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김소연 “데뷔 18년…이제 연기 첫걸음 뗀 느낌”
입력 2012.03.07 (14:23) 연합뉴스
’가비’로 15년만에 영화 컴백



"팜므파탈 역도 해보고 싶어요. 재밌는 코미디도 좋고, 애절한 사랑도 재밌을 것 같아요. 그동안 너무 쉬었죠."(웃음)



영화를 너무 기다렸던 탓일까. 하고 싶은 역할을 묻는 말에 대답은 일사천리로 이어졌다. 영화 ’가비’로 오랜만에 스크린에 도전한 배우 김소연(32) 얘기다.



’가비’는 일본 제국의 음모에 빠져 고종황제의 암살에 휘말리게 된 바리스타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가비는 영어에 익숙지 않았던 당시, 조선인들이 ’커피’를 우리식으로 표기했던 말이다.



영화 ’체인지’(1997) 이후 15년 만에 한국영화에 도전장을 내민 김소연은 영화에서 고종(박희순)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고, 일리치(주진모)와 격정적인 사랑을 나누는 스파이로 등장한다.



’아이리스’의 여전사에서 격변의 시대를 헤쳐가는 신여성으로 변신한 김소연을 7일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러시아 공사관에서 발생하는 장면을 찍는데 넋이 나갈 정도였어요. 15년 만에 돌아온 현장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동안 TV 드라마를 통해 배웠던 연기를 영화에 맞게 바꾸는 건 생각보다 쉽진 않았다. 과한 걸 줄여나가야 했다. 가슴에서 감정이 솟아오를 때 장윤현 감독은 "가슴이 아니라 저 너머에서 나와야 한다"는 모호한 말을 되뇌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입술은 안 움직이고 대사해 봐!", "다른 건 다 좋은데 미간에 그거 하나만 없애봐!’, "대사도 느리게 해봐!" 등 감독의 주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드라마와는 다른 연기스타일에 그는 당혹했다. 스태프가 보이지 않는 곳을 찾아 남몰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신고식은 혹독했다.



그럴 만도 했다. 데뷔 15년 만에 영화 복귀였다. 게다가 사극은 처음이었다. 복장부터 어색했고, 대사의 템포도 너무 느렸다. 시간도 촉박했다. 한 달 안에 모든 걸 찍어야 했다.



"같은 장면을 여러 차례 반복하다 보니 나중에는 테이크 수도 세지 않았어요. 될 수 있는 대로 감정을 절제하려고 노력했죠. ’네 얼굴에서 진모 오빠의 얼굴이 보여야 한다’는 어려운 주문도 있었지만 감독님의 말을 성실하게 따르고자 노력했습니다."



결과물은 값졌다. 감정의 잉여와 빠른 템포의 대사는 절제와 느린 화법으로 자리를 대신했다. 고종과 일리치 사이에서 미묘한 행보를 보이는 따냐를 세밀하게 그려내는데 성공한 것.



"한 장면을 찍고 3일을 쉬는 날도 있었기 때문에 감정을 오래 잡고 있어야 했어요. 훈련이 필요했죠. 상대역인 희순 오빠와 진모 오빠가 없었으면 아마 잘 해내지 못했을 듯 싶네요."(웃음)



영화에서 눈길을 끄는 건 김소연의 러시아어 실력이다. 낯선 언어였기에 촬영 들어가기 전부터 모든 대사를 통째로 암기했다. 방에서 방을 이동할 때도 대사를 생각했다. 밥 먹을 때도 대사를 떠올렸다. 자연스러운 대사는 그런 무던한 노력의 결과였다.



"중국어 연습을 했던 게 도움이 됐어요. 당시에 발음하나 연습하는데 일주일이나 걸리기도 했었죠. 그때보다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정말 열심히 연습했어요. 러시아어 대사를 지금도 기억하고 있고 앞으로도 최소 10년 동안은 절대 잊지 않을 것 같아요."



서극 감독의 ’칠검’(2005)에 조연으로 출연했지만, 한국 영화에 출연한 건 15년 만이다. 어린 시절 노출이나 폭력 수위 높은 장면 등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영화 현장에서 멀어져갔지만 10여 년이나 영화와 떨어져 있게 될 줄은 몰랐다고 한다.



"6년 전 수애 씨가 출연한 ’그해 여름’(2006)을 어머니와 함께 보러 갔어요. 비슷한 또래의 연배인데 멋지게 연기하더군요. 저도 어머니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었어요. 그때 영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제게 자극이 됐던 영화였습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영화가 들어왔다. ’접속’(1997), ’텔 미 썸딩’(1999) 등을 연출한 장윤현 감독의 차기작이었다.



