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훈 “‘도둑들’ 한국판 ‘오션스일레븐’ 아냐”

입력 2012.07.18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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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질보다 캐릭터에 집중한 이야기"



’스타 감독’, ’흥행 보증 수표’. 최동훈 감독 앞에 붙는 수식어들이다.



한국의 상업영화 감독 중 봉준호 감독과 함께 가장 높은 대중적 인지도가 있는 감독.

 

’범죄의 재구성’(2004년. 213만명 동원)으로 충무로에 혜성같이 등장해 ’타짜’(2006년. 685만명)로 대박을 터뜨린 데 이어 ’전우치’(2009년.614만 명)로 흥행 기록을 이어갔다.



그런 최동훈 감독이 김윤석, 김혜수, 전지현, 이정재와 ’도둑들’이란 영화를 찍는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이 "한국판 ’오션스 일레븐’이 나오는 것이냐"는 반응을 보였다.



카지노를 터는 도둑들의 이야기나 톱스타들을 우르르 기용했다는 점 등에서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 ’오션스 일레븐’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도둑들’ 개봉을 앞두고 18일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만난 최 감독은 "’도둑들’은 ’오션스 일레븐’과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그 영화처럼 찍는 건 재미가 없죠. 장르영화는 계속 거듭되는 것이지만, 반복을 피해가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체 영화에서 보면 범죄영화는 하위 장르고 도둑을 소재로 한 영화는 더 하위 장르예요. 별로 많이 만들어지는 영화는 아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나 설정 같은 건 있겠죠. 하지만, 얼마나 다르게 방향을 선회하느냐의 문제가 핵심인 것 같습니다. ’오션스 일레븐’과 비슷해서 재밌다고 하는 건 바라지 않았죠. 또 우리 영화에서 중요한 건 도둑질 자체보다는 (인물간) 관계의 문제를 풀어가는 거였어요."



감독은 도둑들의 작전을 치밀하게 보여주기보다 인물들의 캐릭터가 매력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작전으로 따지자면, 실제 카지노는 99%가 권총강도한테 털려요. 뭔가를 훔치는 과정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좀 다르게 가고 싶었어요. 사실 ’도둑들’에서 카지노를 턴다는 행위는 일종의 미끼 같은 거예요. 중요한 건 그 후에 펼쳐지는 것이죠. 시나리오 쓸 때부터 영화 초반은 캐릭터에 집중하고 후반은 관계의 문제로 푼다고 구상했습니다."



그는 부지런한 감독이다. ’전우치’가 영화관에서 내려오고 불과 3개월 뒤인 2010년 5월에 ’도둑들’의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그 해 3월에 홍콩영화제에 갈 기회가 있었는데, 문득 ’여기서 영화를 찍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마카오도 갔는데, ’도둑들’에 나오는 성당 장면을 찍은 그 성당 앞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며 시나리오를 구상했죠. 어떤 남자가 한국과 중국의 도둑들을 불러서 ’나랑 같이 일을 합시다’라고 제안하는데, 이 남자가 ’안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여자가 온다는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이 주인공으로 김윤석 씨와 김혜수 씨를 생각하면서 이야기를 발전시켰고 한 명씩 다른 캐릭터가 생겨나면서 머릿속에서 각각의 배우를 캐스팅했죠."



그렇게 모인 배우들의 면면은 결국 한국영화 사상 가장 화려하다고도 할 수 있는 조합이 됐다.



"사람들 반응은 "전지현과 이정재?" 이런 거였어요. 최동훈 영화에는 잘 안 어울리는 것처럼 느꼈나 봐요. 그런데 저는 그런 의외성이 좋아요. ’타짜’ 때도 "조승우와 김혜수? 영화 망했구만" 그런 반응이 많았거든요. 언뜻 부조화 같지만 영화 안에서 조화를 이뤄가는 걸 목격할 때가 즐겁죠."



영화는 범죄를 소재로 한 장르영화라 하기에는 로맨스의 비중이 크다.



’마카오 박’(김윤석)과 ’팹시’(김혜수)의 애증, ’뽀빠이(이정재)의 짝사랑에 ’예니콜’(전지현)’과 ’잠파노’(김수현)의 풋풋한 로맨스, 첸(런더화.任達華)과 ’씹던껌’(김해숙)의 중후한 멜로까지.



