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포착] 섭씨 1000도 화장장, 여자가 지킨다?

입력 2012.02.2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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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얼마 전에 고인의 유품을 수습하는 유품정리 전문가를 소개해드렸는데요,

오늘은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하는 화장로 기사들의 이야기 들려드릴까 합니다

화장로 기사, 좀 생소하게 들리실텐데요,

화장장에서 고인을 화장하고, 유골을 가족들에게 전해주는 일까지 하는 직업이라죠

네, 무려 천 도에 이르는 뜨거운 화장로에 매일같이 있다보면 살갗이 다 벗겨질 정도라 남자들도 힘겨워한다는데요,

여기 당당하게 도전한 20대 여성들이 있습니다

고된 일이지만 고인 한사람 한사람 정성어린 손길로 하늘에 보내다보면, 삶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는데요

김기흥 기자, 여성 최초 화장로 기사들의 하루를 담아오셨다고요

<기자 멘트>

매일 마주치는 죽음과 슬픔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면 안 되는 것이 힘든 일이지만 오히려 이를 통해 자신들은 더욱 성숙해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시간이 흘렀지만 처음으로 했던 화장을 잊을 수 없다고 합니다.

성탄절 다음날 지하철 화장실에서 발견된 신생아의 시신이었는데요

외롭게 간 아이의 가는 길을 지켜주고자 작은 관에 과자와 꽃 그리고 노잣돈을 한 가득 넣어줬다고 합니다.

정성어린 손길로 고인이 가는 길이 조금이라도 편하길 바란다는 이들을 만나봤습니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서울 추모공원, 이 곳에 화장로에서 일하는 우리나라 최초 여성 장례기사가 있다고 하는데요.

남자 직원들 틈에 보이는 이 분들이 오늘의 주인공인 이해루, 박소연 씹니다.

<인터뷰> 박소연(장례기사) : "화장장에 오는 고인을 화장을 한 뒤 유족들에게 인계하는 작업입니다."

하루 시작은 화장로와 화로 그리고 고인을 모시는 대차를 청소 하는 것입니다.

<인터뷰> 이해루(장례기사) : "화장로 쪽은 청소용역(회사)에서 무섭다고 청소를 안 해주기 때문에 저희가 직접 청소를 해야합니다."

오열하는 가족들과 고인이 이별의 시간이 지나면, 고인을 맞이하기 위해 박소연 씨가 옵니다.

<녹취> "지금부터 고 000님을 정성으로 모시겠습니다. "

유가족을 대신 해 고인을 모셔가는 손길은 조심스럽습니다.

<인터뷰> 박소연(장례기사) : "슬픈 모습을 볼 때, 처음에는 저도 동요되기도 했었지만 직업상 그러면 안되기 때문에 감정조절을 열심히 하고있습니다."

화로의 온도는 보통 800~1000℃정도, 화장로가 작동하는 100분 동안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지켜봅니다.

<인터뷰> 박소연(장례기사) : "부장품으로 책, 성경책, 휴대전화를 넣는 경우가 있어 혹시라도 사고가 생길까봐 주의 집중을 하고 있습니다."

엄연한 직업이지만 남성들도 힘들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한만성(동료직원) : "(여자로써 일하기가) 모든 것이 다 힘들죠. (화장로 안이) 덥고 뜨거운 열에서 (일을) 한다는 것이 여자로써 많이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열심히 하려고 하니까 많이 기특해요."

화장로로 들어가기 전 해루 씨는 안경을 바꿔 씁니다.

바로 뜨거운 화로의 열기 때문인데요.

<인터뷰> 이해루(장례기사) : "화장로에서 (화로가) 나오면 열기가 뜨겁기 때문에 안경 렌즈 코팅이 녹아서 작업할 때는 전에 쓰던 것을 쓰고 있어요."

이렇게 뜨거운 화로에서 작업을 하다보면 살갗이 벗겨지고, 자칫 방심하면 화상을 입을 수도 있어 늘 긴장을 놓칠 수 없습니다.

