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값싼 ‘컵 밥’ 상권 다툼…불경기 바람?

입력 2012.07.14 (21:42) 수정 2012.07.14 (21:5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제가 손에 들고 있는 이것, 컵라면이 아닙니다.

컵밥이라고 부릅니다.

시간도 돈도 충분치 않은 수험생들 사이에 인깁니다.

이 컵밥이 뭐기에 식당과 노점상, 편의점까지 끼어들어 다툼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 속사정을 박대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수험생들의 고향인 노량진 학원가, 거리에 노점이 늘어서 있습니다.

점심 시간이면 수험생이 앞다퉈 먹는 밥, 바로 컵밥입니다.

<인터뷰>박성진(9급 공무원시험 수험생): "싸니까, 최대한 부모님 손 안 빌리고 싶으니까, 이걸 많이 먹게 되는 거 같아요."

일회용 컵이나 그릇에 밥을 담고, 김치 볶음과 닭고기, 김을 올립니다.

계란에 삼겹살까지 넣지만 값은 내용물에 따라 천7백 원에서 2천 원에 불과합니다.

<인터뷰> 박지원(대학생): "돈 없는 사람들이 많은데 컵밥만 먹어도 한 끼가 해결되니까요."

3년 전부터 등장한 컵밥이 이젠 수험생의 주식이 됐습니다.

문제는 근처 식당들입니다.

<녹취>식당주인: "너무 속상하죠. 저희 집은 이렇게 한가한데, 거기는 비위생적인데도 줄서 있잖아요."

결국, 식당 업주들이 집단으로 민원을 제기했고 관할구청은 석 달 전 대대적인 노점 단속을 벌였습니다.

단속 때문에 노점 컵밥은 수그러들었지만 다른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났습니다.

컵밥을 둘러싼 공방이 계속되는 동안 편의점까지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컵에 담은 밥을 파는 겁니다.

편의점 컵밥은 이름부터 내용물까지 노점 컵밥과 비슷합니다.

컵밥 특허가 따로 있는 건 아니라서 노점이나 식당업주가 항의도 못합니다.

노점상들은 이제 식당들의 눈치에다 편의점과도 경쟁할 처지가 되다보니 수익내기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녹취>'컵밥' 노점상(음성변조): "경쟁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잖아요? 양도 많아야 되고. 그런 데만 찾아다니기 때문에. 안 맞더라고요, 타산이…."

천 원짜리 컵밥, 수험생들의 눈물겨운 밥을 놓고 노점상과 식당 그리고 편의점까지 또다시 눈물겨운 다툼을 벌이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대기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심층취재] 값싼 ‘컵 밥’ 상권 다툼…불경기 바람?
    • 입력 2012-07-14 21:42:49
    • 수정2012-07-14 21:54:27
    뉴스 9
<앵커 멘트> 제가 손에 들고 있는 이것, 컵라면이 아닙니다. 컵밥이라고 부릅니다. 시간도 돈도 충분치 않은 수험생들 사이에 인깁니다. 이 컵밥이 뭐기에 식당과 노점상, 편의점까지 끼어들어 다툼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 속사정을 박대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수험생들의 고향인 노량진 학원가, 거리에 노점이 늘어서 있습니다. 점심 시간이면 수험생이 앞다퉈 먹는 밥, 바로 컵밥입니다. <인터뷰>박성진(9급 공무원시험 수험생): "싸니까, 최대한 부모님 손 안 빌리고 싶으니까, 이걸 많이 먹게 되는 거 같아요." 일회용 컵이나 그릇에 밥을 담고, 김치 볶음과 닭고기, 김을 올립니다. 계란에 삼겹살까지 넣지만 값은 내용물에 따라 천7백 원에서 2천 원에 불과합니다. <인터뷰> 박지원(대학생): "돈 없는 사람들이 많은데 컵밥만 먹어도 한 끼가 해결되니까요." 3년 전부터 등장한 컵밥이 이젠 수험생의 주식이 됐습니다. 문제는 근처 식당들입니다. <녹취>식당주인: "너무 속상하죠. 저희 집은 이렇게 한가한데, 거기는 비위생적인데도 줄서 있잖아요." 결국, 식당 업주들이 집단으로 민원을 제기했고 관할구청은 석 달 전 대대적인 노점 단속을 벌였습니다. 단속 때문에 노점 컵밥은 수그러들었지만 다른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났습니다. 컵밥을 둘러싼 공방이 계속되는 동안 편의점까지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컵에 담은 밥을 파는 겁니다. 편의점 컵밥은 이름부터 내용물까지 노점 컵밥과 비슷합니다. 컵밥 특허가 따로 있는 건 아니라서 노점이나 식당업주가 항의도 못합니다. 노점상들은 이제 식당들의 눈치에다 편의점과도 경쟁할 처지가 되다보니 수익내기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녹취>'컵밥' 노점상(음성변조): "경쟁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잖아요? 양도 많아야 되고. 그런 데만 찾아다니기 때문에. 안 맞더라고요, 타산이…." 천 원짜리 컵밥, 수험생들의 눈물겨운 밥을 놓고 노점상과 식당 그리고 편의점까지 또다시 눈물겨운 다툼을 벌이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대기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패럴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