"영화를 하고 싶었어요. 전도연, 심은하, 송혜교 등 장윤현 감독과 작업한 배우의 리스트에 나도 들어가는구나라는 설렘도 있었어요. 원작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시나리오도 궁금했어요. 하지 않을 이유를 찾기 어려웠죠."



김소연은 1994년 이정재 등과 출연했던 드라마 ’공룡선생’으로 데뷔했다. 벌써 18년차 된 연기자다. 연기를 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았느냐고 물으니 "천직인 것 같다. 연기를 할 때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연기하다 ’빙의’ 됐다고 느끼게 될 때가 있어요. 너무 좋아요. 18년차 배우에게 ’시작’이라는 말이 어울리지는 않지만 ’부디 오늘이 새로운 시작이 됐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살아갑니다. 저는 이제 막 첫걸음 뗀 거거든요. 물론 중학교 때도, ’이브의 모든 것’을 할 때도 늘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달라요. 예전에는 두려움 때문에 하지 않기도 했지만 이제는 마음을 열어두고 있어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가비 = 어린 시절 자객에게 부모를 잃은 따냐. 하인의 아들이었던 일리치와 함께 러시아로 향한다.



러시아를 들끓게 하는 유명한 도둑으로 성장한 그들은 정부의 그물망에 걸려 일망타진될 위기에 놓이나 조선계 일본인 사다코(유선)의 도움으로 생명을 구한다.



그러나 안도도 잠시. 일본인들의 모진 고문이 이어지고, 결국 둘은 간첩행위를 하기로 사다코와 약조한다.



따냐는 일본의 계략에 따라 바리스타로 러시아공사관에 잠입하고 일리치는 일본인 군관으로 조선에 입성한다.



10여개의 세트가 세워졌고, 80여종의 복식이 소개될 정도로 볼거리가 풍부하다. 원색위주의 색감도 눈길을 끈다. 김탁환 작가의 소설 ’노서아 가비’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접속’(1997), ’텔 미 썸딩’(1999), ’황진이’(2007)를 연출한 베테랑 장윤현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상영시간은 115분. 3월1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 김소연 “데뷔 18년…이제 연기 첫걸음 뗀 느낌”
    • 입력 2012-03-07 14:23:48
    연합뉴스
’가비’로 15년만에 영화 컴백



"팜므파탈 역도 해보고 싶어요. 재밌는 코미디도 좋고, 애절한 사랑도 재밌을 것 같아요. 그동안 너무 쉬었죠."(웃음)



영화를 너무 기다렸던 탓일까. 하고 싶은 역할을 묻는 말에 대답은 일사천리로 이어졌다. 영화 ’가비’로 오랜만에 스크린에 도전한 배우 김소연(32) 얘기다.



’가비’는 일본 제국의 음모에 빠져 고종황제의 암살에 휘말리게 된 바리스타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가비는 영어에 익숙지 않았던 당시, 조선인들이 ’커피’를 우리식으로 표기했던 말이다.



영화 ’체인지’(1997) 이후 15년 만에 한국영화에 도전장을 내민 김소연은 영화에서 고종(박희순)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고, 일리치(주진모)와 격정적인 사랑을 나누는 스파이로 등장한다.



’아이리스’의 여전사에서 격변의 시대를 헤쳐가는 신여성으로 변신한 김소연을 7일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러시아 공사관에서 발생하는 장면을 찍는데 넋이 나갈 정도였어요. 15년 만에 돌아온 현장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동안 TV 드라마를 통해 배웠던 연기를 영화에 맞게 바꾸는 건 생각보다 쉽진 않았다. 과한 걸 줄여나가야 했다. 가슴에서 감정이 솟아오를 때 장윤현 감독은 "가슴이 아니라 저 너머에서 나와야 한다"는 모호한 말을 되뇌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입술은 안 움직이고 대사해 봐!", "다른 건 다 좋은데 미간에 그거 하나만 없애봐!’, "대사도 느리게 해봐!" 등 감독의 주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드라마와는 다른 연기스타일에 그는 당혹했다. 스태프가 보이지 않는 곳을 찾아 남몰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신고식은 혹독했다.



그럴 만도 했다. 데뷔 15년 만에 영화 복귀였다. 게다가 사극은 처음이었다. 복장부터 어색했고, 대사의 템포도 너무 느렸다. 시간도 촉박했다. 한 달 안에 모든 걸 찍어야 했다.



