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장애인시설 ‘비리연루 시설장’ 선임

입력 2012.01.29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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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침해로 퇴출된 시설장 후임…市 사임 요구도 거부
市 "항구적인 공공법인화 대책 마련할 것"

서울시가 장애인 인권침해 근절 시책의 첫 적용 사례로 들며 시설장을 퇴출한 한 장애인 시설에 비리사건 연루 전력이 있는 사람이 시설장으로 선임돼 논란이 일고 있다.

시는 이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고 새 시설장에 사임을 요구했지만 당사자는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

29일 시와 장애인시설 관계자 등에 따르면 시가 관리하는 장애인지원기관 H시설은 작년 11월 장애인 어린이 체벌 등 인권침해 사실이 적발돼 시설장이 교체됐다.

시는 지난 18일 시설장애인 인권침해 근절 대책을 발표하며 H시설장 교체를 장애인 시설 정상화 의지를 담은 첫 사례로 강조한 바 있다.

문제는 인권침해로 퇴출당한 시설장 자리에 과거 공금 횡령에 가담한 전력이 있는 A씨가 사회복지법인 이사회를 통해 선임됐다는 점이다.

시는 지난해 12월 뒤늦게 A씨의 문제를 인지하고 재단을 통해 그에게 사임을 요구했다.

그러나 A씨는 사안의 경미성을 주장하며 사표 제출을 거부하는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시가 A씨를 강제로 해임할 방법은 없다. A씨가 법인 이사회의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선임됐고 시설운영 면에서도 당장 큰 문제는 없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시설장 선임은 법인 이사회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시가 이를 사전에 검증할 방법은 없다"며 "지난해 H시설장의 인권침해 사실을 적발한 뒤 법인 이사 교체도 추진 중이기 때문에 새 이사회가 구성되면 A씨를 퇴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불법·비리행위가 발붙일 수 없도록 정관규정에 이사 3인 이상을 주무관청 추천자로 구성토록 하는 등의 항구적인 공공법인화 대책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시가 비리에 연루됐던 사회복지법인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사실상 내버려둬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H시설은 지난 2008년 공금횡령 사건으로 핵심 관계자들이 처벌된 사회복지법인 소속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시는 법인 이사 수를 7명에서 13명으로 늘리도록 요구하고 그 자리에 시가 추천한 이사를 선임하도록 해 이사회를 관리했다.

그러나 시 추천 인사들이 불과 4년도 되지 않아 기존 이사들에 밀려 모두 퇴임하면서 법인 이사회는 다시 `원점'으로 회귀하고 말았고, 결국 A씨를 시설장으로 선임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문제 법인이 정상화되기 전에 시 추천 이사들이 하나 둘 퇴진하고 이사 정원도 줄어들었지만 시는 이 같은 내용을 보고받고도 아무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장애인인권단체 발바닥의 김정하 활동가는 "사회복지법인의 이사 퇴진, 정원변동 등은 시에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하는 정관 변동 사항"이라며 "이사회 정상화 노력이 후퇴하는 것을 뻔히 보고 있던 시가 A씨의 선임이 법인 이사의 권한이기 때문에 관여할 수 없었다고 해명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사회복지법인의 간부진 4명은 2001년부터 6년여간 14억여원의 공금을 횡령·편취한 사실이 드러나 징역 등 중형을 선고받았다.

A씨는 이들 4명과 함께 장애인인권단체의 고소 대상 명단에 포함됐지만 검찰이 불기소 처리하면서 피고인 명단에서는 제외됐다. 그러나 법원은 판결문에 A씨가 의료기기를 중고로 사들인 뒤 신품 기준으로 국고보조금을 받아 차액을 핵심관계자에게 전달하는 수법 등으로 약 7천500만원을 횡령하는 데 가담했다고 밝혔다.

