끔찍해서 상상하기도 싫다. 배우는 내 천직"이라고 말한 하정우. 그는 오는 3월께 류승완 감독이 연출하는 ’베를린’의 촬영에 들어간다. 한석규, 전지현, 류승범 등과 함께다. 7월까지 촬영을 마친 후에는 아직 특별한 계획이 없다고 한다. 어쩌면 미대에 가거나 6개월 정도 어학연수를 갈지도 모른다고 한다.



"자동차가 달리면서 자연스럽게 배터리가 충전되는 것처럼 저도 지금까지 연기하면서 충전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물론 주차해 정비할 시간이 필요하겠죠. 일단 ’베를린’을 끝내고 나서 공부를 해보고 싶어요. 너무 많이 쉴 수는 없고요. 한 6개월 정도? 시대의 흐름을 읽어나가는 게 중요하잖아요.(웃음) 그래도 인간 김성훈(하정우의 본명)을 채우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도 가지고요."
  • ‘변신의 귀재’ 하정우 “배우는 내 천직”
    • 입력 2012-01-29 11:16:08
    연합뉴스
30대 남자 배우 중에 하정우만큼 스크린을 통해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는 연기자도 드물다. 삶의 밑바닥에서 맴도는 불안한 청년(황해)에서 능글맞은 변호사(의뢰인)까지 그가 엮어내는 인물의 면모는 다채롭다.



하정우가 정초부터 두 편의 영화를 잇달아 선보인다. 세 번째 함께 작업하는 윤종빈 감독의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와 ’삼거리 극장’으로 주목받은 전계수 감독이 연출한 ’러브 픽션’이다.



’범죄와의 전쟁’에서는 조직폭력배 보스로, ’러브 픽션’에서는 여자에게 목을 매는 궁상맞은 30대 남성이다. 연기의 톤과 색깔이 전혀 다른 두 캐릭터다.

인물에 대한 항해를 통해 완숙한 연기자의 모습에 도전하고 있는 하정우를 최근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연이어 출연한 두 작품의 색깔이 달라 힘들지 않았느냐가 물어보니 "그래서 더욱 쉬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완전히 달라서 더 수월했어요. 형배와 주월은 다른 화법으로 이야기하는 전혀 다른 인물이었죠. ’범죄와의 전쟁’의 우울한 기운을 털어내고 ’러브 픽션’에 금방 몰두할 수 있었습니다."



’범죄와의 전쟁’에서 그가 연기한 최형배는 부산 지역 최대 거파로 성장하는 조직폭력배의 보스다. 카리스마가 넘치면서도 유들유들하다. 겉으로는 웃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냉혈한으로 변한다.



"읽히고 싶지 않은 인물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기에 보스의 자리에 올랐겠죠. 표정변화도 별로 없으면서 동작도 단순해 특색을 펼쳐보이기 쉽지 않았어요. 그런 제한된 조건 속에서 어떻게 연기를 잘할 수 있을까 고민했죠."



형배를 이해하기 위해 그는 다양한 영화들을 참조했다. ’대부 2’에서의 로버트 드니로를 떠올렸고, 익현(최민식)과의 관계에서는 도니브레스코에서 "알파치노와 조니 뎁의 화학작용을 상상"했다. "’좋은 친구들’과 ’재키 브라운’에서 드니로의 모습도 그려봤다"는 그는 "희극적인 코드를 레퍼런스 삼아서 형배를 디자인했다"고 했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형배라는 캐릭터가 새롭다고 생각했어요. 형배 좀 웃기죠. 그런데 그가 내놓는 희극적인 포인트는 의도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형배가 코미디를 하진 않아요. 단지 그가 처한 상황이 웃긴 거죠."



형배의 예에서 보듯 그는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많은 영화를 참조하고, 예상되는 모든 연기를 철저히 준비하려 노력한다. 즉흥적인 연기보다는 연습과 노력에서 나오는 ’땀의 힘’을 믿는 듯했다.



"제가 출연하는 모든 장면에 대해 감독과 사전에 이야기해요. 감독의 의도와 목표를 안 다음에 제가 준비할 걸 생각하죠. 실제 촬영에서는 날씨와 온도, 상대 배우의 컨디션에 따라달라지는 지점이 있지만 대부분 제가 예상한 선에서 벗어난 연기를 하지는 않아요."



