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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버스 1년 그 후…
입력 2012.06.25 (07:57) 취재파일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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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

"회사와 하나가 돼 긍지와 자부심을 되찾겠다"는 내용의 대형 현수막이 펄럭입니다.

기존의 강성 노조를 탈퇴해 만든 새 노조 조합원들이 내건 것입니다.

<녹취> "회사를 살리는데 최선을 다 합시다."

직원들에게 뿌리는 유인물에서도 기존 노조를 탈퇴할 것을 독려합니다.

일터를 지키려면 지난해 크레인 고공 농성으로 얼룩졌던 회사 이미지부터 바꿔야 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그런데 바로 옆에서 또 다른 선전전이 펼쳐집니다.

"해고자 복직 등의 약속을 지키라"며 최근 천막 농성장을 다시 세운 기존 노조 조합원들입니다.

매일 아침, 반복되는 두 노조의 힘겨루기.

희망버스 1년을 맞은 한진중공업의 현재 모습입니다.

<기자 멘트>

지난해 이맘 때, 정리해고에 반대하기 위한 이른바 '희망버스'가 부산으로 달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극적인 노사 합의가 있었고, 더 이상 파업 투쟁을 하지 않겠다는 새 노조도 등장했지만, 회사 사정은 그리 나아진 것이 없습니다.

희망버스 1년, 한진중공업의 오늘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75년 역사의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식 조선소.

바쁘게 움직여야 할 대형 크레인은 녹이 슨 채 멈춰 있고...

배를 조립해야 할 야외 작업장 역시 텅 비었습니다.

<녹취> 김종민 (영도조선소 생산팀) : "수주가 안 돼 가지고 건조할 선박이 없기 때문에 임시로 이렇게 치워놓은 겁니다." (밖으로 나와 있는 상태가 된 지는 얼마나?) "꽤 오래 됐죠."

대신 일주일에 천만 원을 내고 수리를 위해 잠시 들른 바지선 만이 도크 한쪽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사라진 망치소리와 더 이상 튀지 않는 불꽃.

'조선 1번지'로서의 명성과 자부심은 상처입은 지 오래입니다.

<녹취> 김종민 (영도조선소 생산팀) :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그런 시기가 빨리 오기를 바라는 마음은 간절하고, 한편으로는 또 굉장히 현실이 좀 참담하고..."

실제 4년 가까이 일감이 없는 영도조선소에는 전체 생산직 7백여 명 가운데 130여 명 만이 출근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570명은 휴직 상태.

이번달부터 휴직자들이 순차적으로 복귀해야 했지만, 일감이 없다보니 사측은 다시 이들에 대해 무기한 휴직 발령을 냈습니다.

<녹취> 영도조선소 직원 : "실감이 나죠.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자기 생계하고 이런 것들 때문에 떨어져가고 그런 것을 보니까. 그때부터 조금 아, 이 것이 와 닿더라고요."

전국 각지에서 몰려들었던 희망버스 행렬.

5차례 걸쳐 시민 4만여 명이 사측의 정리해고 방안 철회를 촉구했습니다.

정치권은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을 국회 청문회에 불러 한 목소리로 질타했습니다.

<녹취> 이범관 (옛 한나라당 의원) : "임원의 임금 수준은 인상시키고, 그러면서 근로자는 경영상 해고하고..."

<녹취>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 "김진숙 씨가 일단 내려오는 조건으로 (정치권의) 권고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극적으로 이뤄진 노사 합의.

35미터 높이 85호기 크레인 위에서 농성 중이던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도 309일 만에 땅을 밟았습니다.

<녹취> 김진숙(민주노총 지도위원) :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

그렇게 마무리되는 듯 했던 영도조선소에선 그간 무슨 일이 있었을까.

당시 합의 내용은 크게 3가지.

1년 이내 해고자 94명 재취업, 생계비 2천만 원 지급, 민.형사상 고발 최소화입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생계비만 지급됐을 뿐, 해고자는 아직 한 명도 복직되지 않았고, 노조를 상대로 한 158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재용 (한진중공업 사장) : "그 금액도 저희가 전체 피해받은 금액에 비해서는 아주 적은 금액입니다. 특히 조직이 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노-노 갈등까지 더해졌습니다.

