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점에 선 방송공영성 제도화

입력 2012.03.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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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월요일.

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렸습니다.

KBS와 MBC 그리고 YTN 등 방송사 노조들이 동시 파업을 벌이고 있었거나 앞 둔 가운데 열린 청문회였던 만큼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방송사 파업 사태 등을 포함해, 방송의 공영성을 확보하기 위한 후보자의 복안을 묻는 의원들의 질의가 집중됐습니다.

이번 인사청문회을 통해 불거진 쟁점들은 무엇인지 박진현 기자와 짚어봅니다.

<질문>

박 기자, 이번 인사청문회의 가장 큰 화두는 방송의 공영성 확보라는 것이었다는데 방송의 공영성이라는 개념이 정확히 무엇입니까?

<답변>

한마디로 요약하면 정치 권력이나 경제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국민의 이익을 위해 활용해야 한다는 개념입니다.

그래서 방송사 파업상황에서 열린 이번 청문회에서는 방송사와 정치권력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해야하는 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녹취> 안형환(새누리당 의원) : “방송사들의 파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

<녹취> 이계철(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 “그건 방송사 내부의 문제이기 때문에….”

<녹취> 이상민(민주통합당 의원) : “방송 공공성이 방송 내부의 문제인가? 지금 MBC가 파업하고 KBS가 집단 제작 거부하는데 내부적, 사적인 문제인가?”

KBS와 MBC 그리고 YTN까지 방송 3사 노조가 현재 동시 파업중입니다.

방송사들이 이처럼 동시에 파업에 들어간 것은 사상 초유의 일입니다.

그 시작은 MBC였습니다.

MBC 노조는 현 사장 취임 이후 편파 방송이 계속돼왔다고 주장하며 한달 이상 파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KBS도 기자협회의 제작거부에 이어 이번 주부터는 KBS 노조가운데 하나인 언론노조 KBS본부가 전 노조 집행간부 등에 대한 징계 철회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또, YTN 노조는 전임사장 임명 철회를 위해 벌였던 파업으로 해고된 기자들의 복직과 함께, 이를 반대하는 현 사장 연임 불가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노조마다 파업 동기와 목적에는 차이가 있지만 사장 퇴진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이번 파업이 현행법상 불법인데다 총선을 겨냥한 정치적 목적이 있는 행위로 규정하고 관련자를 원칙대로 처리한다는 입장입니다.

사측의 입장과는 별도로 정치권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현재의 파업 배경을 사장 임명 방식과 연관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녹취> 이철우(새누리당 의원) : “MBC도 그렇고 KBS도 그렇고 YTN도 다같이 이 사장을 대통령이 어떤 절차를 밟든 간에
대통령 영향력 아래 임명이 되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계속 반복되지 않나 생각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녹취> 장병완(민주통합당 의원) : “이 정부 들어서 초기부터 쭉 지속되어온 정권의 방송 장악으로 인해 독립성, 공정성이 훼손되었고, 바로 그러한 방송 본질적인 업무를 방기한 책임 자체가 양 방송사들의 사장이라는데 그 이유가 있다.”

<질문>

논의를 좀 좁혀볼까요?

이철우 의원이 앞서 지적한대로 공영방송인 KBS와 MBC의 경우 사장 임명 절차에 어떤형태로든 대통령이 관여돼 있지 않습니까?

인사 청문회에서 나온 여.야 의원들의 말은 결국 사장 선임과 관련한 문제 제기라고 볼 수 있군요.

<답변>

그렇습니다.

현재의 사장 선임 방식으로는 사장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은 끊기가 어렵습니다.

KBS 역시 그동안 사장 임명과 관련한 잡음이 적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KBS의 사장 선임을 두고 노.사가 처음으로 갈등을 빚은 것은 지난 1990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신임 사장으로 유신정권에서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서기원 씨가 임명되면서 사원들은 이에 반발해 제작거부에 돌입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언론 고문이었던 서동구 씨가 사장으로 임명됐다가 낙하산 인사로 비난받으며 아흐레 만에 물러났습니다.

이외에도 2006년에 연임한 정연주 전 사장과 2008년에 취임한 이병순 전 사장 그리고 2009년에 취임한 김인규 사장 역시 정치적 공방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이런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는 뭘까.

문제는 사장을 선임하는 방식에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입니다.

현행 방송법에 따르면 KBS 사장은 이사회 과반수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합니다.

사장 후보를 선정하는 KBS 이사회 11명의 이사들 역시 방송통신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합니다.

