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과 기획사가 키운 ‘티아라 사태’

입력 2012.08.02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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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기획사 앞 시위도 계획



걸그룹 티아라 멤버 화영(19)의 퇴출과 관련한 파장이 4일째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기획사인 코어콘텐츠미디어가 화영의 퇴출을 발표한 날은 런던올림픽 관련 이슈가 즐비했음에도 티아라 관련 단어가 인터넷 검색어 순위 10위 중 8개를 차지했고 많이 읽은 기사도 모두 관련 보도였다.



인터넷상에는 ’티아라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이하 티진요)’란 카페 등 관련 웹사이트가 개설돼 2일까지도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각종 포털사이트에는 관련 기사로 넘쳐나고 있다.



가요 관계자들은 이같은 과도한 반응에 당황스럽다는 분위기다.



한 음반기획사 대표는 "그룹의 한 멤버를 방출했는데 파장이 커 무서울 정도"라며 "네티즌이 집단적으로 진실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연예지들이 그 의혹을 기사화하고 기획사가 각종 보도자료로 기사를 반박하면서 사태가 커졌다"고 입을 모았다.



◇네티즌, 집단 의혹..화영과 동일 심리 작용 = 네티즌의 움직임은 즉각적이고 집단적이었다.



인터넷 커뮤니티 ’티진요’가 개설돼 화영이 멤버들에게 ’왕따’를 당한 증거라며 각종 사진과 영상을 올리자 33만여 명(2일 오후)의 회원이 가입했다.



또 다음 아고라에서는 ’티아라 해체 서명운동’ ’티아라 일본 아레나 투어 개최 반대 서명’ ’티아라 해체 반대 & 티진요 폐지’ 등 각종 청원이 잇따랐다.



티아라의 측근을 사칭한 글도 등장했다.



티아라의 백댄서, 연습생을 사칭하며 티아라에 대한 허위 글을 온라인에 유포하자 기획사는 법적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급기야 지난 1일 ’오늘의 유머’ 등의 사이트에는 ’4일 오후 5시 논현동 코어콘텐츠미디어 앞에서 시위합니다’란 공지가 떴다. 공지에 따르면 이번 시위는 아이돌 그룹 내 왕따 문제가 발생한 것을 지적하고 ’따돌림을 방지하자’는 취지다. 2일 관할서인 강남경찰서에 확인 결과 왕따 문화를 척결하는 모임인 ’사회정의실현(가칭)’이 집회 신고를 마쳤다.



전문가들은 네티즌이 화영을 옹호하며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동일시를 통한 공감대 형성 탓이라고 분석했다.



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하지현 교수는 "사람들은 각자 따돌림 혹은 소외되거나 환대받지 못한 경험을 갖고 있다"며 "화영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심리를 통해 그의 잘잘못을 떠나 희생양이고 억울한 피해자라고 여겨 공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지순 전문의는 "티아라를 공격하는 행위는 자신의 내재한 공격성을 표출하는 행위일 수 있다"며 "또 사회에 대한 불신 탓에 이번 사건의 진실은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는 의식도 생겨난 것 같다. 진실을 요구하면서 정의를 실현하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은 욕구도 반영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기획사, ’눈가리고 아웅식’ 해명 화 키워 = 그러나 사태의 확산을 네티즌의 탓으로만 돌리기 어렵다.



타블로의 학력 의혹 사건 때는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란 카페를 중심으로 네티즌의 자가 발전이 문제됐지만 이번 사건은 기획사의 ’눈가리고 아웅 식’ 대응이 화를 키웠다는 게 중론이다.



소속사는 ’중대 발표’라고 예고한 화영의 전속 계약 해지 보도자료에서 ’왕따설과 불화설은 사실무근’이라면서도 화영의 퇴출 원인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같은 날 후속 자료에서는 화영이 지난달 27일 KBS 2TV ’뮤직뱅크’에서 생방송 출연을 어기는 돌발 행동을 했다며 ’화영 책임론’만 들고 나와 네티즌을 들끓게 만들었다.



또 소속사는 각종 인터넷 연예지가 네티즌의 의혹을 기사화하자 하루에도 여러 개의 반박 자료를 내며 대응해 이슈를 키웠다.



