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금연 정책 ‘지지부진’…담뱃값 인상이 해법?

입력 2012.06.21 (22:02) 수정 2012.06.22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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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리나라의 담배소비량, 세계 몇 위일까요?



OECD 국가들 가운데 15세 이상 담배소비량이 무려 8위입니다. 상당히 높죠.



금연구역을 늘린다, 향후엔 모든 음식점을 금연구역으로 하겠다,



정부가 정책도 많이 내놓고, 단속에다 과태료까지 물리고 있지만 담배, 여전히 많이 피웁니다.



그 현장, 박대기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저녁 시간, 맥주집에 담배 연기가 가득합니다.



면적이 150제곱미터를 넘는 술집과 음식점은 독립된 흡연구역을 두도록 규정했는데도 여기는 칸막이조차 없습니다.



심지어 금연 표시 바로 아래 금연구역에서도 거리낌없이 담배를 피웁니다.



<녹취> 술집 이용객(음성변조) : "뉴욕이나 런던에서는 담배 식당에서 꿈도 못 꾸죠. 일하는 사람들도 건강을 지킬 권리가 있지 않습니까?"



금연구역인 국회의원 전용 휴게실에서도 담배를 핀 흔적이 쉽게 발견됩니다.



<녹취> 국회 직원(음성변조) : "(여기 금연구역 아닌가요?) 잘 모르겠어요."



강남대로와 주요 공원 등 야외 금연장소가 갈수록 늘고 있지만, 아직도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단속 반원에 거친 항의도 예삽니다.



<녹취> 거리흡연자(음성변조) : "법대로 해! 법대로. (경찰에 협조 요청하겠습니다.) 하든지!"



서울시는 모든 음식점으로 금연구역을 확대할 계획이지만 언제 실현될지 미지숩니다.



<인터뷰> 이정환(한국외식업중앙회 사무총장) : "손님이 담배를 피운다고 해서 음식점에서 내쫓을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에…."



흡연에 관대한 문화 속에서 금연 정책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정책 따로, 현실 따로라면 문제일 텐데요.



현재 당국의 금연정책은 어디까지 와 있는지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김민철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멘트>



서울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다는 강남대로입니다.



대로 양쪽 인도와 중앙차로 쪽 버스정류소가 모두 금연구역입니다.



또, 대부분의 공원 등 서울시에만 천9백여 곳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있어서 이곳에서 담배를 피우면 과태료 10만 원을 내야 합니다.



여기에다 정부가 올해 말부터는 150제곱미터 이상의 식당, 또, 몇 년 안에 전국의 모든 식당을 금연구역으로 하는 방안을 추진중입니다.



하지만 영세 식당이나 흡연자들 가운데 반대도 많아서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게 다 흡연을 억제하고 간접흡연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들인데요.



최근에 나온 간접흡연 피해의 심각성에 관한 연구결과를 이충헌 의학전문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아빠가 베란다에 나가 담배를 피웁니다.



직접 담배 연기를 마시지는 않지만, 실내에 있는 딸도 간접흡연을 하게 됩니다.



아빠 옷에 묻어있는 담배의 독성물질이 딸에게도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박재희(초등학교 3학년) : "담배 냄새가 맵고 역겨워서 너무 싫어요."



간접흡연이 어린이 뇌 기능을 떨어뜨린다는 연구결과도 나왔습니다.



어린이 천여 명을 조사한 결과, 간접흡연의 지표인 소변 코티닌 농도가 높을수록 주의집중력과 계산 등 학습능력이 떨어졌습니다.



담배연기 속 독성물질이 뇌의 신경전달물질 분비에 영향을 미쳐 뇌기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터뷰> 조수철(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 "도파민계의 분비에 영향을 미쳐 주의력이 떨어지고 충동성이 늘어나고 학습능력에 장애가 있을 것으로.."



간접흡연의 폐해는 성인에게도 치명적입니다.



간접흡연은 폐암 발생위험을 24% 올리고, 폐질환으로 인한 사망률도 50%가량 높입니다.