MBC의 경우에는 방송문화진흥회법에 따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가 사장을 임명하는데 방문진 이사 9명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임명합니다.

하지만 이사들의 임명과정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지적과 함께 여.야 추천인사 비율도 KBS 이사회는 7대 4 그리고 방문진 이사회는 6대 3로 여권인사들이 많습니다.

특히 정치권의 추천으로 구성되기 때문이 현실적으로 정치권으로부터 독립되기 힘든 구조입니다.

이때문에 언론계에서는 공영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해 영국이나 독일의 경우처럼 제도적인 객관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왔습니다.

영국 BBC의 경우 BBC 감독위원회에서 사장을 선출합니다.

그리고 왕이 임명하는 12명의 감독 위원은 정파와 관계없이 사리사욕 금지, 청렴성, 객관성 등 7개 항목의 원칙에 따라 공개적으로 선임됩니다.

독일 ZDF는 정당과 각 단체 등 77명의 사회 집단 대표로 구성된 텔레비전위원회가 사장 선임을 맡기 때문에 특정 정파의 입김이 작용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정치권에서도 방송사의 사장 선임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장선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 2010년.

KBS와 MBC사장의 임명제청과 해임 건의 요건을 이사회 재적이사 과반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높이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럴 경우 야당 인사가 협조하지 않으면 사장 임명 제청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중립적인 인사가 선임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도 지난 달.

방송사 임원 자격과 관련된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정치권에 몸을 담았거나 정부나 공공기관의 임원 퇴임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KBS, MBC, 보도전문채널 사업자의
임원이 될 수 없게 하자는 것입니다.

<인터뷰> 손영준(국민대 교수) : “정치 권력으로부터 방송이 독립성을 확보하는 길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가장 최우선적으로 필요한 건 방송 운영에 이사회 운영과 관련해서 특정한 정파가 과도하게 많은 입장을 확보할 수 있는 그런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정치권의 논의와는 별도로 방송사 자체 내에 권력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충고합니다.

<인터뷰> 최영묵(성공회대 교수) : “누구든 개입하기 어려운 내적 시스템. 공방위와 소위 말하는 보도국장 임명 동의 내지는 직선제를 제도적으로 관철시켜야 됩니다. 그래서 편성권이나 방송 내용에 대해서 최종적인 판단은 방송인들이 한다라는 그런 생각들을 사회적으로 알리고 지지를 받고 관철시키는 지난한 과정일 수 있지만 그렇게 해서 관철되어야만 공영방송이 독립적인 시스템을 설 수 있을 거라 봅니다.”

<질문>

방송의 공영성 확보를 위한 두 번째 문제죠!

바로 자본으로부터 독립인데요.

이번 청문회에서는 이 부분이 어떻게 다뤄졌습니까?

<답변>

두가지 방향으로 이뤄졌는데요.

지난달 통과된 미디어렙 법안에 대한 문제제기와 KBS 수신료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습니다.

<녹취> 전혜숙(민주통합당 의원) : “자본으로부터, 재벌로부터 언론이 독립해야 됨에도 소유 지분이 40%가 넘게 되고 한다면 자본으로부터 독립도 못하는 이런 상황에서 그것도 파악하지 못하는 위원장 어떻게 할 건가.”

<녹취> 이계철(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 “법률이 제정이 됐으니까 공무원으로서 성심껏 집행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광고 판매 대행사를 규정하는 미디어렙 법안이 논란이 되는 건 민영 방송사가 갖게 되는 미디어렙의 지분과 종합 편성 채널의 유예 조항 때문입니다.

법안은 SBS와 종합편성채널이 민영 미디어렙의 지분을 최대 40%까지 소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종편채널은 오는 2014년까지 직접 광고영업을 할 수 있게 돼있습니다.

결국 한정된 광고 시장에서 광고 수주를 위한 방송사들 사이에 경쟁이 과열될 수밖에 없습니다.

광고주의 입김이 커져 방송 프로그램의 공영성에 우려가 제기되고 나아가 일부 종교 방송 등 군소 방송은 생존 위협까지 받을 수 있다는 얘깁니다.

또 다른 쟁점은 KBS 수신료 문제였습니다.

<녹취> 조진형(새누리당 의원) : “KBS 수신료를 30년 동안 인상하지 못하고 있어서 17대에서도 쟁점화 되고 18대 국회에서도 쟁점화 되고 있다. 그러면서 공정성 요구하고 있다. 방통위원장이 해결할 수 있다고 보거든. KBS 수신료에 대해서 어떻게 주관하셔야 한다고 생각하시나.”

