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위기 수위 급상승…한국경제 ‘초긴장’

입력 2012.08.05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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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위기감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하반기에 유럽 위기국가들이 발행한 채권의 만기가 몰려 있지만 뾰족한 대응책이 나오고 있지 않다.

유럽 국가들의 신용등급은 향후 2∼3분기 안에 일제히 하강하고 미국, 영국, 일본의 신용등급도 2∼3년안에 추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유럽의 위기는 곧바로 한국경제에 타격을 준다.

유럽의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면 한국 금융시장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극심한 시장의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

더욱이 유럽과 미국 등의 불황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기업들에 타격을 주면서 한계기업들의 줄도산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 "유로존 하반기 위험하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10월 만기가 돌아오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규모는 모두 832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8월 만기 도래 물량인 493억원보다 70% 가량 많은 금액이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의 만기 도래 물량은 11월에는 375억 달러로 일시적으로 감소했다가 12월 750억원으로 다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기 도래 물량은 많은데 국채 금리가 급등해 상환에 어려움이 따를 경우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부도 위험도 그만큼 커진다. 10월이 오기 전에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금리를 안정시킬 필요성이 절실한 이유다.

문제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당국이 아직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일(현지시간)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는 기준금리를 0.75%로 동결하기만 하고 어떤 경기부양책도 내놓지 않았다.

ECB가 국채매입 프로그램(SMP)이나 3차 장기대출 프로그램(LTRO)에 나설 것으로 봤던 시장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결과였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지난달 26일 "위임받은 권한 내에서 유로를 지키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할 준비가 돼 있다. 나를 믿어달라. 조치는 충분할 것"이라고 발언한 이후 시장에서는 ECB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가 한껏 고조됐다.

이런 기대를 반영해 드라기 총재의 발언 이후 ECB 회의가 열릴 때까지 유럽 증시 주요 주가지수는 일제히 급등했다.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일까지 프랑스 CAC 지수는 7.8% 급등했다. 독일 DAX 지수도 5.4% 올랐다. 스페인 IBEX 지수와 이탈리아 MIB 지수는 각각 11.9%, 13.3%나 상승했다.

그러나 ECB 회의가 초라한 결과를 내놓자 유럽 증시 주가지수는 투자자들의 실망으로 줄줄이 급락했다. 스페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위험 수위인 7%대를 다시 오르내렸다.

◇ "유럽 10개국 곧 신용등급 강등"

스페인과 이탈리아 문제는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 전체의 문제로 번지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씨티그룹(Citigroup)은 유럽 주요 10개국의 신용등급이 조만간 강등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랑스와 독일은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주변국 재정위기 악화에 따른 재정지원 부담이 가속화되고 은행 자본 확충 비용도 크게 늘어나 이는 국가신용등급 강등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씨티그룹은 지적했다.

씨티그룹이 구체적으로 강등을 거론한 국가는 무려 유로존 10개 국가에 달한다. 오스트리아, 벨기에, 프랑스, 독일, 그리스, 아일랜드, 이탈리아, 네덜란드, 포르투갈 등이 이에 해당한다.

아울러 씨티그룹은 경기둔화와 재정적자 문제로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영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하고 향후 2~3년 내에 영국은 'AAA' 등급을 상실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미국과 일본의 국가신용등급도 추가로 강등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씨티그룹은 내다봤다.

씨티그룹은 당장 신용등급 강등이 현실화되기 보다는 유럽 재정 문제가 산재해 있는 상황에서 선진국도 신용등급 강등에서 안전하지 못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 달 ECB회의에 쏠리는 기대

시장의 눈은 다음 달 초 열리는 ECB 통화정책회의에 집중되고 있다.

초점은 국채매입과 장기대출 프로그램과 같은 부양책이 다음 회의에서는 채택될 수 있을지 여부다.

