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불법, 택배차

입력 2012.07.09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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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누비는 택배차량들, 그러나, 번호판이 흰색입니다.

영업용으로 허가받지 않은 일반 자가용이란 얘깁니다.

최근 이런 불법 자가용 화물영업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준다는 신고포상금제 조례가 경기도의회를 통과하면서, 택배업계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녹취> 이용성 : "다른 택배는 몇 차 더 잡혔다 이런 소문도 들리고 하니까 아무래도 좀 불안하죠"

<녹취> 강성호 : "하나 배송해서 700원 적게는 500원 이렇게 버는데, 이거 하나 배송하러 나갔다가 700만원800만원 두들겨 맞으면 누가 일을 해요, 아무도 일을 안해요"

택배 파업 우려까지 제기되자, 경기도의회는 신고포상금제의 실시를 내년 초로 늦췄습니다.

현재 택배 차량의 절반, 무려 만 4천여대가 불법 자가용 차량이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택배업의 급성장으로, 갈수록 대형화하고 있는 대기업 택배회사들이 왜, 불법 자가용 차량을 줄이기는 커녕 오히려 늘려왔을까?

정부는 그동안 단속을 전혀 하지 않을 걸까요?

일선의 택배기사들은 어쩔 수 없다고 하소연하는데요,

방치된 불법! 택배차량의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이른 아침, 택배사 지점에서는 밤새 전국에서 올라온 배송물품을 구역별로 분류하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7시 무렵부터 세시간여, 선 채로 물건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며 주소를 확인합니다.

<녹취> "차에다 실었다가 또 내리고 실었다 계속 그렇게 해야 되니까"

<녹취> "물건 하치작업 하면서 계속 서서 무거운 짐을 내려야 하니까 힘들죠"

가장 나중에 배달할 것부터 차곡차곡 탑차에 싣고, 송장을 정리하고, 배달 나가기 직전에야 첫 식사를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녹취> "6시 20분쯤 집에서 출발하죠" (새벽에? 그러면 이게 처음으로 식사하시는 거예요?) "그렇죠, 오후에 나가면 바빠가지고 점심을 먹을 시간이 없으니까 아침 겸 점심 먹고 이제 일 끝나고 집에 가서 한 10시나 되어가지고 저녁을 먹죠."

대도시에서 택배기사 한 사람이 하루에 배송하는 물건은 150 건에서 200여 건, 서너 시까지는 배달을 끝내야, 거래처에 물건을 수령하러 갈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시간과의 전쟁입니다.

<녹취> "최대한 빨리 배달하고 와야 됩니다."

그래서 뛸 수 있는 산동네 주택가가 아파트보다 낫습니다.

<녹취> "아파트는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갔다 내려왔다 하는 시간이 그걸 무시 못 하거든요. 여기는 그게 없으니까 뛰기만 하면 되니까"

이렇게 속도를 내도 걸림돌은 계속 나타납니다.

집주인은 물론 경비원조차 없어 한없이 기다려야 하고, 이사를 가버린 집도 있습니다.

<녹취> "(이사갔는데요) 아, 이사 가셨어요? (두 달전에..) 두 달이요.”

반품, 취소가 전달이 안돼, 허탕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녹취> "옥상에 올려놨는데요 (도로 가져가셔야 되는데요)”

후미진 골목길에서는 수십미터씩 후진해 이른바 개구리주차를 하고, 수레에 싣고 뛰고, 뛰면서 전화하고, 무거운 물건을 등에 지고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하루 해가 훌쩍 넘어갑니다.

<녹취> 이상일 : "집에 가서 씻고 밥 먹으면 한 11시 좀 넘고 TV 좀 틀어놓고 있다가 한 12시쯤에 자서 또 내일 6시에 일어납니다. 매일 그것이 반복이예요, 그것이 내 인생의 반복이예요"

그렇게 일해봐야, 이것저것 떼고 손에 쥐는 돈은 한 달에 200만원 내욉니다.

최근 수년간 택배업계의 과당경쟁으로 택배 단가가 계속 내려가면서 기사에게 돌아가는 돈이 건당 적게는 5~600원 선까지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택배회사는 늘 인력난에 시달립니다.

<녹취> 민종필 : "한두달 해보고 그냥 도망을 가죠, 힘드니까"

그래서 택배회사들은 1톤 트럭만 가지고 오면 영업용 번호판을 달지 않아도 다 기사로 받아줍니다.

대부분의 택배기사들은 택배회사의 직원으로 고용되는 게 아니라, 택배업을 하는 개인사업자로 등록한 뒤 대리점에서 구역을 받아 일합니다.

