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마녀사냥’ 키우는 언론
입력 2012.03.10 (10:00) 미디어 인사이드
자동재생
동영상영역 시작
동영상영역 끝
<앵커 멘트>

최근 인터넷에 떠도는 개인의 주장이나 동영상이 언론을 통해 사회적 이슈로 확산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얼마전 파문이 일었던 임신부 폭행사건이나 이른바 ‘국물녀’ 사건이 바로 그런 경우인데요.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고 언론이 그 내용을 확인없이 전달하면서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정지주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임신 6개월의 한 여성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자신이 식당에서 폭행을 당했다며 글을 올렸습니다.

<녹취> 인터넷 커뮤니티 중에서 : "전 임신 6개월 됐다고 그 아줌마에게 울부짖으며 외쳤어요. 하지만 그 아줌마는 그 소리 듣자마자 발로 배를 걷어찼고 주저앉아 있는 저를 발로 배를 몇 번 더 밟았습니다. 우리 아이가 위험할 수 있었는데...."

이 글은 SNS와 인터넷을 통해 삽시간에 퍼져 나갔고, 해당 식당의 이름은 한동안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라
불매운동까지 벌어졌습니다.

인터넷에선 관련기사가 봇물을 이뤘고 자극적인 헤드라인도 쏟아졌습니다.

<녹취> 스포츠서울 : ‘임산부 배를 발로’ 채선당 종업원, 네티즌, ‘살인미수’ 분노"

<녹취> 헤럴드 생생(2.18) : "임산부 배 발로 찬 채선당 종업원 논란 확산 “어떻게 이런 일이...”"

주요 일간지들의 기사도 배를 걷어차였다는 임신부의 주장을 부각시킨 경우가 많았습니다.

<녹취> 조선(2.20) A12 : “임신 6개월인데 맞았어요.”

모성을 자극한 유씨의 글은 SNS와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퍼졌다.

그러나 며칠 뒤 경찰조사를 통해 임신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녹취> KBS 9시 뉴스(2.27) : "몸싸움은 있었지만 복부폭행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녹취> MBC 9시 뉴스데스크(2.27) : "임신부는 경찰 조사에서 화가 난 데다 태아에게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인터넷 카페에 글을 썼으며..."

사건의 내용이 처음 주장과 다른 것으로 드러나자 당초 식당 종업원을 비난하던 네티즌들은 이번엔 임신부를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심지어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이른바 신상털기까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이번엔 이른바 ‘국물녀 사건’이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식당에서 어린 아이에게 뜨거운 된장 국물을 쏟아놓고 도망간 여성을 찾아달라는 부모의 주장이 인터넷에 오르자 인터넷 언론들이 이를 보도하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2.24 국민일보 쿠키뉴스 : "아이 얼굴에 이런 짓을...국물녀를 찾습니다. 9살 난 아이가 끔찍한 화상을 당한 사연이 인터넷에 올라와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특히 화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가해자가 사건 현장에서 사라져 네티즌들이 공분하고 있다."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자 결국 이 여성은 경찰서에 나와 기자회견까지 열며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했습니다.

국그릇을 들고 있을 때 아이가 갑자기 달려와 부딪혔고, 자신도 상처를 입었다는 것입니다.

<녹취> SBS 뉴스8(2.28 ) : "제가 정신을 차린 뒤 아이가 악 그러더라고요. 그때야 아이가 많이 다쳤나 보다 생각을 한 거에요. 어! 하고 봤더니 그 때는 엄마도 없고 아무도 없더라고요."

한쪽의 주장을 담은 글이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퍼져 나가면서 사회적인 화제가 되고, 이 과정에서 언론이 제대로 된 사실 확인 없이 그 내용을 보도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는 것입니다.

<인터뷰> 강미은(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 "언론이 정도, 그러니까 삼각확인 반드시 팩트를 확인해야 하고 여러 소스를 통해서 그게 사실이 맞는지 확인해야 하는 아주 기본적인 것을 지킨다면 이런 일들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아요. CCTV가 분명히 있는데 그거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인 주장, 이런 주장이 떠돌고 있다라는 것을 언론에 보도하는 자체만 가지고도 그것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는 거죠."

