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고무줄’ 만리장성…중국의 노림수는?

입력 2012.06.12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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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화면에 보시는 것은 베이징 북쪽에 있는 중국의 만리장성인데요,



중국이 최근 이 만리장성 길이를 기존보다 두 배 이상 늘려 발표하면서 적잖은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고구려, 발해가 존재했던 동북 지역까지 만리장성 영역으로 확대했기 때문인데요,



중국의 동북공정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이슈 앤 뉴스, 오늘은 중국의 만리장성 확대와 그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고무줄처럼 계속 늘어나고 있는 만리장성의 변천사를 베이징 원종진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리포트>



중국은 지난 2006년 본격적으로 만리장성을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2009년에는 만리장성 동쪽 끝을 압록강까지 확장했습니다.



서쪽 자위관에서 동쪽 산하이관까지였던 만리장성을 단둥 후산 장성까지 2,500km 더 늘렸습니다.



후산 장성은 고구려가 쌓은 옛 박작성입니다.



이번에는 신장과 산둥은 물론 지린과 헤이룽장 등지에서도 유적들이 새로 발견됐다며 만리장성 길이를 21,196km로 늘렸습니다.



기존 길이의 두 배가 넘습니다.



중국 북부 대부분 지역에 만리장성이 존재했다는 겁니다.



중국 당국은 5년에 가까운 과학적 측량 결과라는 입장입니다.



기존 만리장성은 명나라 때 쌓거나 수리한 것이고, 이번에 진나라, 한나라는 물론 기타 왕조 때의 장성들까지 모두 망라했다는 게 중국 당국의 주장입니다.



<녹취> 동밍캉(중국 국가문물국 부국장) : "만리장성 길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만리장성의 길이는 더 이상 미스터리가 아닙니다."



역대 만리장성에 대한 중국 정부의 첫 종합 조사 결과지만 새로 발견됐다는 장성 유적지 4만 3천여 곳의 구체적인 장소는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멘트>



이렇게 되면 중국 동북부 지방에 있는 고구려, 발해의 성들까지 중국 만리장성으로 둔갑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중국 측의 주장이 과연 옳을까요?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정인성 기자가 따져봤습니다.



<기자 멘트>



제가 들고 있는 이 책들은 중국의 중고등학생들이 배우고 있는 역사 교과서들입니다.



만리장성과 관련된 부분을 찾아볼까요?



한나라 때 만리장성의 모양입니다.



청천강 유역까지 장성이 있었던 것으로 표시돼 있습니다.



한강 이북 지역까지 한나라의 영토로 돼 있고요,



발해 관련 부분은 더욱 황당한데요,



대조영을 고구려인이 아닌 말갈의 수령으로 표현했고 당나라 현종이 대조영을 발해군왕으로 임명해 도독으로 삼았다고까지 돼있습니다.



심지어 발해가 당나라의 영역으로 들어왔다는 내용까지 담겨있습니다.



우리 학계는 터무니없다는 입장입니다.



<녹취> 이덕일(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 "한4군의 경우 한반도 북부가 아닌 요동 서쪽 지방에 있었다는 중국측 자료도 있기 때문에 한반도 북부를 지배했다는 주장은 새로운 검증이 필요합니다"



중국의 이 같은 왜곡된 주장은 ’통일적 다민족 국가론’이란 역사관에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현재 중국 영토에서 일어난 모든 역사가 중국사라는 주장입니다.



동북공정뿐 아니라 서북, 서남 등 중국 변방 지역에서 진행됐던 소수민족 역사의 편입 작업은 만리장성 확대를 통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의 10년에 걸친 역사 만들기 작업은 이처럼 치밀하게 진행되고 있는데요,



우리 정부의 대응은 과연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요?



<리포트>



역사 분쟁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06년 출범한 국책연구기관인 ’동북아역사재단’,



중국 문물국이 발표한 장성은 우리가 알고 있는 만리장성이 아니며, 동북공정과 별개 사업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습니다.



하지만, 중국 언론들은 ’장성’을 만리장성과 같은 개념으로 보도했습니다.



<녹취> 옌젠민(중국장성학회 주임) : "통상 사람들이 말하는 장성과 만리장성은 같습니다. 국민들이 만리장성과 장성을 혼합해서 부르는 게 이미 습관이 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사회과학원 주도로 실시된 동북 공정과 국가 문물국이 주도한 만리장성 확대는 같은 맥락이라고 지적합니다.



주도한 기관만 다를 뿐 변방 역사를 중국사로 편입시키려는 의도는 같다는 겁니다.