사업자 등록을 할 때도 영업용 번호판이 있는지 없는지는 따지지 않습니다.

<녹취> 이상일 : "택배회사에서도 괜찮고 나라에서도 괜찮고 또 사업자 등록 내고 세금 내니까 누구도 제재를 안하니까"

불법 자가용 택배 차량이 관행화돼버렸단 얘깁니다.

불법 자가용 택배 차량의 증가는 2004년부터 시작됩니다.

지난 2004년 1월 화물차량의 영업용 면허 획득이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뀝니다.

99년부터 5년여의 등록제 기간 동안 너도 나도 화물 영업 등록을 하면서 화물 차량이 과포화상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허가제로 전환된 뒤 지금까지 정부는 화물 영업의 신규 허가를 한 건도 내주지 않았습니다.

화물 영업을 하고 싶으면 돈을 주고 시중에서 영업용 번호판을 사라는 얘깁니다.

그 기간 동안 연간 택배 물량은 2004년 4억 박스에서 2011년 12억 9천여박스로 3배 이상 늘어납니다.

이에 따라 불법 자가용 영업 차량이 급증했습니다.

2006년 약 1200대였던 불법 자가용 영업 차량은 지난 4월 현재, 만4천여대를 넘어 전체 택배 차량의 49%.

절반 가까이가 불법차량으로 채워졌습니다.

<녹취> 배명순 : "사실 영업용 차량으로 운영을 했어야 되는데 증차가 금지가 됐고 신규 증차가 한 대도 없다보니까 자가용 차량을 부득이하게 이용할 수밖에 없었죠"

돈을 주고 영업용 번호판을 사는 대신 손쉽게 자가용 기사들을 받았다는 얘깁니다.

그러는 사이 지난 2004년 수십만원에 불과하던 영업용 번호판 가격이 최근 천 2백만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영업용 번호판의 구입 책임이 영세한 택배기사들에게 떠넘겨져 있는 것도 문젭니다.

하루 14시간에서 18시간까지 일하면서 기껏해야 2백만원 내외를 버는 택배기사들이 천만원이 넘는 돈을 감당하기는 어렵습니다.

<녹취> 이상일 : "이것저것 다 빼면요, 170, 150만원 밖에 안남아요, 영업용 넘버를 사서 달자는 건데, 그렇게까지 해서는 이일을 할 메리트가 없어요"

운수회사에서 번호판을 빌리는 데도 한달이면 수십만원이 들어갑니다.

<녹취> 최두정 : "1년 단위로 따지면 한 2백만원 정도가 더 들어간다고 보시면 돼요, 그거를 다 하고 하기에는 수입이 너무 박하니까..."

택배업계는 번호판이 비싼 것은 물론이고, 이제는 번호판이 부족해서도 살 수 없다며, 정부에, 자가용 택배 차량 합법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택배업계에서는 엉뚱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서울의 한 자동차 매매 시장, 정부에서 자가용 택배 차량을 합법화해줄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영업용 번호판을 갖고 있던 택배차량들이 그 번호판을 내다 팔고 있다는 것입니다.

<녹취> 손경석 : "며칠전에도 택배용 탑차 번호판을 제가 사서 운수업체에 팔고 자가용으로 그 택배업체에 명의를 해드려 (얼마나 많이요?) 한 달에 한 다섯 대 씩 택배에서 갖고 오니까요.”

택배업계가 자가용 택배 차량 합법화 법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던 2,3년전부터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녹취> 추교환 : "택배회사가 정부에서 번호판 신규로 나온다 이렇게 해가지고 자기들은 영업용 넘버가 프리미엄 한 돈 천만원씩 되고, 팔고 나서 신규로 받는 건 돈 안내도 되잖아요, 그런식으로 번호판을 시중에 다 팔아요. 작년 재작년 한 100대 팔아줬어요"

용달업계는, 택배회사들이 이처럼 현 제도의 틀 내에서 차량을 합법화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택배 차량에 대한 별도 영업 허가만 요구한다고 반발합니다.

<녹취> 심언태 : "다른 사람들은 시중에 있는 차를 다 사는데 택배라고 해서 특별하게 어떤 특혜를 달라 그거는 공평하지가 않죠. 죄진 사람 벌금 받아야 하는데 상을 주는 경우 아닙니까"

그러자 택배업계는 국민을 위한 서비스를 하는데, 왜 번호판을 따로 사야 하느냐며 영업용 번호판을 사고 파는 제도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녹취> 배명순 : "번호판 시장에서 유상 거래되는 그 부분을 정부가 단속해야 하지 않나요?"