<녹취> 이계철(방송통신위원장 후보) : “공영방송 재정 안정이라는 건 발전 위해 중요하기 때문에….”

수신료 문제는 17대에 이어 18대 국회에서도 여야가 바뀌면서 정치 쟁점으로 변질돼 아직 해결되지 못하고 있으며 KBS는 공적책무 수행을 위해서는 수신료의 조속한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수신료와 관련해 정파적 이해로부터 독립될 수 있는 별도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습니다.

<녹취> 이병석(새누리당 의원) : “독일식으로 해서, 산정 위원회에서 요금을 객관적 상황을 감안하고 산정위 들어오는 모든 사람들도 객관적, 중립적 인사가 되어 그야말로 공영방송 발전 제도화 한다는 관점에서 수신료 산정이 나와서 국회 승인 얻어서 최종 결정하는 그런 과정이 이제는 필요할 때가 됐다.”

전문가들은 수신료 인상을 공영방송의 공영성 확보에 대한 고민으로 크게 접근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인터뷰> 최영묵(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정치적으로 쟁점화 되면 덜 낼수록 유리한 거고 지금 내는 것도 아깝다,
이런 식의 네거티브만 양산이 되는데 공영방송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하고 있고 한국 미디어시장 전체를 고민하고 장래 한국 미디어에 대한 미래가 있는가에 대한 위기의식에 근거해서 이 문제를 대승적으로 접근을 해야만 정파적인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질문>

방송의 공영성 확보만큼이나 올해 방송계의 중요한 현안들이 많은데 어떤 부분들이 언급됐습니까?

<답변>

네, 올해 말이면 방송의 디지털 전환이 완료될 예정인데요.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위해 방통위에 다양한 역할을 주문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올 12월이면 아날로그 방송이 중단되고 전국적으로 디지털 전환이 이뤄집니다.

하지만 아직도 남은 과제가 많습니다.

<녹취> 허원제(새누리당 의원) : “기간 방송국은 100% 전환이 이뤄졌다만 방송 보조국은 지금 현재도 70%선밖에 되고 있지 않다. 제작 송출 시스템의 경우도 80% 정도. 그래서 남은 기간 동안 어떻게 빨리 100%로 끌어올리느냐의 과제. 일반 가정에서 디지털 수신할 수 있는 그 과정에 있어서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디지털 전환 이후 디지털 정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무료 다채널 서비스인 ‘코리아뷰’ 도입에 대한 요구도 이어졌습니다.

<녹취> 강승규(새누리당 의원) : “기초 생활 대상자 등에 대한 지원을 접수하고 있다만 이 문제는 일시적인 기관 대책으로 해야 될 문제라고 보고, 치밀하게 지금부터라도 더 면밀하게 이(디지털 정보 격차 문제)에 대한 해소대책. 지상파 방송을 다채널로 전송할 수 있는 방안 등이 연구되었는데 이에 대해 과감하게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청문회 내내 이계철 후보자에게 이같은 주요한 방송 현안들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와 요구가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현안에 대한 소신 있는 모습보다는 다소 유보적이고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습니다.

<녹취> 이계철(방송통신위원장 후보) : “내용을 파악 못했기 때문에 자세히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녹취> 이계철(방송통신위원장 후보) : “취임하게 되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을 소상히 파악해서….”

일부 언론들은 이런 모습에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녹취> 한겨레 (3.6) 10면 : "통신 쪽 전문가인 이 후보자는 의원들의 방송 분야 쪽 질문에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안형환 새누리당 의원은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다”며 “공부를 더 하셔야겠다”고 꼬집었다."

<녹취> 경향 (3.6) 6면 : "업무를 숙지하지 않은 답변 태도 등 방통위원장으로서 자질을 의심받았다. 김재윤 의원은 “청문회는 직원들에게 전달받은 (답변)쪽지대로 읽는 자리가 아니다. 그러니까 무능, 무책임, 무소신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결국 국회는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했습니다.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방송의 공영성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역설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발언들이 단지 구두선에 그쳐서는 안되고 실천에 옮겨져야 할 것입니다.