경찰조사 등을 통해 파악된 사안의 내용이 당초 인터넷을 통해 확산된 주장과 다른 것으로 드러나자 언론에선 네티즌들의 경솔함을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녹취> 동아일보 2.28 : "이번 사건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진위확인 없이 무분별하게 퍼 날라 엉뚱한 피해자를 양산하는 인터넷의 폐해가 또 한 번 도마에 오르게 됐다."

<녹취> 한국일보 2.29 : "사실을 확인하려 든다거나 앞뒤 상황을 진단해보려는 생각은 전혀 없고 익명의 그늘에 숨어 맹목적으로 돌을 던지고 화살을 쏘아대는 ‘어두운 댓글문화’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최근엔 특히 동영상을 공개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등의 보급으로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개인이 동영상으로 촬영해 인터넷에 올리는 것은 이제 일반적인 일이 됐습니다.

이 가운데 특히 공공 장소에서 벌어진 폭언이나 폭행을 담은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려져 온라인 이슈가 되는 사례들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녹취> 세계 2.29 12 : "지난 19일에는 지하철 4호선 선빵녀라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오르자 해당 여성에 대한 신상털이가 극에 달했다."

<녹취> 아시아경제 2.29 : "슈퍼마켓에 들어와 물건을 고르던 여고생을 무차별 폭행한 슈퍼폭행녀가 찍힌 CCTV 동영상이 논란이다."

이같은 동영상이나 관련 주장이 인터넷과 SNS를 통해 확산되면 언론이 이를 그대로 옮겨 쓰거나 자극적인 부분을 강조해 인용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녹취> 부산일보 2.19 : "4호선 막말녀 동영상에 누리꾼 시끌 “주먹으로는 역대 최강”"

<녹취> 쿠키뉴스 2.29 : "‘슈퍼폭행녀’ 인터넷 강타...여고생 폭행해"

<녹취> 이투데이 3.6 : "경춘선에 등산객 술판에 이어 무법자 할아버지 등장…원펀치 날려"

<인터뷰> 김춘식(한국외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 "주요 언론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화제가 되는 사건이나 재미거리에 대해서 뉴스가치를 부여하는 관행이 있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고요, 또 하나는 그걸 다르게 해석하면 결국 언론이 전체 시민의 관심사를 보는 게 아니라 특정시민이나 특정계층 혹은 특정 미디어 이용자의 관심사에 지나치게 많은 뉴스가치를 부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죠."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 없이 특정인을 매도하는 일이 반복해서 벌어지는 현상에 대해 실제 인터넷과 SNS 사용자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인터뷰> 대학생 : "화가 났어도, 상황을 다 살펴보고 상대방의 입장까지 생각해서 글을 올려야 되지 않나..."

<인터뷰> 대학생 : "이런 사건이 옛날부터 죽 있었잖아요. 뭔가 맨날 자숙하자, 우리도 생각을 하자, 이렇게 말만 하지 실제로는 전혀 그렇게 개선이 되거나 그런 게 없다는 걸 느끼고 그래요."

이와 관련해 그 피해가 명확한 경우 적절한 규제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인터뷰> 대학생 : "글을 써서 학교를 못 다니게 하겠다 이런 협박을 당한 적이 있어요. 그 사람도 그 힘을 아는 거죠. 윤리의식 확립되지 않은 사람에게까지 무조건적으로 보장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실제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SNS 이용자 3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용자의 46%가 모욕, 언어폭력을 경험했고 32.6%가 개인정보 및 사생활 침해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넷과 SNS 사용자들은 언론이 사이버 공간의 개인적 소재들에 지나치게 관심을 쏟으면서 사안이 불필요하게 사회적 이슈로 확대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대학생 : "평범한 사람들은 그게 그냥 일상에서 일어났던 사소한 일인데, 그걸로 인해서 뜻하지 않게 천하에 공개가 되고 욕을 먹게 되면 감당을 하기 힘들지 않을까 해서..."

