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과학 용도’ 포경 재개…배경과 쟁점은?

입력 2012.07.12 (21:5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보시는 고래가 바로 밍크고래입니다.



동해 바다에서 각종 돌고래와 함께 서식하고 있는데요, 정부가 이 고래들을 잡겠다고 국제포경위원회에 밝혀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정부는 고래 생태를 파악하기 위한 연구용으로 잡겠다고 발표했지만 해당지역 어민들은 26년 만에 고래잡이가 재개된다며 포경산업 활성화 기대에 들떠있습니다.



먼저, 노준철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상업 포경이 금지되기 전인 지난 1986년까지 고래잡이 전진기지였던 울산 장생포,



지금은 일부 고래고기 음식점만 명맥을 유지해 사실상, 이름뿐인 이 어촌마을이 최근 들썩이고 있습니다.



’고래잡이 환영’ 플래카드도 내걸렸습니다.



다시 고래잡이가 허용되면 잃어버린 옛 명성을 되찾고 지역 경제까지 되살아날 것이라는 기대심리로 주민들도 어민들도 축제 분위기입니다.



<인터뷰> 김병체(장생포 어민) : "고래떼가 지나가면 (물 위에 떠 있는) 고기란 고기는 다 죽여버리니깐, 좀 솎아줘야 어민들이 살 수가 있습니다"



실제 수백에서 수천 마리씩 떼를 지어 다니는 돌고래,



멋진 장관을 연출하지만 오징어잡이 어민들에게는 골칫거립니다.



그물을 훼손하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간신히 모아 둔 오징어떼를 순식간에 먹어치우고 쫓아버리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복근(포항 구룡포 선장협회장) : "배 주변에 먹이(오징어)가 있으면 안가요. 뱅뱅 배를 배회하면서, 먹이가 없어질 때까지 끝까지 잡아 먹어요"



농수산식품부 자료를 보면 우리 연안에서 고래가 먹어치우는 어류는 연평균 14만 6천 톤으로 전체 어획량 123만 톤의 12%를 차지합니다.



피해액은 4천380억 원에 이릅니다.



이렇다 보니 수협중앙회에 이어, 강원과 경북, 부산과 울산 수협들까지 나서 ’고래잡이 재개’ 지지 성명서를 내고 있습니다.



적어도 어민들에게 고래는 어족 자원의 씨를 말리는 ’바다의 포식자’입니다.



<앵커 멘트>



그렇다면, 우리나라 해역에는 어떤 고래가 얼마나 살고 있을까요?



우리의 고래 실태와 포경에 대한 국제 사회의 입장을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나신하 기자가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기자 멘트>



한반도 주변 5개국 바다에 서식하는 고래는 약 40종 8만 마리로 추정됩니다.



이 가운데 몸길이가 6-7미터에 이르는 큰 고래가 바로 밍크고래, 식용으로 선호되는 고랩니다.



만 6천 마리 정도로 추정되는데요, 우리나라 주변에는 천6백 마리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86년부터 모든 종류의 고래사냥을 금지했습니다.



다만, 그물에 걸려 죽은 이른바 혼획의 경우엔 식용 유통을 허용했는데요, 한해에 평균 80마리를 넘습니다.



국제 포경위원회, IWC는 밍크고래를 비롯해서 멸종위기 고래 12종에 대해 포경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에스키모 같은 원주민에겐 식용 목적으로 꼭 필요한 분량만큼만 미리 정해서 사냥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전세계에서 공개적으로 고래를 잡는 나라는 노르웨이, 아이슬랜드, 일본입니다.



노르웨이의 경우, 생계형 포경국가임을 내세워 처음부터 IWC기준을 따르지 않고 상업적 포경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연구목적을 내세워 남극해 등에서 한해 천여 마리의 대형 고래를 잡고 있습니다.



소량의 샘플을 제외하면 대부분 식용으로 유통되고 있어 사실상 상업 포경이란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포경에 나설 경우 국제적 논란과 비난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환경단체들의 반발과 향후 전망을 김학재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그물에 걸려 죽은 밍크고래,



이렇게 혼획된 고래의 유전자만으로도 과학적인 조사는 가능하다는 반박이 제기됩니다.



<녹취> 이항(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 "밍크고래 전체의 한 1천만분의 1정도 조직만 있으면 얼마든지 연구가 가능한데 그걸 위해서 고래를 잡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지요."



환경단체는 고래 개체 수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수산자원의 피해 역시 지나치게 부풀려졌다고 주장합니다.



더구나 고래는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로 수은 등 중금속이 축적돼 식용으로 적절치 않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고래를 식용이 아닌 해양 생태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자는 겁니다.



<녹취> 조희경(한국동물자유연대 대표) : "고래를 바다에서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있는 관광상품화시켜서 그 지역의 어떤 수익을, 이것이 훨씬 더 울산 지역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더구나 고래잡이를 허용할 경우 그린피스를 비롯한 국제 환경단체의 공격을 받아 국제사회에서 일본과 같은 동물학대국이라는 비난을 받을 우려도 있습니다.



실제 KBS 여론 조사에서도 63.7%가 고래잡이를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답했습니다.



국내외 반발이 거세자 정부는 여론을 수렴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며 사실상 포경을 포기하겠다는 뜻을 비쳤습니다.



김학재 결국 정부가 섣불리 포경을 선언했다가 얻은 것도 없이 국제 사회로부터 비난만 자초한 셈이 됐습니다.