ECB가 국채매입 프로그램을 가동한 작년 11월 이탈리아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7%대에서 5%대로 급락해 정책 효과를 입증했다. 올해 2월 장기대출 프로그램이 시행됐을 때도 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와 관련해 드라기 총재가 이번 회의에서 각국 정부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이나 유로안정화기구(ESM)를 채권 시장에서 활용하는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 점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ECB가 선제적으로 나서기보다는 EFSF나 ESM의 시장 개입을 조건으로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독일의 완고한 입장이 얼마나 완화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동양증권 조병현 연구원은 "EFSF와 ESM의 운용에서 독일의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논의 진행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증시 불안정이 불가피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증권 김지은 연구원은 "EFSF나 ESM의 국채 매입 길이 열리더라도 지금과 같이 가용자금이 제한된 상황에서는 스페인ㆍ이탈리아 국채 금리를 안정시키기에는 부족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대응책이 마련되기까지는 시장 변동성이 높은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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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위기 수위 급상승…한국경제 ‘초긴장’
    • 입력 2012-08-05 07:50:58
    연합뉴스
유럽 위기감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하반기에 유럽 위기국가들이 발행한 채권의 만기가 몰려 있지만 뾰족한 대응책이 나오고 있지 않다. 유럽 국가들의 신용등급은 향후 2∼3분기 안에 일제히 하강하고 미국, 영국, 일본의 신용등급도 2∼3년안에 추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유럽의 위기는 곧바로 한국경제에 타격을 준다. 유럽의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면 한국 금융시장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극심한 시장의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 더욱이 유럽과 미국 등의 불황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기업들에 타격을 주면서 한계기업들의 줄도산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 "유로존 하반기 위험하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10월 만기가 돌아오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규모는 모두 832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8월 만기 도래 물량인 493억원보다 70% 가량 많은 금액이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의 만기 도래 물량은 11월에는 375억 달러로 일시적으로 감소했다가 12월 750억원으로 다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기 도래 물량은 많은데 국채 금리가 급등해 상환에 어려움이 따를 경우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부도 위험도 그만큼 커진다. 10월이 오기 전에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금리를 안정시킬 필요성이 절실한 이유다. 문제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당국이 아직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일(현지시간)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는 기준금리를 0.75%로 동결하기만 하고 어떤 경기부양책도 내놓지 않았다. ECB가 국채매입 프로그램(SMP)이나 3차 장기대출 프로그램(LTRO)에 나설 것으로 봤던 시장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결과였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지난달 26일 "위임받은 권한 내에서 유로를 지키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할 준비가 돼 있다. 나를 믿어달라. 조치는 충분할 것"이라고 발언한 이후 시장에서는 ECB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가 한껏 고조됐다. 이런 기대를 반영해 드라기 총재의 발언 이후 ECB 회의가 열릴 때까지 유럽 증시 주요 주가지수는 일제히 급등했다.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일까지 프랑스 CAC 지수는 7.8% 급등했다. 독일 DAX 지수도 5.4% 올랐다. 스페인 IBEX 지수와 이탈리아 MIB 지수는 각각 11.9%, 13.3%나 상승했다. 그러나 ECB 회의가 초라한 결과를 내놓자 유럽 증시 주가지수는 투자자들의 실망으로 줄줄이 급락했다. 스페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위험 수위인 7%대를 다시 오르내렸다. ◇ "유럽 10개국 곧 신용등급 강등" 스페인과 이탈리아 문제는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 전체의 문제로 번지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씨티그룹(Citigroup)은 유럽 주요 10개국의 신용등급이 조만간 강등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랑스와 독일은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주변국 재정위기 악화에 따른 재정지원 부담이 가속화되고 은행 자본 확충 비용도 크게 늘어나 이는 국가신용등급 강등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씨티그룹은 지적했다. 씨티그룹이 구체적으로 강등을 거론한 국가는 무려 유로존 10개 국가에 달한다. 오스트리아, 벨기에, 프랑스, 독일, 그리스, 아일랜드, 이탈리아, 네덜란드, 포르투갈 등이 이에 해당한다. 아울러 씨티그룹은 경기둔화와 재정적자 문제로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영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하고 향후 2~3년 내에 영국은 'AAA' 등급을 상실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미국과 일본의 국가신용등급도 추가로 강등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씨티그룹은 내다봤다. 씨티그룹은 당장 신용등급 강등이 현실화되기 보다는 유럽 재정 문제가 산재해 있는 상황에서 선진국도 신용등급 강등에서 안전하지 못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 달 ECB회의에 쏠리는 기대 시장의 눈은 다음 달 초 열리는 ECB 통화정책회의에 집중되고 있다. 초점은 국채매입과 장기대출 프로그램과 같은 부양책이 다음 회의에서는 채택될 수 있을지 여부다. ECB가 국채매입 프로그램을 가동한 작년 11월 이탈리아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7%대에서 5%대로 급락해 정책 효과를 입증했다. 올해 2월 장기대출 프로그램이 시행됐을 때도 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와 관련해 드라기 총재가 이번 회의에서 각국 정부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이나 유로안정화기구(ESM)를 채권 시장에서 활용하는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 점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ECB가 선제적으로 나서기보다는 EFSF나 ESM의 시장 개입을 조건으로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독일의 완고한 입장이 얼마나 완화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동양증권 조병현 연구원은 "EFSF와 ESM의 운용에서 독일의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논의 진행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증시 불안정이 불가피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증권 김지은 연구원은 "EFSF나 ESM의 국채 매입 길이 열리더라도 지금과 같이 가용자금이 제한된 상황에서는 스페인ㆍ이탈리아 국채 금리를 안정시키기에는 부족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대응책이 마련되기까지는 시장 변동성이 높은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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