실제로 전문가들은 최근 잇딴 사례와 같이 마녀사냥에 가까운 집단행동이 벌어지는 배경에는 사안을 사회적 이슈로 확대하는 언론의 책임이 적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사이버 공간에서 잠시 화젯거리 정도로 그칠 사소한 일들도 언론이 그 내용을 반복해서 다루면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황상민(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 "인터넷 공간에서 일어나는 말도 안 되는 동영상이나 사건들을 실제로 현실세계의 정보나 사실인 것처럼 확산시키는 그 중요한 역할을, 사실은 기성언론들이 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반성해야 하는데 나중에 사건 터지고 나서 기성언론들은 그 책임을 사이버 공간이나 또는 막연한 대중으로 돌려요."

이와 관련해 언론이 우선 사이버 공간의 자극적 사건을 손쉽게 기사화하는 상업주의적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인터뷰> 황상민(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 "언론인의 시각에서 재해석하는 과정이 먼저 있어야지, 무조건 언론인으로 특종보도하겠다라는 생각으로 하게 되면 대중의 흥밋거리에 언론이 놀아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또 사실 확인이라는 언론보도의 기본원칙을 통해 사이버 공간의 사적 주장과 언론의 보도내용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으면 인터넷과 SNS에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언론은 신뢰의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인터뷰> 김춘식(한국외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 "결국 언론이 어떤 것들을 뉴스거리로 선정하고 보도할 것인가를 결정함에 있어서 좀더 어떤 공공성 마인드, 그 다음에 공적 책임, 사회적 책임 그런 것들을 좀더 고민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1인 미디어시대라고 하죠.

누구나 다 뉴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그런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사이버 공간 속에서 이야기가 퍼져 나가는 속도는 사실을 확인하는 시간보다 훨씬 빠릅니다.

그렇다고 해서 언론이 사이버 공간의 이야기를 엄정한 기준과 사실 확인 없이 쉽게 받아쓰는 것에 대해 면죄부를 줄 순 없습니다.

급속히 변하는 매체환경 속에서 지켜야 할 저널리즘의 원칙이 어떤 것인지 언론 스스로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
  • ‘마녀사냥’ 키우는 언론
    • 입력 2012-03-10 10:00:42
    미디어 인사이드
<앵커 멘트>

최근 인터넷에 떠도는 개인의 주장이나 동영상이 언론을 통해 사회적 이슈로 확산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얼마전 파문이 일었던 임신부 폭행사건이나 이른바 ‘국물녀’ 사건이 바로 그런 경우인데요.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고 언론이 그 내용을 확인없이 전달하면서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정지주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임신 6개월의 한 여성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자신이 식당에서 폭행을 당했다며 글을 올렸습니다.

<녹취> 인터넷 커뮤니티 중에서 : "전 임신 6개월 됐다고 그 아줌마에게 울부짖으며 외쳤어요. 하지만 그 아줌마는 그 소리 듣자마자 발로 배를 걷어찼고 주저앉아 있는 저를 발로 배를 몇 번 더 밟았습니다. 우리 아이가 위험할 수 있었는데...."

이 글은 SNS와 인터넷을 통해 삽시간에 퍼져 나갔고, 해당 식당의 이름은 한동안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라
불매운동까지 벌어졌습니다.

인터넷에선 관련기사가 봇물을 이뤘고 자극적인 헤드라인도 쏟아졌습니다.

<녹취> 스포츠서울 : ‘임산부 배를 발로’ 채선당 종업원, 네티즌, ‘살인미수’ 분노"

<녹취> 헤럴드 생생(2.18) : "임산부 배 발로 찬 채선당 종업원 논란 확산 “어떻게 이런 일이...”"

주요 일간지들의 기사도 배를 걷어차였다는 임신부의 주장을 부각시킨 경우가 많았습니다.

<녹취> 조선(2.20) A12 : “임신 6개월인데 맞았어요.”

모성을 자극한 유씨의 글은 SNS와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퍼졌다.

그러나 며칠 뒤 경찰조사를 통해 임신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녹취> KBS 9시 뉴스(2.27) : "몸싸움은 있었지만 복부폭행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녹취> MBC 9시 뉴스데스크(2.27) : "임신부는 경찰 조사에서 화가 난 데다 태아에게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인터넷 카페에 글을 썼으며..."

