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일상’ 가득 총기난사 미군부인의 블로그

입력 2012.03.19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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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서 총기를 난사해 민간인 16명을 살해한 미군 로버트 베일즈 하사의 부인은 군인 아내로서의 외로운 일상을 블로그에 고스란히 기록했다.

내용의 상당 부분이 최근 며칠 사이 지워진 것으로 보이는 블로그에는 남편을 이역만리에 두고 혼자 생활하는 임산부의 생활과 남편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 남편이 승진에서 탈락했을 때의 실망감 등이 적혀 있다.

하지만 이보다는 남편이 전장에 수시로 파견되면서 생이별을 해야 하는 군인의 아내가 어린 자녀 둘을 홀로 감당하며 살림을 꾸려나가야 하는 고단한 일상으로 채워졌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부인 캐릴린 베일스는 2009년 8월9일 "밥(남편)은 오늘 아침 이라크로 떠났다. 지난 밤 퀸시(딸)는 우리 침대에서 함께 잤다"고 적었다.

지난해 3월에는 남편이 승진에서 누락한데 대한 실망감을 털어놨다. "사랑하는 국가와 가족, 친구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고, 온갖 희생을 바쳤음에도" 승진의 기회를 잡지 못한데 대한 아쉬움의 표현이었다.

때로는 약간의 희망사항도 내비쳤다. 남편이 위싱턴주 루이스-매코드 기지에서 몇 년을 보냈기 때문에 다음 근무지를 선택하는데 있어 어느 정도 재량권이 주어지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이때 그는 가장 선호하는 파견지를 독일, 이탈리아, 하와이, 켄터키, 조지아 등의 순으로 꼽았다.

독일과 이탈리아는 새로운 세상을 경험할 기회로 여겼고 하와이도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다. 켄터키는 시댁과 가깝다는 점에서, 조지아는 재미는 없겠지만 저격병 교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다고 봤다.

이들 지역은 전쟁터로 파견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었다.

당시 캐릴린은 어디로 가게 되든지 워싱턴주 레이크 탭스에 있는 집은 팔지 않고 세를 놓을 것이라고 썼다. 파견근무를 마치고 돌아와서 다시 그 집으로 들어갈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2009년 남편이 떠난 날 낮잠을 자다 악몽에서 깨어났던 사연과,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남편과 뱃속 아이의 이름을 의논했던 날, 남편이 떠난 이후 집을 대청소했던 날의 기억도 블로그에 남았다.

퀸시를 임신했던 2006년에는 시간이 후다닥 지나서 남편이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적었으며, 며칠 뒤에는 "요즈음은 갈수록 입덧이 심해진다. 남편이 매일 내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썼다.

퀸시가 심하게 발질질을 하는 날에는 "남편이 아이도 생각하는 것 같다"는 글을 남겼다.

2006년 12월 퀸시가 태어난 날에는 남편이 쿠웨이트 공항에서 병원으로 직접 전화를 걸었으며, 출산 과정이 어땠는지 듣고서는 퀸시의 울음소리를 듣고 싶어 했다고 기록돼 있다.

퀸시의 말문이 처음으로 터진 것은 2007년 8월 어느 날이었다. 캐릴린은 퀸시가 `다다다다..'의 `D'자를 말하기 시작했다면서 남편이 이를 알면 너무나 기뻐할 것이라고 적었다.

워싱턴 포스트(WP)도 이날 베일즈 하사의 신상에 관한 기사에서 그가 민간인에게 총을 난사하기 사흘전에 워싱턴주 타코마 교외에 있는 그의 집이 쇼트세일에 부쳐졌다면서 거듭되는 파병에 정신적으로 피폐해진데다 고단한 가족의 생활에 좌절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쇼트세일은 주택담보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해 금융회사에 압류된 경우나 주택압류 전에 은행융자액보다 싸게 파는 것으로 황폐해진 베일즈 하사의 집은 시세가 은행융자액보다 5만달러 이상 모자라는 깡통주택이다.