복수노조가 허용되고 최근 사측과 가까운 새 노조가 생기면서 기존 조합원의 80% 가량이 옮겨갔습니다.

<녹취> 새노조 조합원 : "1노조가 강성, 진짜배기 강성입니다. 강성을 탈피하고 싶어 하는 것도 있고, 회사에서도 나름대로 새노조, 2노조에 대해서 조금 은근히 (밀어주는) 면도 안 있었겠나..,"

그러자 사측은 지난 2월, 기존 노조에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했습니다.

사측은 그럼에도 해고자 복직 등의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다고 강조합니다.

<인터뷰> 이재용 (한진중공업 사장) : "기존 직원들도 휴업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그 사람들도 가능한 빨리 현장 복귀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지 저희들은 그 사람들 뿐만 아니라 전체 사원들을 대상으로 해서 강구를 하고 있죠."

하지만, 일감이 없는 지금 상황이라면 오는 11월, 해고자들이 복직되더라도 곧바로 휴직에 들어갈 수 밖에 없습니다.

일각에선 사측이 영도조선소를 축소하기 위해 일부러 물량을 필리핀 수비크 조선소로 돌리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영도조선소는 국내 최초로 LNG 운반선과 국적 쇄빙선인 '아라온 호'를 만들었고, 1989년 한진이 인수한 뒤 20년간 한 번도 적자도 내지 않을 정도로 견실한 기업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07년, 수비크 조선소가 생긴 이후 상선 수주량이 급감하더니 최근 몇년간 단 한 척도 주문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측은 영도조선소를 포기하는 일은 절대 없다면서도 수비크 조선소의 수주 물량은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녹취> 한진중공업 관계자 (음성변조) : "연도별로 톤수를 구해놓은 것이 없다고 해서 계산해서 만들어 달라고 했는데 담당자가 못 만들겠다." (수비크 현지에서 안 된다는 말씀이세요?) "네"

경남 김해에 있는 한진중공업 사원 아파트.

<녹취> "성민아" "엄마 왔네!"

도경정 씨가 부업을 마치자마자 아이부터 찾습니다.

도 씨의 남편은 지난 2월,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인터뷰> 김동섭 (한진중 해고자) : "장인하고 장모님한테 가기가 그렇더라고요. 결혼한 지 얼마 안 돼서 이런 식으로 해고되고 그러니까..."

<인터뷰> 도경정 (해고자 아내) : "둘 다 눈물이 많아 가지고 밤에 손잡고 누워서 아기 보면서 많이 울었죠. 서로 미안하고..."

<녹취> "아빠, 아야 .아빠 호~ 해줘"

부업에 나선 아내를 보며 당장 일용직이라고 얻어보기 위해 최근 용접을 배우기 시작한 동섭 씨.

생계보다 더 두려운 건 간혹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자신을 발견할 때입니다.

<인터뷰> 김동섭 (한진중 해고자) : "술을 한잔하고 누워서 노숙을 하면서 이렇게 누워 있으면서 하늘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문득문득 들더라고요. 겁이 나더라고요."

<인터뷰> 도경정 (해고자 아내) : "저는 이런 이야기를 처음 들었는데 저는 믿었죠. 강한 사람이니까. 오빠는 그런 생각 안 하겠지 했는데 방금 얘기듣고 마음이 많이 미안하고..."

그래도 이들은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합니다.

<인터뷰> 도경정 (해고자 아내 "오빠 복직하고 정상 생활을 하게 되면 다시 아기도 키우고 둘째도 가지고 이러면서 항상 평범하게 살고 싶은 거죠."

이렇게 한진중공업 문제가 더 복잡하게 꼬이다 보니 '희망버스'에 대한 평가 역시 극단적으로 엇갈립니다.

시민들의 자발적 연대, 새로운 사회 운동의 등장이라는 해석과

<인터뷰> 김세균(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 "(희망버스가) 문제 해결 자체를 가져온 건 아니지만, 정리해고 문제의 중요성
이나 비정규직 문제를 사회적으로 부각시켰고, 이 것이 긍정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데 크게 기여했다."

반면, 3자가 개입해 노사 갈등만 부추겼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인터뷰> 남용우(한국경영자총연합회 노사대책본부장) : "위력을 동원해서 (정리해고를) 못하게 하는 것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우리 노사관계에서 떼법, 정서법 이야기가 나오는데 현행법보다 상위법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인데.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고..."

