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호형호제했던 3명에게 무슨일이?

입력 2012.03.30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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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서로 형, 동생처럼 친하게 지내던 마을 술친구 세 명 가운데 두 명이 잇따라 목숨을 잃었습니다.

한 사람은 물에 빠져 숨진 채로 발견됐고, 다른 한 사람은 일주일 뒤 야산에서 숨져 있었는데요.

경찰에 잡힌 피의자는 이 세 친구 가운데 나머지 한 명이었습니다.

형제처럼 지냈다는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오언종 아나운서, 두 사람이 한꺼번에 숨진 것도 아니고, 어떻게 된 일인지 짐작하기도 어렵네요?

<기자 멘트>

네, 술친구로 만났던 세 사람.

계속된 술자리가 결국 잇딴 죽음을 부르면서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습니다.

술친구에서 피의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되버린 이들의 악연,

대체 세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뉴스 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충북 청원의 작은 마을. 이 곳에서 지난 일주일 사이 2명의 남성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하천 옆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30대 남자 이모 씨, 그리고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된 70대 남자 박모 씨.

<녹취> 이웃주민 (음성변조) : “건강하셨는데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덩치 좋고, 산에 자주 다니시고. 아니 그 분이 왜 그렇게 갑자기 돌아가셨나.”

이웃주민 두 사람의 갑작스런 죽음에 동네사람들도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는데요.

각자 엿새의 차이를 두고 목숨을 잃은 두 사람. 하지만 두 사람의 죽음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목숨을 잃던 날 마지막까지 또 다른 이웃 주민, 전모 씨와 함께였다는 사실인데요.

<인터뷰> 한규준(청주 흥덕경찰서 형사3팀) : “그날도 셋이서 술을 마시고 드라이브를 한다면서 청주시내 일원을 드라이브를 하고 있었습니다.”

31살 이모 씨와 36살 전모 씨, 그리고 74살의 박모 씨.

2년 전, 동네 술자리에서 알게 된 세 사람은 아들과 아버지뻘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자주 술잔을 기울이면서 가깝게 지냈던 사이였습니다.

<녹취> 이웃주민 (음성변조) : “한 일주일에 두세 번? 젊은 사람 둘하고 같이. 작년까지만 해도 자주 만났었더라고요, 셋이서.”

세 사람 사이에 일어난 비극의 시작은 지난 21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여느 때처럼 마을 어귀의 식당에서 모여 술자리를 벌인 세 사람.

함께 소주를 나눠 마신 세 명은 밤 9시가 넘은 시각,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자리를 떴는데요.

이 때 36살 전 씨가 자신의 차에 두 사람을 태운 뒤 운전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참을 달리다, 이 씨가 속이 불편하다고 해서 하천변의 다리 위에 차를 세웠는데요.

<인터뷰> 한규준(청주 흥덕경찰서 형사3팀) : “피의자가 차량을 운전하고 변사자가 차 뒷좌석에 탔었는데 속이 거북해서 구토를 하려고 미호천 다리에서 잠시 정차를 했던 거고 당시 피의자도 같이 내렸던 정황이 있어가지고.”

그렇게 차에서 내린 세 사람.

그런데 잠시 뒤, 술에 취한 이 씨가 발을 헛디뎌 10m 아래로 굴러 떨어졌습니다.

술을 마신데다 운전까지 했던 이들은 이 모든 상황에 덜컥 겁이 난 나머지 119에 신고하지도 않은 채 그 자리에서 도망치고 말았는데요.

그런데 다음날 , 다리 아래로 떨어졌던 이 씨의 사체가 낚시꾼에 의해 발견되면서 경찰의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인터뷰> 한규준(청주 흥덕경찰서 형사3팀) : “약 2주 전에 저희 관내에서 변사사건이 있었는데 그 당시에 피의자 (전 씨)와 피해자(박 씨)가 그 현장에 같이 있었던 참고인들입니다.”

이 사건으로 거짓말탐지기 조사까지 받은 두 사람.

그 뒤 26일, 두 사람은 다시 술자리를 가졌는데요.

이 씨의 사망 사건과 얽혀 예민해져 있던 둘 사이에 옥신각신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인터뷰> 한규준(청주흥덕경찰서 형사3팀) : “이전에 있었던 사건 관련해서 자기가 조금만 얘기를 하면 피해자가 죄를 덮어쓸 수 있으니까 그걸 무마시키려고 하면 자기한테 돈을 달라 그렇게 얘기했다고 진술했다고 얘기하고 있어요.”

74살의 박 씨가 36살 전 씨에게 200만원을 내놓지 않으면 경찰에 가서 전 씨가 이 씨를 다리 밑으로 민 것 같다는 진술을 하겠다며 협박을 했다는 겁니다.