번호판을 사라는 용달업계, 자가용 택배차를 합법화해달라는 택배업계의 갈등이 지속돼온 가운데,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신고포상금제가 예고됐던 지난달말, 택배사 지점에 지자체 단속원이 나타났습니다.

뻔히 흰색 자가용 번호판을 눈앞에 두고도 단속할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녹취> "문을 안열어주기 때문에, 문 열고 송장하고 그런 거를 확인해야 하는데..."

<녹취> "벌금이 굉장히 세요, 2천만원 이하거든요, 그 사람들도 먹고 살기 위해서 하는데, 그거 한 번 고발해봐요, 큰 짐이 되는 거예요"

정부는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습니다.

<녹취> (자가용 영업이 계속 늘어났는데, 그 상황을 파악하고 계셨나요?)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습니다."

지난 2006년에는 용달업자가 택배업 전환을 원하는 경우 차량에 무료로 지붕을 씌워주는 사업을 펼쳤고,

2008년부터는 택배기사들이 영업용 번호판을 살 경우 저리 융자를 해주겠다고 했지만, 효과는 거의 없었습니다.

<녹취> "효과가 없다기보다는 저희는 최선을 다했는데..." (이게 최선을 다한 건가요?) "저희는 그렇게 봅니다, 업계에서 호응만 해줬더라면..."

정부는 조만간 현재의 불법 자가용 택배 차량의 절반 가량인 7천대 정도를 합법화할 방침입니다.

그와 동시에 나머지 7천대의 불법 차량에 대해서는 택배 본사에서 영업용 번호판을 사서 스스로 합법화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그 기간 동안 택배업계는 추가 합법화를 기대하며 영업용 번호판을 계속 시장에 내다팔 지도 모릅니다.

한 번 합법화 혜택을 받은 택배업계가 이미 천 2백만원까지 치솟아있는 영업용 번호판을 기꺼이 사겠다고 나설지도 미지숩니다.

