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비싼 경매가…‘사랑의 밥차’ 중단 위기

입력 2012.03.12 (07:02) 수정 2012.03.12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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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계층에게 무료 급식하는 '사랑의 밥차'가 기지로 쓰고 있는 땅의 경매가가 지나치게 높아 결국 제3자에게 넘어가면서 운영을 중단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사랑의 쌀 나눔운동본부는 사랑의 밥차 기지로 사용되는 경기도 고양시 행주외동 땅 2천300여㎡가 경매 절차를 거쳐 제3자에게 넘어가 기지를 내놓아야 할 입장이라고 12일 밝혔다.

나눔운동본부는 3년 전부터 이 땅을 무상임대해 임시 건물을 지어 식자재를 보관하고 반찬을 만드는 기지로 사용하며 서울역, 부평역, 주안역 등 3곳에서 하루평균 노숙자와 홀몸노인을 포함한 소외계층 1천200명에게 무료급식을 제공해왔다.

그러다가 이 땅이 경매로 나왔다.

나눔운동본부 운영위원 나병기(53)씨는 사랑의 밥차 사업을 돕기 위해 사재를 넣기로 하고 지난해 9월 31억3천만원에 낙찰을 받았다.

그러나 나씨는 같은 해 10월31일까지 대금을 내려고 은행에서 담보 대출을 받으려다가 실패했다.

나씨는 이 과정에서 황당한 사실을 알게 됐다.

대출 신청 은행이 한국감정원에 의뢰해 감정한 결과 토지가격이 13억6천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법원이 전문기관에 의뢰해 산출한 경매가액 54억4천만원의 4분의 1 수준이다.

이 땅의 공시지가도 14억원으로 한국감정원 평가액과 비슷하다.

나씨는 "건물을 지으면 임대 수익금으로 대출 이자를 감당해 밥차 사업을 계속할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은행 대출을 받지 못했다"며 "어떻게 전문기관 두 곳에서 평가한 감정액이 이렇게 큰 차이가 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황당해 했다.

나씨는 법원이 감정평가법인에 의뢰해 결정한 경매가가 지나치게 부풀려졌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11월 고양지원에 매각허가 결정 취소 신청과 강제집행(경매) 중지 신청을 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경매 2주 이내로 돼 있는 항소 신청 기간을 넘겼기 때문이다.

그 사이 경매는 두 차례 더 진행돼 땅은 지난 7일 제3자에게 넘어갔다. 나씨가 경매에 참여할 때 낸 경매입찰 보증금 2억6천만원은 몰수됐다.

나씨는 "부동산에 알아봤지만 가격이 천차만별이어서 법원의 공신력을 믿었다"며 "법원은 경매물건에 대해 적정한 가격을 산정할 의무가 있는 것 아니냐. 그런데도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법원은 감정평가법인의 감정결과를 신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경매 담당자는 "감정평가에 대해서는 법원이 전문가가 아니어서 적정한 가격이 책정됐는지 확인할 수 없다"며 "전문기관이 산정한 감정평가액을 100% 신뢰해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씨는 "제 돈 일부가 몰수된 것은 차치하고라도 문제는 무상으로 쓰던 기지를 내놓게 될 가능성이 커져 사랑의 밥차 사업이 곤란하게 됐다는 점"이라며 "우리만 쳐다보는 소외계층은 어떡하라는 것이냐"고 대책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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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무 비싼 경매가…‘사랑의 밥차’ 중단 위기
    • 입력 2012-03-12 07:02:28
    • 수정2012-03-12 16:55:34
    연합뉴스
소외계층에게 무료 급식하는 '사랑의 밥차'가 기지로 쓰고 있는 땅의 경매가가 지나치게 높아 결국 제3자에게 넘어가면서 운영을 중단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사랑의 쌀 나눔운동본부는 사랑의 밥차 기지로 사용되는 경기도 고양시 행주외동 땅 2천300여㎡가 경매 절차를 거쳐 제3자에게 넘어가 기지를 내놓아야 할 입장이라고 12일 밝혔다. 나눔운동본부는 3년 전부터 이 땅을 무상임대해 임시 건물을 지어 식자재를 보관하고 반찬을 만드는 기지로 사용하며 서울역, 부평역, 주안역 등 3곳에서 하루평균 노숙자와 홀몸노인을 포함한 소외계층 1천200명에게 무료급식을 제공해왔다. 그러다가 이 땅이 경매로 나왔다. 나눔운동본부 운영위원 나병기(53)씨는 사랑의 밥차 사업을 돕기 위해 사재를 넣기로 하고 지난해 9월 31억3천만원에 낙찰을 받았다. 그러나 나씨는 같은 해 10월31일까지 대금을 내려고 은행에서 담보 대출을 받으려다가 실패했다. 나씨는 이 과정에서 황당한 사실을 알게 됐다. 대출 신청 은행이 한국감정원에 의뢰해 감정한 결과 토지가격이 13억6천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법원이 전문기관에 의뢰해 산출한 경매가액 54억4천만원의 4분의 1 수준이다. 이 땅의 공시지가도 14억원으로 한국감정원 평가액과 비슷하다. 나씨는 "건물을 지으면 임대 수익금으로 대출 이자를 감당해 밥차 사업을 계속할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은행 대출을 받지 못했다"며 "어떻게 전문기관 두 곳에서 평가한 감정액이 이렇게 큰 차이가 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황당해 했다. 나씨는 법원이 감정평가법인에 의뢰해 결정한 경매가가 지나치게 부풀려졌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11월 고양지원에 매각허가 결정 취소 신청과 강제집행(경매) 중지 신청을 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경매 2주 이내로 돼 있는 항소 신청 기간을 넘겼기 때문이다. 그 사이 경매는 두 차례 더 진행돼 땅은 지난 7일 제3자에게 넘어갔다. 나씨가 경매에 참여할 때 낸 경매입찰 보증금 2억6천만원은 몰수됐다. 나씨는 "부동산에 알아봤지만 가격이 천차만별이어서 법원의 공신력을 믿었다"며 "법원은 경매물건에 대해 적정한 가격을 산정할 의무가 있는 것 아니냐. 그런데도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법원은 감정평가법인의 감정결과를 신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경매 담당자는 "감정평가에 대해서는 법원이 전문가가 아니어서 적정한 가격이 책정됐는지 확인할 수 없다"며 "전문기관이 산정한 감정평가액을 100% 신뢰해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씨는 "제 돈 일부가 몰수된 것은 차치하고라도 문제는 무상으로 쓰던 기지를 내놓게 될 가능성이 커져 사랑의 밥차 사업이 곤란하게 됐다는 점"이라며 "우리만 쳐다보는 소외계층은 어떡하라는 것이냐"고 대책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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