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한날한시 주총…소액주주 권리 침해 논란
입력 2012.02.23 (06:30)
수정 2012.02.23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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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매년 5월 초 미국 네브래스카주 중소도시 오마하로 수만명의 주주와애널리스트들을 초청해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버핏은 사흘 동안 리셉션, 주총, 기자회견을 차례로 개최해 다음 회계연도의 투자 방향을 논의하면서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런 풍경을 기대하기 어렵다. 많은 재벌그룹은 기술력이나 실적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올랐지만, 계열사 주총을 한날한시에 몰아 짧으면 30분 만에 끝내버린다.
효율성을 명분으로 내세우는 회사 측 주장과 달리 주주와 시민사회는 정당한 의결권 행사를 방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삼성·현대차그룹 계열사 10곳 동시 주총
상장사 대부분이 12월 결산법인이기 때문에 많은 회사의 주총일이 겹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대기업 주요 계열사들이 일제히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주총을 여는 것은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23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739개 상장사(페이퍼컴퍼니 제외) 가운데 90%가 넘는 672곳이 12월 결산법인이다. 이들 대부분은 다음 달을 전후해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올해 가장 많은 주총이 몰린, 이른바 `주총데이'는 3월16일이다. 전날 오후 3시 기준으로 주총 일정을 확정한 12월 결산 상장사 178개사 중 65개사(36.5%)가 다음 달 16일 오전에 주총을 열 예정이다.
주총이 몰리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3월 결산법인이 많은 일본은 지난해 상장사 2천386곳 중 1천852곳(77.6%)이 6월에 주총을 개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략 하루에 90개 이상의 회사들이 주총을 열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문제는 재벌그룹 여러 곳이 계열사 주총을 한꺼번에 열어 주주들의 관심과 참여를 분산시킨다는 점이다.
올해는 삼성전자, 삼성카드, 삼성중공업, 삼성테크윈, 삼성에스원, 제일기획, 제일모직 등 삼성그룹에 속한 7개 상장사가 다음 달 16일 오전 9시 동시에 주총을 열기로 했다.
현대차, 현대글로비스, 현대비앤지스틸 등 현대차그룹 계열의 3개사 주총도 다음 달 16일 오전 9시로 동일하다.
국내 대기업들은 이같은 행태를 매년 반복하고 있다. 예컨대 지난해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계열사 6곳은 3월18일 오전 9시에 동시에 주총을 열었다.
◇사측 효율성 앞세우지만 주주권 행사 방해 우려
재벌그룹이 계열사들의 주총일 일치시키는 이유로 효율성을 내세우고 있다. 소모적인 논쟁을 일삼는 `주총꾼'을 배제하고 주총을 예상대로 원활하게 마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주주의 관심과 참여를 의도적으로 분산시켜 정당한 의결권 행사를 방해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경제개혁연대 이지수 변호사는 "한꺼번에 주총을 하면 주주권 행사에 장애가 된다. 중요한 안건을 충분한 논의 없이 통과시킬 수 있어 분산 개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결권 행사가 어려워지는 것은 소액주주들뿐만이 아니다. 기관 투자가들 역시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회사의 주총에 직접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삼성전자 지분 6%, 현대자동차 지분 5.95%를 각각 보유한 국민연금공단도 올해 주총에 서면으로 참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특정 재벌의 계열사들이 주총을 동시에 열기 때문에 의안 내용을 파악하고 어떤 의사결정을 해야 할지 판단할 여유가 부족하다. 운용사나 연기금의 주주권을 기업들이 막아버리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적어도 같은 그룹 계열사 주총은 겹치지 않게 해야 한다. 결산월을 3월, 6월 등으로 흩어지게 하는 것도 해결책 중 하나다"라고 제안했다.
뾰족한 수를 찾기는 쉽지 않다. 법으로 기업 주총일을 강제하는 것은 오히려 주주권을 저해할 수 있어 기업 관행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밖에 시공간상 제약을 최소화해 많은 주주가 기업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전자투표제도가 대책으로 제시됐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17일 경기방송이 페이퍼컴퍼니가 아닌 회사로는 처음으로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기로 하고 관련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상장사 가운데 이 제도를 채택한 회사는 아직 단 한 곳도 없다.