올해는 국회의원 총선거에 이어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해로 활발한 정책 논의를 통해 방송의 공영성을 밑받침하는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되면 방송은 선거후 정치권력의 향배와 관계없이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해 시청자들에게 더욱 다가갈 수 있는 진정한 공영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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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환점에 선 방송공영성 제도화
    • 입력 2012-03-10 10: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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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월요일. 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렸습니다. KBS와 MBC 그리고 YTN 등 방송사 노조들이 동시 파업을 벌이고 있었거나 앞 둔 가운데 열린 청문회였던 만큼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방송사 파업 사태 등을 포함해, 방송의 공영성을 확보하기 위한 후보자의 복안을 묻는 의원들의 질의가 집중됐습니다. 이번 인사청문회을 통해 불거진 쟁점들은 무엇인지 박진현 기자와 짚어봅니다. <질문> 박 기자, 이번 인사청문회의 가장 큰 화두는 방송의 공영성 확보라는 것이었다는데 방송의 공영성이라는 개념이 정확히 무엇입니까? <답변> 한마디로 요약하면 정치 권력이나 경제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국민의 이익을 위해 활용해야 한다는 개념입니다. 그래서 방송사 파업상황에서 열린 이번 청문회에서는 방송사와 정치권력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해야하는 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녹취> 안형환(새누리당 의원) : “방송사들의 파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 <녹취> 이계철(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 “그건 방송사 내부의 문제이기 때문에….” <녹취> 이상민(민주통합당 의원) : “방송 공공성이 방송 내부의 문제인가? 지금 MBC가 파업하고 KBS가 집단 제작 거부하는데 내부적, 사적인 문제인가?” KBS와 MBC 그리고 YTN까지 방송 3사 노조가 현재 동시 파업중입니다. 방송사들이 이처럼 동시에 파업에 들어간 것은 사상 초유의 일입니다. 그 시작은 MBC였습니다. MBC 노조는 현 사장 취임 이후 편파 방송이 계속돼왔다고 주장하며 한달 이상 파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KBS도 기자협회의 제작거부에 이어 이번 주부터는 KBS 노조가운데 하나인 언론노조 KBS본부가 전 노조 집행간부 등에 대한 징계 철회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또, YTN 노조는 전임사장 임명 철회를 위해 벌였던 파업으로 해고된 기자들의 복직과 함께, 이를 반대하는 현 사장 연임 불가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노조마다 파업 동기와 목적에는 차이가 있지만 사장 퇴진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이번 파업이 현행법상 불법인데다 총선을 겨냥한 정치적 목적이 있는 행위로 규정하고 관련자를 원칙대로 처리한다는 입장입니다. 사측의 입장과는 별도로 정치권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현재의 파업 배경을 사장 임명 방식과 연관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녹취> 이철우(새누리당 의원) : “MBC도 그렇고 KBS도 그렇고 YTN도 다같이 이 사장을 대통령이 어떤 절차를 밟든 간에 대통령 영향력 아래 임명이 되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계속 반복되지 않나 생각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녹취> 장병완(민주통합당 의원) : “이 정부 들어서 초기부터 쭉 지속되어온 정권의 방송 장악으로 인해 독립성, 공정성이 훼손되었고, 바로 그러한 방송 본질적인 업무를 방기한 책임 자체가 양 방송사들의 사장이라는데 그 이유가 있다.” <질문> 논의를 좀 좁혀볼까요? 이철우 의원이 앞서 지적한대로 공영방송인 KBS와 MBC의 경우 사장 임명 절차에 어떤형태로든 대통령이 관여돼 있지 않습니까? 인사 청문회에서 나온 여.야 의원들의 말은 결국 사장 선임과 관련한 문제 제기라고 볼 수 있군요. <답변> 그렇습니다. 현재의 사장 선임 방식으로는 사장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은 끊기가 어렵습니다. KBS 역시 그동안 사장 임명과 관련한 잡음이 적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KBS의 사장 선임을 두고 노.사가 처음으로 갈등을 빚은 것은 지난 1990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신임 사장으로 유신정권에서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서기원 씨가 임명되면서 사원들은 이에 반발해 제작거부에 돌입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언론 고문이었던 서동구 씨가 사장으로 임명됐다가 낙하산 인사로 비난받으며 아흐레 만에 물러났습니다. 