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도 ‘D공포’…부채 디플레이션 조짐

입력 2012.07.18 (06:48) 수정 2012.07.18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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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레이션 우려가 한국경제에도 커지고 있다.

재정위기 장기화에 따른 유럽발 부채 디플레 조짐의 영향권에 우리도 들 수 있다는 점에서다.

물가까지 마이너스로 추락하는 원론적인 디플레까지 점치긴 아직 어렵다.

그러나 가계부채가 1천조원을 바라보는 상황에서 자산가격 하락은 안팎의 경기 하강과 맞물려 미증유의 디플레 늪으로 밀어 넣을 수 있다는 공포가 퍼지고 있다.

18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16일 경제전망 수정치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종전 전망보다 0.1%포인트 낮은 3.5%로, 내년엔 종전보다 0.2%포인트 깎은 3.9%로 각각 내다봤다.

2010년 5.3%에서 지난해 3.9%로 급락하고서 3년째 3%대에 머물 것이란 관측이다.

유로지역은 0.3% 역성장할 것으로 봤다.

선진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2.7%에서 올해 2.0%, 내년 1.6%로 전망됐다.

우리나라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을 3.7%(작년 12월), 3.5%(지난 4월)에 이어 이달 들어 3.0%로 각각 내렸다. IMF도 4.4%(작년 9월), 3.3%(지난 1월)에 이어 지난달 3.25%로 내려 잡았다.

1분기 국내총생산은 전기보다 0.9% 늘었지만 2분기엔 그보다 못 미칠 전망이다.

유로존 위기로 교역이 위축되고 민간소비나 투자도 부진한 탓이다.

IMF는 올해 세계 교역량 증가율이 3.8%로 2010년(12.8%)과 2011년(5.9%)에 비해 크게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나라의 상반기 수출액은 2천752억달러로 0.6% 증가에 그쳤다. 지난달에는 2009년 10월 이후 2년8개월 만에 처음으로 원자재, 자본재, 소비재 수입이 동반 감소했다. 국내 투자 위축과 내수 침체 등 수요 부진이 깊어진 탓이다.

세계적 수요 부진으로 제품 가격이 하락하고 국내 자산시장도 가라앉고 있다.

올해 들어 코스피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연중 고점인 4월3일(2,049.28) 1천178조1천384억원이었으나 지난 17일(1,821.96)에는 1천50조9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석 달 사이에 130조원가량 증발한 것이다.

골프장 회원권 가격도 고점 대비 3분의 1토막 난 곳이 나타났다.

주택시장도 얼어붙었다. 지난달 전국의 아파트 거래량은 모두 3만7천69건으로 작년 6월보다 32.9%나 감소했다. 전체 주택 거래량도 29.3% 줄었다. 거래량 감소로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실거래가도 크게 하락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수도권 주택은 지난달까지 전월 대비로 8개월째 내리막을 탔다. 하락 국면이 예상되는데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올 리 없다.

2008년 미국의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금융위기가 닥치자 글로벌 재정 공조로 막대한 유동성을 푼 것이 유로존 재정 위기를 몰고 왔다. 그 여파로 경기 하강과 수요 부진, 자산가격 하락을 가져온 셈이다.

정부는 아직 디플레가 아니라고 판단하면서도 가계 부채와 주택시장을 주목한다. 가계부채가 급증한 상황에서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충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3월 말 가계신용 잔액은 911조4천억원이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1분기 677조2천억원에서 34.6%(234조원)나 불었다. 5월 말 국내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2006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0.85%까지 올라 5개월째 상승했다.

오정근 고려대 교수는 "부채 디플레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부동산 가격 하락이 원인"이라며 "정부가 발표한 기존 대책으로는 디플레 공포를 막기 역부족인 만큼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고 취득세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디플레는 진입하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전제하면서도 "부채가 묶여 있는 자산의 가격이 하락하면 담보부채를 청산하지 못해 소비여력이 줄고 가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걱정할 단계가 아니지만 경기가 하강 국면인 점을 고려해 중소기업과 서민 등 취약계층을 위한 금융지원을 추진하고, 중소기업에는 대출심사 면책제도 등 올해 상반기에 발표한 종합 지원방안을 차질 없이 실행하기로 했다.