금품 요구와 협박에 흥분한 전 씨는 박 씨를 인근 야산으로 유인한 뒤 둔기 등으로 마구 때리고 도망갔다는데요.

<인터뷰> 한규준(청주 흥덕경찰서 형사3팀) : “새벽 1시경에 택시를 타고 현장 주변으로 다시 가서 거기서 피해자 박 씨를 확인했어요. 그런데 이미 죽은 사실을 확인하고 거기서 자기의 어떤 심경 변화가 있었는지 인근에 있는 옥산 파출소로 찾아가서 자수를 하게 됐습니다.”

<녹취> 옥산파출소 관계자 (음성변조) : “4시 10분쯤이더라고. 사람을 죽였다고요. 현장 확인하고 사실관계 확인하고서 경찰서로 보냈죠.”

이 모든 게 박 씨의 금품요구와 협박 때문에 일어난 우발적인 범행이었다는 피의자 전 씨.

하지만 유족들은 전 씨의 진술을 반박하며 이 사건에 대해 더욱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녹취> 피해자 故 박00의 유족 (음성변조) : “그 사람(피의자 전 씨)은 돈이 없는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돈을 요구할 형편이 못 돼요. 술을 받아줬으면 받아줬지. 돈 없는 사람을 요구하면 뭐 해요. 죽은 자는 말이 없기 떄문에….”

피의자 전 씨의 형편이 어렵다는 것을 뻔히 아는 박 씨가 200만원이라는 돈을 요구했을 리가 없다는 건데요.

<녹취> 피해자 故 박00의 아내 (음성변조) : “(피의자 전씨가) 작년 여름에도 와서 20kg 쌀을 와서 훔쳐갔어요. 돌멩이로 현관문 유리창을 깨고 들어와서. 오히려 우리가 술을 받아주고 기름 값 넣어주고 밥 사 먹이고 그러지 그이는 절대 그럴 리 없어요. 동네 사람이 다 알아요, 지금.”

경찰은 다리 아래에서 숨진 이 씨의 시신에 대한 부검 결과 익사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소견에 따라 전 씨가 직접적인 살해는 하지 않았더라도 이 씨를 다리 아래로 떨어트렸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데 진술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현재, 사건의 관계자 3명 가운데 살아있는 사람은 피의자 전 씨, 단 한 명 뿐입니다.