"원래 멜로영화나 로맨틱코미디물을 되게 좋아하고 삶의 위안을 받고 싶을 때 그런 영화들을 봐요. 그래서 이전에도 계속 그런 걸 하려고 했는데, 잘 안된거죠. 그래서 이번엔 마음먹고 해봤죠. 사실 로맨스보다 더 중요한 건 도둑들의 외로움 같은 거예요. 사람이기 때문에 외로운 거죠. ’첸’ 같은 사람은 나이 든 도둑인데, 아마 존재적 한계에 부딪힌 부분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런 걸 표현하고 싶었고, 모두들 물욕이 있지만 어떤 도둑들은 그 욕심의 허무함을 느껴서 사람의 마음을 훔치려고 한다는 것, 그런 여러 가지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의 이런 의도가 가장 잘 드러나는 장면 중 하나는 중국배우 런더화의 총격전이다.



강렬한 총격전에 슬픈 멜로의 정서가 결합한 이 장면에서 홍콩 누아르 영화를 떠올릴 법도 하다.



그러나 최 감독은 이 장면이 홍콩영화에 대한 오마주는 아니라고 했다.



"고등학교 때 홍콩영화를 정말 많이 봤어요. 런더화는 악역을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조니토 감독의 영화에서는 되게 멋진 캐릭터로 나왔죠. 아직 현역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기 때문에 더 멋지기도 하고요. 운 좋게 우리 영화랑 스케줄이 맞아서 냉큼 같이 하게 됐죠. 그런데 아무래도 런더화가 총격 신을 하니까 ’홍콩영화에 대한 오마주 아니냐’는 얘기를 하는 분이 있는데, 그건 아니에요. 사실 중요했던 건 첸이 총 쏘는 게 아니라 ’씹던껌’이 무서워하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어요. 하지만, 결국 관객들이 홍콩영화를 떠올린다면 어쩔 수 없겠죠. 어쨌든 저도 그 장면이 좋습니다."



그에게 ’좋은 영화’란 어떤 영화일까.



"두 번 봐도 느낌이 조금씩 달라지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영화를 계속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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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동훈 “‘도둑들’ 한국판 ‘오션스일레븐’ 아냐”
    • 입력 2012-07-18 19:41:03
    연합뉴스
"도둑질보다 캐릭터에 집중한 이야기"

’스타 감독’, ’흥행 보증 수표’. 최동훈 감독 앞에 붙는 수식어들이다.

한국의 상업영화 감독 중 봉준호 감독과 함께 가장 높은 대중적 인지도가 있는 감독.
 
’범죄의 재구성’(2004년. 213만명 동원)으로 충무로에 혜성같이 등장해 ’타짜’(2006년. 685만명)로 대박을 터뜨린 데 이어 ’전우치’(2009년.614만 명)로 흥행 기록을 이어갔다.

그런 최동훈 감독이 김윤석, 김혜수, 전지현, 이정재와 ’도둑들’이란 영화를 찍는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이 "한국판 ’오션스 일레븐’이 나오는 것이냐"는 반응을 보였다.

카지노를 터는 도둑들의 이야기나 톱스타들을 우르르 기용했다는 점 등에서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 ’오션스 일레븐’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도둑들’ 개봉을 앞두고 18일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만난 최 감독은 "’도둑들’은 ’오션스 일레븐’과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그 영화처럼 찍는 건 재미가 없죠. 장르영화는 계속 거듭되는 것이지만, 반복을 피해가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체 영화에서 보면 범죄영화는 하위 장르고 도둑을 소재로 한 영화는 더 하위 장르예요. 별로 많이 만들어지는 영화는 아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나 설정 같은 건 있겠죠. 하지만, 얼마나 다르게 방향을 선회하느냐의 문제가 핵심인 것 같습니다. ’오션스 일레븐’과 비슷해서 재밌다고 하는 건 바라지 않았죠. 또 우리 영화에서 중요한 건 도둑질 자체보다는 (인물간) 관계의 문제를 풀어가는 거였어요."