인위적인 부양책은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 다만 하반기에 8조5천억원의 재정 투자를 보강하기로 한데 이어 규제 완화와 제도 개선 중심으로 작지만 실효성 있는 이른바 '스몰볼' 정책을 다음달 내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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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2-07-18 16:07:29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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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레이션 우려가 한국경제에도 커지고 있다. 재정위기 장기화에 따른 유럽발 부채 디플레 조짐의 영향권에 우리도 들 수 있다는 점에서다. 물가까지 마이너스로 추락하는 원론적인 디플레까지 점치긴 아직 어렵다. 그러나 가계부채가 1천조원을 바라보는 상황에서 자산가격 하락은 안팎의 경기 하강과 맞물려 미증유의 디플레 늪으로 밀어 넣을 수 있다는 공포가 퍼지고 있다. 18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16일 경제전망 수정치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종전 전망보다 0.1%포인트 낮은 3.5%로, 내년엔 종전보다 0.2%포인트 깎은 3.9%로 각각 내다봤다. 2010년 5.3%에서 지난해 3.9%로 급락하고서 3년째 3%대에 머물 것이란 관측이다. 유로지역은 0.3% 역성장할 것으로 봤다. 선진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2.7%에서 올해 2.0%, 내년 1.6%로 전망됐다. 우리나라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을 3.7%(작년 12월), 3.5%(지난 4월)에 이어 이달 들어 3.0%로 각각 내렸다. IMF도 4.4%(작년 9월), 3.3%(지난 1월)에 이어 지난달 3.25%로 내려 잡았다. 1분기 국내총생산은 전기보다 0.9% 늘었지만 2분기엔 그보다 못 미칠 전망이다. 유로존 위기로 교역이 위축되고 민간소비나 투자도 부진한 탓이다. IMF는 올해 세계 교역량 증가율이 3.8%로 2010년(12.8%)과 2011년(5.9%)에 비해 크게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나라의 상반기 수출액은 2천752억달러로 0.6% 증가에 그쳤다. 지난달에는 2009년 10월 이후 2년8개월 만에 처음으로 원자재, 자본재, 소비재 수입이 동반 감소했다. 국내 투자 위축과 내수 침체 등 수요 부진이 깊어진 탓이다. 세계적 수요 부진으로 제품 가격이 하락하고 국내 자산시장도 가라앉고 있다. 올해 들어 코스피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연중 고점인 4월3일(2,049.28) 1천178조1천384억원이었으나 지난 17일(1,821.96)에는 1천50조9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석 달 사이에 130조원가량 증발한 것이다. 골프장 회원권 가격도 고점 대비 3분의 1토막 난 곳이 나타났다. 주택시장도 얼어붙었다. 지난달 전국의 아파트 거래량은 모두 3만7천69건으로 작년 6월보다 32.9%나 감소했다. 전체 주택 거래량도 29.3% 줄었다. 거래량 감소로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실거래가도 크게 하락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수도권 주택은 지난달까지 전월 대비로 8개월째 내리막을 탔다. 하락 국면이 예상되는데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올 리 없다. 2008년 미국의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금융위기가 닥치자 글로벌 재정 공조로 막대한 유동성을 푼 것이 유로존 재정 위기를 몰고 왔다. 그 여파로 경기 하강과 수요 부진, 자산가격 하락을 가져온 셈이다. 정부는 아직 디플레가 아니라고 판단하면서도 가계 부채와 주택시장을 주목한다. 가계부채가 급증한 상황에서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충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3월 말 가계신용 잔액은 911조4천억원이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1분기 677조2천억원에서 34.6%(234조원)나 불었다. 5월 말 국내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2006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0.85%까지 올라 5개월째 상승했다. 오정근 고려대 교수는 "부채 디플레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부동산 가격 하락이 원인"이라며 "정부가 발표한 기존 대책으로는 디플레 공포를 막기 역부족인 만큼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고 취득세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디플레는 진입하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전제하면서도 "부채가 묶여 있는 자산의 가격이 하락하면 담보부채를 청산하지 못해 소비여력이 줄고 가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걱정할 단계가 아니지만 경기가 하강 국면인 점을 고려해 중소기업과 서민 등 취약계층을 위한 금융지원을 추진하고, 중소기업에는 대출심사 면책제도 등 올해 상반기에 발표한 종합 지원방안을 차질 없이 실행하기로 했다. 인위적인 부양책은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 다만 하반기에 8조5천억원의 재정 투자를 보강하기로 한데 이어 규제 완화와 제도 개선 중심으로 작지만 실효성 있는 이른바 '스몰볼' 정책을 다음달 내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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