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추락 장면’ 연상 맨해튼 미드 광고 논란

입력 2012.03.01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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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9.11 테러 당시 희생자들의 추락 장면을 연상케 하는 TV 드라마 광고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어지간한 광고로는 주목받기 힘든 7번가에 최근 행인들의 눈길이 쏠릴 수 밖에 없는 광고가 등장했다.

한 남성이 허공에서 거꾸로 떨어지는 장면의 이 광고는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인기드라마 '매드멘(Mad Men) 시즌 5'가 내달 25일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

하지만 이 광고를 본 모든 사람들의 뇌리에 "돈 드레이퍼(매드멘의 주인공)가 돌아왔구나"라는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는데 문제가 있다.

1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9.11의 상처가 아물지 못하고 있는 뉴욕 한복판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추락하는 남성과 9.11의 추억'이란 기사에서 광고를 본 많은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드라마가 아닌 9.11의 악몽을 떠올릴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 광고가 9.11의 비극을 연상시킨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곳에서 지적됐다.

하지만 행인들이 머리 위의 광고판에서 직접 목격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광고 아래 쪽에 `3월25일'이라는 글자가 있지만 이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희생자 유가족인 아니타 코르손스키는 입장을 묻는 NYT의 이메일에 "맨해튼을 걷다가 광고를 봤다면 곧바로 월드트레이드센터에서 뛰어 내렸던 사람들이 떠올랐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일상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언제까지나 9.11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 경우에는 최소한 추락 장면은 피했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당시 희생된 소방관의 부친인 리 아이엘피는 "개인적으로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이 광고가 9.11을 즉각 떠올리게 하는 것은 틀림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유가족인 낸시 니 역시 "할리우드는 뉴요커와 그 가족들이 아파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것 같다"고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일부 유가족은 NYT가 자신들의 입장을 묻는 이메일을 돌린데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리타 나사르는 "우리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하면서도 사실은 당신이 쓰고 싶은 기사를 쓰기 위해 우리를 이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매드멘 제작사인 AMC 측은 성명에서 "문제의 장면은 주인공이 가상의 삶에서 어떤 것을 겪게 되는지를 시사하기 위함이지 특정 사건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돈 드레이퍼가 허공에서 추락하는 모습은 인생이 꼬인 한 남성을 묘사하기 위해 시즌1이 시작된 2007년부터 사용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드멘은 1960년대를 배경으로 뉴욕 광고계의 직장 내 권력다툼을 다룬 드라마다.

2007년 시즌1을 시작으로 4년 연속 에미상의 베스트 드라마 상을 받았으며 `꼭 봐야 할 베스트 드라마'(뉴스위크), `놓쳐서는 안될 최고의 시리즈'(타임) 등의 호평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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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11 추락 장면’ 연상 맨해튼 미드 광고 논란
    • 입력 2012-03-01 07:18:34
    연합뉴스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9.11 테러 당시 희생자들의 추락 장면을 연상케 하는 TV 드라마 광고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어지간한 광고로는 주목받기 힘든 7번가에 최근 행인들의 눈길이 쏠릴 수 밖에 없는 광고가 등장했다. 한 남성이 허공에서 거꾸로 떨어지는 장면의 이 광고는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인기드라마 '매드멘(Mad Men) 시즌 5'가 내달 25일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 하지만 이 광고를 본 모든 사람들의 뇌리에 "돈 드레이퍼(매드멘의 주인공)가 돌아왔구나"라는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는데 문제가 있다. 1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9.11의 상처가 아물지 못하고 있는 뉴욕 한복판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추락하는 남성과 9.11의 추억'이란 기사에서 광고를 본 많은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드라마가 아닌 9.11의 악몽을 떠올릴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 광고가 9.11의 비극을 연상시킨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곳에서 지적됐다. 하지만 행인들이 머리 위의 광고판에서 직접 목격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광고 아래 쪽에 `3월25일'이라는 글자가 있지만 이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희생자 유가족인 아니타 코르손스키는 입장을 묻는 NYT의 이메일에 "맨해튼을 걷다가 광고를 봤다면 곧바로 월드트레이드센터에서 뛰어 내렸던 사람들이 떠올랐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일상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언제까지나 9.11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 경우에는 최소한 추락 장면은 피했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당시 희생된 소방관의 부친인 리 아이엘피는 "개인적으로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이 광고가 9.11을 즉각 떠올리게 하는 것은 틀림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유가족인 낸시 니 역시 "할리우드는 뉴요커와 그 가족들이 아파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것 같다"고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일부 유가족은 NYT가 자신들의 입장을 묻는 이메일을 돌린데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리타 나사르는 "우리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하면서도 사실은 당신이 쓰고 싶은 기사를 쓰기 위해 우리를 이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매드멘 제작사인 AMC 측은 성명에서 "문제의 장면은 주인공이 가상의 삶에서 어떤 것을 겪게 되는지를 시사하기 위함이지 특정 사건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돈 드레이퍼가 허공에서 추락하는 모습은 인생이 꼬인 한 남성을 묘사하기 위해 시즌1이 시작된 2007년부터 사용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드멘은 1960년대를 배경으로 뉴욕 광고계의 직장 내 권력다툼을 다룬 드라마다. 2007년 시즌1을 시작으로 4년 연속 에미상의 베스트 드라마 상을 받았으며 `꼭 봐야 할 베스트 드라마'(뉴스위크), `놓쳐서는 안될 최고의 시리즈'(타임) 등의 호평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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