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중학생 유족, 재판부에 ‘눈물의 편지’

학교폭력에 시달리다가 자살한 중학생의 부모가 가해학생의 재판을 맡은 법원에 준엄한 판결을 호소하는 '눈물의 편지'를 보냈다.

지난 연말 자살한 중학생 A(사망 당시 14)군의 아버지는 12일 가해학생 3명의 재판을 담당하는 광주지법 형사 3단독에 편지를 보냈다.

A씨는 "엄마, 아빠가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풀어줄 수 있는 마지막 절규를 판사에게 호소하기 위해 글을 올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하나뿐인 아들이 두 달 전 아빠 생일에 선물로 사준 5천 원짜리 털장갑을 밤마다 손에 쥐고 눈시울을 훔친다"며 "아들은 유명을 달리한 날도 돈이 700원밖에 없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준 패딩 점퍼가 배달되기를 학수고대하고 숨지기 이틀 전 요즘 유행하는 셔플댄스를 추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해 먹먹한 가슴을 주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이 숨지자 조기 방학을 한 학교, 학교폭력을 방치한 교사의 무책임,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 가해자 부모의 태도 등에도 유감을 표했다.

A씨는 "공교롭게도 가해학생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리는 15일이 아들의 49재"라며 "재판장의 현명한 판결로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편지와 함께 A씨는 아들이 계곡에서 웃음 짓는 모습이 담긴 사진, 숨지기 1~2일 전 '내 삶에 흔적을 남긴 사람'으로 가족을 소개하는 논술과제도 재판부에 제출했다.

한편, A군은 지난달 29일 오전 9시40분께 자신이 사는 광주 북구의 한 아파트 17층 계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전날 오후 5시40분께 교사와 상담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A군을 괴롭혀온 것으로 드러난 B군(14)은 A군과 동급생 등을 때리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지난달 17일 구속됐고 선배 1명과 전학간 동급생 1명도 경찰에 입건돼 조사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