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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금융 안정대책 무엇이며 어떤 효과가 있나?
입력 2012.06.30 (07:08) 수정 2012.06.30 (15:39) 연합뉴스
유럽연합(EU) 정상들이 29일 합의한 금융시장 안정대책들은 일단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시장의 불안을 안정시킬 조치로 평가되고 있다.

비록 유로존 금융감독 시스템 도입 등 선결 조건이 달려 있지만 통상 구제금융이 불가피한 수준이라는 7%대의 국채금리 폭탄을 맞고 있는 스페인과 이탈리아로선 한숨을 돌리게 됐다.

◇ 은행 직접 지원 허용 =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과 유로안정화기금(ESM ) 등 유로존 구제기금의 대출은 기본적으로 정부에 주는 것이다. 돈을 빌리는 주체가 정부이므로 갚을 책임도 정부에 있다. 금융위기 등 특수한 상황에서 은행이나 기업을 지원해도 일단 정부를 거쳐 나가게 돼 있다.

이는 정부가 재정운용과 예산정책을 방만하게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가 나라빚과 적자를 줄이고 경제를 성장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돈을 모아 책임지고 빚을 갚아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전면적 구제금융의 경우 따라서 돈을 빌려주는 구제기금 측이 정부의 대대적인 긴축 정책을 대출 조건으로 내세워 강요하게 된다. 스페인 은행권에 대한 유로존의 구제금융은 이 긴축정책을 조건으로 달지 않아 정부로선 정치적 체면을 살렸다. 또 경기가 침체되고 경제활동인구의 4분의 1이 실업자인 상황에서 긴축으로 경제활력이 더 떨어질 부담도 덜게 됐다.

그러나 은행에 투입할 돈을 빌리는 주체가 정부여서 국가 채무 비율이 더 높아지게 됐다. 이로 인해 금융시장에선 스페인 정부의 빚 상환 능력이 더 악화됐다고 판단한 것이며 이에 따라 위험도가 커진 만큼 스페인 국채 금리는 급등한 것이다. 스페인 정부로선 금융시장에서 정상적으로 돈을 빌리기가 어려워지고 국채위기가 다른 부문과 다른 나라로 확산됐다.

유로존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구제기금이 은행을 직접 지원하는 것을 허용키로 함으로써 스페인 정부 부채 비율은 구제기금과는 상관이 없게 됐다.

◇ 구제기금의 국채 직접 매입 = 현재 유로존 구제기금은 그야말로 구제기금을 제공하는 역할만 하고 있다. 각국이 출자한 기금 또는 신용보증을 지렛대 삼아서 채권을 발행해 만든 자금으로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에 지원해 왔다.

구제금융을 받았거나 받아야 할 위험에 처한 나라들의 국채는 시장에서 정상적인 금리로는 팔리지 않는다. 돈을 떼일 위험이 높고 팔 사람은 많아도 살 사람이 적어지기 때문에 그만큼 금리도 높아진다. 통상적으로 원리금을 갚으면서 정상적 경제 운용을 지속할 수 있는 국채금리의 상한은 7%로 돼 있다. 그 이상이 되면 결국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돈을 조달하기 어려우므로 구제금융기구들에 대출을 요청할 수 밖에 없어 7%는 구제금융의 출발점이라고 한다.

시장의 국채금리를 일정 수준 낮추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는 위험국가 국채를 누군가 대량으로 사들이는 것이다. 현행 체제에선 그 역할을 유럽중앙은행(ECB) 밖에 할 수 없다. 유로존 위기 진행과정에서 ECB가 이런 기능을 발휘한 일이 없지는 않지만 중앙은행의 고유 목적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국채매입을 꺼려하기 때문에 위험국 국채 금리는 계속 치솟았다.

구제기금이 공식적으로 국채를 직접 매입할 수 있게 되면 시장의 국채금리가 어느 정도는 낮아질 수 있다.

◇ 변제 우선권 삭제 = EFSF와 ESM의 구제기금 대출에는 변제 우선권이 주어져 있다. 채무자가 진 여러 빚 가운데 가장 먼저 이 빚을 갚아야 한다.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빚 탕감을 해줄 때도 이런 원칙이 적용돼 EFSF나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유럽중앙은행(ECB)은 손해를 보지 않았다. 대신에 주로 은행들인 민간 채권단은 국채 액면가의 50%를 탕감해주고 만기가 돌아온 국채를 장기 국채로 전환해주는 등의 지원 부담을 져야 했다.