감독은 도둑들의 작전을 치밀하게 보여주기보다 인물들의 캐릭터가 매력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작전으로 따지자면, 실제 카지노는 99%가 권총강도한테 털려요. 뭔가를 훔치는 과정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좀 다르게 가고 싶었어요. 사실 ’도둑들’에서 카지노를 턴다는 행위는 일종의 미끼 같은 거예요. 중요한 건 그 후에 펼쳐지는 것이죠. 시나리오 쓸 때부터 영화 초반은 캐릭터에 집중하고 후반은 관계의 문제로 푼다고 구상했습니다."

그는 부지런한 감독이다. ’전우치’가 영화관에서 내려오고 불과 3개월 뒤인 2010년 5월에 ’도둑들’의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그 해 3월에 홍콩영화제에 갈 기회가 있었는데, 문득 ’여기서 영화를 찍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마카오도 갔는데, ’도둑들’에 나오는 성당 장면을 찍은 그 성당 앞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며 시나리오를 구상했죠. 어떤 남자가 한국과 중국의 도둑들을 불러서 ’나랑 같이 일을 합시다’라고 제안하는데, 이 남자가 ’안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여자가 온다는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이 주인공으로 김윤석 씨와 김혜수 씨를 생각하면서 이야기를 발전시켰고 한 명씩 다른 캐릭터가 생겨나면서 머릿속에서 각각의 배우를 캐스팅했죠."

그렇게 모인 배우들의 면면은 결국 한국영화 사상 가장 화려하다고도 할 수 있는 조합이 됐다.

"사람들 반응은 "전지현과 이정재?" 이런 거였어요. 최동훈 영화에는 잘 안 어울리는 것처럼 느꼈나 봐요. 그런데 저는 그런 의외성이 좋아요. ’타짜’ 때도 "조승우와 김혜수? 영화 망했구만" 그런 반응이 많았거든요. 언뜻 부조화 같지만 영화 안에서 조화를 이뤄가는 걸 목격할 때가 즐겁죠."

영화는 범죄를 소재로 한 장르영화라 하기에는 로맨스의 비중이 크다.

’마카오 박’(김윤석)과 ’팹시’(김혜수)의 애증, ’뽀빠이(이정재)의 짝사랑에 ’예니콜’(전지현)’과 ’잠파노’(김수현)의 풋풋한 로맨스, 첸(런더화.任達華)과 ’씹던껌’(김해숙)의 중후한 멜로까지.

"원래 멜로영화나 로맨틱코미디물을 되게 좋아하고 삶의 위안을 받고 싶을 때 그런 영화들을 봐요. 그래서 이전에도 계속 그런 걸 하려고 했는데, 잘 안된거죠. 그래서 이번엔 마음먹고 해봤죠. 사실 로맨스보다 더 중요한 건 도둑들의 외로움 같은 거예요. 사람이기 때문에 외로운 거죠. ’첸’ 같은 사람은 나이 든 도둑인데, 아마 존재적 한계에 부딪힌 부분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런 걸 표현하고 싶었고, 모두들 물욕이 있지만 어떤 도둑들은 그 욕심의 허무함을 느껴서 사람의 마음을 훔치려고 한다는 것, 그런 여러 가지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의 이런 의도가 가장 잘 드러나는 장면 중 하나는 중국배우 런더화의 총격전이다.

강렬한 총격전에 슬픈 멜로의 정서가 결합한 이 장면에서 홍콩 누아르 영화를 떠올릴 법도 하다.

그러나 최 감독은 이 장면이 홍콩영화에 대한 오마주는 아니라고 했다.

"고등학교 때 홍콩영화를 정말 많이 봤어요. 런더화는 악역을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조니토 감독의 영화에서는 되게 멋진 캐릭터로 나왔죠. 아직 현역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기 때문에 더 멋지기도 하고요. 운 좋게 우리 영화랑 스케줄이 맞아서 냉큼 같이 하게 됐죠. 그런데 아무래도 런더화가 총격 신을 하니까 ’홍콩영화에 대한 오마주 아니냐’는 얘기를 하는 분이 있는데, 그건 아니에요. 사실 중요했던 건 첸이 총 쏘는 게 아니라 ’씹던껌’이 무서워하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어요. 하지만, 결국 관객들이 홍콩영화를 떠올린다면 어쩔 수 없겠죠. 어쨌든 저도 그 장면이 좋습니다."

그에게 ’좋은 영화’란 어떤 영화일까.

"두 번 봐도 느낌이 조금씩 달라지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영화를 계속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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