사건의 내용이 처음 주장과 다른 것으로 드러나자 당초 식당 종업원을 비난하던 네티즌들은 이번엔 임신부를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심지어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이른바 신상털기까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이번엔 이른바 ‘국물녀 사건’이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식당에서 어린 아이에게 뜨거운 된장 국물을 쏟아놓고 도망간 여성을 찾아달라는 부모의 주장이 인터넷에 오르자 인터넷 언론들이 이를 보도하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2.24 국민일보 쿠키뉴스 : "아이 얼굴에 이런 짓을...국물녀를 찾습니다. 9살 난 아이가 끔찍한 화상을 당한 사연이 인터넷에 올라와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특히 화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가해자가 사건 현장에서 사라져 네티즌들이 공분하고 있다."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자 결국 이 여성은 경찰서에 나와 기자회견까지 열며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했습니다.

국그릇을 들고 있을 때 아이가 갑자기 달려와 부딪혔고, 자신도 상처를 입었다는 것입니다.

<녹취> SBS 뉴스8(2.28 ) : "제가 정신을 차린 뒤 아이가 악 그러더라고요. 그때야 아이가 많이 다쳤나 보다 생각을 한 거에요. 어! 하고 봤더니 그 때는 엄마도 없고 아무도 없더라고요."

한쪽의 주장을 담은 글이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퍼져 나가면서 사회적인 화제가 되고, 이 과정에서 언론이 제대로 된 사실 확인 없이 그 내용을 보도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는 것입니다.

<인터뷰> 강미은(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 "언론이 정도, 그러니까 삼각확인 반드시 팩트를 확인해야 하고 여러 소스를 통해서 그게 사실이 맞는지 확인해야 하는 아주 기본적인 것을 지킨다면 이런 일들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아요. CCTV가 분명히 있는데 그거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인 주장, 이런 주장이 떠돌고 있다라는 것을 언론에 보도하는 자체만 가지고도 그것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는 거죠."

경찰조사 등을 통해 파악된 사안의 내용이 당초 인터넷을 통해 확산된 주장과 다른 것으로 드러나자 언론에선 네티즌들의 경솔함을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녹취> 동아일보 2.28 : "이번 사건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진위확인 없이 무분별하게 퍼 날라 엉뚱한 피해자를 양산하는 인터넷의 폐해가 또 한 번 도마에 오르게 됐다."

<녹취> 한국일보 2.29 : "사실을 확인하려 든다거나 앞뒤 상황을 진단해보려는 생각은 전혀 없고 익명의 그늘에 숨어 맹목적으로 돌을 던지고 화살을 쏘아대는 ‘어두운 댓글문화’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최근엔 특히 동영상을 공개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등의 보급으로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개인이 동영상으로 촬영해 인터넷에 올리는 것은 이제 일반적인 일이 됐습니다.

이 가운데 특히 공공 장소에서 벌어진 폭언이나 폭행을 담은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려져 온라인 이슈가 되는 사례들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녹취> 세계 2.29 12 : "지난 19일에는 지하철 4호선 선빵녀라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오르자 해당 여성에 대한 신상털이가 극에 달했다."

<녹취> 아시아경제 2.29 : "슈퍼마켓에 들어와 물건을 고르던 여고생을 무차별 폭행한 슈퍼폭행녀가 찍힌 CCTV 동영상이 논란이다."

이같은 동영상이나 관련 주장이 인터넷과 SNS를 통해 확산되면 언론이 이를 그대로 옮겨 쓰거나 자극적인 부분을 강조해 인용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녹취> 부산일보 2.19 : "4호선 막말녀 동영상에 누리꾼 시끌 “주먹으로는 역대 최강”"

<녹취> 쿠키뉴스 2.29 : "‘슈퍼폭행녀’ 인터넷 강타...여고생 폭행해"

<녹취> 이투데이 3.6 : "경춘선에 등산객 술판에 이어 무법자 할아버지 등장…원펀치 날려"