이외에도 2006년에 연임한 정연주 전 사장과 2008년에 취임한 이병순 전 사장 그리고 2009년에 취임한 김인규 사장 역시 정치적 공방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이런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는 뭘까. 문제는 사장을 선임하는 방식에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입니다. 현행 방송법에 따르면 KBS 사장은 이사회 과반수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합니다. 사장 후보를 선정하는 KBS 이사회 11명의 이사들 역시 방송통신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합니다. MBC의 경우에는 방송문화진흥회법에 따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가 사장을 임명하는데 방문진 이사 9명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임명합니다. 하지만 이사들의 임명과정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지적과 함께 여.야 추천인사 비율도 KBS 이사회는 7대 4 그리고 방문진 이사회는 6대 3로 여권인사들이 많습니다. 특히 정치권의 추천으로 구성되기 때문이 현실적으로 정치권으로부터 독립되기 힘든 구조입니다. 이때문에 언론계에서는 공영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해 영국이나 독일의 경우처럼 제도적인 객관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왔습니다. 영국 BBC의 경우 BBC 감독위원회에서 사장을 선출합니다. 그리고 왕이 임명하는 12명의 감독 위원은 정파와 관계없이 사리사욕 금지, 청렴성, 객관성 등 7개 항목의 원칙에 따라 공개적으로 선임됩니다. 독일 ZDF는 정당과 각 단체 등 77명의 사회 집단 대표로 구성된 텔레비전위원회가 사장 선임을 맡기 때문에 특정 정파의 입김이 작용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정치권에서도 방송사의 사장 선임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장선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 2010년. KBS와 MBC사장의 임명제청과 해임 건의 요건을 이사회 재적이사 과반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높이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럴 경우 야당 인사가 협조하지 않으면 사장 임명 제청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중립적인 인사가 선임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도 지난 달. 방송사 임원 자격과 관련된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정치권에 몸을 담았거나 정부나 공공기관의 임원 퇴임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KBS, MBC, 보도전문채널 사업자의 임원이 될 수 없게 하자는 것입니다. <인터뷰> 손영준(국민대 교수) : “정치 권력으로부터 방송이 독립성을 확보하는 길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가장 최우선적으로 필요한 건 방송 운영에 이사회 운영과 관련해서 특정한 정파가 과도하게 많은 입장을 확보할 수 있는 그런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정치권의 논의와는 별도로 방송사 자체 내에 권력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충고합니다. <인터뷰> 최영묵(성공회대 교수) : “누구든 개입하기 어려운 내적 시스템. 공방위와 소위 말하는 보도국장 임명 동의 내지는 직선제를 제도적으로 관철시켜야 됩니다. 그래서 편성권이나 방송 내용에 대해서 최종적인 판단은 방송인들이 한다라는 그런 생각들을 사회적으로 알리고 지지를 받고 관철시키는 지난한 과정일 수 있지만 그렇게 해서 관철되어야만 공영방송이 독립적인 시스템을 설 수 있을 거라 봅니다.” <질문> 방송의 공영성 확보를 위한 두 번째 문제죠! 바로 자본으로부터 독립인데요. 이번 청문회에서는 이 부분이 어떻게 다뤄졌습니까? <답변> 두가지 방향으로 이뤄졌는데요. 지난달 통과된 미디어렙 법안에 대한 문제제기와 KBS 수신료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습니다. <녹취> 전혜숙(민주통합당 의원) : “자본으로부터, 재벌로부터 언론이 독립해야 됨에도 소유 지분이 40%가 넘게 되고 한다면 자본으로부터 독립도 못하는 이런 상황에서 그것도 파악하지 못하는 위원장 어떻게 할 건가.” <녹취> 이계철(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 “법률이 제정이 됐으니까 공무원으로서 성심껏 집행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광고 판매 대행사를 규정하는 미디어렙 법안이 논란이 되는 건 민영 방송사가 갖게 되는 미디어렙의 지분과 종합 편성 채널의 유예 조항 때문입니다. 법안은 SBS와 종합편성채널이 민영 미디어렙의 지분을 최대 40%까지 소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종편채널은 오는 2014년까지 직접 광고영업을 할 수 있게 돼있습니다. 결국 한정된 광고 시장에서 광고 수주를 위한 방송사들 사이에 경쟁이 과열될 수밖에 없습니다. 광고주의 입김이 커져 방송 프로그램의 공영성에 우려가 제기되고 나아가 일부 종교 방송 등 군소 방송은 생존 위협까지 받을 수 있다는 얘깁니다. 또 다른 쟁점은 KBS 수신료 문제였습니다. <녹취> 조진형(새누리당 의원) : “KBS 수신료를 30년 동안 인상하지 못하고 있어서 17대에서도 쟁점화 되고 18대 국회에서도 쟁점화 되고 있다. 그러면서 공정성 요구하고 있다. 