<인터뷰> 박소연(장례기사) : "위험하기도 하고 어려운 일이거든요. 화장하는 총 과정 중에서 가장 집중해야 하는 시간입니다."

박소연 씨는 체대에서 태권도를 전공하던 중, 부상으로 진로를 장묘문화 연구로 바꿨고 자연히 장례기사에 관심이 갔다는데요.

<인터뷰> 박소연(장례기사) :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고 누군가는 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선택했고, 제가 전공 한 분야이기 때문에 가장 잘 할 수 있다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8 년 동안 장례지도사 일을 하던 이해루 씨는, 주변의 편견과 맞서기 위해 도전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해루(장례기사) : "(주변의 반응에) 오기가 났던 거 같아요. '너는 못할 것이다. 너는 안된다'고 하면 '내가 왜 못하냐? 난 할 수 있어!' 이런 (생각이) 있어서...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오래 이 일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두 사람은 대학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는데요. 지금은 직장 동료가 되었습니다.

화장장에서 일하는 만큼 남들은 경험하지 못한 특별한 경험을 할 때도 있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박소연(장례기사) : "초를 피워서 촛농이 많이 떨어졌나보다 생각을 했는데 알고 보니 유가족들이 흘린 눈물이었어요. 이 눈물까지 직접 닦으면서 조금이나마 정성을 표현 해야겠구나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매일 죽음과 슬픔을 마주하는 일,(하지만) 유가족들 앞에서 내 감정을 드러낼 수 없습니다.