하지만, 적어도 '희망버스'가 정리해고를 사회 문제로 공론화시킨 점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현행법상 정리해고는 견딜수 없을 정도의 경영난에, 최후의 수단으로, 또 대상자 선별이 공정해야 하고, 노조와 미리 협의하는 등 네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시켜야 합니다.

이에 따른 정리해고 규모는 고용노동부에 신고된 것만 최근 5년간 308개 사업장, 만 8천8백여 명에 이릅니다.

<인터뷰> 은수미(민주통합당 의원) : "정리해고를 남용한다 해서 일자리가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다만, 그것이 (비정규직으로) 대체가 되는 문제들이 생기고, 내수도 위축이 되고, 가계 부채도 들어나고, 양극화도 심화되는 심각한 문제, 즉 (정리해고) 남용에 따른 굉장히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긴박한 경영상의 위기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해고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조항을 담은 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희망버스에 몸을 실었던 시민들이 1년 만에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경찰의 집회 불허로 곳곳에서 충돌이 빚어졌습니다.

<녹취> "다시 1년 전, 그 날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한진중공업) 담장을 넘을 것입니다."

1차 희망버스에 참여했다는 한약사 김은경 씨.

한진중공업 내부로 들어갔던 김 씨는 이후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약식기소돼 벌금 2백만 원을 받았습니다.

김 씨처럼 형사 처벌 대상이 된 희망버스 참가자는 2백여 명에 이릅니다.

<인터뷰> 김은경 (한약사) ; "어떻게 보면 이 사람들 마음에 공감을 한 거죠. 정리해고됐다고 누가 외치는데 아무도 안 봐주면 어떻게 해요. 누가 봐주겠어요."

한진중공업의 희망버스 1년, 노사 모두가 희망을 찾고 있지만, 현재로선 '희망'을 말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일상화하는 정리해고 문제를 해결할 사회적 합의안이 새로 마련되지 않는 한 '제2, 제3의 희망버스'가 나올 수 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 희망버스 1년 그 후…
    • 입력 2012-06-25 07:57:29
    취재파일K
이른 아침,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

"회사와 하나가 돼 긍지와 자부심을 되찾겠다"는 내용의 대형 현수막이 펄럭입니다.

기존의 강성 노조를 탈퇴해 만든 새 노조 조합원들이 내건 것입니다.

<녹취> "회사를 살리는데 최선을 다 합시다."

직원들에게 뿌리는 유인물에서도 기존 노조를 탈퇴할 것을 독려합니다.

일터를 지키려면 지난해 크레인 고공 농성으로 얼룩졌던 회사 이미지부터 바꿔야 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그런데 바로 옆에서 또 다른 선전전이 펼쳐집니다.

"해고자 복직 등의 약속을 지키라"며 최근 천막 농성장을 다시 세운 기존 노조 조합원들입니다.

매일 아침, 반복되는 두 노조의 힘겨루기.

희망버스 1년을 맞은 한진중공업의 현재 모습입니다.

<기자 멘트>

지난해 이맘 때, 정리해고에 반대하기 위한 이른바 '희망버스'가 부산으로 달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극적인 노사 합의가 있었고, 더 이상 파업 투쟁을 하지 않겠다는 새 노조도 등장했지만, 회사 사정은 그리 나아진 것이 없습니다.

희망버스 1년, 한진중공업의 오늘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75년 역사의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식 조선소.

바쁘게 움직여야 할 대형 크레인은 녹이 슨 채 멈춰 있고...

배를 조립해야 할 야외 작업장 역시 텅 비었습니다.

<녹취> 김종민 (영도조선소 생산팀) : "수주가 안 돼 가지고 건조할 선박이 없기 때문에 임시로 이렇게 치워놓은 겁니다." (밖으로 나와 있는 상태가 된 지는 얼마나?) "꽤 오래 됐죠."

대신 일주일에 천만 원을 내고 수리를 위해 잠시 들른 바지선 만이 도크 한쪽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사라진 망치소리와 더 이상 튀지 않는 불꽃.

'조선 1번지'로서의 명성과 자부심은 상처입은 지 오래입니다.