비극으로 막을 내린 이번 사건, 정확한 사건 경위를 밝히기 위해 경찰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벌일 계획입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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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3-30 09: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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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서로 형, 동생처럼 친하게 지내던 마을 술친구 세 명 가운데 두 명이 잇따라 목숨을 잃었습니다. 한 사람은 물에 빠져 숨진 채로 발견됐고, 다른 한 사람은 일주일 뒤 야산에서 숨져 있었는데요. 경찰에 잡힌 피의자는 이 세 친구 가운데 나머지 한 명이었습니다. 형제처럼 지냈다는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오언종 아나운서, 두 사람이 한꺼번에 숨진 것도 아니고, 어떻게 된 일인지 짐작하기도 어렵네요? <기자 멘트> 네, 술친구로 만났던 세 사람. 계속된 술자리가 결국 잇딴 죽음을 부르면서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습니다. 술친구에서 피의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되버린 이들의 악연, 대체 세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뉴스 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충북 청원의 작은 마을. 이 곳에서 지난 일주일 사이 2명의 남성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하천 옆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30대 남자 이모 씨, 그리고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된 70대 남자 박모 씨. <녹취> 이웃주민 (음성변조) : “건강하셨는데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덩치 좋고, 산에 자주 다니시고. 아니 그 분이 왜 그렇게 갑자기 돌아가셨나.” 이웃주민 두 사람의 갑작스런 죽음에 동네사람들도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는데요. 각자 엿새의 차이를 두고 목숨을 잃은 두 사람. 하지만 두 사람의 죽음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목숨을 잃던 날 마지막까지 또 다른 이웃 주민, 전모 씨와 함께였다는 사실인데요. <인터뷰> 한규준(청주 흥덕경찰서 형사3팀) : “그날도 셋이서 술을 마시고 드라이브를 한다면서 청주시내 일원을 드라이브를 하고 있었습니다.” 31살 이모 씨와 36살 전모 씨, 그리고 74살의 박모 씨. 2년 전, 동네 술자리에서 알게 된 세 사람은 아들과 아버지뻘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자주 술잔을 기울이면서 가깝게 지냈던 사이였습니다. <녹취> 이웃주민 (음성변조) : “한 일주일에 두세 번? 젊은 사람 둘하고 같이. 작년까지만 해도 자주 만났었더라고요, 셋이서.” 세 사람 사이에 일어난 비극의 시작은 지난 21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여느 때처럼 마을 어귀의 식당에서 모여 술자리를 벌인 세 사람. 함께 소주를 나눠 마신 세 명은 밤 9시가 넘은 시각,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자리를 떴는데요. 이 때 36살 전 씨가 자신의 차에 두 사람을 태운 뒤 운전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참을 달리다, 이 씨가 속이 불편하다고 해서 하천변의 다리 위에 차를 세웠는데요. <인터뷰> 한규준(청주 흥덕경찰서 형사3팀) : “피의자가 차량을 운전하고 변사자가 차 뒷좌석에 탔었는데 속이 거북해서 구토를 하려고 미호천 다리에서 잠시 정차를 했던 거고 당시 피의자도 같이 내렸던 정황이 있어가지고.” 그렇게 차에서 내린 세 사람. 그런데 잠시 뒤, 술에 취한 이 씨가 발을 헛디뎌 10m 아래로 굴러 떨어졌습니다. 술을 마신데다 운전까지 했던 이들은 이 모든 상황에 덜컥 겁이 난 나머지 119에 신고하지도 않은 채 그 자리에서 도망치고 말았는데요. 그런데 다음날 , 다리 아래로 떨어졌던 이 씨의 사체가 낚시꾼에 의해 발견되면서 경찰의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인터뷰> 한규준(청주 흥덕경찰서 형사3팀) : “약 2주 전에 저희 관내에서 변사사건이 있었는데 그 당시에 피의자 (전 씨)와 피해자(박 씨)가 그 현장에 같이 있었던 참고인들입니다.” 이 사건으로 거짓말탐지기 조사까지 받은 두 사람. 그 뒤 26일, 두 사람은 다시 술자리를 가졌는데요. 이 씨의 사망 사건과 얽혀 예민해져 있던 둘 사이에 옥신각신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인터뷰> 한규준(청주흥덕경찰서 형사3팀) : “이전에 있었던 사건 관련해서 자기가 조금만 얘기를 하면 피해자가 죄를 덮어쓸 수 있으니까 그걸 무마시키려고 하면 자기한테 돈을 달라 그렇게 얘기했다고 진술했다고 얘기하고 있어요.” 74살의 박 씨가 36살 전 씨에게 200만원을 내놓지 않으면 경찰에 가서 전 씨가 이 씨를 다리 밑으로 민 것 같다는 진술을 하겠다며 협박을 했다는 겁니다. 금품 요구와 협박에 흥분한 전 씨는 박 씨를 인근 야산으로 유인한 뒤 둔기 등으로 마구 때리고 도망갔다는데요. <인터뷰> 한규준(청주 흥덕경찰서 형사3팀) : “새벽 1시경에 택시를 타고 현장 주변으로 다시 가서 거기서 피해자 박 씨를 확인했어요. 그런데 이미 죽은 사실을 확인하고 거기서 자기의 어떤 심경 변화가 있었는지 인근에 있는 옥산 파출소로 찾아가서 자수를 하게 됐습니다.” <녹취> 옥산파출소 관계자 (음성변조) : “4시 10분쯤이더라고. 사람을 죽였다고요. 현장 확인하고 사실관계 확인하고서 경찰서로 보냈죠.” 이 모든 게 박 씨의 금품요구와 협박 때문에 일어난 우발적인 범행이었다는 피의자 전 씨. 하지만 유족들은 전 씨의 진술을 반박하며 이 사건에 대해 더욱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녹취> 피해자 故 박00의 유족 (음성변조) : “그 사람(피의자 전 씨)은 돈이 없는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돈을 요구할 형편이 못 돼요. 술을 받아줬으면 받아줬지. 돈 없는 사람을 요구하면 뭐 해요. 죽은 자는 말이 없기 떄문에….” 피의자 전 씨의 형편이 어렵다는 것을 뻔히 아는 박 씨가 200만원이라는 돈을 요구했을 리가 없다는 건데요. <녹취> 피해자 故 박00의 아내 (음성변조) : “(피의자 전씨가) 작년 여름에도 와서 20kg 쌀을 와서 훔쳐갔어요. 돌멩이로 현관문 유리창을 깨고 들어와서. 오히려 우리가 술을 받아주고 기름 값 넣어주고 밥 사 먹이고 그러지 그이는 절대 그럴 리 없어요. 동네 사람이 다 알아요, 지금.” 경찰은 다리 아래에서 숨진 이 씨의 시신에 대한 부검 결과 익사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소견에 따라 전 씨가 직접적인 살해는 하지 않았더라도 이 씨를 다리 아래로 떨어트렸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데 진술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현재, 사건의 관계자 3명 가운데 살아있는 사람은 피의자 전 씨, 단 한 명 뿐입니다. 비극으로 막을 내린 이번 사건, 정확한 사건 경위를 밝히기 위해 경찰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벌일 계획입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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