<인터뷰> 김춘식(한국외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 "주요 언론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화제가 되는 사건이나 재미거리에 대해서 뉴스가치를 부여하는 관행이 있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고요, 또 하나는 그걸 다르게 해석하면 결국 언론이 전체 시민의 관심사를 보는 게 아니라 특정시민이나 특정계층 혹은 특정 미디어 이용자의 관심사에 지나치게 많은 뉴스가치를 부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죠."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 없이 특정인을 매도하는 일이 반복해서 벌어지는 현상에 대해 실제 인터넷과 SNS 사용자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인터뷰> 대학생 : "화가 났어도, 상황을 다 살펴보고 상대방의 입장까지 생각해서 글을 올려야 되지 않나..."

<인터뷰> 대학생 : "이런 사건이 옛날부터 죽 있었잖아요. 뭔가 맨날 자숙하자, 우리도 생각을 하자, 이렇게 말만 하지 실제로는 전혀 그렇게 개선이 되거나 그런 게 없다는 걸 느끼고 그래요."

이와 관련해 그 피해가 명확한 경우 적절한 규제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인터뷰> 대학생 : "글을 써서 학교를 못 다니게 하겠다 이런 협박을 당한 적이 있어요. 그 사람도 그 힘을 아는 거죠. 윤리의식 확립되지 않은 사람에게까지 무조건적으로 보장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실제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SNS 이용자 3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용자의 46%가 모욕, 언어폭력을 경험했고 32.6%가 개인정보 및 사생활 침해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넷과 SNS 사용자들은 언론이 사이버 공간의 개인적 소재들에 지나치게 관심을 쏟으면서 사안이 불필요하게 사회적 이슈로 확대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대학생 : "평범한 사람들은 그게 그냥 일상에서 일어났던 사소한 일인데, 그걸로 인해서 뜻하지 않게 천하에 공개가 되고 욕을 먹게 되면 감당을 하기 힘들지 않을까 해서..."

실제로 전문가들은 최근 잇딴 사례와 같이 마녀사냥에 가까운 집단행동이 벌어지는 배경에는 사안을 사회적 이슈로 확대하는 언론의 책임이 적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사이버 공간에서 잠시 화젯거리 정도로 그칠 사소한 일들도 언론이 그 내용을 반복해서 다루면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황상민(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 "인터넷 공간에서 일어나는 말도 안 되는 동영상이나 사건들을 실제로 현실세계의 정보나 사실인 것처럼 확산시키는 그 중요한 역할을, 사실은 기성언론들이 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반성해야 하는데 나중에 사건 터지고 나서 기성언론들은 그 책임을 사이버 공간이나 또는 막연한 대중으로 돌려요."

이와 관련해 언론이 우선 사이버 공간의 자극적 사건을 손쉽게 기사화하는 상업주의적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인터뷰> 황상민(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 "언론인의 시각에서 재해석하는 과정이 먼저 있어야지, 무조건 언론인으로 특종보도하겠다라는 생각으로 하게 되면 대중의 흥밋거리에 언론이 놀아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또 사실 확인이라는 언론보도의 기본원칙을 통해 사이버 공간의 사적 주장과 언론의 보도내용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으면 인터넷과 SNS에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언론은 신뢰의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인터뷰> 김춘식(한국외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 "결국 언론이 어떤 것들을 뉴스거리로 선정하고 보도할 것인가를 결정함에 있어서 좀더 어떤 공공성 마인드, 그 다음에 공적 책임, 사회적 책임 그런 것들을 좀더 고민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1인 미디어시대라고 하죠.

누구나 다 뉴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그런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사이버 공간 속에서 이야기가 퍼져 나가는 속도는 사실을 확인하는 시간보다 훨씬 빠릅니다.

그렇다고 해서 언론이 사이버 공간의 이야기를 엄정한 기준과 사실 확인 없이 쉽게 받아쓰는 것에 대해 면죄부를 줄 순 없습니다.

급속히 변하는 매체환경 속에서 지켜야 할 저널리즘의 원칙이 어떤 것인지 언론 스스로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
kbs가 손수 골랐습니다. 네이버에서도 보세요.
미디어 인사이드 전체보기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