그 부담이 열악한 근로여건의 택배 기사들에게 전가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10년 가까이 방치돼온 불법 택배차, 그 합법화의 길이 그리 수월해보이지만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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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치된 불법, 택배차
    • 입력 2012-07-09 07:29:09
    취재파일K
거리를 누비는 택배차량들, 그러나, 번호판이 흰색입니다. 영업용으로 허가받지 않은 일반 자가용이란 얘깁니다. 최근 이런 불법 자가용 화물영업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준다는 신고포상금제 조례가 경기도의회를 통과하면서, 택배업계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녹취> 이용성 : "다른 택배는 몇 차 더 잡혔다 이런 소문도 들리고 하니까 아무래도 좀 불안하죠" <녹취> 강성호 : "하나 배송해서 700원 적게는 500원 이렇게 버는데, 이거 하나 배송하러 나갔다가 700만원800만원 두들겨 맞으면 누가 일을 해요, 아무도 일을 안해요" 택배 파업 우려까지 제기되자, 경기도의회는 신고포상금제의 실시를 내년 초로 늦췄습니다. 현재 택배 차량의 절반, 무려 만 4천여대가 불법 자가용 차량이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택배업의 급성장으로, 갈수록 대형화하고 있는 대기업 택배회사들이 왜, 불법 자가용 차량을 줄이기는 커녕 오히려 늘려왔을까? 정부는 그동안 단속을 전혀 하지 않을 걸까요? 일선의 택배기사들은 어쩔 수 없다고 하소연하는데요, 방치된 불법! 택배차량의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이른 아침, 택배사 지점에서는 밤새 전국에서 올라온 배송물품을 구역별로 분류하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7시 무렵부터 세시간여, 선 채로 물건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며 주소를 확인합니다. <녹취> "차에다 실었다가 또 내리고 실었다 계속 그렇게 해야 되니까" <녹취> "물건 하치작업 하면서 계속 서서 무거운 짐을 내려야 하니까 힘들죠" 가장 나중에 배달할 것부터 차곡차곡 탑차에 싣고, 송장을 정리하고, 배달 나가기 직전에야 첫 식사를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녹취> "6시 20분쯤 집에서 출발하죠" (새벽에? 그러면 이게 처음으로 식사하시는 거예요?) "그렇죠, 오후에 나가면 바빠가지고 점심을 먹을 시간이 없으니까 아침 겸 점심 먹고 이제 일 끝나고 집에 가서 한 10시나 되어가지고 저녁을 먹죠." 대도시에서 택배기사 한 사람이 하루에 배송하는 물건은 150 건에서 200여 건, 서너 시까지는 배달을 끝내야, 거래처에 물건을 수령하러 갈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시간과의 전쟁입니다. <녹취> "최대한 빨리 배달하고 와야 됩니다." 그래서 뛸 수 있는 산동네 주택가가 아파트보다 낫습니다. <녹취> "아파트는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갔다 내려왔다 하는 시간이 그걸 무시 못 하거든요. 여기는 그게 없으니까 뛰기만 하면 되니까" 이렇게 속도를 내도 걸림돌은 계속 나타납니다. 집주인은 물론 경비원조차 없어 한없이 기다려야 하고, 이사를 가버린 집도 있습니다. <녹취> "(이사갔는데요) 아, 이사 가셨어요? (두 달전에..) 두 달이요.” 반품, 취소가 전달이 안돼, 허탕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녹취> "옥상에 올려놨는데요 (도로 가져가셔야 되는데요)” 후미진 골목길에서는 수십미터씩 후진해 이른바 개구리주차를 하고, 수레에 싣고 뛰고, 뛰면서 전화하고, 무거운 물건을 등에 지고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하루 해가 훌쩍 넘어갑니다. <녹취> 이상일 : "집에 가서 씻고 밥 먹으면 한 11시 좀 넘고 TV 좀 틀어놓고 있다가 한 12시쯤에 자서 또 내일 6시에 일어납니다. 매일 그것이 반복이예요, 그것이 내 인생의 반복이예요" 그렇게 일해봐야, 이것저것 떼고 손에 쥐는 돈은 한 달에 200만원 내욉니다. 최근 수년간 택배업계의 과당경쟁으로 택배 단가가 계속 내려가면서 기사에게 돌아가는 돈이 건당 적게는 5~600원 선까지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택배회사는 늘 인력난에 시달립니다. <녹취> 민종필 : "한두달 해보고 그냥 도망을 가죠, 힘드니까" 그래서 택배회사들은 1톤 트럭만 가지고 오면 영업용 번호판을 달지 않아도 다 기사로 받아줍니다. 대부분의 택배기사들은 택배회사의 직원으로 고용되는 게 아니라, 택배업을 하는 개인사업자로 등록한 뒤 대리점에서 구역을 받아 일합니다. 사업자 등록을 할 때도 영업용 번호판이 있는지 없는지는 따지지 않습니다. <녹취> 이상일 : "택배회사에서도 괜찮고 나라에서도 괜찮고 또 사업자 등록 내고 세금 내니까 누구도 제재를 안하니까" 불법 자가용 택배 차량이 관행화돼버렸단 얘깁니다. 불법 자가용 택배 차량의 증가는 2004년부터 시작됩니다. 지난 2004년 1월 화물차량의 영업용 면허 획득이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뀝니다. 99년부터 5년여의 등록제 기간 동안 너도 나도 화물 영업 등록을 하면서 화물 차량이 과포화상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허가제로 전환된 뒤 지금까지 정부는 화물 영업의 신규 허가를 한 건도 내주지 않았습니다. 