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늘었다”…“방과후학교 비용은 안 치나?”

입력 2012.02.17 (11:26) 수정 2012.02.17 (15:5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17일 교육과학기술부와 통계청이 지난해 우리나라 총 사교육비 규모가 2년째 감소했다고 발표했으나 교원단체와 학부모단체, 학원가에서는 하나같이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김승현 정책실장은 "최근 가계소득이 계속 줄고 부채비율은 계속 증가한다는 보도가 연이어 나오는데 국민 고통을 외면하고 사교육비가 줄었다고 발표하면 국민 입장에선 짜증만 난다"며 "사교육비는 줄지 않고 사(私)부담 교육비는 오히려 증가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사교육비를 잡으려고 정부가 주로 방과 후 학교, EBS 교재의 수능 연계를 강화했지만 통계를 보면 실효성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며 "사교육비 유발 핵심 원인에 접근하지 않고 손쉬운 방법으로 수치를 맞추려고 무리하게 정책 수단을 활용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또 "방과후학교, 어학연수 비용은 사교육비 통계에 포함이 안 됐는데 오히려 늘었다"며 "실제 가계가 부담하는 '사(私)부담 교육비' 모든 지출 비용을 사교육비 통계에 포함하는 등 기준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총 김동석 대변인도 "명목 사교육비와 실질 사교육비가 전년보다 모두 줄어든 건 그나마 고무적이지만 학생수가 24만명 준 걸 감안하면 실제 감소액이 미미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교총은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이 세계에서 3번째로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는데 사교육비 규모의 감소가 지나치게 오른 물가 탓에 사교육비에 더는 투자할 여력이 없는 가계 사정을 반영한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손충모 대변인은 "국가 경제가 위축되고 가정 경제가 어려워져서 가계에서 교육비 비중을 줄인 것이라면 사교육비가 감소를 위한 국가 정책이 의미 없는 게 된다"며 "정부 발표에 국가교육정책으로 사교육비가 줄었다는 근거가 없다"고 꼬집었다.

손 대변인은 "공교육의 방과후학교 등에 드는 수요자 경비는 가계가 지출하는 돈인데도 국가가 사교육 경비로 잡고 있지 않다"며 "사교육비 통계를 낼 때 정부는 `그동안 잘했다'가 아니라 방과후학교를 국가 책임으로 한다는 등 `앞으로 이렇게 하겠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부모들은 특히 1인당 사교육비 평균이 24만원이라는 말에 분통을 터뜨렸다.

중3 자녀를 둔 오모(43·여)씨는 "중3 딸이 현재 매달 80만원을 사교육비로 지출하고 있고 중간·기말고사에는 학원비가 100만원에 육박한다"며 "통계적으로 1인당 사교육비가 24만원이라고 하는데 어림도 없는 소리"라고 말했다.

특목고 3학년생 자녀를 둔 유모(48·여)씨는 "아이가 외고 3학년에 올라갔는데 외고는 방과 후 수업이 철저히 잘 돼 있어서 사교육을 주말밖에 못 하는 데도 영어·수학에 한달에 120만원 이상 들어간다"며 "1인당 평균 사교육비가 24만원이라는 말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참교육학부모회 장은숙 회장은 "명문대를 가려고 초등학교 때부터 경쟁해야 하는 구조를 깨지 않고서는 사교육비는 줄지 않을 것"이라며 "1인당 사교육비가 평균 24만원이라는 데 이건 어디까지나 '평균'이고 학원에 다닐 수 없는 아이들을 빼면 훌쩍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학원가에서도 사교육비 감소를 체감하지 못했다.

