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게임 중독 때문에…아기 살해·유기

입력 2012.04.06 (09:10) 수정 2012.04.06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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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얼마 전에 아이를 버리는 산모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 전해드렸었는데요.

산모가 아이를 낳자마자 숨지게 하고 버린 사건이 또 일어났습니다.

수사 끝에 잡힌 어머니는 오갈 데 없는 처지인데다가 게임에 중독된 상태였는데요.

오언종 아나운서, 심지어 자기 출산일도 모른 채 게임만 하다가 이런 일을 저질렀다고요?

<기자 멘트>

네, 피의자의 게임중독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보통 영아살해유기 사건의 경우 산모의 우울증이나 원치않는 임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이번 사건은 게임중독이 원인이 됐다는 점이놀랍습니다.

대체 피의자는 왜 이런 범행을 저지르게 된 건지사건의 전말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 대형마트의 쓰레기 처리장.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직원이 쓰레기통 뚜껑을 열자마자 깜짝 놀라 물러섭니다.

조심스레 다시 통 안을 들여다보더니 황급히 돌아가는데요.

놀랍게도, 음식물 쓰레기통 안에는 신생아가 숨져 있었습니다.

<녹취> 영아유기사건 최초 신고자 (음성변조) : “일반음식들 버리러 갔다가 열어보니까 아기 시체더라고. 그래서 바로 112에 신고를 (했어요).”

충격적인 영아살해유기사건이 일어난 것은 지난달 27일.

신고를 접수받은 경찰은 그 때부터 마트 인근에 설치된 29대의 CCTV를 분석하며 용의자를 찾는 데 주력했습니다.

먼저, 영아의 시신이 담겼던 검은색 비닐 봉투의 이동경로를 역추적해 나갔는데요.

<인터뷰> 이병국 과장(송파경찰서 형사과) : “영아사체가 발견된 장소 CCTV를 분석해서 청소부 아주머니가 검정 비닐봉지를 음식물 분리수거통에 넣은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그 아주머니를 상대로 검정 비닐봉지를 어디서 주웠느냐, 확인했더니 화단에서 주웠다해서ㆍㆍㆍ.”

CCTV 속에 등장한 청소 아주머니가 문제의 검은 비닐 봉투를 수거해 온 곳은 바로 인근 모텔의 화단이었습니다.

<인터뷰> 이상용 수사관(송파경찰서 강력1팀) : “청소아주머니는 모텔 청소부인데 매일 아침마다 청소를 해요. 가끔씩 누군가 모텔 주차장에다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린다는 거야. 그래서 그날도 아침에 청소를 하는데 비닐봉투가 있기에 누가 음식물 쓰레기를 갖다버렸나 보다 (생각했죠).”

경찰은 모텔 화단에 설치된 CCTV를 분석하던 중, 피의자 검거의 결정적 단서를 잡았습니다.

영아의 시신이 발견되기 이틀 전.

이 곳 화단에 들어서는 여인이 영상에 담겨있었던 건데요.

여인의 손에 들려있는 검은 비닐 봉지, 보이시죠?

다행히 모텔 주인도 아침부터 건물 근처를 배회하는 수상한 임산부를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모텔 주인 (음성변조) : “얼핏 봤죠. 나가다가 얼핏 봤는데. PC 방에 있다가 잠깐 햇볕 쬐러 나온 거 같더만. 그러다 없어졌다고.”

목격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탐문과 잠복을 시작한 경찰.

결국 사건 발생 닷새 만에 피의자이자 아기의 생모인 스물여섯 살 전모 씨가 붙잡혔습니다.

열 달 동안 품은 아이를 낳자마자 버리는 충격적 범행을 저지른 전 씨.

놀랍게도 그녀는 임신 기간의 대부분을 PC방에서 보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이병국 과장(송파경찰서 형사과) : “동거하던 남자와 작년 12월에 헤어졌는데 헤어진 이후로 3개월 동안 주로 PC방에서 생활을 했습니다.”

게임에서 만났던 남자와의 사이에서 생긴 아이.

하지만 동거 9개월 만에 헤어진 뒤 전 씨는 임신한 몸을 이끌고 PC방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는데요.

게임에 빠져 자신의 출산일도 잊을 정도로 심각한 게임 중독이었다고 합니다.

<녹취> PC 방 주인 (음성변조) : “자주 오긴 했어요. 근래 일주일 정도? 평균 8시간, 많을 때는 10시간 넘게 하고.”