WP는 군인가족 옹호론자들은 베일즈 하사가 겪은 어려움과 고단함이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전쟁에 내몰리고 있는 군인들이 공통적으로 당면하고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폭력범죄 혐의를 받는 군인들을 변호하는 마이클 워딩턴은 국방부에 극도의 불안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군인들을 가려내 적절히 대처하는 시스템이 없다면서 "이라크와 아프간에서의 오랜 전쟁기간을 생각할 대 이런 일이 진작 일어나지 않은게 오히려 놀라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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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단한 일상’ 가득 총기난사 미군부인의 블로그
    • 입력 2012-03-19 06:37:17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에서 총기를 난사해 민간인 16명을 살해한 미군 로버트 베일즈 하사의 부인은 군인 아내로서의 외로운 일상을 블로그에 고스란히 기록했다. 내용의 상당 부분이 최근 며칠 사이 지워진 것으로 보이는 블로그에는 남편을 이역만리에 두고 혼자 생활하는 임산부의 생활과 남편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 남편이 승진에서 탈락했을 때의 실망감 등이 적혀 있다. 하지만 이보다는 남편이 전장에 수시로 파견되면서 생이별을 해야 하는 군인의 아내가 어린 자녀 둘을 홀로 감당하며 살림을 꾸려나가야 하는 고단한 일상으로 채워졌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부인 캐릴린 베일스는 2009년 8월9일 "밥(남편)은 오늘 아침 이라크로 떠났다. 지난 밤 퀸시(딸)는 우리 침대에서 함께 잤다"고 적었다. 지난해 3월에는 남편이 승진에서 누락한데 대한 실망감을 털어놨다. "사랑하는 국가와 가족, 친구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고, 온갖 희생을 바쳤음에도" 승진의 기회를 잡지 못한데 대한 아쉬움의 표현이었다. 때로는 약간의 희망사항도 내비쳤다. 남편이 위싱턴주 루이스-매코드 기지에서 몇 년을 보냈기 때문에 다음 근무지를 선택하는데 있어 어느 정도 재량권이 주어지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이때 그는 가장 선호하는 파견지를 독일, 이탈리아, 하와이, 켄터키, 조지아 등의 순으로 꼽았다. 독일과 이탈리아는 새로운 세상을 경험할 기회로 여겼고 하와이도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다. 켄터키는 시댁과 가깝다는 점에서, 조지아는 재미는 없겠지만 저격병 교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다고 봤다. 이들 지역은 전쟁터로 파견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었다. 당시 캐릴린은 어디로 가게 되든지 워싱턴주 레이크 탭스에 있는 집은 팔지 않고 세를 놓을 것이라고 썼다. 파견근무를 마치고 돌아와서 다시 그 집으로 들어갈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2009년 남편이 떠난 날 낮잠을 자다 악몽에서 깨어났던 사연과,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남편과 뱃속 아이의 이름을 의논했던 날, 남편이 떠난 이후 집을 대청소했던 날의 기억도 블로그에 남았다. 퀸시를 임신했던 2006년에는 시간이 후다닥 지나서 남편이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적었으며, 며칠 뒤에는 "요즈음은 갈수록 입덧이 심해진다. 남편이 매일 내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썼다. 퀸시가 심하게 발질질을 하는 날에는 "남편이 아이도 생각하는 것 같다"는 글을 남겼다. 2006년 12월 퀸시가 태어난 날에는 남편이 쿠웨이트 공항에서 병원으로 직접 전화를 걸었으며, 출산 과정이 어땠는지 듣고서는 퀸시의 울음소리를 듣고 싶어 했다고 기록돼 있다. 퀸시의 말문이 처음으로 터진 것은 2007년 8월 어느 날이었다. 캐릴린은 퀸시가 `다다다다..'의 `D'자를 말하기 시작했다면서 남편이 이를 알면 너무나 기뻐할 것이라고 적었다. 워싱턴 포스트(WP)도 이날 베일즈 하사의 신상에 관한 기사에서 그가 민간인에게 총을 난사하기 사흘전에 워싱턴주 타코마 교외에 있는 그의 집이 쇼트세일에 부쳐졌다면서 거듭되는 파병에 정신적으로 피폐해진데다 고단한 가족의 생활에 좌절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쇼트세일은 주택담보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해 금융회사에 압류된 경우나 주택압류 전에 은행융자액보다 싸게 파는 것으로 황폐해진 베일즈 하사의 집은 시세가 은행융자액보다 5만달러 이상 모자라는 깡통주택이다. WP는 군인가족 옹호론자들은 베일즈 하사가 겪은 어려움과 고단함이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전쟁에 내몰리고 있는 군인들이 공통적으로 당면하고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폭력범죄 혐의를 받는 군인들을 변호하는 마이클 워딩턴은 국방부에 극도의 불안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군인들을 가려내 적절히 대처하는 시스템이 없다면서 "이라크와 아프간에서의 오랜 전쟁기간을 생각할 대 이런 일이 진작 일어나지 않은게 오히려 놀라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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