또, 심장병 위험도 30%가량 높입니다.



때문에, 선진국들은 앞다퉈 실내공간의 전면금연을 추진하는 등 간접흡연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자 멘트>



이런 간접 흡연의 피해를 줄이는 궁극적인 방법은 흡연율을 낮추고 담배소비를 줄이는 거겠죠.



하지만, 정부의 담배규제 정책은 기대만큼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안은 없는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구멍난 목, 병든 입과 폐 등 섬뜩한 사진들로 흡연을 경고하거나, 담배 한 갑에 만 원씩 하는 나라도 있습니다.



각국의 강력한 흡연 억제책의 배경에는 세계보건기구의 ’담배규제 기본협약’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 협약의 이행 의무가 있는 비준국이자, 올 가을엔 당사국 총회까지 개최해야 합니다.



<인터뷰> 임종규(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 : "오는 2020년까지 성인남성 흡연율을 29%로 낮춘다는 목표로 다양한 금연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흡연율은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인 48%선, 최근엔 오히려 소폭 올랐습니다.



흡연율이 크게 하락한 시기는 담뱃값을 올린 때였습니다.



최근 연구결과, 4,500원까지 올려야 흡연율 29%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조성일(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 "접근성 자체를 강력하게 제한하는 방법으로 가격정책이 반드시 같이 사용이 되어야 (흡연율) 감소목표를 달성할 수가 있습니다."



현재는 담뱃값 인상은 커녕, 경고 사진 삽입조차, 6년째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담뱃값을 올리면, 당장은 서민에게 부담이어도,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불평등을 줄인다는 연구결과도 있지만, 담뱃값은 몇 년째 제자립니다.



서민부담을 감안해 적극적인 금연정책에 주저하는 사이 정작 서민들의 건강을 해쳐 국가적 책임을 놓치는 건 아닌지 정부는 살펴볼 때입니다.



KBS 뉴스 김민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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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금연 정책 ‘지지부진’…담뱃값 인상이 해법?
    • 입력 2012-06-21 22:02:20
    • 수정2012-06-22 06:36:58
    뉴스 9
<앵커 멘트>

우리나라의 담배소비량, 세계 몇 위일까요?

OECD 국가들 가운데 15세 이상 담배소비량이 무려 8위입니다. 상당히 높죠.

금연구역을 늘린다, 향후엔 모든 음식점을 금연구역으로 하겠다,

정부가 정책도 많이 내놓고, 단속에다 과태료까지 물리고 있지만 담배, 여전히 많이 피웁니다.

그 현장, 박대기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저녁 시간, 맥주집에 담배 연기가 가득합니다.

면적이 150제곱미터를 넘는 술집과 음식점은 독립된 흡연구역을 두도록 규정했는데도 여기는 칸막이조차 없습니다.

심지어 금연 표시 바로 아래 금연구역에서도 거리낌없이 담배를 피웁니다.

<녹취> 술집 이용객(음성변조) : "뉴욕이나 런던에서는 담배 식당에서 꿈도 못 꾸죠. 일하는 사람들도 건강을 지킬 권리가 있지 않습니까?"

금연구역인 국회의원 전용 휴게실에서도 담배를 핀 흔적이 쉽게 발견됩니다.

<녹취> 국회 직원(음성변조) : "(여기 금연구역 아닌가요?) 잘 모르겠어요."

강남대로와 주요 공원 등 야외 금연장소가 갈수록 늘고 있지만, 아직도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단속 반원에 거친 항의도 예삽니다.

<녹취> 거리흡연자(음성변조) : "법대로 해! 법대로. (경찰에 협조 요청하겠습니다.) 하든지!"

서울시는 모든 음식점으로 금연구역을 확대할 계획이지만 언제 실현될지 미지숩니다.

<인터뷰> 이정환(한국외식업중앙회 사무총장) : "손님이 담배를 피운다고 해서 음식점에서 내쫓을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에…."