<녹취> 김종민 (영도조선소 생산팀) :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그런 시기가 빨리 오기를 바라는 마음은 간절하고, 한편으로는 또 굉장히 현실이 좀 참담하고..."

실제 4년 가까이 일감이 없는 영도조선소에는 전체 생산직 7백여 명 가운데 130여 명 만이 출근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570명은 휴직 상태.

이번달부터 휴직자들이 순차적으로 복귀해야 했지만, 일감이 없다보니 사측은 다시 이들에 대해 무기한 휴직 발령을 냈습니다.

<녹취> 영도조선소 직원 : "실감이 나죠.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자기 생계하고 이런 것들 때문에 떨어져가고 그런 것을 보니까. 그때부터 조금 아, 이 것이 와 닿더라고요."

전국 각지에서 몰려들었던 희망버스 행렬.

5차례 걸쳐 시민 4만여 명이 사측의 정리해고 방안 철회를 촉구했습니다.

정치권은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을 국회 청문회에 불러 한 목소리로 질타했습니다.

<녹취> 이범관 (옛 한나라당 의원) : "임원의 임금 수준은 인상시키고, 그러면서 근로자는 경영상 해고하고..."

<녹취>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 "김진숙 씨가 일단 내려오는 조건으로 (정치권의) 권고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극적으로 이뤄진 노사 합의.

35미터 높이 85호기 크레인 위에서 농성 중이던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도 309일 만에 땅을 밟았습니다.

<녹취> 김진숙(민주노총 지도위원) :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

그렇게 마무리되는 듯 했던 영도조선소에선 그간 무슨 일이 있었을까.

당시 합의 내용은 크게 3가지.

1년 이내 해고자 94명 재취업, 생계비 2천만 원 지급, 민.형사상 고발 최소화입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생계비만 지급됐을 뿐, 해고자는 아직 한 명도 복직되지 않았고, 노조를 상대로 한 158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재용 (한진중공업 사장) : "그 금액도 저희가 전체 피해받은 금액에 비해서는 아주 적은 금액입니다. 특히 조직이 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노-노 갈등까지 더해졌습니다.

복수노조가 허용되고 최근 사측과 가까운 새 노조가 생기면서 기존 조합원의 80% 가량이 옮겨갔습니다.

<녹취> 새노조 조합원 : "1노조가 강성, 진짜배기 강성입니다. 강성을 탈피하고 싶어 하는 것도 있고, 회사에서도 나름대로 새노조, 2노조에 대해서 조금 은근히 (밀어주는) 면도 안 있었겠나..,"

그러자 사측은 지난 2월, 기존 노조에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했습니다.

사측은 그럼에도 해고자 복직 등의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다고 강조합니다.

<인터뷰> 이재용 (한진중공업 사장) : "기존 직원들도 휴업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그 사람들도 가능한 빨리 현장 복귀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지 저희들은 그 사람들 뿐만 아니라 전체 사원들을 대상으로 해서 강구를 하고 있죠."

하지만, 일감이 없는 지금 상황이라면 오는 11월, 해고자들이 복직되더라도 곧바로 휴직에 들어갈 수 밖에 없습니다.

일각에선 사측이 영도조선소를 축소하기 위해 일부러 물량을 필리핀 수비크 조선소로 돌리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영도조선소는 국내 최초로 LNG 운반선과 국적 쇄빙선인 '아라온 호'를 만들었고, 1989년 한진이 인수한 뒤 20년간 한 번도 적자도 내지 않을 정도로 견실한 기업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07년, 수비크 조선소가 생긴 이후 상선 수주량이 급감하더니 최근 몇년간 단 한 척도 주문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측은 영도조선소를 포기하는 일은 절대 없다면서도 수비크 조선소의 수주 물량은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녹취> 한진중공업 관계자 (음성변조) : "연도별로 톤수를 구해놓은 것이 없다고 해서 계산해서 만들어 달라고 했는데 담당자가 못 만들겠다." (수비크 현지에서 안 된다는 말씀이세요?) "네"

경남 김해에 있는 한진중공업 사원 아파트.

<녹취> "성민아" "엄마 왔네!"

도경정 씨가 부업을 마치자마자 아이부터 찾습니다.