유로존은 기관 차원에서 위험국을 구제해준 것과 달리 민간 채권단은 수익을 노리고 투자한 것이고 위험할 수록 높은 수익을 올리는 점에서 그에 따른 손해도 감수해야 한다고 은행들을 압박해 빚 탕감을 성사시켰다.

그러나 그리스에서 이런 경험을 한 민간 투자자들은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를 보유하는 것을 더욱 꺼리게 됐으며 이 것도 국채 금리 상승의 요인이 됐다. 이에 따라 유로존의 지원이 이미 결정돼 조만간 시행될 스페인에 대한 구제기금에선 변제 우선권을 없애기로 한 것이다.

◇ 유로존 차원 금융 감독 시스템 = 이러한 지원 대책들이 자동적으로 모든 회원국과 은행들에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해당국 정부와 은행들의 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특히 독일이 강조해온 부분이다.

단서 조건으로는 우선 "긴축, 개혁과 관련한 규정과 프로그램들을 성실하게 이행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불안 압박을 받는 나라"에만 적용된다.

또 "유로존 차원의 금융감독 시스템이 마련된 뒤에야 시행"하도록 돼 있다. ECB 내에 연말까지 설치될 독립적인 감독기구가 은행들의 운영을 감독, 제재하게 된다.

이 시스템은 추후 유럽 차원의 `은행동맹'을 만들 디딤돌이 될 수 있다. EU 집행위가 마련한 `은행동맹' 계획엔 각국 은행들에 대한 관리 감독을 EU의 기관이 맡고 은행 이사진 선임과 해임, 은행 문을 닫게 하는 청산 등의 권한까지 갖도록 돼 있다. 부실 은행에 대한 구제금융을 정부, 즉 시민의 세금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 은행들로부터 분납금을 거둬 만든 `청산기금'에서 부담토록 하는 방안 등도 포함돼 있다.
  • EU 금융 안정대책 무엇이며 어떤 효과가 있나?
    • 입력 2012-06-30 07:08:42
    • 수정2012-06-30 15:39:36
    연합뉴스
유럽연합(EU) 정상들이 29일 합의한 금융시장 안정대책들은 일단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시장의 불안을 안정시킬 조치로 평가되고 있다.

비록 유로존 금융감독 시스템 도입 등 선결 조건이 달려 있지만 통상 구제금융이 불가피한 수준이라는 7%대의 국채금리 폭탄을 맞고 있는 스페인과 이탈리아로선 한숨을 돌리게 됐다.

◇ 은행 직접 지원 허용 =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과 유로안정화기금(ESM ) 등 유로존 구제기금의 대출은 기본적으로 정부에 주는 것이다. 돈을 빌리는 주체가 정부이므로 갚을 책임도 정부에 있다. 금융위기 등 특수한 상황에서 은행이나 기업을 지원해도 일단 정부를 거쳐 나가게 돼 있다.

이는 정부가 재정운용과 예산정책을 방만하게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가 나라빚과 적자를 줄이고 경제를 성장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돈을 모아 책임지고 빚을 갚아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전면적 구제금융의 경우 따라서 돈을 빌려주는 구제기금 측이 정부의 대대적인 긴축 정책을 대출 조건으로 내세워 강요하게 된다. 스페인 은행권에 대한 유로존의 구제금융은 이 긴축정책을 조건으로 달지 않아 정부로선 정치적 체면을 살렸다. 또 경기가 침체되고 경제활동인구의 4분의 1이 실업자인 상황에서 긴축으로 경제활력이 더 떨어질 부담도 덜게 됐다.

그러나 은행에 투입할 돈을 빌리는 주체가 정부여서 국가 채무 비율이 더 높아지게 됐다. 이로 인해 금융시장에선 스페인 정부의 빚 상환 능력이 더 악화됐다고 판단한 것이며 이에 따라 위험도가 커진 만큼 스페인 국채 금리는 급등한 것이다. 스페인 정부로선 금융시장에서 정상적으로 돈을 빌리기가 어려워지고 국채위기가 다른 부문과 다른 나라로 확산됐다.