한 음반기획사 이사는 "며칠째 기획사는 명확한 해명 없이 반박만 되풀이 했다"며 "쌍방 과실일 텐데 네티즌은 왕따 당한 학생만 퇴학시킨 것으로 인식하니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로인해 네티즌은 기획사의 대표에게도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하지현 교수는 "그룹 자체를 브랜드화하고 멤버 교체를 하는 건 요즘 기획사들의 일반적인 전략이지만 네티즌은 대표가 ’노노 갈등’을 통해 이득을 보는 고용주의 전형적인 심리를 보여줬다고 여기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티아라·화영 모두 피해자..팬들과 소통해야 = 티아라 사건은 여느 그룹들의 멤버 교체처럼 기획사의 일반적인 전략으로 인식될 수 있었다.



그러나 화영의 퇴출 발표 며칠 전, 멤버들이 트위터에서 ’의지의 차이’ 운운하며 화영을 비난하는 듯한 글을 올려 ’왕따설’이 불거졌기에 납득할 만한 사유가 필요했다.



그럼에도 기획사는 ’티아라를 보좌하는 스태프의 볼멘소리를 수렴해 내린 결정’이라는 해명에 그쳤고 여론은 ’왕따 문제’ ’과열 경쟁에 내몰린 아이돌 인권 문제’ 등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결국 그 여파는 티아라와 화영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었다.



티아라는 신보 ’데이 바이 데이(DAY BY DAY)’ 활동을 조기에 마무리했고 오는 11일 예정된 국내 첫 단독 공연도 연내로 연기했다.



또 티아라를 모델로 기용한 업체에 소비자들의 항의 전화가 잇따르자 업체들은 재계약을 하지 않거나 광고 사진을 교체했다. 경찰청 전의경 홈페이지 첫 화면에 내걸렸던 티아라 은정의 사진도 에프엑스 크리스탈로 바뀌었다.



가요 관계자들은 "네티즌의 집단 의혹 제기도 과도하고, 소속사의 대처도 미숙하다"며 "요즘은 대부분의 기획사가 온·오프라인에서 팬으로 대변되는 대중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대다. 티아라가 이 난국을 타개하려면 원활한 소통 시스템부터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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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티즌과 기획사가 키운 ‘티아라 사태’
    • 입력 2012-08-02 20:39:33
    연합뉴스
네티즌, 기획사 앞 시위도 계획

걸그룹 티아라 멤버 화영(19)의 퇴출과 관련한 파장이 4일째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기획사인 코어콘텐츠미디어가 화영의 퇴출을 발표한 날은 런던올림픽 관련 이슈가 즐비했음에도 티아라 관련 단어가 인터넷 검색어 순위 10위 중 8개를 차지했고 많이 읽은 기사도 모두 관련 보도였다.

인터넷상에는 ’티아라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이하 티진요)’란 카페 등 관련 웹사이트가 개설돼 2일까지도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각종 포털사이트에는 관련 기사로 넘쳐나고 있다.

가요 관계자들은 이같은 과도한 반응에 당황스럽다는 분위기다.

한 음반기획사 대표는 "그룹의 한 멤버를 방출했는데 파장이 커 무서울 정도"라며 "네티즌이 집단적으로 진실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연예지들이 그 의혹을 기사화하고 기획사가 각종 보도자료로 기사를 반박하면서 사태가 커졌다"고 입을 모았다.

◇네티즌, 집단 의혹..화영과 동일 심리 작용 = 네티즌의 움직임은 즉각적이고 집단적이었다.

인터넷 커뮤니티 ’티진요’가 개설돼 화영이 멤버들에게 ’왕따’를 당한 증거라며 각종 사진과 영상을 올리자 33만여 명(2일 오후)의 회원이 가입했다.

또 다음 아고라에서는 ’티아라 해체 서명운동’ ’티아라 일본 아레나 투어 개최 반대 서명’ ’티아라 해체 반대 & 티진요 폐지’ 등 각종 청원이 잇따랐다.

티아라의 측근을 사칭한 글도 등장했다.