화물 영업을 하고 싶으면 돈을 주고 시중에서 영업용 번호판을 사라는 얘깁니다. 그 기간 동안 연간 택배 물량은 2004년 4억 박스에서 2011년 12억 9천여박스로 3배 이상 늘어납니다. 이에 따라 불법 자가용 영업 차량이 급증했습니다. 2006년 약 1200대였던 불법 자가용 영업 차량은 지난 4월 현재, 만4천여대를 넘어 전체 택배 차량의 49%. 절반 가까이가 불법차량으로 채워졌습니다. <녹취> 배명순 : "사실 영업용 차량으로 운영을 했어야 되는데 증차가 금지가 됐고 신규 증차가 한 대도 없다보니까 자가용 차량을 부득이하게 이용할 수밖에 없었죠" 돈을 주고 영업용 번호판을 사는 대신 손쉽게 자가용 기사들을 받았다는 얘깁니다. 그러는 사이 지난 2004년 수십만원에 불과하던 영업용 번호판 가격이 최근 천 2백만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영업용 번호판의 구입 책임이 영세한 택배기사들에게 떠넘겨져 있는 것도 문젭니다. 하루 14시간에서 18시간까지 일하면서 기껏해야 2백만원 내외를 버는 택배기사들이 천만원이 넘는 돈을 감당하기는 어렵습니다. <녹취> 이상일 : "이것저것 다 빼면요, 170, 150만원 밖에 안남아요, 영업용 넘버를 사서 달자는 건데, 그렇게까지 해서는 이일을 할 메리트가 없어요" 운수회사에서 번호판을 빌리는 데도 한달이면 수십만원이 들어갑니다. <녹취> 최두정 : "1년 단위로 따지면 한 2백만원 정도가 더 들어간다고 보시면 돼요, 그거를 다 하고 하기에는 수입이 너무 박하니까..." 택배업계는 번호판이 비싼 것은 물론이고, 이제는 번호판이 부족해서도 살 수 없다며, 정부에, 자가용 택배 차량 합법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택배업계에서는 엉뚱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서울의 한 자동차 매매 시장, 정부에서 자가용 택배 차량을 합법화해줄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영업용 번호판을 갖고 있던 택배차량들이 그 번호판을 내다 팔고 있다는 것입니다. <녹취> 손경석 : "며칠전에도 택배용 탑차 번호판을 제가 사서 운수업체에 팔고 자가용으로 그 택배업체에 명의를 해드려 (얼마나 많이요?) 한 달에 한 다섯 대 씩 택배에서 갖고 오니까요.” 택배업계가 자가용 택배 차량 합법화 법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던 2,3년전부터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녹취> 추교환 : "택배회사가 정부에서 번호판 신규로 나온다 이렇게 해가지고 자기들은 영업용 넘버가 프리미엄 한 돈 천만원씩 되고, 팔고 나서 신규로 받는 건 돈 안내도 되잖아요, 그런식으로 번호판을 시중에 다 팔아요. 작년 재작년 한 100대 팔아줬어요" 용달업계는, 택배회사들이 이처럼 현 제도의 틀 내에서 차량을 합법화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택배 차량에 대한 별도 영업 허가만 요구한다고 반발합니다. <녹취> 심언태 : "다른 사람들은 시중에 있는 차를 다 사는데 택배라고 해서 특별하게 어떤 특혜를 달라 그거는 공평하지가 않죠. 죄진 사람 벌금 받아야 하는데 상을 주는 경우 아닙니까" 그러자 택배업계는 국민을 위한 서비스를 하는데, 왜 번호판을 따로 사야 하느냐며 영업용 번호판을 사고 파는 제도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녹취> 배명순 : "번호판 시장에서 유상 거래되는 그 부분을 정부가 단속해야 하지 않나요?" 번호판을 사라는 용달업계, 자가용 택배차를 합법화해달라는 택배업계의 갈등이 지속돼온 가운데,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신고포상금제가 예고됐던 지난달말, 택배사 지점에 지자체 단속원이 나타났습니다. 뻔히 흰색 자가용 번호판을 눈앞에 두고도 단속할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녹취> "문을 안열어주기 때문에, 문 열고 송장하고 그런 거를 확인해야 하는데..." <녹취> "벌금이 굉장히 세요, 2천만원 이하거든요, 그 사람들도 먹고 살기 위해서 하는데, 그거 한 번 고발해봐요, 큰 짐이 되는 거예요" 정부는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습니다. <녹취> (자가용 영업이 계속 늘어났는데, 그 상황을 파악하고 계셨나요?)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습니다." 지난 2006년에는 용달업자가 택배업 전환을 원하는 경우 차량에 무료로 지붕을 씌워주는 사업을 펼쳤고, 2008년부터는 택배기사들이 영업용 번호판을 살 경우 저리 융자를 해주겠다고 했지만, 효과는 거의 없었습니다. <녹취> "효과가 없다기보다는 저희는 최선을 다했는데..." (이게 최선을 다한 건가요?) "저희는 그렇게 봅니다, 업계에서 호응만 해줬더라면..." 정부는 조만간 현재의 불법 자가용 택배 차량의 절반 가량인 7천대 정도를 합법화할 방침입니다. 그와 동시에 나머지 7천대의 불법 차량에 대해서는 택배 본사에서 영업용 번호판을 사서 스스로 합법화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그 기간 동안 택배업계는 추가 합법화를 기대하며 영업용 번호판을 계속 시장에 내다팔 지도 모릅니다. 한 번 합법화 혜택을 받은 택배업계가 이미 천 2백만원까지 치솟아있는 영업용 번호판을 기꺼이 사겠다고 나설지도 미지숩니다. 그 부담이 열악한 근로여건의 택배 기사들에게 전가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10년 가까이 방치돼온 불법 택배차, 그 합법화의 길이 그리 수월해보이지만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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