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삼성 잘 잡는 ‘천적의 자격’

입력 2012.03.05 (13:06) 수정 2012.03.05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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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정규리그 우승을 눈앞에 둔 삼성화재와 2위 대한항공의 경쟁 구도가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더욱 흥미진진해지고 있다.



삼성화재는 지난 1일 대한항공과의 6라운드 경기에서 0-3으로 완패했다.



당시 세트스코어 3-1 이상으로 승리하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할 수 있었지만 패배로 축배를 뒤로 미뤄야 했다.



삼성화재는 승점 78점으로 여전히 단독 선두지만 대한항공(승점 68점)에 내리 4차례 덜미를 잡히면서 약점을 노출했다.



최근 경기 흐름을 보면 삼성성화재에 대한항공은 ‘천적’이나 마찬가지다.



지난해에는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대한항공이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삼성화재에 4연패를 당해 우승컵을 내줬다.



올 시즌 1, 2라운드에서도 삼성화재와 풀세트 접전을 치르고도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모두 패했다.



그러나 3라운드 이후 천적 관계가 뒤바뀌었다.



대한항공은 3, 4라운드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삼성화재을 꺾었고 5, 6라운드에서는 아예 3-0 완승을 했다.



대한항공이 승승장구하는 가장 큰 요인은 눈에 띄게 범실이 줄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전통적으로 강서브를 구사하는 팀이다.



올 시즌 세트당 서브 득점은 1.188개로 7개 팀 중 독보적인 1위다.



그러나 강한 서브는 양날의 칼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3시즌 동안 서브 범실이 400개가 넘는 유일한 팀일 정도로 범실이 많았다.



올 시즌에도 서브 범실로만 7개 팀 중 최다인 493점을 내줬다.



대한항공은 삼성화재와의 올시즌 초반 격돌에서도 상대 수비를 흔들고자 강한 서브를 넣는 데 치중하면서 범실을 양산했다.



대한항공은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여러 번의 기회를 맞이했지만 그때마다 서브 범실이 나와 승부에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그러나 ‘목적타 서브’로 패턴을 바꾸면서 고질병에서 벗어났다.



김상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대한항공이 가빈과 박철우 쪽으로 목적타 서브를 잘 때려넣어 삼성화재의 세트플레이를 막았다"며 "그런 식의 좋은 서브가 나와 가빈에게 어려운 공이 많이 올라갔고, 이 때문에 대한항공이 방어를 하는데 다른 팀보다 좀더 쉬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도 "선수들이 대한항공과 붙으면 서브리시브에 부담을 가지면서 위축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자평했다.



양 팀의 ‘공격 패턴’ 또한 승부에 영향을 미친다.



삼성화재는 전통적으로 한 명의 거포가 공격을 책임지는 ‘몰빵 배구’를 구사한다.



‘캐나다산 폭격기’ 가빈 슈미트가 대부분 경기마다 공격 점유율이 50%가 넘는다.



쌍포의 한 축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박철우는 부진에 빠져 총 득점 순위에서 간신히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가빈 하기 나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삼성화재의 전력은 가빈에게 크게 의존한다.



하지만 최근 가빈이 컨디션 난조를 겪고 있고 목적타 서브의 포격 대상이 되면서 제대로 된 세트플레이를 펼치지 못하고 있다.



주전 세터인 유광우와의 공격 템포가 맞지 않아 가빈이 100% 힘을 실어서 때릴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반면 대한항공은 위기 때마다 선수 전원이 돌아가며 득점에 가담하는 ‘토탈 배구’를 앞세운다.



‘해결사’ 네맥 마틴(공격 성공률 56.19%)이 공격의 중심을 맡는 동안 쌍포의 또 다른 축인 김학민(공격 성공률 54.68%)이 공격을 절반 가까이 책임진다.



덕분에 마틴은 힘을 아끼면서 순도 높은 공격 구사를 할 수 있게 됐다.



꾸준한 활약을 펼치는 곽승석, 이영택 등도 이들 ‘쌍포’를 뒷받침한다.



주전 세터 한선수의 토스, 리시브, 세트플레이도 안정적이다.



명세터 출신인 신영철 대한항공 감독은 "블로킹이나 서브 능력은 나보다 낫고 토스도 빠르게 잘한다. 대한민국 세터 중에서 공 스피드가 가장 빠르다"며 "공이 나빴을 때 컨트롤하는 부분과 공격수 컨디션을 체크하는 능력만 잘 키우면 된다"고 칭찬할 정도다.



챔피언결정전 직행을 사실한 예약한 삼성화재는 우승컵을 놓고 대한항공과 맞붙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의 상승세를 경계하고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신치용 감독은 "일단은 (정규리그) 1위가 급하다. 1위를 하고 나서 시간을 두고 기본을 충실히하면 챔피언결정전은 큰 무리가 없다고 본다"며 "어차피 지금은 서로가 서로를 잘 아는 시기라 새로운 전략이 나올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챔피언결정전은 걱정하지 않는다. 지금 가빈이 다소 흔들리고 있지만 마지막 승부처가 되면 모든 것을 쏟아부을 테니 실력이 나올 것"이라며 "지난해 정규리그에서 그렇게 대한항공에 지다가 챔프전에서는 4-0으로 이기지 않았냐"며 웃었다.



신영철 감독도 올해는 자신이 있다는 눈치다.



