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장기 저성장 늪에 빠지나?

입력 2012.07.18 (06:49) 수정 2012.07.18 (16:0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에도 `D(디플레이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정부와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최근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자 디플레이션 우려가 확산하는 것이다.

물가가 내려가고 있음에도 내수와 투자 부진 등으로 경제 활동이 급격히 위축돼 일본식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불안도 생기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성장 동력이 약해지는 상황에서 세계 수출시장마저 부진한 만큼 한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 기조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가 안정에도 소비ㆍ투자 부진…디플레 예고

국내외 주요 경제전망 기관들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낮추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4월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8%에서 3.3%로 낮췄다. 이후 한국개발연구원(3.8%→3.6%), 현대경제연구원(4.0%→3.5%), LG경제연구원(3.6%→3.0%) 등도 앞다퉈 전망치를 하향조정했다.

지난달 기획재정부가 전망치를 3.3%로 0.3%포인트 낮췄고 지난 주말에는 한국은행도 3.0%로 0.5%포인트 내렸다.

국내외 연구기관에 이어 정부와 중앙은행마저 성장률 전망치를 큰 폭으로 낮추자 한국에도 디플레이션 공포가 닥치는 게 아니냐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최근 물가 하락세에도 내수와 투자가 부진한 점도 디플레이션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일반적으로 물가가 떨어지면 소비가 늘어나고 생산과 투자도 활기를 띠지만 지금은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가계부채 부담 등이 커진 탓에 총체적인 수요가 감소하자 물가가 내렸음에도 소비와 투자가 둔화해 디플레이션 징후를 보인 것이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2%로 3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넉 달째 2%대에서 안정됐다.

생산자물가와 수입물가도 석 달 연속으로 하락해 물가 불안 우려를 낮춰줬다. 기재부와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인 2.8%와 2.7%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물가 하락에도 소비가 회복되지 않아 지난달 대형마트 매출액은 작년 동기보다 7.4% 하락, 1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상황에 대한 소비자 심리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6월 한은 소비자심리지수(CSI)는 5개월 만에 하락으로 반전했다. 물가를 제외하고 모든 부문에서 일제히 악화했다.

지난 5월 설비투자도 전월 대비 0.8%, 작년 동월 대비 1.5% 감소해 다섯 달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은 "올해 동아시아를 포함해 전반적인 경제 여건이 나빠져 수요가 상당히 부족한 상황이다"며 "디플레이션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저출산ㆍ수출 둔화…장기 저성장 우려도

유로존 재정위기의 불똥이 미국, 중국 등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국으로 튀는 점도 부담이다.

1분기 중국의 성장률은 7.6%로 거의 3년 만에 8% 아래로 떨어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미국과 유로존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0%와 -0.3%로 제시, 지난 4월 전망 때보다 0.1%포인트씩 낮췄다.

세계 최대의 채권기금을 운용하는 핌코(PIMCO)의 빌 그로스는 미국 경제가 향후 10년 동안 연간 평균 1.5%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요 수출국의 성장세가 둔화하면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 침체의 골은 더욱 깊어진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의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한국의 성장률도 0.4%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저출산 고령화 현상으로 성장 동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수출마저 꺾이면 일본식 장기 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상반기 한국의 무역수지 흑자는 107억4천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급감했다.

이마저도 껍데기에 불과한 실정이다. 1~5월 자동차 부문 무역흑자가 266억달러에 달하고 홍콩을 포함한 대(對) 중국 무역흑자는 316억달러에 달하는 등 일부 품목과 일부 수출시장에 편중돼 있기 때문이다.