"같은 장면을 여러 차례 반복하다 보니 나중에는 테이크 수도 세지 않았어요. 될 수 있는 대로 감정을 절제하려고 노력했죠. ’네 얼굴에서 진모 오빠의 얼굴이 보여야 한다’는 어려운 주문도 있었지만 감독님의 말을 성실하게 따르고자 노력했습니다."



결과물은 값졌다. 감정의 잉여와 빠른 템포의 대사는 절제와 느린 화법으로 자리를 대신했다. 고종과 일리치 사이에서 미묘한 행보를 보이는 따냐를 세밀하게 그려내는데 성공한 것.



"한 장면을 찍고 3일을 쉬는 날도 있었기 때문에 감정을 오래 잡고 있어야 했어요. 훈련이 필요했죠. 상대역인 희순 오빠와 진모 오빠가 없었으면 아마 잘 해내지 못했을 듯 싶네요."(웃음)



영화에서 눈길을 끄는 건 김소연의 러시아어 실력이다. 낯선 언어였기에 촬영 들어가기 전부터 모든 대사를 통째로 암기했다. 방에서 방을 이동할 때도 대사를 생각했다. 밥 먹을 때도 대사를 떠올렸다. 자연스러운 대사는 그런 무던한 노력의 결과였다.



"중국어 연습을 했던 게 도움이 됐어요. 당시에 발음하나 연습하는데 일주일이나 걸리기도 했었죠. 그때보다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정말 열심히 연습했어요. 러시아어 대사를 지금도 기억하고 있고 앞으로도 최소 10년 동안은 절대 잊지 않을 것 같아요."



서극 감독의 ’칠검’(2005)에 조연으로 출연했지만, 한국 영화에 출연한 건 15년 만이다. 어린 시절 노출이나 폭력 수위 높은 장면 등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영화 현장에서 멀어져갔지만 10여 년이나 영화와 떨어져 있게 될 줄은 몰랐다고 한다.



"6년 전 수애 씨가 출연한 ’그해 여름’(2006)을 어머니와 함께 보러 갔어요. 비슷한 또래의 연배인데 멋지게 연기하더군요. 저도 어머니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었어요. 그때 영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제게 자극이 됐던 영화였습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영화가 들어왔다. ’접속’(1997), ’텔 미 썸딩’(1999) 등을 연출한 장윤현 감독의 차기작이었다.



"영화를 하고 싶었어요. 전도연, 심은하, 송혜교 등 장윤현 감독과 작업한 배우의 리스트에 나도 들어가는구나라는 설렘도 있었어요. 원작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시나리오도 궁금했어요. 하지 않을 이유를 찾기 어려웠죠."



김소연은 1994년 이정재 등과 출연했던 드라마 ’공룡선생’으로 데뷔했다. 벌써 18년차 된 연기자다. 연기를 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았느냐고 물으니 "천직인 것 같다. 연기를 할 때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연기하다 ’빙의’ 됐다고 느끼게 될 때가 있어요. 너무 좋아요. 18년차 배우에게 ’시작’이라는 말이 어울리지는 않지만 ’부디 오늘이 새로운 시작이 됐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살아갑니다. 저는 이제 막 첫걸음 뗀 거거든요. 물론 중학교 때도, ’이브의 모든 것’을 할 때도 늘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달라요. 예전에는 두려움 때문에 하지 않기도 했지만 이제는 마음을 열어두고 있어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가비 = 어린 시절 자객에게 부모를 잃은 따냐. 하인의 아들이었던 일리치와 함께 러시아로 향한다.



러시아를 들끓게 하는 유명한 도둑으로 성장한 그들은 정부의 그물망에 걸려 일망타진될 위기에 놓이나 조선계 일본인 사다코(유선)의 도움으로 생명을 구한다.



그러나 안도도 잠시. 일본인들의 모진 고문이 이어지고, 결국 둘은 간첩행위를 하기로 사다코와 약조한다.



따냐는 일본의 계략에 따라 바리스타로 러시아공사관에 잠입하고 일리치는 일본인 군관으로 조선에 입성한다.



10여개의 세트가 세워졌고, 80여종의 복식이 소개될 정도로 볼거리가 풍부하다. 원색위주의 색감도 눈길을 끈다. 김탁환 작가의 소설 ’노서아 가비’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접속’(1997), ’텔 미 썸딩’(1999), ’황진이’(2007)를 연출한 베테랑 장윤현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상영시간은 115분. 3월1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kbs가 손수 골랐습니다. 네이버에서도 보세요.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