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포착] 산모와 아기의 인권 존중 ‘인권분만’

입력 2012.06.13 (09:10) 수정 2012.06.1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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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은 정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축복의 순간이죠.

하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을 보면, 삭막한 분만실에서 그저 기계적으로 아이를 받아내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산모나 아이를 위해 가정 분만이나 수중 분만, 이런 방법들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요즘은 인권 분만이란 게 뜨고 있다고 하죠?

그렇습니다.

아이와 산모의 감정, 정서를 최대한 배려하는 분만법이라고 하는데요.

김기흥 기자, 어떤 방법인지 궁금하네요.

<기자 멘트>

분만실의 분위기가 어떤지는 들어가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텐데요

저는 첫째 둘째 아이가 태어날 때 모두 들어가봤습니다.

따듯하고 아득하기보다는 왠지 차갑고 딱딱하다고 느낌을 받았는데요

그리고 뭔가 쫓기는 듯 했습니다.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엉덩이를 때려 울리고 저는 곧바로 탯줄을 자르고 속전속결이었는데요.

하지만, 이런 분위기와는 거리가 있는 분만이 뜨고 있다고 합니다.

산모와 아기의 인권을 위한 이른바 '인권 분만'에 대해 자세히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의 한 산부인과 병원인데요. 기다린 지 네 시간 쯤 지났을까요?

부드러운 음악과 은은한 조명,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드디어 아기가 태어났습니다.

이른바 아기와 산모가 스트레스를 덜 받는 ‘인권분만법’ 인데요.

<인터뷰> 정영화 (‘인권분만’ 산모) : "조명이며 (모든 것을) 이렇게 다 편하게 해주니까 더 친근감도 가고 좋은 것 같아요."

<인터뷰> 김상현 (인권분만연구회 회장) : "분만을 하는 당사자 산모와 태어나는 아기를 하나의 인격체로 보고, 그들을 존중하고, 배려 해주자하는 게 인권분만입니다."

산부인과 10곳 중 3곳은 인권 분만과 일반 분만을 병행할 정도로 인권분만을 선택하는 산모들이 늘어나는 추세인데요.

그 이유는 뭘까요?

<인터뷰> 조하연 (서울시 성북동) : "아기를 낳는 일이 제 생애 제일 중요한 일인데 아무렇게나 낳고 싶지 않아서 (인권분만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인터뷰> 허건호 (경기도 고양시 풍동) : "아무래도 그냥 (일반 산부인과) 병원에서 출산하는 것보다 좀 더 안정된 환경에서 출산을 할 수 있을 것 같고, 산모나 아기한테도 더 좋을 것 같아서 (인권분만을) 선택 했죠."

인권분만은 출산과정 뿐 아니라 진통 시에도 다른 점이 있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상현 (인권분만연구회 회장) : "산모가 꼭 진통을 할 때 침대에 누워 있을 필요는 없어요. 산모가 움직이고 싶으면 움직이게 해주고 눕고 싶으면 눕고, 앉고 싶으면 앉고...자연스런 자세로 (분만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둘째아기를 인권분만으로 낳기로 결심 했다는 가족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봤는데요.

임신 9개월 째 접어든 산모 이한나씨네 가족입니다.

출산 준비로 요즘 바쁜데요.

<인터뷰> 노혜정 (‘인권분만’ 산모 친정어머니) : "우리 때만 해도 선생님들이 출산한다고 크게 (존중이나 배려해주지 않았어요.) (딸이) 건강하게 잘 출산해줬으면 좋겠어요."

<녹취> "아기 어디에 있어?"

<녹취> "여기에 아기 있어~"

<녹취> "옳지~"

동생을 기다리는 첫째 태현이도 설레기는 마찬가지인데요.

<인터뷰> 이한나 (‘인권분만’ 산모) : "태현이, 어렸을 때도 이 노래 많이 들었지? 아기 때, 뱃속에 있을 때도 아빠가 (기타연주) 많이 해줬는데."

태아에게 오감 중 가장 잘 발달돼 있는 것은 청각!

그래서 아빠 김수일씨는 매일 밤, 뱃속 아기와 아내를 위해 기타 연주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아내가 녹음을 하고 있네요.

<인터뷰> 이한나 (‘인권분만’ 산모) : "평소에 자주 듣던 음악을 (아기) 낳을 때 들으면 태아도 저도 좀 심리적으로 안정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녹음했다가 (출산 할 때 들으려고요.)"

그날 저녁, 이들 부부는 두 손을 꼭 잡은 채 인근에 한 공원을 찾았는데요.