유로존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구제기금이 은행을 직접 지원하는 것을 허용키로 함으로써 스페인 정부 부채 비율은 구제기금과는 상관이 없게 됐다.

◇ 구제기금의 국채 직접 매입 = 현재 유로존 구제기금은 그야말로 구제기금을 제공하는 역할만 하고 있다. 각국이 출자한 기금 또는 신용보증을 지렛대 삼아서 채권을 발행해 만든 자금으로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에 지원해 왔다.

구제금융을 받았거나 받아야 할 위험에 처한 나라들의 국채는 시장에서 정상적인 금리로는 팔리지 않는다. 돈을 떼일 위험이 높고 팔 사람은 많아도 살 사람이 적어지기 때문에 그만큼 금리도 높아진다. 통상적으로 원리금을 갚으면서 정상적 경제 운용을 지속할 수 있는 국채금리의 상한은 7%로 돼 있다. 그 이상이 되면 결국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돈을 조달하기 어려우므로 구제금융기구들에 대출을 요청할 수 밖에 없어 7%는 구제금융의 출발점이라고 한다.

시장의 국채금리를 일정 수준 낮추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는 위험국가 국채를 누군가 대량으로 사들이는 것이다. 현행 체제에선 그 역할을 유럽중앙은행(ECB) 밖에 할 수 없다. 유로존 위기 진행과정에서 ECB가 이런 기능을 발휘한 일이 없지는 않지만 중앙은행의 고유 목적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국채매입을 꺼려하기 때문에 위험국 국채 금리는 계속 치솟았다.

구제기금이 공식적으로 국채를 직접 매입할 수 있게 되면 시장의 국채금리가 어느 정도는 낮아질 수 있다.

◇ 변제 우선권 삭제 = EFSF와 ESM의 구제기금 대출에는 변제 우선권이 주어져 있다. 채무자가 진 여러 빚 가운데 가장 먼저 이 빚을 갚아야 한다.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빚 탕감을 해줄 때도 이런 원칙이 적용돼 EFSF나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유럽중앙은행(ECB)은 손해를 보지 않았다. 대신에 주로 은행들인 민간 채권단은 국채 액면가의 50%를 탕감해주고 만기가 돌아온 국채를 장기 국채로 전환해주는 등의 지원 부담을 져야 했다.

유로존은 기관 차원에서 위험국을 구제해준 것과 달리 민간 채권단은 수익을 노리고 투자한 것이고 위험할 수록 높은 수익을 올리는 점에서 그에 따른 손해도 감수해야 한다고 은행들을 압박해 빚 탕감을 성사시켰다.

그러나 그리스에서 이런 경험을 한 민간 투자자들은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를 보유하는 것을 더욱 꺼리게 됐으며 이 것도 국채 금리 상승의 요인이 됐다. 이에 따라 유로존의 지원이 이미 결정돼 조만간 시행될 스페인에 대한 구제기금에선 변제 우선권을 없애기로 한 것이다.

◇ 유로존 차원 금융 감독 시스템 = 이러한 지원 대책들이 자동적으로 모든 회원국과 은행들에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해당국 정부와 은행들의 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특히 독일이 강조해온 부분이다.

단서 조건으로는 우선 "긴축, 개혁과 관련한 규정과 프로그램들을 성실하게 이행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불안 압박을 받는 나라"에만 적용된다.

또 "유로존 차원의 금융감독 시스템이 마련된 뒤에야 시행"하도록 돼 있다. ECB 내에 연말까지 설치될 독립적인 감독기구가 은행들의 운영을 감독, 제재하게 된다.

이 시스템은 추후 유럽 차원의 `은행동맹'을 만들 디딤돌이 될 수 있다. EU 집행위가 마련한 `은행동맹' 계획엔 각국 은행들에 대한 관리 감독을 EU의 기관이 맡고 은행 이사진 선임과 해임, 은행 문을 닫게 하는 청산 등의 권한까지 갖도록 돼 있다. 부실 은행에 대한 구제금융을 정부, 즉 시민의 세금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 은행들로부터 분납금을 거둬 만든 `청산기금'에서 부담토록 하는 방안 등도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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