<인터뷰> 이병국 과장(송파경찰서 형사과) : “가상세계에서 사냥하거나 전쟁하는데 그 게임을 하지 않으면 자꾸 하고 싶어져서 다른 일을 잘 못했다고 합니다.”

사건 당일 역시 밤새 게임을 즐겼던 전씨는 .오전 9시 30분쯤 ,

갑자기 양수가 터지자 부른 배를 움켜쥐고 PC방 건물에 있는 공동 화장실로 달려갔습니다.

<녹취> 마트 직원 (음성변조) : “왼쪽 칸에 피가 막 있는 거예요. 남자가 봤을 때 소름 끼칠 정도였어요. 섬뜩한 선홍색 피요.”

그렇게 비좁은 화장실 안에서 출산을 했지만 그녀는 곧바로 비닐봉투에 아이를 담아 질식사시켜 버리고 말았습니다.

가상의 세계에 빠져 모정도 팽개친 전 씨.

대체 그녀가 왜 이런 상황까지 치닫게 된 건지, 가족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는 없었을까 궁금했는데요

<인터뷰> 이상용 수사관(송파경찰서 강력1팀) : “고등학교 이후부터 혼자 떠돌이 생활을 했다고 그러더라고요. 어머니가 계시는데, 어머니는 정신질환이 있어서 요양원에 계시고. 아버지는 초등학교 때 암으로 돌아가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보내고 결국 남자친구에게까지 버림받은 그녀를 맞아주는 곳은 오로지 가상 세계 뿐.

현실에서 그녀는 늘 사람들에게 외면당했습니다.

<녹취> 마트 직원 (음성변조) : “출근하고 청소하고 진행하다가 담배 하나 피러 나왔는데 그 여자가 때마침 거기 (화장실에) 앉아있는 거예요. 그런데 한 12시? 두 시간 넘게 계속 앉아있는 거예요. 얼굴도 막 찡그려. 어디 아픈지.”

출산 후 피 묻은 옷을 그대로 입고 돌아다녀도 그녀를 걱정하거나 병원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손 내미는 사람은 없었고,
결국 전 씨는 영아살해와 사체유기 혐의로 붙잡혀 철창신세를 지게 됐습니다.