<녹취> 남의현(강원대학교 교수) : "만리장성의 문제가 한 시대의 문제가 아니고 중국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고 그 속에 동북공정의 문제가 포함돼 있다"



우리 정부는 중국이 발표하는 내용의 진의를 파악하는데 급급한 실정이고 우리 학계도 주류와 비주류로 나뉘어 통일된 대응 논리를 내세우지 못하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녹취> 홍승현(숙명여대 교수) : "학술적인 연구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뒷받침하고 확산시킬 수 있는 정부의 노력도 함께 연결돼야 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중국은 자체 논리를 공고히 하면서 발해에 이어 고구려까지 중국 역사로 둔갑시키려 하고 있어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정인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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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고무줄’ 만리장성…중국의 노림수는?
    • 입력 2012-06-12 22:02:23
    뉴스 9
<앵커 멘트>

화면에 보시는 것은 베이징 북쪽에 있는 중국의 만리장성인데요,

중국이 최근 이 만리장성 길이를 기존보다 두 배 이상 늘려 발표하면서 적잖은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고구려, 발해가 존재했던 동북 지역까지 만리장성 영역으로 확대했기 때문인데요,

중국의 동북공정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이슈 앤 뉴스, 오늘은 중국의 만리장성 확대와 그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고무줄처럼 계속 늘어나고 있는 만리장성의 변천사를 베이징 원종진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리포트>

중국은 지난 2006년 본격적으로 만리장성을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2009년에는 만리장성 동쪽 끝을 압록강까지 확장했습니다.

서쪽 자위관에서 동쪽 산하이관까지였던 만리장성을 단둥 후산 장성까지 2,500km 더 늘렸습니다.

후산 장성은 고구려가 쌓은 옛 박작성입니다.

이번에는 신장과 산둥은 물론 지린과 헤이룽장 등지에서도 유적들이 새로 발견됐다며 만리장성 길이를 21,196km로 늘렸습니다.

기존 길이의 두 배가 넘습니다.

중국 북부 대부분 지역에 만리장성이 존재했다는 겁니다.

중국 당국은 5년에 가까운 과학적 측량 결과라는 입장입니다.

기존 만리장성은 명나라 때 쌓거나 수리한 것이고, 이번에 진나라, 한나라는 물론 기타 왕조 때의 장성들까지 모두 망라했다는 게 중국 당국의 주장입니다.

<녹취> 동밍캉(중국 국가문물국 부국장) : "만리장성 길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만리장성의 길이는 더 이상 미스터리가 아닙니다."

역대 만리장성에 대한 중국 정부의 첫 종합 조사 결과지만 새로 발견됐다는 장성 유적지 4만 3천여 곳의 구체적인 장소는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멘트>

이렇게 되면 중국 동북부 지방에 있는 고구려, 발해의 성들까지 중국 만리장성으로 둔갑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중국 측의 주장이 과연 옳을까요?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정인성 기자가 따져봤습니다.

<기자 멘트>

제가 들고 있는 이 책들은 중국의 중고등학생들이 배우고 있는 역사 교과서들입니다.

만리장성과 관련된 부분을 찾아볼까요?

한나라 때 만리장성의 모양입니다.

청천강 유역까지 장성이 있었던 것으로 표시돼 있습니다.

한강 이북 지역까지 한나라의 영토로 돼 있고요,

발해 관련 부분은 더욱 황당한데요,

대조영을 고구려인이 아닌 말갈의 수령으로 표현했고 당나라 현종이 대조영을 발해군왕으로 임명해 도독으로 삼았다고까지 돼있습니다.

심지어 발해가 당나라의 영역으로 들어왔다는 내용까지 담겨있습니다.

우리 학계는 터무니없다는 입장입니다.

<녹취> 이덕일(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 "한4군의 경우 한반도 북부가 아닌 요동 서쪽 지방에 있었다는 중국측 자료도 있기 때문에 한반도 북부를 지배했다는 주장은 새로운 검증이 필요합니다"

중국의 이 같은 왜곡된 주장은 ’통일적 다민족 국가론’이란 역사관에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현재 중국 영토에서 일어난 모든 역사가 중국사라는 주장입니다.

동북공정뿐 아니라 서북, 서남 등 중국 변방 지역에서 진행됐던 소수민족 역사의 편입 작업은 만리장성 확대를 통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의 10년에 걸친 역사 만들기 작업은 이처럼 치밀하게 진행되고 있는데요,

우리 정부의 대응은 과연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요?

<리포트>

역사 분쟁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06년 출범한 국책연구기관인 ’동북아역사재단’,

중국 문물국이 발표한 장성은 우리가 알고 있는 만리장성이 아니며, 동북공정과 별개 사업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습니다.

하지만, 중국 언론들은 ’장성’을 만리장성과 같은 개념으로 보도했습니다.

<녹취> 옌젠민(중국장성학회 주임) : "통상 사람들이 말하는 장성과 만리장성은 같습니다. 국민들이 만리장성과 장성을 혼합해서 부르는 게 이미 습관이 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사회과학원 주도로 실시된 동북 공정과 국가 문물국이 주도한 만리장성 확대는 같은 맥락이라고 지적합니다.

주도한 기관만 다를 뿐 변방 역사를 중국사로 편입시키려는 의도는 같다는 겁니다.

<녹취> 남의현(강원대학교 교수) : "만리장성의 문제가 한 시대의 문제가 아니고 중국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고 그 속에 동북공정의 문제가 포함돼 있다"

우리 정부는 중국이 발표하는 내용의 진의를 파악하는데 급급한 실정이고 우리 학계도 주류와 비주류로 나뉘어 통일된 대응 논리를 내세우지 못하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녹취> 홍승현(숙명여대 교수) : "학술적인 연구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뒷받침하고 확산시킬 수 있는 정부의 노력도 함께 연결돼야 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중국은 자체 논리를 공고히 하면서 발해에 이어 고구려까지 중국 역사로 둔갑시키려 하고 있어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정인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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