표현 할 수 없어 힘들 거라 생각 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자신을 더욱 성숙하게 만든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박소연(장례기사) : "고인과 부장품이 한 줌 재로 변하잖아요. 그것을 보면서 욕심부리며 사는 것이 다가 아니구나 생각을 하고, 어떻게 하면 제 삶이 더 값지고 알차게 살 수 있을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점심시간이 따로 없을 정도로 빡빡한 업무, 뜨거운 화로의 열기에서 일하는 것이 힘들지만, 자신의 정성어린 손길로 고인이 가는 길이 조금이라도 편하길 바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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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2-24 09: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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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얼마 전에 고인의 유품을 수습하는 유품정리 전문가를 소개해드렸는데요, 오늘은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하는 화장로 기사들의 이야기 들려드릴까 합니다 화장로 기사, 좀 생소하게 들리실텐데요, 화장장에서 고인을 화장하고, 유골을 가족들에게 전해주는 일까지 하는 직업이라죠 네, 무려 천 도에 이르는 뜨거운 화장로에 매일같이 있다보면 살갗이 다 벗겨질 정도라 남자들도 힘겨워한다는데요, 여기 당당하게 도전한 20대 여성들이 있습니다 고된 일이지만 고인 한사람 한사람 정성어린 손길로 하늘에 보내다보면, 삶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는데요 김기흥 기자, 여성 최초 화장로 기사들의 하루를 담아오셨다고요 <기자 멘트> 매일 마주치는 죽음과 슬픔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면 안 되는 것이 힘든 일이지만 오히려 이를 통해 자신들은 더욱 성숙해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시간이 흘렀지만 처음으로 했던 화장을 잊을 수 없다고 합니다. 성탄절 다음날 지하철 화장실에서 발견된 신생아의 시신이었는데요 외롭게 간 아이의 가는 길을 지켜주고자 작은 관에 과자와 꽃 그리고 노잣돈을 한 가득 넣어줬다고 합니다. 정성어린 손길로 고인이 가는 길이 조금이라도 편하길 바란다는 이들을 만나봤습니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서울 추모공원, 이 곳에 화장로에서 일하는 우리나라 최초 여성 장례기사가 있다고 하는데요. 남자 직원들 틈에 보이는 이 분들이 오늘의 주인공인 이해루, 박소연 씹니다. <인터뷰> 박소연(장례기사) : "화장장에 오는 고인을 화장을 한 뒤 유족들에게 인계하는 작업입니다." 하루 시작은 화장로와 화로 그리고 고인을 모시는 대차를 청소 하는 것입니다. <인터뷰> 이해루(장례기사) : "화장로 쪽은 청소용역(회사)에서 무섭다고 청소를 안 해주기 때문에 저희가 직접 청소를 해야합니다." 오열하는 가족들과 고인이 이별의 시간이 지나면, 고인을 맞이하기 위해 박소연 씨가 옵니다. <녹취> "지금부터 고 000님을 정성으로 모시겠습니다. " 유가족을 대신 해 고인을 모셔가는 손길은 조심스럽습니다. <인터뷰> 박소연(장례기사) : "슬픈 모습을 볼 때, 처음에는 저도 동요되기도 했었지만 직업상 그러면 안되기 때문에 감정조절을 열심히 하고있습니다." 화로의 온도는 보통 800~1000℃정도, 화장로가 작동하는 100분 동안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지켜봅니다. <인터뷰> 박소연(장례기사) : "부장품으로 책, 성경책, 휴대전화를 넣는 경우가 있어 혹시라도 사고가 생길까봐 주의 집중을 하고 있습니다." 엄연한 직업이지만 남성들도 힘들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한만성(동료직원) : "(여자로써 일하기가) 모든 것이 다 힘들죠. (화장로 안이) 덥고 뜨거운 열에서 (일을) 한다는 것이 여자로써 많이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열심히 하려고 하니까 많이 기특해요." 화장로로 들어가기 전 해루 씨는 안경을 바꿔 씁니다. 바로 뜨거운 화로의 열기 때문인데요. <인터뷰> 이해루(장례기사) : "화장로에서 (화로가) 나오면 열기가 뜨겁기 때문에 안경 렌즈 코팅이 녹아서 작업할 때는 전에 쓰던 것을 쓰고 있어요." 이렇게 뜨거운 화로에서 작업을 하다보면 살갗이 벗겨지고, 자칫 방심하면 화상을 입을 수도 있어 늘 긴장을 놓칠 수 없습니다. <인터뷰> 박소연(장례기사) : "위험하기도 하고 어려운 일이거든요. 화장하는 총 과정 중에서 가장 집중해야 하는 시간입니다." 박소연 씨는 체대에서 태권도를 전공하던 중, 부상으로 진로를 장묘문화 연구로 바꿨고 자연히 장례기사에 관심이 갔다는데요. <인터뷰> 박소연(장례기사) :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고 누군가는 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선택했고, 제가 전공 한 분야이기 때문에 가장 잘 할 수 있다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8 년 동안 장례지도사 일을 하던 이해루 씨는, 주변의 편견과 맞서기 위해 도전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해루(장례기사) : "(주변의 반응에) 오기가 났던 거 같아요. '너는 못할 것이다. 너는 안된다'고 하면 '내가 왜 못하냐? 난 할 수 있어!' 이런 (생각이) 있어서...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오래 이 일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두 사람은 대학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는데요. 지금은 직장 동료가 되었습니다. 화장장에서 일하는 만큼 남들은 경험하지 못한 특별한 경험을 할 때도 있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박소연(장례기사) : "초를 피워서 촛농이 많이 떨어졌나보다 생각을 했는데 알고 보니 유가족들이 흘린 눈물이었어요. 이 눈물까지 직접 닦으면서 조금이나마 정성을 표현 해야겠구나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매일 죽음과 슬픔을 마주하는 일,(하지만) 유가족들 앞에서 내 감정을 드러낼 수 없습니다. 표현 할 수 없어 힘들 거라 생각 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자신을 더욱 성숙하게 만든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박소연(장례기사) : "고인과 부장품이 한 줌 재로 변하잖아요. 그것을 보면서 욕심부리며 사는 것이 다가 아니구나 생각을 하고, 어떻게 하면 제 삶이 더 값지고 알차게 살 수 있을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점심시간이 따로 없을 정도로 빡빡한 업무, 뜨거운 화로의 열기에서 일하는 것이 힘들지만, 자신의 정성어린 손길로 고인이 가는 길이 조금이라도 편하길 바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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