가벼운 산책으로도 스트레스 호르몬인 ‘혈중 코티졸’이 다소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녹취> "사랑아 아빠~ 아빠야 아빠~"

<녹취> "움직인다 진짜 움직였다 발차기 했다"

<녹취> "엄마 속 썩이지 말고 잘 나와야 돼~"

<인터뷰> 이한나 (‘인권분만’ 산모) : "미안한 마음(이 아기한테 있어요) 조산이 어떻게 보면 아이보다는 제 몸 상태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둘째한테 워낙 미안하니까 인권분만을 함으로써 조금이라도 미안한 마음을 덜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좀 들어요."

<인터뷰> 김수일 (‘인권분만’ 산모 남편) : "아기가 태어날 때만이라도 좀 편안하게,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 선택을 하게 됐죠."

새벽 6시에 찾아온 탄생의 조짐!

출산 예정일 보다 보름이나 빨리 진통이 시작됐는데요.

그네 타는 산모 이때 고통을 호소하던 산모 이한나씨가 발길을 돌린 곳은 특수 그네 였습니다.

잠시나마 한결 편안한 표정을 되찾았는데요.

<인터뷰> 이한나 (‘인권분만’ 산모) : "진통 올 때 이렇게 (그네 타며) 운동을 하니까 진통 시간이 줄어든 기분이에요."

이어 짐볼에 기대거나 앉아 진통을 가라앉히길 반복! 드디어 6시간이라는 긴 진통 끝에 익숙한 아빠의 기타 연주와 어두운 조명 속에서 서서히 아기가 나올 준비를 시작하고 있었는데요.

드디어 3.46kg의 건강한 둘째 아들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첫 교감이 이루어지는 순간인데요.

억지로 아기를 울리지도 않았고, 바로 탯줄을 자르지도 않았습니다.

<인터뷰> 김상현 (인권분만연구회 회장) : "(갓 태어난 아기가) 탯줄 호흡에서 폐 호흡으로 전환 되는 걸 부드럽게 해주기 위해서 탯줄을 조금 늦게 자르는 겁니다."

5분 정도 지나 아빠가 탯줄을 끊고 나면 중력에 적응하도록 준비된 욕조에 아기의 몸을 살며시 담가줍니다.

그리고 출생 후 첫 4시간은 ‘모아 애착 형성기’로 엄마와의 애착이 형성되기 때문에 충분히 시간을 갖도록 도와주는데요.

<인터뷰> 이한나 (‘인권분만’ 산모) : "건강하게 낳아서 정말 고마운 것 같아요."