한 대형 입시학원 관계자는 "중학교는 특목고 등 고교 입시가 사실상 무력화돼서 학원들이 전업하거나 없어지는 등 큰 타격을 입었는데도 사교육비가 별로 안 줄었다는데 주목해야한다"며 "특목고 입시가 없어도 중학생들이 대입을 겨냥해서 영어, 수학 사교육을 계속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사교육비 늘었다”…“방과후학교 비용은 안 치나?”
    • 입력 2012-02-17 11:26:14
    • 수정2012-02-17 15:56:10
    연합뉴스
17일 교육과학기술부와 통계청이 지난해 우리나라 총 사교육비 규모가 2년째 감소했다고 발표했으나 교원단체와 학부모단체, 학원가에서는 하나같이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김승현 정책실장은 "최근 가계소득이 계속 줄고 부채비율은 계속 증가한다는 보도가 연이어 나오는데 국민 고통을 외면하고 사교육비가 줄었다고 발표하면 국민 입장에선 짜증만 난다"며 "사교육비는 줄지 않고 사(私)부담 교육비는 오히려 증가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사교육비를 잡으려고 정부가 주로 방과 후 학교, EBS 교재의 수능 연계를 강화했지만 통계를 보면 실효성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며 "사교육비 유발 핵심 원인에 접근하지 않고 손쉬운 방법으로 수치를 맞추려고 무리하게 정책 수단을 활용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또 "방과후학교, 어학연수 비용은 사교육비 통계에 포함이 안 됐는데 오히려 늘었다"며 "실제 가계가 부담하는 '사(私)부담 교육비' 모든 지출 비용을 사교육비 통계에 포함하는 등 기준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총 김동석 대변인도 "명목 사교육비와 실질 사교육비가 전년보다 모두 줄어든 건 그나마 고무적이지만 학생수가 24만명 준 걸 감안하면 실제 감소액이 미미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교총은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이 세계에서 3번째로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는데 사교육비 규모의 감소가 지나치게 오른 물가 탓에 사교육비에 더는 투자할 여력이 없는 가계 사정을 반영한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손충모 대변인은 "국가 경제가 위축되고 가정 경제가 어려워져서 가계에서 교육비 비중을 줄인 것이라면 사교육비가 감소를 위한 국가 정책이 의미 없는 게 된다"며 "정부 발표에 국가교육정책으로 사교육비가 줄었다는 근거가 없다"고 꼬집었다. 손 대변인은 "공교육의 방과후학교 등에 드는 수요자 경비는 가계가 지출하는 돈인데도 국가가 사교육 경비로 잡고 있지 않다"며 "사교육비 통계를 낼 때 정부는 `그동안 잘했다'가 아니라 방과후학교를 국가 책임으로 한다는 등 `앞으로 이렇게 하겠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부모들은 특히 1인당 사교육비 평균이 24만원이라는 말에 분통을 터뜨렸다. 중3 자녀를 둔 오모(43·여)씨는 "중3 딸이 현재 매달 80만원을 사교육비로 지출하고 있고 중간·기말고사에는 학원비가 100만원에 육박한다"며 "통계적으로 1인당 사교육비가 24만원이라고 하는데 어림도 없는 소리"라고 말했다. 특목고 3학년생 자녀를 둔 유모(48·여)씨는 "아이가 외고 3학년에 올라갔는데 외고는 방과 후 수업이 철저히 잘 돼 있어서 사교육을 주말밖에 못 하는 데도 영어·수학에 한달에 120만원 이상 들어간다"며 "1인당 평균 사교육비가 24만원이라는 말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참교육학부모회 장은숙 회장은 "명문대를 가려고 초등학교 때부터 경쟁해야 하는 구조를 깨지 않고서는 사교육비는 줄지 않을 것"이라며 "1인당 사교육비가 평균 24만원이라는 데 이건 어디까지나 '평균'이고 학원에 다닐 수 없는 아이들을 빼면 훌쩍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학원가에서도 사교육비 감소를 체감하지 못했다. 한 대형 입시학원 관계자는 "중학교는 특목고 등 고교 입시가 사실상 무력화돼서 학원들이 전업하거나 없어지는 등 큰 타격을 입었는데도 사교육비가 별로 안 줄었다는데 주목해야한다"며 "특목고 입시가 없어도 중학생들이 대입을 겨냥해서 영어, 수학 사교육을 계속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