김정하 활동가는 "시가 관리·감독하는 일부 재단에는 아직 비리와 연루된 사람들이 남아있다"며 "서울시가 복지시설의 비리와 단절을 선언하려면 이런 현실부터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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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 장애인시설 ‘비리연루 시설장’ 선임
    • 입력 2012-01-29 19:29:13
    연합뉴스
인권침해로 퇴출된 시설장 후임…市 사임 요구도 거부 市 "항구적인 공공법인화 대책 마련할 것" 서울시가 장애인 인권침해 근절 시책의 첫 적용 사례로 들며 시설장을 퇴출한 한 장애인 시설에 비리사건 연루 전력이 있는 사람이 시설장으로 선임돼 논란이 일고 있다. 시는 이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고 새 시설장에 사임을 요구했지만 당사자는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 29일 시와 장애인시설 관계자 등에 따르면 시가 관리하는 장애인지원기관 H시설은 작년 11월 장애인 어린이 체벌 등 인권침해 사실이 적발돼 시설장이 교체됐다. 시는 지난 18일 시설장애인 인권침해 근절 대책을 발표하며 H시설장 교체를 장애인 시설 정상화 의지를 담은 첫 사례로 강조한 바 있다. 문제는 인권침해로 퇴출당한 시설장 자리에 과거 공금 횡령에 가담한 전력이 있는 A씨가 사회복지법인 이사회를 통해 선임됐다는 점이다. 시는 지난해 12월 뒤늦게 A씨의 문제를 인지하고 재단을 통해 그에게 사임을 요구했다. 그러나 A씨는 사안의 경미성을 주장하며 사표 제출을 거부하는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시가 A씨를 강제로 해임할 방법은 없다. A씨가 법인 이사회의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선임됐고 시설운영 면에서도 당장 큰 문제는 없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시설장 선임은 법인 이사회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시가 이를 사전에 검증할 방법은 없다"며 "지난해 H시설장의 인권침해 사실을 적발한 뒤 법인 이사 교체도 추진 중이기 때문에 새 이사회가 구성되면 A씨를 퇴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불법·비리행위가 발붙일 수 없도록 정관규정에 이사 3인 이상을 주무관청 추천자로 구성토록 하는 등의 항구적인 공공법인화 대책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시가 비리에 연루됐던 사회복지법인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사실상 내버려둬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H시설은 지난 2008년 공금횡령 사건으로 핵심 관계자들이 처벌된 사회복지법인 소속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시는 법인 이사 수를 7명에서 13명으로 늘리도록 요구하고 그 자리에 시가 추천한 이사를 선임하도록 해 이사회를 관리했다. 그러나 시 추천 인사들이 불과 4년도 되지 않아 기존 이사들에 밀려 모두 퇴임하면서 법인 이사회는 다시 `원점'으로 회귀하고 말았고, 결국 A씨를 시설장으로 선임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문제 법인이 정상화되기 전에 시 추천 이사들이 하나 둘 퇴진하고 이사 정원도 줄어들었지만 시는 이 같은 내용을 보고받고도 아무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장애인인권단체 발바닥의 김정하 활동가는 "사회복지법인의 이사 퇴진, 정원변동 등은 시에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하는 정관 변동 사항"이라며 "이사회 정상화 노력이 후퇴하는 것을 뻔히 보고 있던 시가 A씨의 선임이 법인 이사의 권한이기 때문에 관여할 수 없었다고 해명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사회복지법인의 간부진 4명은 2001년부터 6년여간 14억여원의 공금을 횡령·편취한 사실이 드러나 징역 등 중형을 선고받았다. A씨는 이들 4명과 함께 장애인인권단체의 고소 대상 명단에 포함됐지만 검찰이 불기소 처리하면서 피고인 명단에서는 제외됐다. 그러나 법원은 판결문에 A씨가 의료기기를 중고로 사들인 뒤 신품 기준으로 국고보조금을 받아 차액을 핵심관계자에게 전달하는 수법 등으로 약 7천500만원을 횡령하는 데 가담했다고 밝혔다. 김정하 활동가는 "시가 관리·감독하는 일부 재단에는 아직 비리와 연루된 사람들이 남아있다"며 "서울시가 복지시설의 비리와 단절을 선언하려면 이런 현실부터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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