KBS 뉴스 김학재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이슈&뉴스] ‘과학 용도’ 포경 재개…배경과 쟁점은?
    • 입력 2012-07-12 21:59:43
    뉴스 9
<앵커 멘트>

보시는 고래가 바로 밍크고래입니다.

동해 바다에서 각종 돌고래와 함께 서식하고 있는데요, 정부가 이 고래들을 잡겠다고 국제포경위원회에 밝혀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정부는 고래 생태를 파악하기 위한 연구용으로 잡겠다고 발표했지만 해당지역 어민들은 26년 만에 고래잡이가 재개된다며 포경산업 활성화 기대에 들떠있습니다.

먼저, 노준철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상업 포경이 금지되기 전인 지난 1986년까지 고래잡이 전진기지였던 울산 장생포,

지금은 일부 고래고기 음식점만 명맥을 유지해 사실상, 이름뿐인 이 어촌마을이 최근 들썩이고 있습니다.

’고래잡이 환영’ 플래카드도 내걸렸습니다.

다시 고래잡이가 허용되면 잃어버린 옛 명성을 되찾고 지역 경제까지 되살아날 것이라는 기대심리로 주민들도 어민들도 축제 분위기입니다.

<인터뷰> 김병체(장생포 어민) : "고래떼가 지나가면 (물 위에 떠 있는) 고기란 고기는 다 죽여버리니깐, 좀 솎아줘야 어민들이 살 수가 있습니다"

실제 수백에서 수천 마리씩 떼를 지어 다니는 돌고래,

멋진 장관을 연출하지만 오징어잡이 어민들에게는 골칫거립니다.

그물을 훼손하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간신히 모아 둔 오징어떼를 순식간에 먹어치우고 쫓아버리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복근(포항 구룡포 선장협회장) : "배 주변에 먹이(오징어)가 있으면 안가요. 뱅뱅 배를 배회하면서, 먹이가 없어질 때까지 끝까지 잡아 먹어요"

농수산식품부 자료를 보면 우리 연안에서 고래가 먹어치우는 어류는 연평균 14만 6천 톤으로 전체 어획량 123만 톤의 12%를 차지합니다.

피해액은 4천380억 원에 이릅니다.

이렇다 보니 수협중앙회에 이어, 강원과 경북, 부산과 울산 수협들까지 나서 ’고래잡이 재개’ 지지 성명서를 내고 있습니다.

적어도 어민들에게 고래는 어족 자원의 씨를 말리는 ’바다의 포식자’입니다.

<앵커 멘트>

그렇다면, 우리나라 해역에는 어떤 고래가 얼마나 살고 있을까요?

우리의 고래 실태와 포경에 대한 국제 사회의 입장을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나신하 기자가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기자 멘트>

한반도 주변 5개국 바다에 서식하는 고래는 약 40종 8만 마리로 추정됩니다.

이 가운데 몸길이가 6-7미터에 이르는 큰 고래가 바로 밍크고래, 식용으로 선호되는 고랩니다.

만 6천 마리 정도로 추정되는데요, 우리나라 주변에는 천6백 마리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86년부터 모든 종류의 고래사냥을 금지했습니다.

다만, 그물에 걸려 죽은 이른바 혼획의 경우엔 식용 유통을 허용했는데요, 한해에 평균 80마리를 넘습니다.

국제 포경위원회, IWC는 밍크고래를 비롯해서 멸종위기 고래 12종에 대해 포경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에스키모 같은 원주민에겐 식용 목적으로 꼭 필요한 분량만큼만 미리 정해서 사냥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전세계에서 공개적으로 고래를 잡는 나라는 노르웨이, 아이슬랜드, 일본입니다.

노르웨이의 경우, 생계형 포경국가임을 내세워 처음부터 IWC기준을 따르지 않고 상업적 포경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연구목적을 내세워 남극해 등에서 한해 천여 마리의 대형 고래를 잡고 있습니다.

소량의 샘플을 제외하면 대부분 식용으로 유통되고 있어 사실상 상업 포경이란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포경에 나설 경우 국제적 논란과 비난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환경단체들의 반발과 향후 전망을 김학재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그물에 걸려 죽은 밍크고래,

이렇게 혼획된 고래의 유전자만으로도 과학적인 조사는 가능하다는 반박이 제기됩니다.

<녹취> 이항(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 "밍크고래 전체의 한 1천만분의 1정도 조직만 있으면 얼마든지 연구가 가능한데 그걸 위해서 고래를 잡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지요."

환경단체는 고래 개체 수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수산자원의 피해 역시 지나치게 부풀려졌다고 주장합니다.

더구나 고래는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로 수은 등 중금속이 축적돼 식용으로 적절치 않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고래를 식용이 아닌 해양 생태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자는 겁니다.

<녹취> 조희경(한국동물자유연대 대표) : "고래를 바다에서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있는 관광상품화시켜서 그 지역의 어떤 수익을, 이것이 훨씬 더 울산 지역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더구나 고래잡이를 허용할 경우 그린피스를 비롯한 국제 환경단체의 공격을 받아 국제사회에서 일본과 같은 동물학대국이라는 비난을 받을 우려도 있습니다.

실제 KBS 여론 조사에서도 63.7%가 고래잡이를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답했습니다.

국내외 반발이 거세자 정부는 여론을 수렴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며 사실상 포경을 포기하겠다는 뜻을 비쳤습니다.

김학재 결국 정부가 섣불리 포경을 선언했다가 얻은 것도 없이 국제 사회로부터 비난만 자초한 셈이 됐습니다.

KBS 뉴스 김학재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