방통위원장이 해결할 수 있다고 보거든. KBS 수신료에 대해서 어떻게 주관하셔야 한다고 생각하시나.” <녹취> 이계철(방송통신위원장 후보) : “공영방송 재정 안정이라는 건 발전 위해 중요하기 때문에….” 수신료 문제는 17대에 이어 18대 국회에서도 여야가 바뀌면서 정치 쟁점으로 변질돼 아직 해결되지 못하고 있으며 KBS는 공적책무 수행을 위해서는 수신료의 조속한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수신료와 관련해 정파적 이해로부터 독립될 수 있는 별도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습니다. <녹취> 이병석(새누리당 의원) : “독일식으로 해서, 산정 위원회에서 요금을 객관적 상황을 감안하고 산정위 들어오는 모든 사람들도 객관적, 중립적 인사가 되어 그야말로 공영방송 발전 제도화 한다는 관점에서 수신료 산정이 나와서 국회 승인 얻어서 최종 결정하는 그런 과정이 이제는 필요할 때가 됐다.” 전문가들은 수신료 인상을 공영방송의 공영성 확보에 대한 고민으로 크게 접근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인터뷰> 최영묵(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정치적으로 쟁점화 되면 덜 낼수록 유리한 거고 지금 내는 것도 아깝다, 이런 식의 네거티브만 양산이 되는데 공영방송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하고 있고 한국 미디어시장 전체를 고민하고 장래 한국 미디어에 대한 미래가 있는가에 대한 위기의식에 근거해서 이 문제를 대승적으로 접근을 해야만 정파적인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질문> 방송의 공영성 확보만큼이나 올해 방송계의 중요한 현안들이 많은데 어떤 부분들이 언급됐습니까? <답변> 네, 올해 말이면 방송의 디지털 전환이 완료될 예정인데요.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위해 방통위에 다양한 역할을 주문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올 12월이면 아날로그 방송이 중단되고 전국적으로 디지털 전환이 이뤄집니다. 하지만 아직도 남은 과제가 많습니다. <녹취> 허원제(새누리당 의원) : “기간 방송국은 100% 전환이 이뤄졌다만 방송 보조국은 지금 현재도 70%선밖에 되고 있지 않다. 제작 송출 시스템의 경우도 80% 정도. 그래서 남은 기간 동안 어떻게 빨리 100%로 끌어올리느냐의 과제. 일반 가정에서 디지털 수신할 수 있는 그 과정에 있어서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디지털 전환 이후 디지털 정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무료 다채널 서비스인 ‘코리아뷰’ 도입에 대한 요구도 이어졌습니다. <녹취> 강승규(새누리당 의원) : “기초 생활 대상자 등에 대한 지원을 접수하고 있다만 이 문제는 일시적인 기관 대책으로 해야 될 문제라고 보고, 치밀하게 지금부터라도 더 면밀하게 이(디지털 정보 격차 문제)에 대한 해소대책. 지상파 방송을 다채널로 전송할 수 있는 방안 등이 연구되었는데 이에 대해 과감하게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청문회 내내 이계철 후보자에게 이같은 주요한 방송 현안들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와 요구가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현안에 대한 소신 있는 모습보다는 다소 유보적이고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습니다. <녹취> 이계철(방송통신위원장 후보) : “내용을 파악 못했기 때문에 자세히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녹취> 이계철(방송통신위원장 후보) : “취임하게 되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을 소상히 파악해서….” 일부 언론들은 이런 모습에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녹취> 한겨레 (3.6) 10면 : "통신 쪽 전문가인 이 후보자는 의원들의 방송 분야 쪽 질문에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안형환 새누리당 의원은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다”며 “공부를 더 하셔야겠다”고 꼬집었다." <녹취> 경향 (3.6) 6면 : "업무를 숙지하지 않은 답변 태도 등 방통위원장으로서 자질을 의심받았다. 김재윤 의원은 “청문회는 직원들에게 전달받은 (답변)쪽지대로 읽는 자리가 아니다. 그러니까 무능, 무책임, 무소신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결국 국회는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했습니다.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방송의 공영성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역설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발언들이 단지 구두선에 그쳐서는 안되고 실천에 옮겨져야 할 것입니다. 올해는 국회의원 총선거에 이어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해로 활발한 정책 논의를 통해 방송의 공영성을 밑받침하는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되면 방송은 선거후 정치권력의 향배와 관계없이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해 시청자들에게 더욱 다가갈 수 있는 진정한 공영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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