카리스마 넘치는 중견 배우 최민식과는 이번에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그는 최민식을 "클래식"이라고 묘사했다. "현장에서 ’노’(No)를 안 하고, 몸을 사리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예컨대 영화에서 라이벌 조직과 뒷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산 익현은 산매장을 당할 위기에 놓인다. 옷이 벗겨진 채 구덩이에 처박힌 그는 후배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는다. 흙더미가 그를 뒤덮는다. 그는 대역 없이 이 장면을 소화했다.



"짓밟히고 차이고 맞죠. 그 장면을 제안받았을 때 너무나 쉽게 오케이 했다고 해요. 나이가 쉰에 가까우신데도…"



대학 후배이기도 한 윤종빈 감독과는 ’용서받지 못한 자’(2005), ’비스티 보이즈’(2008)에 이어 벌써 세 번째 호흡을 맞췄다. 윤 감독의 영화에 자주 출연하는 이유에 대해 물으니 "윤종빈 감독이 그려내는 인물들이 흥미로워 그의 영화에 남다른 애착을 느낀다"고 했다.



"윤 감독과는 대화가 일단 잘 됩니다. 이야기를 통해 서로를 보완하기도 하고, 자극을 주기도 하죠. 제 분량이 꽤 많았는데 촬영 들어가기 전에 전부 삭제됐어요. 이 영화는 최익현의 드라마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입장에서 보면 제가 나오는 드라마를 포기하는 게 맞았죠. 윤종빈 감독은 제 역할이 ’좋은 친구들’에서 로버트 드니로나 조 패시 정도의 역할과 분량이 맞다고 생각했고, 저도 그의 생각에 동의했어요."



하정우는 윤종빈 감독뿐 아니라 나홍진 감독의 전작(全作·’추격자’ ’황해’)에도 출연했다. 그는 이 두 감독으로부터 다시 제안을 받는다면 "시나리오만 좋고,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라면 출연할 것"이라고 했다.



작품 선택의 기준을 물으니 "시나리오와 감독"이라고 얘기했다.



"감독이 좋으면 보통 시나리오도 좋은 것 같아요. 설령 시나리오가 좋지 않더라도 감독을 믿고 갑니다. 결국, 영화는 감독을 닮기 때문이죠. 즉, 영화는 감독의 인품, 삶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와 닮았어요. 감독이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은가에 대한 욕구를 들어보면 어떤 영화가 될지 조금은 느껴져요."



그는 지금까지 조직폭력배, 연애의 도사, 군인 등 다양한 인물 군상을 연기했다. 서로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것에 대해 그는 내면에 깃든 다채로운 성질들을 뒤섞거나 그 중 일부를 끄집어내 캐릭터를 만들어간다고 했다.



"’황해’와 ’추격자’를 제외하고, 아참 ’범죄와의 전쟁’도 있군요. 이들 영화를 제외하곤 제가 연기한 캐릭터에는 제 모습이 조금씩은 들어 있는 것 같아요."(웃음)



그는 최근 3주에 걸쳐 국토 대장정을 다녀왔다고 한다. 하루에 8-12시간씩 걸었다. "굉장한 해방감과 뿌듯함을 느낄 줄 알았지만, 막상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저녁에 술이나 한잔할까? 아니면 언제 서울 올라가지? 뭐 그런 생각들을 했던 것 같아요. 걷는 여정 속에서 순간순간에 느끼고 깨닫는 건 있었죠. 그리고 그 다음 날 걸을 때도 그런 고민이 또 찾아왔어요. 인생이란 게 그런 고민을 밟고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아요. 당장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무엇이 되었을까’라는 질문에 "너무 끔찍해서 상상하기도 싫다. 배우는 내 천직"이라고 말한 하정우. 그는 오는 3월께 류승완 감독이 연출하는 ’베를린’의 촬영에 들어간다. 한석규, 전지현, 류승범 등과 함께다. 7월까지 촬영을 마친 후에는 아직 특별한 계획이 없다고 한다. 어쩌면 미대에 가거나 6개월 정도 어학연수를 갈지도 모른다고 한다.



"자동차가 달리면서 자연스럽게 배터리가 충전되는 것처럼 저도 지금까지 연기하면서 충전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물론 주차해 정비할 시간이 필요하겠죠. 일단 ’베를린’을 끝내고 나서 공부를 해보고 싶어요. 너무 많이 쉴 수는 없고요. 한 6개월 정도? 시대의 흐름을 읽어나가는 게 중요하잖아요.(웃음) 그래도 인간 김성훈(하정우의 본명)을 채우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도 가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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