도 씨의 남편은 지난 2월,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인터뷰> 김동섭 (한진중 해고자) : "장인하고 장모님한테 가기가 그렇더라고요. 결혼한 지 얼마 안 돼서 이런 식으로 해고되고 그러니까..."

<인터뷰> 도경정 (해고자 아내) : "둘 다 눈물이 많아 가지고 밤에 손잡고 누워서 아기 보면서 많이 울었죠. 서로 미안하고..."

<녹취> "아빠, 아야 .아빠 호~ 해줘"

부업에 나선 아내를 보며 당장 일용직이라고 얻어보기 위해 최근 용접을 배우기 시작한 동섭 씨.

생계보다 더 두려운 건 간혹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자신을 발견할 때입니다.

<인터뷰> 김동섭 (한진중 해고자) : "술을 한잔하고 누워서 노숙을 하면서 이렇게 누워 있으면서 하늘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문득문득 들더라고요. 겁이 나더라고요."

<인터뷰> 도경정 (해고자 아내) : "저는 이런 이야기를 처음 들었는데 저는 믿었죠. 강한 사람이니까. 오빠는 그런 생각 안 하겠지 했는데 방금 얘기듣고 마음이 많이 미안하고..."

그래도 이들은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합니다.

<인터뷰> 도경정 (해고자 아내 "오빠 복직하고 정상 생활을 하게 되면 다시 아기도 키우고 둘째도 가지고 이러면서 항상 평범하게 살고 싶은 거죠."

이렇게 한진중공업 문제가 더 복잡하게 꼬이다 보니 '희망버스'에 대한 평가 역시 극단적으로 엇갈립니다.

시민들의 자발적 연대, 새로운 사회 운동의 등장이라는 해석과

<인터뷰> 김세균(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 "(희망버스가) 문제 해결 자체를 가져온 건 아니지만, 정리해고 문제의 중요성
이나 비정규직 문제를 사회적으로 부각시켰고, 이 것이 긍정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데 크게 기여했다."

반면, 3자가 개입해 노사 갈등만 부추겼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인터뷰> 남용우(한국경영자총연합회 노사대책본부장) : "위력을 동원해서 (정리해고를) 못하게 하는 것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우리 노사관계에서 떼법, 정서법 이야기가 나오는데 현행법보다 상위법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인데.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고..."

하지만, 적어도 '희망버스'가 정리해고를 사회 문제로 공론화시킨 점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현행법상 정리해고는 견딜수 없을 정도의 경영난에, 최후의 수단으로, 또 대상자 선별이 공정해야 하고, 노조와 미리 협의하는 등 네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시켜야 합니다.

이에 따른 정리해고 규모는 고용노동부에 신고된 것만 최근 5년간 308개 사업장, 만 8천8백여 명에 이릅니다.

<인터뷰> 은수미(민주통합당 의원) : "정리해고를 남용한다 해서 일자리가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다만, 그것이 (비정규직으로) 대체가 되는 문제들이 생기고, 내수도 위축이 되고, 가계 부채도 들어나고, 양극화도 심화되는 심각한 문제, 즉 (정리해고) 남용에 따른 굉장히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긴박한 경영상의 위기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해고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조항을 담은 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희망버스에 몸을 실었던 시민들이 1년 만에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경찰의 집회 불허로 곳곳에서 충돌이 빚어졌습니다.

<녹취> "다시 1년 전, 그 날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한진중공업) 담장을 넘을 것입니다."

1차 희망버스에 참여했다는 한약사 김은경 씨.

한진중공업 내부로 들어갔던 김 씨는 이후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약식기소돼 벌금 2백만 원을 받았습니다.

김 씨처럼 형사 처벌 대상이 된 희망버스 참가자는 2백여 명에 이릅니다.

<인터뷰> 김은경 (한약사) ; "어떻게 보면 이 사람들 마음에 공감을 한 거죠. 정리해고됐다고 누가 외치는데 아무도 안 봐주면 어떻게 해요. 누가 봐주겠어요."

한진중공업의 희망버스 1년, 노사 모두가 희망을 찾고 있지만, 현재로선 '희망'을 말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일상화하는 정리해고 문제를 해결할 사회적 합의안이 새로 마련되지 않는 한 '제2, 제3의 희망버스'가 나올 수 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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