티아라의 백댄서, 연습생을 사칭하며 티아라에 대한 허위 글을 온라인에 유포하자 기획사는 법적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급기야 지난 1일 ’오늘의 유머’ 등의 사이트에는 ’4일 오후 5시 논현동 코어콘텐츠미디어 앞에서 시위합니다’란 공지가 떴다. 공지에 따르면 이번 시위는 아이돌 그룹 내 왕따 문제가 발생한 것을 지적하고 ’따돌림을 방지하자’는 취지다. 2일 관할서인 강남경찰서에 확인 결과 왕따 문화를 척결하는 모임인 ’사회정의실현(가칭)’이 집회 신고를 마쳤다.

전문가들은 네티즌이 화영을 옹호하며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동일시를 통한 공감대 형성 탓이라고 분석했다.

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하지현 교수는 "사람들은 각자 따돌림 혹은 소외되거나 환대받지 못한 경험을 갖고 있다"며 "화영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심리를 통해 그의 잘잘못을 떠나 희생양이고 억울한 피해자라고 여겨 공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지순 전문의는 "티아라를 공격하는 행위는 자신의 내재한 공격성을 표출하는 행위일 수 있다"며 "또 사회에 대한 불신 탓에 이번 사건의 진실은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는 의식도 생겨난 것 같다. 진실을 요구하면서 정의를 실현하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은 욕구도 반영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기획사, ’눈가리고 아웅식’ 해명 화 키워 = 그러나 사태의 확산을 네티즌의 탓으로만 돌리기 어렵다.

타블로의 학력 의혹 사건 때는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란 카페를 중심으로 네티즌의 자가 발전이 문제됐지만 이번 사건은 기획사의 ’눈가리고 아웅 식’ 대응이 화를 키웠다는 게 중론이다.

소속사는 ’중대 발표’라고 예고한 화영의 전속 계약 해지 보도자료에서 ’왕따설과 불화설은 사실무근’이라면서도 화영의 퇴출 원인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같은 날 후속 자료에서는 화영이 지난달 27일 KBS 2TV ’뮤직뱅크’에서 생방송 출연을 어기는 돌발 행동을 했다며 ’화영 책임론’만 들고 나와 네티즌을 들끓게 만들었다.

또 소속사는 각종 인터넷 연예지가 네티즌의 의혹을 기사화하자 하루에도 여러 개의 반박 자료를 내며 대응해 이슈를 키웠다.

한 음반기획사 이사는 "며칠째 기획사는 명확한 해명 없이 반박만 되풀이 했다"며 "쌍방 과실일 텐데 네티즌은 왕따 당한 학생만 퇴학시킨 것으로 인식하니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로인해 네티즌은 기획사의 대표에게도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하지현 교수는 "그룹 자체를 브랜드화하고 멤버 교체를 하는 건 요즘 기획사들의 일반적인 전략이지만 네티즌은 대표가 ’노노 갈등’을 통해 이득을 보는 고용주의 전형적인 심리를 보여줬다고 여기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티아라·화영 모두 피해자..팬들과 소통해야 = 티아라 사건은 여느 그룹들의 멤버 교체처럼 기획사의 일반적인 전략으로 인식될 수 있었다.

그러나 화영의 퇴출 발표 며칠 전, 멤버들이 트위터에서 ’의지의 차이’ 운운하며 화영을 비난하는 듯한 글을 올려 ’왕따설’이 불거졌기에 납득할 만한 사유가 필요했다.

그럼에도 기획사는 ’티아라를 보좌하는 스태프의 볼멘소리를 수렴해 내린 결정’이라는 해명에 그쳤고 여론은 ’왕따 문제’ ’과열 경쟁에 내몰린 아이돌 인권 문제’ 등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결국 그 여파는 티아라와 화영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었다.

티아라는 신보 ’데이 바이 데이(DAY BY DAY)’ 활동을 조기에 마무리했고 오는 11일 예정된 국내 첫 단독 공연도 연내로 연기했다.

또 티아라를 모델로 기용한 업체에 소비자들의 항의 전화가 잇따르자 업체들은 재계약을 하지 않거나 광고 사진을 교체했다. 경찰청 전의경 홈페이지 첫 화면에 내걸렸던 티아라 은정의 사진도 에프엑스 크리스탈로 바뀌었다.

가요 관계자들은 "네티즌의 집단 의혹 제기도 과도하고, 소속사의 대처도 미숙하다"며 "요즘은 대부분의 기획사가 온·오프라인에서 팬으로 대변되는 대중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대다. 티아라가 이 난국을 타개하려면 원활한 소통 시스템부터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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