아기와 산모가 중심이 되는 인권분만! 고통스런 출산 대신 행복한 출산이 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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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제포착] 산모와 아기의 인권 존중 ‘인권분만’
    • 입력 2012-06-13 09:10:33
    • 수정2012-06-13 11: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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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은 정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축복의 순간이죠. 하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을 보면, 삭막한 분만실에서 그저 기계적으로 아이를 받아내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산모나 아이를 위해 가정 분만이나 수중 분만, 이런 방법들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요즘은 인권 분만이란 게 뜨고 있다고 하죠? 그렇습니다. 아이와 산모의 감정, 정서를 최대한 배려하는 분만법이라고 하는데요. 김기흥 기자, 어떤 방법인지 궁금하네요. <기자 멘트> 분만실의 분위기가 어떤지는 들어가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텐데요 저는 첫째 둘째 아이가 태어날 때 모두 들어가봤습니다. 따듯하고 아득하기보다는 왠지 차갑고 딱딱하다고 느낌을 받았는데요 그리고 뭔가 쫓기는 듯 했습니다.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엉덩이를 때려 울리고 저는 곧바로 탯줄을 자르고 속전속결이었는데요. 하지만, 이런 분위기와는 거리가 있는 분만이 뜨고 있다고 합니다. 산모와 아기의 인권을 위한 이른바 '인권 분만'에 대해 자세히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의 한 산부인과 병원인데요. 기다린 지 네 시간 쯤 지났을까요? 부드러운 음악과 은은한 조명,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드디어 아기가 태어났습니다. 이른바 아기와 산모가 스트레스를 덜 받는 ‘인권분만법’ 인데요. <인터뷰> 정영화 (‘인권분만’ 산모) : "조명이며 (모든 것을) 이렇게 다 편하게 해주니까 더 친근감도 가고 좋은 것 같아요." <인터뷰> 김상현 (인권분만연구회 회장) : "분만을 하는 당사자 산모와 태어나는 아기를 하나의 인격체로 보고, 그들을 존중하고, 배려 해주자하는 게 인권분만입니다." 산부인과 10곳 중 3곳은 인권 분만과 일반 분만을 병행할 정도로 인권분만을 선택하는 산모들이 늘어나는 추세인데요. 그 이유는 뭘까요? <인터뷰> 조하연 (서울시 성북동) : "아기를 낳는 일이 제 생애 제일 중요한 일인데 아무렇게나 낳고 싶지 않아서 (인권분만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인터뷰> 허건호 (경기도 고양시 풍동) : "아무래도 그냥 (일반 산부인과) 병원에서 출산하는 것보다 좀 더 안정된 환경에서 출산을 할 수 있을 것 같고, 산모나 아기한테도 더 좋을 것 같아서 (인권분만을) 선택 했죠." 인권분만은 출산과정 뿐 아니라 진통 시에도 다른 점이 있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상현 (인권분만연구회 회장) : "산모가 꼭 진통을 할 때 침대에 누워 있을 필요는 없어요. 산모가 움직이고 싶으면 움직이게 해주고 눕고 싶으면 눕고, 앉고 싶으면 앉고...자연스런 자세로 (분만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둘째아기를 인권분만으로 낳기로 결심 했다는 가족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봤는데요. 임신 9개월 째 접어든 산모 이한나씨네 가족입니다. 출산 준비로 요즘 바쁜데요. <인터뷰> 노혜정 (‘인권분만’ 산모 친정어머니) : "우리 때만 해도 선생님들이 출산한다고 크게 (존중이나 배려해주지 않았어요.) (딸이) 건강하게 잘 출산해줬으면 좋겠어요." <녹취> "아기 어디에 있어?" <녹취> "여기에 아기 있어~" <녹취> "옳지~" 동생을 기다리는 첫째 태현이도 설레기는 마찬가지인데요. <인터뷰> 이한나 (‘인권분만’ 산모) : "태현이, 어렸을 때도 이 노래 많이 들었지? 아기 때, 뱃속에 있을 때도 아빠가 (기타연주) 많이 해줬는데." 태아에게 오감 중 가장 잘 발달돼 있는 것은 청각! 그래서 아빠 김수일씨는 매일 밤, 뱃속 아기와 아내를 위해 기타 연주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아내가 녹음을 하고 있네요. <인터뷰> 이한나 (‘인권분만’ 산모) : "평소에 자주 듣던 음악을 (아기) 낳을 때 들으면 태아도 저도 좀 심리적으로 안정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녹음했다가 (출산 할 때 들으려고요.)" 그날 저녁, 이들 부부는 두 손을 꼭 잡은 채 인근에 한 공원을 찾았는데요. 가벼운 산책으로도 스트레스 호르몬인 ‘혈중 코티졸’이 다소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녹취> "사랑아 아빠~ 아빠야 아빠~" <녹취> "움직인다 진짜 움직였다 발차기 했다" <녹취> "엄마 속 썩이지 말고 잘 나와야 돼~" <인터뷰> 이한나 (‘인권분만’ 산모) : "미안한 마음(이 아기한테 있어요) 조산이 어떻게 보면 아이보다는 제 몸 상태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둘째한테 워낙 미안하니까 인권분만을 함으로써 조금이라도 미안한 마음을 덜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좀 들어요." <인터뷰> 김수일 (‘인권분만’ 산모 남편) : "아기가 태어날 때만이라도 좀 편안하게,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 선택을 하게 됐죠." 새벽 6시에 찾아온 탄생의 조짐! 출산 예정일 보다 보름이나 빨리 진통이 시작됐는데요. 그네 타는 산모 이때 고통을 호소하던 산모 이한나씨가 발길을 돌린 곳은 특수 그네 였습니다. 잠시나마 한결 편안한 표정을 되찾았는데요. <인터뷰> 이한나 (‘인권분만’ 산모) : "진통 올 때 이렇게 (그네 타며) 운동을 하니까 진통 시간이 줄어든 기분이에요." 이어 짐볼에 기대거나 앉아 진통을 가라앉히길 반복! 드디어 6시간이라는 긴 진통 끝에 익숙한 아빠의 기타 연주와 어두운 조명 속에서 서서히 아기가 나올 준비를 시작하고 있었는데요. 드디어 3.46kg의 건강한 둘째 아들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첫 교감이 이루어지는 순간인데요. 억지로 아기를 울리지도 않았고, 바로 탯줄을 자르지도 않았습니다. <인터뷰> 김상현 (인권분만연구회 회장) : "(갓 태어난 아기가) 탯줄 호흡에서 폐 호흡으로 전환 되는 걸 부드럽게 해주기 위해서 탯줄을 조금 늦게 자르는 겁니다." 5분 정도 지나 아빠가 탯줄을 끊고 나면 중력에 적응하도록 준비된 욕조에 아기의 몸을 살며시 담가줍니다. 그리고 출생 후 첫 4시간은 ‘모아 애착 형성기’로 엄마와의 애착이 형성되기 때문에 충분히 시간을 갖도록 도와주는데요. <인터뷰> 이한나 (‘인권분만’ 산모) : "건강하게 낳아서 정말 고마운 것 같아요." 아기와 산모가 중심이 되는 인권분만! 고통스런 출산 대신 행복한 출산이 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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