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포착] ‘우산 할아버지’ 편히 가세요!

입력 2012.03.05 (09:09) 수정 2012.03.05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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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경기도 성남시의 야탑역 4번 출구 앞에는 갑작스런 비 소식에 우산을 구하지 못한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우산 할아버지가 계셨는데요.

항상 같은 자리에서 우산을 무료로 빌려주시는 것도 모자라 고장 난 우산까지 무료로 고쳐주셨다죠.

네. 며칠 전 갑자기 내린 봄비에 미처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시민들은 이번에도 우산 할아버지를 찾아갔는데요.

하지만 그곳엔 국화꽃과 활짝 웃는 우산할아버지의 사진만이 남아있었는데요.

이미 우산 할아버지는 우리의 곁은 떠난 후였습니다.

김기흥 기자, 할아버지가 떠난 후에도 야탑역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요?

네. 낮에도 밤에도 할아버지를 기억하는 이들의 발길이 우산수리센터를 찾고 있었습니다.

고장 나면 고치기보다는 새 것을 사게 되는 우산... 너무 흔해서 소중함을 잊고 살곤 하는데요.

이 우산을 32년 동안 무료로 수리해 주고, 급할 때마다 빌려주시는 등 많은 시민들에게 큰 도움을 주셨던 김성남 할아버지가 지난 27일, 세 번째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우산 할아버지는 1980년 10월, 서울 성내역에서 비를 피하기 위해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안타까워 우산 무료대여를 시작했는데요.

10여 년 전, 경기도 성남시로 이사를 온 후에도 우산할아버지의 우산 사랑은 계속됐는데요.

암 투병 중에도 야탑역 4번 출구에서 한결같이 우산수리와 무료대여 봉사를 해 오신 우산 할아버지를 기억하는 시민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갑자기 비가 오는 날이면 무료로 우산을 빌려주셨던 우산 할아버지.

<녹취> "(우산) 필요하신 분은 쓰고 가세요."

덕분에 많은 사람이 비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녹취> "고맙습니다."

고장 난 우산을 가져오면 무료로 수선까지 해줬는데요.

우산 할아버지 손에 다시 태어난 우산만 무려 60만 개가 넘습니다.

대가 없이 봉사를 해온 김성남 할아버지가, 지난달 27일, 세상과 아쉬운 작별을 고했는데요.

세 번의 암 투병 중에도 우산이 필요한 사람들 걱정에 틈나는 대로 우산수리센터로 출근하셨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용선(우산 할아버지 아들) : "암이라는 게 쉬운 병은 아니니까요. 봉사하시면서 쉬셔야 했는데 너무 무리하셔서요."

힘겹게 병마와 싸우는 중에도 거동만 할 수 있다면 단 열흘이라도 더 봉사하고 싶다던 할아버지의 따뜻한 마음이 세상에 전해졌던 걸까요.

고인과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습니다.

<인터뷰> 이길재(우산 할아버지 사위) : "당신은 희생되더라도 ‘이웃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행복하라.’라고 항상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우산봉사를 시작하던 무렵 초등학생이던 손자는 어느새 성인이 됐습니다.

<인터뷰> 이정인(우산 할아버지 외손자) : "할아버지 손이 너무 거치세요. (우산을 수선할 때) 각종 연장을 쓰시다 보니까 손에 굳은살부터 해서 상처가 너무 많으셨어요."

야탑역 우산수리센터에서는 우산을 매만지던 할아버지의 모습을 더는 볼 수 없었지만, 누군가 빌려갔던 우산들이 할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2010년 가을, 입원 중이라는 쪽지만 남겨두고 떠났던 할아버지가 빨리 쾌차하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건 할아버지의 영정사진뿐인데요.

<인터뷰> 이만재(경기도 성남시 야탑동) : "마음속으로 만날 고마웠거든요. 돈도 안 받으시고 요구르트 하나 갖다 드리면 그저 고맙다고 말씀하셨는데 안타깝고 좋은 데로 가셨으면 좋겠네요. 편안하게 쉬셨으면 좋겠네요."

<인터뷰> 송지은(경기도 성남시 야탑동) : "사회가 각박하지만 이런 할아버지가 계셔서 저희가 살면서 많이 위로받지 않나 생각이 드네요. 좋은 곳으로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1980년 3월. 비 오는 날, 우산을 준비하지 못해 뛰어다니는 행인들이 안쓰러워 당시 130원씩 하는 비닐우산 300개를 사서 빌려주기 시작한 것이 32년이나 이어져 왔습니다.

할아버지의 이런 선행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시민상과 감사패, 2001년에는 행정자치부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는데요.

<인터뷰> 김성남(우산 할아버지/생전 인터뷰) : "참 안타깝죠. 비가 와서 못 가면. 소나기 오면 못 가는 사람들. (우산을) 하나씩 만들어서 빌려주는 걸 좋아해서 시작했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늘 같은 자리를 지켜왔던 김성남 할아버지.

우산수리를 맡기러 온 사람들은 500원, 1000원씩 감사의 마음을 전했는데요.

지난 2009년에는 이렇게 모여진 돈을 이웃돕기 성금으로 기탁하기도 했습니다.

우산 할아버지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면서 네티즌의 애도 물결이 이어졌는데요.

할아버지가 떠나신지 며칠이 지났지만, 야탑역 우산수리센터 앞은 늦은 밤까지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누군가는 무료로 빌려갔던 우산을, 누군가는 무료로 수리 받았던 우산을 하나쯤 갖고 있는 시민들이었는데요.

비오는 날이면 손수 수리한 우산을 아낌없이 내어주시던 할아버지 모습이 벌써부터 그리워집니다.

할아버지가 우리에게 주고 간 것은 어쩌면 조그만 우산 안에는 담을 수 없을 만큼 큰, 나눔의 마음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인터뷰> 문보영(경기도 성남시 야탑동) : "장마 때였나, 우산이 바람에 살이 나가는 바람에 고장 나서 우산 할아버지께 부탁한 적이 있는데 그때 친절히 고쳐주셔서 아직 그 우산을 가지고 있거든요."

고인의 선행이 점차 알려지면서 생전에 우산을 무료 수리하는 봉사뿐 아니라, 자활에 나선 이들에게 우산수선 기술을 가르치셨던 할아버지.

그의 봉사는 길 위의 다른 동료들에게도 귀감이 될 정도였습니다.

<인터뷰> 최보경(경기도 성남시 야탑동) : "남들을 도와주고 남들에게 희생하는 모습에 고마움 느끼고 우리 부모님 같으셨어요."

굳은살이 박이고, 거동이 불편해져도 시민들의 인사 한마디면 힘이 났다는 할아버지.

<인터뷰> 김성남(우산 할아버지/생전 인터뷰) : "지나가면서 인사해주고 또 우산 고치러 와서 인사해주고 빌려 가는 사람 인사하고 그래서 지금은 피곤한지를 몰라요. 일해도 재미있죠."

비가 쏟아지고, 눈이 오던 그날.. 우산 할아버지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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