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보험사 ‘초대형 회계 비리’ 의혹 규명될까?

입력 2012.07.02 (07:14) 수정 2012.07.02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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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대형 생명보험사 4곳을 정조준했다. 이들 보험사가 온갖 회계비리를 저질러 그룹 `회장님'을 불법으로 지원했을 것이라는 초대형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서다.

금감원은 특별검사에 들어가 공시이율 책정과 사업비 처리 과정에서 고객이 누려야 할 이익을 빼돌려 재벌 총수를 비롯한 대주주의 배를 불린 사실이 있는지 철저히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특별검사에는 그동안 금융회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도 높게 주장해온 권혁세 금감원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는 점에서 `돋보기 검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생보사들이 재벌 총수 일가 등을 위해 불법을 저지른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사회적 파장이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재벌 보험사 대주주 배당 겨냥

금감원은 이번 `테마검사(특별한 목적을 정한 검사)'에서 보험사의 상품 공시이율, 배당액, 사업비, 대주주와의 거래 등을 샅샅이 살핀다. 대주주를 부당하게 지원한 사실이 있는지를 규명하기 위해서다.

생보사 상품은 크게 유배당과 무배당으로 구분된다. 유배당상품은 운용수익의 90%를 상품 가입자에게 돌려주고 주주에게 나머지 10%를 준다. 무배당상품은 운용수익이 모두 주주에게 돌아가는 대신 가입자의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싸다.

금감원은 유ㆍ무배당상품의 공시이율 차이에 주목한다.

저축성보험 상품은 공시이율이 높지만 자산운용 수익이 낮으면 이율 역마진으로 손실이 발생한다.

두 상품의 공시이율이 지나치게 차이가 나면 보험사들이 무배당상품의 공시이율을 무리하게 높여 계약자를 끌어모은 다음 손실만 유배당상품에 넘겨 대주주의 이익을 늘렸을 가능성이 있다.

사업비 측면에서도 보험 광고, 보험설계사 인건비 등에 쓰이는 비용을 무배당에서 유배당상품으로 돌리면 무배당상품의 이익이 커져 주주 배당 재원을 늘릴 수 있다.

이런 추정이 사실이라면 보험 계약자에게 돌아가야 할 몫을 대주주인 재벌이 챙겨간 꼴이 된다.

삼성생명은 2011년 4월~2012년 3월 9천483억9천7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벌었다. 현금배당금 총액은 3천940억원이다.

같은 기간 대한생명은 당기순이익 5천215억8천900만원, 현금배당금 총액 1천937억8천200만원이다.

미래에셋생명과 동양생명의 당기순이익은 각각 1천358억6천400만원과 1천129억5천만원, 현금배당금총액은 200억원과 371억2천500만원이다.

◇대주주-보험사 `검은 거래' 규명할까

이번 검사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둔다면 보험사가 계약자의 희생을 바탕으로 대주주의 배를 불리는 의혹의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나게 된다.

금감원이 여러 생보사 가운데 삼성생명, 대한생명,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을 먼저 조준했다는 점에서 이들 생보사가 재벌 총수를 불법 지원한 정황을 포착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들에 공시이율을 낮추고 배당을 줄이라고 여러 차례 주문했지만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다"며 "이런 배경에는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계약자들을 희생시킨 게 있는지 철저히 살펴볼 것이다"고 말했다.

이들 생보사의 대주주는 이건희 회장, 이재용 사장, 김승연 회장, 박현주 회장 등이다.

금감원은 특별감사가 미칠 파문을 의식한 듯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비교적 규모가 크고 대주주가 산업자본이며 대형그룹에 속하므로 먼저 4개 생보사를 조사 대상에 올렸을 뿐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1개월간 이뤄지는 검사에서 금감원이 의심하는 대주주 불법 지원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법령과 감독규정 위반으로 해당 보험사는 6개월 영업정지 등 중징계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보험사와 대주주 간 `검은 고리'를 낱낱이 파악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단순히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배당 성향을 높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심각한 회계부정인 만큼 해당 보험사들이 증거자료를 숨기거나 조작하는 등 갖은 방법을 동원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생명은 2009년 금감원의 종합검사에서 `사생활 침해' 등 이유를 들어 자료제출을 거부하거나 보관 연한이 지나지 않은 자료를 폐기했다.