노무라는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7%에서 2.5%로 내리고 내년 전망치도 3.0%로 1.0%포인트나 낮췄다. 세계 경제 회복 지연과 부채 과다로 인한 내수 부진 등으로 저성장이 지속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JP모건과 UBS도 올해 한국 경제가 2%대 성장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담보 자산 가격의 하락으로 부채를 청산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발생하면 가계가 망하고 소비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며 "저물가, 저성장으로 갈 수 있으므로 자산 안정화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한국도 장기 저성장 늪에 빠지나?
    • 입력 2012-07-18 06:49:15
    • 수정2012-07-18 16:07:29
    연합뉴스
한국에도 `D(디플레이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정부와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최근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자 디플레이션 우려가 확산하는 것이다. 물가가 내려가고 있음에도 내수와 투자 부진 등으로 경제 활동이 급격히 위축돼 일본식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불안도 생기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성장 동력이 약해지는 상황에서 세계 수출시장마저 부진한 만큼 한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 기조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가 안정에도 소비ㆍ투자 부진…디플레 예고 국내외 주요 경제전망 기관들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낮추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4월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8%에서 3.3%로 낮췄다. 이후 한국개발연구원(3.8%→3.6%), 현대경제연구원(4.0%→3.5%), LG경제연구원(3.6%→3.0%) 등도 앞다퉈 전망치를 하향조정했다. 지난달 기획재정부가 전망치를 3.3%로 0.3%포인트 낮췄고 지난 주말에는 한국은행도 3.0%로 0.5%포인트 내렸다. 국내외 연구기관에 이어 정부와 중앙은행마저 성장률 전망치를 큰 폭으로 낮추자 한국에도 디플레이션 공포가 닥치는 게 아니냐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최근 물가 하락세에도 내수와 투자가 부진한 점도 디플레이션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일반적으로 물가가 떨어지면 소비가 늘어나고 생산과 투자도 활기를 띠지만 지금은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가계부채 부담 등이 커진 탓에 총체적인 수요가 감소하자 물가가 내렸음에도 소비와 투자가 둔화해 디플레이션 징후를 보인 것이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2%로 3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넉 달째 2%대에서 안정됐다. 생산자물가와 수입물가도 석 달 연속으로 하락해 물가 불안 우려를 낮춰줬다. 기재부와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인 2.8%와 2.7%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물가 하락에도 소비가 회복되지 않아 지난달 대형마트 매출액은 작년 동기보다 7.4% 하락, 1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상황에 대한 소비자 심리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6월 한은 소비자심리지수(CSI)는 5개월 만에 하락으로 반전했다. 물가를 제외하고 모든 부문에서 일제히 악화했다. 지난 5월 설비투자도 전월 대비 0.8%, 작년 동월 대비 1.5% 감소해 다섯 달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은 "올해 동아시아를 포함해 전반적인 경제 여건이 나빠져 수요가 상당히 부족한 상황이다"며 "디플레이션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저출산ㆍ수출 둔화…장기 저성장 우려도 유로존 재정위기의 불똥이 미국, 중국 등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국으로 튀는 점도 부담이다. 1분기 중국의 성장률은 7.6%로 거의 3년 만에 8% 아래로 떨어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미국과 유로존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0%와 -0.3%로 제시, 지난 4월 전망 때보다 0.1%포인트씩 낮췄다. 세계 최대의 채권기금을 운용하는 핌코(PIMCO)의 빌 그로스는 미국 경제가 향후 10년 동안 연간 평균 1.5%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요 수출국의 성장세가 둔화하면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 침체의 골은 더욱 깊어진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의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한국의 성장률도 0.4%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저출산 고령화 현상으로 성장 동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수출마저 꺾이면 일본식 장기 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상반기 한국의 무역수지 흑자는 107억4천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급감했다. 이마저도 껍데기에 불과한 실정이다. 1~5월 자동차 부문 무역흑자가 266억달러에 달하고 홍콩을 포함한 대(對) 중국 무역흑자는 316억달러에 달하는 등 일부 품목과 일부 수출시장에 편중돼 있기 때문이다. 노무라는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7%에서 2.5%로 내리고 내년 전망치도 3.0%로 1.0%포인트나 낮췄다. 세계 경제 회복 지연과 부채 과다로 인한 내수 부진 등으로 저성장이 지속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JP모건과 UBS도 올해 한국 경제가 2%대 성장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담보 자산 가격의 하락으로 부채를 청산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발생하면 가계가 망하고 소비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며 "저물가, 저성장으로 갈 수 있으므로 자산 안정화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