게임 중독에 빠진 20대 미혼모가 저지른 영아 치사, 유기 사건.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인 것은 분명하지만 한편으로 한국 사회의 무관심을 여과 없이 보여준 씁쓸한 사건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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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4-06 09:10:28
    • 수정2012-04-06 09:3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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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얼마 전에 아이를 버리는 산모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 전해드렸었는데요. 산모가 아이를 낳자마자 숨지게 하고 버린 사건이 또 일어났습니다. 수사 끝에 잡힌 어머니는 오갈 데 없는 처지인데다가 게임에 중독된 상태였는데요. 오언종 아나운서, 심지어 자기 출산일도 모른 채 게임만 하다가 이런 일을 저질렀다고요? <기자 멘트> 네, 피의자의 게임중독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보통 영아살해유기 사건의 경우 산모의 우울증이나 원치않는 임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이번 사건은 게임중독이 원인이 됐다는 점이놀랍습니다. 대체 피의자는 왜 이런 범행을 저지르게 된 건지사건의 전말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 대형마트의 쓰레기 처리장.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직원이 쓰레기통 뚜껑을 열자마자 깜짝 놀라 물러섭니다. 조심스레 다시 통 안을 들여다보더니 황급히 돌아가는데요. 놀랍게도, 음식물 쓰레기통 안에는 신생아가 숨져 있었습니다. <녹취> 영아유기사건 최초 신고자 (음성변조) : “일반음식들 버리러 갔다가 열어보니까 아기 시체더라고. 그래서 바로 112에 신고를 (했어요).” 충격적인 영아살해유기사건이 일어난 것은 지난달 27일. 신고를 접수받은 경찰은 그 때부터 마트 인근에 설치된 29대의 CCTV를 분석하며 용의자를 찾는 데 주력했습니다. 먼저, 영아의 시신이 담겼던 검은색 비닐 봉투의 이동경로를 역추적해 나갔는데요. <인터뷰> 이병국 과장(송파경찰서 형사과) : “영아사체가 발견된 장소 CCTV를 분석해서 청소부 아주머니가 검정 비닐봉지를 음식물 분리수거통에 넣은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그 아주머니를 상대로 검정 비닐봉지를 어디서 주웠느냐, 확인했더니 화단에서 주웠다해서ㆍㆍㆍ.” CCTV 속에 등장한 청소 아주머니가 문제의 검은 비닐 봉투를 수거해 온 곳은 바로 인근 모텔의 화단이었습니다. <인터뷰> 이상용 수사관(송파경찰서 강력1팀) : “청소아주머니는 모텔 청소부인데 매일 아침마다 청소를 해요. 가끔씩 누군가 모텔 주차장에다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린다는 거야. 그래서 그날도 아침에 청소를 하는데 비닐봉투가 있기에 누가 음식물 쓰레기를 갖다버렸나 보다 (생각했죠).” 경찰은 모텔 화단에 설치된 CCTV를 분석하던 중, 피의자 검거의 결정적 단서를 잡았습니다. 영아의 시신이 발견되기 이틀 전. 이 곳 화단에 들어서는 여인이 영상에 담겨있었던 건데요. 여인의 손에 들려있는 검은 비닐 봉지, 보이시죠? 다행히 모텔 주인도 아침부터 건물 근처를 배회하는 수상한 임산부를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모텔 주인 (음성변조) : “얼핏 봤죠. 나가다가 얼핏 봤는데. PC 방에 있다가 잠깐 햇볕 쬐러 나온 거 같더만. 그러다 없어졌다고.” 목격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탐문과 잠복을 시작한 경찰. 결국 사건 발생 닷새 만에 피의자이자 아기의 생모인 스물여섯 살 전모 씨가 붙잡혔습니다. 열 달 동안 품은 아이를 낳자마자 버리는 충격적 범행을 저지른 전 씨. 놀랍게도 그녀는 임신 기간의 대부분을 PC방에서 보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이병국 과장(송파경찰서 형사과) : “동거하던 남자와 작년 12월에 헤어졌는데 헤어진 이후로 3개월 동안 주로 PC방에서 생활을 했습니다.” 게임에서 만났던 남자와의 사이에서 생긴 아이. 하지만 동거 9개월 만에 헤어진 뒤 전 씨는 임신한 몸을 이끌고 PC방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는데요. 게임에 빠져 자신의 출산일도 잊을 정도로 심각한 게임 중독이었다고 합니다. <녹취> PC 방 주인 (음성변조) : “자주 오긴 했어요. 근래 일주일 정도? 평균 8시간, 많을 때는 10시간 넘게 하고.” <인터뷰> 이병국 과장(송파경찰서 형사과) : “가상세계에서 사냥하거나 전쟁하는데 그 게임을 하지 않으면 자꾸 하고 싶어져서 다른 일을 잘 못했다고 합니다.” 사건 당일 역시 밤새 게임을 즐겼던 전씨는 .오전 9시 30분쯤 , 갑자기 양수가 터지자 부른 배를 움켜쥐고 PC방 건물에 있는 공동 화장실로 달려갔습니다. <녹취> 마트 직원 (음성변조) : “왼쪽 칸에 피가 막 있는 거예요. 남자가 봤을 때 소름 끼칠 정도였어요. 섬뜩한 선홍색 피요.” 그렇게 비좁은 화장실 안에서 출산을 했지만 그녀는 곧바로 비닐봉투에 아이를 담아 질식사시켜 버리고 말았습니다. 가상의 세계에 빠져 모정도 팽개친 전 씨. 대체 그녀가 왜 이런 상황까지 치닫게 된 건지, 가족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는 없었을까 궁금했는데요 <인터뷰> 이상용 수사관(송파경찰서 강력1팀) : “고등학교 이후부터 혼자 떠돌이 생활을 했다고 그러더라고요. 어머니가 계시는데, 어머니는 정신질환이 있어서 요양원에 계시고. 아버지는 초등학교 때 암으로 돌아가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보내고 결국 남자친구에게까지 버림받은 그녀를 맞아주는 곳은 오로지 가상 세계 뿐. 현실에서 그녀는 늘 사람들에게 외면당했습니다. <녹취> 마트 직원 (음성변조) : “출근하고 청소하고 진행하다가 담배 하나 피러 나왔는데 그 여자가 때마침 거기 (화장실에) 앉아있는 거예요. 그런데 한 12시? 두 시간 넘게 계속 앉아있는 거예요. 얼굴도 막 찡그려. 어디 아픈지.” 출산 후 피 묻은 옷을 그대로 입고 돌아다녀도 그녀를 걱정하거나 병원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손 내미는 사람은 없었고, 결국 전 씨는 영아살해와 사체유기 혐의로 붙잡혀 철창신세를 지게 됐습니다. 게임 중독에 빠진 20대 미혼모가 저지른 영아 치사, 유기 사건.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인 것은 분명하지만 한편으로 한국 사회의 무관심을 여과 없이 보여준 씁쓸한 사건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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