버핏은 사흘 동안 리셉션, 주총, 기자회견을 차례로 개최해 다음 회계연도의 투자 방향을 논의하면서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런 풍경을 기대하기 어렵다. 많은 재벌그룹은 기술력이나 실적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올랐지만, 계열사 주총을 한날한시에 몰아 짧으면 30분 만에 끝내버린다.
효율성을 명분으로 내세우는 회사 측 주장과 달리 주주와 시민사회는 정당한 의결권 행사를 방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삼성·현대차그룹 계열사 10곳 동시 주총
상장사 대부분이 12월 결산법인이기 때문에 많은 회사의 주총일이 겹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대기업 주요 계열사들이 일제히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주총을 여는 것은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23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739개 상장사(페이퍼컴퍼니 제외) 가운데 90%가 넘는 672곳이 12월 결산법인이다. 이들 대부분은 다음 달을 전후해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올해 가장 많은 주총이 몰린, 이른바 `주총데이'는 3월16일이다. 전날 오후 3시 기준으로 주총 일정을 확정한 12월 결산 상장사 178개사 중 65개사(36.5%)가 다음 달 16일 오전에 주총을 열 예정이다.
주총이 몰리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3월 결산법인이 많은 일본은 지난해 상장사 2천386곳 중 1천852곳(77.6%)이 6월에 주총을 개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략 하루에 90개 이상의 회사들이 주총을 열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문제는 재벌그룹 여러 곳이 계열사 주총을 한꺼번에 열어 주주들의 관심과 참여를 분산시킨다는 점이다.
올해는 삼성전자, 삼성카드, 삼성중공업, 삼성테크윈, 삼성에스원, 제일기획, 제일모직 등 삼성그룹에 속한 7개 상장사가 다음 달 16일 오전 9시 동시에 주총을 열기로 했다.
현대차, 현대글로비스, 현대비앤지스틸 등 현대차그룹 계열의 3개사 주총도 다음 달 16일 오전 9시로 동일하다.
국내 대기업들은 이같은 행태를 매년 반복하고 있다. 예컨대 지난해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계열사 6곳은 3월18일 오전 9시에 동시에 주총을 열었다.
◇사측 효율성 앞세우지만 주주권 행사 방해 우려
재벌그룹이 계열사들의 주총일 일치시키는 이유로 효율성을 내세우고 있다. 소모적인 논쟁을 일삼는 `주총꾼'을 배제하고 주총을 예상대로 원활하게 마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주주의 관심과 참여를 의도적으로 분산시켜 정당한 의결권 행사를 방해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경제개혁연대 이지수 변호사는 "한꺼번에 주총을 하면 주주권 행사에 장애가 된다. 중요한 안건을 충분한 논의 없이 통과시킬 수 있어 분산 개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결권 행사가 어려워지는 것은 소액주주들뿐만이 아니다. 기관 투자가들 역시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회사의 주총에 직접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삼성전자 지분 6%, 현대자동차 지분 5.95%를 각각 보유한 국민연금공단도 올해 주총에 서면으로 참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특정 재벌의 계열사들이 주총을 동시에 열기 때문에 의안 내용을 파악하고 어떤 의사결정을 해야 할지 판단할 여유가 부족하다. 운용사나 연기금의 주주권을 기업들이 막아버리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적어도 같은 그룹 계열사 주총은 겹치지 않게 해야 한다. 결산월을 3월, 6월 등으로 흩어지게 하는 것도 해결책 중 하나다"라고 제안했다.
뾰족한 수를 찾기는 쉽지 않다. 법으로 기업 주총일을 강제하는 것은 오히려 주주권을 저해할 수 있어 기업 관행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밖에 시공간상 제약을 최소화해 많은 주주가 기업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전자투표제도가 대책으로 제시됐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17일 경기방송이 페이퍼컴퍼니가 아닌 회사로는 처음으로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기로 하고 관련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상장사 가운데 이 제도를 채택한 회사는 아직 단 한 곳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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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2-02-23 06:30:35
- 수정2012-02-23 19:06:32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매년 5월 초 미국 네브래스카주 중소도시 오마하로 수만명의 주주와애널리스트들을 초청해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버핏은 사흘 동안 리셉션, 주총, 기자회견을 차례로 개최해 다음 회계연도의 투자 방향을 논의하면서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런 풍경을 기대하기 어렵다. 많은 재벌그룹은 기술력이나 실적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올랐지만, 계열사 주총을 한날한시에 몰아 짧으면 30분 만에 끝내버린다.
