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인간] 남한 유일 고층습원 ‘용늪’을 가다!

입력 2012.07.08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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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기온은 낮고 습도는 높은 산지에 주로 생기는 고층습원이 우리나라에선 유일하게 강원도 대암산에 있는데요.

늪이 메말라가는 육지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마땅한 보전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습니다.

정홍규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군 작전로를 따라 대암산 천2백여 미터 고지를 오르면 마치 초록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넓은 구릉이 펼쳐집니다.

언뜻 보기에는 평범한 초지인 것 같지만, 빽빽한 숲을 헤치고 가까이 다가가면 곳곳에 물웅덩이가 고여 있는 늪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늘로 올라가는 용이 쉬었다 가는 곳 같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 '용늪'.

저온다습한 기후로 인해 동식물들의 사체가 썩지 않고 쌓여 1미터가량의 이탄층이 형성된 게 용늪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이처럼 이탄층에 의해 형성된 고층습원은 남한에서는 이곳 용늪이 유일합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됐고, 습지보호를 위한 국제조약인 람사르협약에도 국내 제1호로 등록됐습니다.

<인터뷰> 이종열(자연환경해설사): "(이탄층 안에는) 꽃가루나 채 썩지 않은 동식물의 사체가 켜켜이 쌓여 있어 한반도의 기후 변화를 알 수 있는 자료가 축적돼 있습니다."

용늪은 또한 6백여 종의 동식물이 살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이기도 합니다.

곤충을 먹이 삼으며 산지에 주로 서식하는 끈끈이 주걱,

우리나라의 특산종인 지리강활도 곳곳에서 눈에 띕니다.

연보라빛의 작은 꽃인 비로용담은 남한에서는 오직 이곳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늪이 메말라 가는 육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보존대책이 시급합니다.

<인터뷰> 최재윤(원주 자연환경과장): "용늪 상류에 있는 군부대가 육지화를 가속화시키는 근본적인 원인이지만 예산 확보가 어려워서 생태복원 작업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국내 유일하게 남은 고층습원마저도 머지않아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KBS 뉴스 정홍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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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과 인간] 남한 유일 고층습원 ‘용늪’을 가다!
    • 입력 2012-07-08 21: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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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기온은 낮고 습도는 높은 산지에 주로 생기는 고층습원이 우리나라에선 유일하게 강원도 대암산에 있는데요. 늪이 메말라가는 육지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마땅한 보전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습니다. 정홍규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군 작전로를 따라 대암산 천2백여 미터 고지를 오르면 마치 초록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넓은 구릉이 펼쳐집니다. 언뜻 보기에는 평범한 초지인 것 같지만, 빽빽한 숲을 헤치고 가까이 다가가면 곳곳에 물웅덩이가 고여 있는 늪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늘로 올라가는 용이 쉬었다 가는 곳 같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 '용늪'. 저온다습한 기후로 인해 동식물들의 사체가 썩지 않고 쌓여 1미터가량의 이탄층이 형성된 게 용늪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이처럼 이탄층에 의해 형성된 고층습원은 남한에서는 이곳 용늪이 유일합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됐고, 습지보호를 위한 국제조약인 람사르협약에도 국내 제1호로 등록됐습니다. <인터뷰> 이종열(자연환경해설사): "(이탄층 안에는) 꽃가루나 채 썩지 않은 동식물의 사체가 켜켜이 쌓여 있어 한반도의 기후 변화를 알 수 있는 자료가 축적돼 있습니다." 용늪은 또한 6백여 종의 동식물이 살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이기도 합니다. 곤충을 먹이 삼으며 산지에 주로 서식하는 끈끈이 주걱, 우리나라의 특산종인 지리강활도 곳곳에서 눈에 띕니다. 연보라빛의 작은 꽃인 비로용담은 남한에서는 오직 이곳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늪이 메말라 가는 육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보존대책이 시급합니다. <인터뷰> 최재윤(원주 자연환경과장): "용늪 상류에 있는 군부대가 육지화를 가속화시키는 근본적인 원인이지만 예산 확보가 어려워서 생태복원 작업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국내 유일하게 남은 고층습원마저도 머지않아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KBS 뉴스 정홍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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