그럼에도, 금감원의 의지는 단호하다. 정면 돌파가 안 되면 우회로를 개척해서라도 과거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가능한 한 깊이 파볼 생각이다. 그 끝에 뭐가 있을지 지금으로선 짐작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보험사들의 방패를 뚫고 `추악한 실체'를 반드시 규명한다는 방침이어서 앞으로 얼마나 날카롭고 단단한 창을 휘두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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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벌 보험사 ‘초대형 회계 비리’ 의혹 규명될까?
    • 입력 2012-07-02 07:14:02
    • 수정2012-07-02 16:3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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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대형 생명보험사 4곳을 정조준했다. 이들 보험사가 온갖 회계비리를 저질러 그룹 `회장님'을 불법으로 지원했을 것이라는 초대형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서다. 금감원은 특별검사에 들어가 공시이율 책정과 사업비 처리 과정에서 고객이 누려야 할 이익을 빼돌려 재벌 총수를 비롯한 대주주의 배를 불린 사실이 있는지 철저히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특별검사에는 그동안 금융회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도 높게 주장해온 권혁세 금감원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는 점에서 `돋보기 검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생보사들이 재벌 총수 일가 등을 위해 불법을 저지른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사회적 파장이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재벌 보험사 대주주 배당 겨냥 금감원은 이번 `테마검사(특별한 목적을 정한 검사)'에서 보험사의 상품 공시이율, 배당액, 사업비, 대주주와의 거래 등을 샅샅이 살핀다. 대주주를 부당하게 지원한 사실이 있는지를 규명하기 위해서다. 생보사 상품은 크게 유배당과 무배당으로 구분된다. 유배당상품은 운용수익의 90%를 상품 가입자에게 돌려주고 주주에게 나머지 10%를 준다. 무배당상품은 운용수익이 모두 주주에게 돌아가는 대신 가입자의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싸다. 금감원은 유ㆍ무배당상품의 공시이율 차이에 주목한다. 저축성보험 상품은 공시이율이 높지만 자산운용 수익이 낮으면 이율 역마진으로 손실이 발생한다. 두 상품의 공시이율이 지나치게 차이가 나면 보험사들이 무배당상품의 공시이율을 무리하게 높여 계약자를 끌어모은 다음 손실만 유배당상품에 넘겨 대주주의 이익을 늘렸을 가능성이 있다. 사업비 측면에서도 보험 광고, 보험설계사 인건비 등에 쓰이는 비용을 무배당에서 유배당상품으로 돌리면 무배당상품의 이익이 커져 주주 배당 재원을 늘릴 수 있다. 이런 추정이 사실이라면 보험 계약자에게 돌아가야 할 몫을 대주주인 재벌이 챙겨간 꼴이 된다. 삼성생명은 2011년 4월~2012년 3월 9천483억9천7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벌었다. 현금배당금 총액은 3천940억원이다. 같은 기간 대한생명은 당기순이익 5천215억8천900만원, 현금배당금 총액 1천937억8천200만원이다. 미래에셋생명과 동양생명의 당기순이익은 각각 1천358억6천400만원과 1천129억5천만원, 현금배당금총액은 200억원과 371억2천500만원이다. ◇대주주-보험사 `검은 거래' 규명할까 이번 검사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둔다면 보험사가 계약자의 희생을 바탕으로 대주주의 배를 불리는 의혹의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나게 된다. 금감원이 여러 생보사 가운데 삼성생명, 대한생명,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을 먼저 조준했다는 점에서 이들 생보사가 재벌 총수를 불법 지원한 정황을 포착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들에 공시이율을 낮추고 배당을 줄이라고 여러 차례 주문했지만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다"며 "이런 배경에는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계약자들을 희생시킨 게 있는지 철저히 살펴볼 것이다"고 말했다. 이들 생보사의 대주주는 이건희 회장, 이재용 사장, 김승연 회장, 박현주 회장 등이다. 금감원은 특별감사가 미칠 파문을 의식한 듯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비교적 규모가 크고 대주주가 산업자본이며 대형그룹에 속하므로 먼저 4개 생보사를 조사 대상에 올렸을 뿐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1개월간 이뤄지는 검사에서 금감원이 의심하는 대주주 불법 지원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법령과 감독규정 위반으로 해당 보험사는 6개월 영업정지 등 중징계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보험사와 대주주 간 `검은 고리'를 낱낱이 파악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단순히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배당 성향을 높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심각한 회계부정인 만큼 해당 보험사들이 증거자료를 숨기거나 조작하는 등 갖은 방법을 동원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생명은 2009년 금감원의 종합검사에서 `사생활 침해' 등 이유를 들어 자료제출을 거부하거나 보관 연한이 지나지 않은 자료를 폐기했다. 그럼에도, 금감원의 의지는 단호하다. 정면 돌파가 안 되면 우회로를 개척해서라도 과거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가능한 한 깊이 파볼 생각이다. 그 끝에 뭐가 있을지 지금으로선 짐작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보험사들의 방패를 뚫고 `추악한 실체'를 반드시 규명한다는 방침이어서 앞으로 얼마나 날카롭고 단단한 창을 휘두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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