흡연에 관대한 문화 속에서 금연 정책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정책 따로, 현실 따로라면 문제일 텐데요.

현재 당국의 금연정책은 어디까지 와 있는지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김민철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멘트>

서울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다는 강남대로입니다.

대로 양쪽 인도와 중앙차로 쪽 버스정류소가 모두 금연구역입니다.

또, 대부분의 공원 등 서울시에만 천9백여 곳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있어서 이곳에서 담배를 피우면 과태료 10만 원을 내야 합니다.

여기에다 정부가 올해 말부터는 150제곱미터 이상의 식당, 또, 몇 년 안에 전국의 모든 식당을 금연구역으로 하는 방안을 추진중입니다.

하지만 영세 식당이나 흡연자들 가운데 반대도 많아서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게 다 흡연을 억제하고 간접흡연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들인데요.

최근에 나온 간접흡연 피해의 심각성에 관한 연구결과를 이충헌 의학전문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아빠가 베란다에 나가 담배를 피웁니다.

직접 담배 연기를 마시지는 않지만, 실내에 있는 딸도 간접흡연을 하게 됩니다.

아빠 옷에 묻어있는 담배의 독성물질이 딸에게도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박재희(초등학교 3학년) : "담배 냄새가 맵고 역겨워서 너무 싫어요."

간접흡연이 어린이 뇌 기능을 떨어뜨린다는 연구결과도 나왔습니다.

어린이 천여 명을 조사한 결과, 간접흡연의 지표인 소변 코티닌 농도가 높을수록 주의집중력과 계산 등 학습능력이 떨어졌습니다.

담배연기 속 독성물질이 뇌의 신경전달물질 분비에 영향을 미쳐 뇌기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터뷰> 조수철(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 "도파민계의 분비에 영향을 미쳐 주의력이 떨어지고 충동성이 늘어나고 학습능력에 장애가 있을 것으로.."

간접흡연의 폐해는 성인에게도 치명적입니다.

간접흡연은 폐암 발생위험을 24% 올리고, 폐질환으로 인한 사망률도 50%가량 높입니다.

또, 심장병 위험도 30%가량 높입니다.

때문에, 선진국들은 앞다퉈 실내공간의 전면금연을 추진하는 등 간접흡연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자 멘트>

이런 간접 흡연의 피해를 줄이는 궁극적인 방법은 흡연율을 낮추고 담배소비를 줄이는 거겠죠.

하지만, 정부의 담배규제 정책은 기대만큼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안은 없는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구멍난 목, 병든 입과 폐 등 섬뜩한 사진들로 흡연을 경고하거나, 담배 한 갑에 만 원씩 하는 나라도 있습니다.

각국의 강력한 흡연 억제책의 배경에는 세계보건기구의 ’담배규제 기본협약’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 협약의 이행 의무가 있는 비준국이자, 올 가을엔 당사국 총회까지 개최해야 합니다.

<인터뷰> 임종규(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 : "오는 2020년까지 성인남성 흡연율을 29%로 낮춘다는 목표로 다양한 금연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흡연율은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인 48%선, 최근엔 오히려 소폭 올랐습니다.

흡연율이 크게 하락한 시기는 담뱃값을 올린 때였습니다.

최근 연구결과, 4,500원까지 올려야 흡연율 29%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조성일(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 "접근성 자체를 강력하게 제한하는 방법으로 가격정책이 반드시 같이 사용이 되어야 (흡연율) 감소목표를 달성할 수가 있습니다."

현재는 담뱃값 인상은 커녕, 경고 사진 삽입조차, 6년째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담뱃값을 올리면, 당장은 서민에게 부담이어도,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불평등을 줄인다는 연구결과도 있지만, 담뱃값은 몇 년째 제자립니다.

서민부담을 감안해 적극적인 금연정책에 주저하는 사이 정작 서민들의 건강을 해쳐 국가적 책임을 놓치는 건 아닌지 정부는 살펴볼 때입니다.

KBS 뉴스 김민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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