신영철 감독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선수들이 삼성화재를 만나면 뭔가 자신감이 없었는데 올해는 다르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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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항공, 삼성 잘 잡는 ‘천적의 자격’
    • 입력 2012-03-05 13:06:04
    • 수정2012-03-05 13:20:22
    연합뉴스
프로배구 정규리그 우승을 눈앞에 둔 삼성화재와 2위 대한항공의 경쟁 구도가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더욱 흥미진진해지고 있다.

삼성화재는 지난 1일 대한항공과의 6라운드 경기에서 0-3으로 완패했다.

당시 세트스코어 3-1 이상으로 승리하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할 수 있었지만 패배로 축배를 뒤로 미뤄야 했다.

삼성화재는 승점 78점으로 여전히 단독 선두지만 대한항공(승점 68점)에 내리 4차례 덜미를 잡히면서 약점을 노출했다.

최근 경기 흐름을 보면 삼성성화재에 대한항공은 ‘천적’이나 마찬가지다.

지난해에는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대한항공이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삼성화재에 4연패를 당해 우승컵을 내줬다.

올 시즌 1, 2라운드에서도 삼성화재와 풀세트 접전을 치르고도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모두 패했다.

그러나 3라운드 이후 천적 관계가 뒤바뀌었다.

대한항공은 3, 4라운드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삼성화재을 꺾었고 5, 6라운드에서는 아예 3-0 완승을 했다.

대한항공이 승승장구하는 가장 큰 요인은 눈에 띄게 범실이 줄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전통적으로 강서브를 구사하는 팀이다.

올 시즌 세트당 서브 득점은 1.188개로 7개 팀 중 독보적인 1위다.

그러나 강한 서브는 양날의 칼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3시즌 동안 서브 범실이 400개가 넘는 유일한 팀일 정도로 범실이 많았다.

올 시즌에도 서브 범실로만 7개 팀 중 최다인 493점을 내줬다.

대한항공은 삼성화재와의 올시즌 초반 격돌에서도 상대 수비를 흔들고자 강한 서브를 넣는 데 치중하면서 범실을 양산했다.

대한항공은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여러 번의 기회를 맞이했지만 그때마다 서브 범실이 나와 승부에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그러나 ‘목적타 서브’로 패턴을 바꾸면서 고질병에서 벗어났다.

김상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대한항공이 가빈과 박철우 쪽으로 목적타 서브를 잘 때려넣어 삼성화재의 세트플레이를 막았다"며 "그런 식의 좋은 서브가 나와 가빈에게 어려운 공이 많이 올라갔고, 이 때문에 대한항공이 방어를 하는데 다른 팀보다 좀더 쉬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도 "선수들이 대한항공과 붙으면 서브리시브에 부담을 가지면서 위축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자평했다.

양 팀의 ‘공격 패턴’ 또한 승부에 영향을 미친다.

삼성화재는 전통적으로 한 명의 거포가 공격을 책임지는 ‘몰빵 배구’를 구사한다.

‘캐나다산 폭격기’ 가빈 슈미트가 대부분 경기마다 공격 점유율이 50%가 넘는다.

쌍포의 한 축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박철우는 부진에 빠져 총 득점 순위에서 간신히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가빈 하기 나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삼성화재의 전력은 가빈에게 크게 의존한다.

하지만 최근 가빈이 컨디션 난조를 겪고 있고 목적타 서브의 포격 대상이 되면서 제대로 된 세트플레이를 펼치지 못하고 있다.

주전 세터인 유광우와의 공격 템포가 맞지 않아 가빈이 100% 힘을 실어서 때릴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반면 대한항공은 위기 때마다 선수 전원이 돌아가며 득점에 가담하는 ‘토탈 배구’를 앞세운다.

‘해결사’ 네맥 마틴(공격 성공률 56.19%)이 공격의 중심을 맡는 동안 쌍포의 또 다른 축인 김학민(공격 성공률 54.68%)이 공격을 절반 가까이 책임진다.

덕분에 마틴은 힘을 아끼면서 순도 높은 공격 구사를 할 수 있게 됐다.

꾸준한 활약을 펼치는 곽승석, 이영택 등도 이들 ‘쌍포’를 뒷받침한다.

주전 세터 한선수의 토스, 리시브, 세트플레이도 안정적이다.

명세터 출신인 신영철 대한항공 감독은 "블로킹이나 서브 능력은 나보다 낫고 토스도 빠르게 잘한다. 대한민국 세터 중에서 공 스피드가 가장 빠르다"며 "공이 나빴을 때 컨트롤하는 부분과 공격수 컨디션을 체크하는 능력만 잘 키우면 된다"고 칭찬할 정도다.

챔피언결정전 직행을 사실한 예약한 삼성화재는 우승컵을 놓고 대한항공과 맞붙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의 상승세를 경계하고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신치용 감독은 "일단은 (정규리그) 1위가 급하다. 1위를 하고 나서 시간을 두고 기본을 충실히하면 챔피언결정전은 큰 무리가 없다고 본다"며 "어차피 지금은 서로가 서로를 잘 아는 시기라 새로운 전략이 나올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챔피언결정전은 걱정하지 않는다. 지금 가빈이 다소 흔들리고 있지만 마지막 승부처가 되면 모든 것을 쏟아부을 테니 실력이 나올 것"이라며 "지난해 정규리그에서 그렇게 대한항공에 지다가 챔프전에서는 4-0으로 이기지 않았냐"며 웃었다.

신영철 감독도 올해는 자신이 있다는 눈치다.

신영철 감독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선수들이 삼성화재를 만나면 뭔가 자신감이 없었는데 올해는 다르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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