효율성을 명분으로 내세우는 회사 측 주장과 달리 주주와 시민사회는 정당한 의결권 행사를 방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삼성·현대차그룹 계열사 10곳 동시 주총
상장사 대부분이 12월 결산법인이기 때문에 많은 회사의 주총일이 겹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대기업 주요 계열사들이 일제히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주총을 여는 것은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23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739개 상장사(페이퍼컴퍼니 제외) 가운데 90%가 넘는 672곳이 12월 결산법인이다. 이들 대부분은 다음 달을 전후해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올해 가장 많은 주총이 몰린, 이른바 `주총데이'는 3월16일이다. 전날 오후 3시 기준으로 주총 일정을 확정한 12월 결산 상장사 178개사 중 65개사(36.5%)가 다음 달 16일 오전에 주총을 열 예정이다.
주총이 몰리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3월 결산법인이 많은 일본은 지난해 상장사 2천386곳 중 1천852곳(77.6%)이 6월에 주총을 개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략 하루에 90개 이상의 회사들이 주총을 열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문제는 재벌그룹 여러 곳이 계열사 주총을 한꺼번에 열어 주주들의 관심과 참여를 분산시킨다는 점이다.
올해는 삼성전자, 삼성카드, 삼성중공업, 삼성테크윈, 삼성에스원, 제일기획, 제일모직 등 삼성그룹에 속한 7개 상장사가 다음 달 16일 오전 9시 동시에 주총을 열기로 했다.
현대차, 현대글로비스, 현대비앤지스틸 등 현대차그룹 계열의 3개사 주총도 다음 달 16일 오전 9시로 동일하다.
국내 대기업들은 이같은 행태를 매년 반복하고 있다. 예컨대 지난해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계열사 6곳은 3월18일 오전 9시에 동시에 주총을 열었다.
◇사측 효율성 앞세우지만 주주권 행사 방해 우려
재벌그룹이 계열사들의 주총일 일치시키는 이유로 효율성을 내세우고 있다. 소모적인 논쟁을 일삼는 `주총꾼'을 배제하고 주총을 예상대로 원활하게 마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주주의 관심과 참여를 의도적으로 분산시켜 정당한 의결권 행사를 방해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경제개혁연대 이지수 변호사는 "한꺼번에 주총을 하면 주주권 행사에 장애가 된다. 중요한 안건을 충분한 논의 없이 통과시킬 수 있어 분산 개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결권 행사가 어려워지는 것은 소액주주들뿐만이 아니다. 기관 투자가들 역시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회사의 주총에 직접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삼성전자 지분 6%, 현대자동차 지분 5.95%를 각각 보유한 국민연금공단도 올해 주총에 서면으로 참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특정 재벌의 계열사들이 주총을 동시에 열기 때문에 의안 내용을 파악하고 어떤 의사결정을 해야 할지 판단할 여유가 부족하다. 운용사나 연기금의 주주권을 기업들이 막아버리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적어도 같은 그룹 계열사 주총은 겹치지 않게 해야 한다. 결산월을 3월, 6월 등으로 흩어지게 하는 것도 해결책 중 하나다"라고 제안했다.
뾰족한 수를 찾기는 쉽지 않다. 법으로 기업 주총일을 강제하는 것은 오히려 주주권을 저해할 수 있어 기업 관행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밖에 시공간상 제약을 최소화해 많은 주주가 기업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전자투표제도가 대책으로 제시됐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17일 경기방송이 페이퍼컴퍼니가 아닌 회사로는 처음으로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기로 하고 관련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상장사 가운데 이 제도를 채택한 회사는 아직 단 한 곳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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