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간 노골드’ 복싱, 이유있는 좌절

입력 2012.08.13 (01:13) 수정 2012.08.13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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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런던올림픽 복싱은 12일 오후(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엑셀 런던에서 열린 남자 복싱 슈퍼헤비급(+91㎏) 결승전을 마지막으로 열전을 마무리했다.



남자부 10개 체급을 비롯해 런던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여자부 3개 체급 등 총 13개의 금메달도 주인을 찾아갔다.



국가별로는 개최국 영국이 남자부에서 2개(밴텀급·슈퍼헤비급), 여자부에서 1개(플라이급) 등 총 3개의 금메달을 가져가며 역대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쿠바가 남자부에서 2개(플라이급·라이트웰터급)의 금메달을 따내며 명가 재건의 불씨를 살렸고, 우크라이나가 남자부 금메달 2개(헤비급·라이트급)를 챙겼다.



전통의 강호 러시아가 남자부에서 1개(라이트헤비급), 카자흐스탄도 남자부 1개(웰터급)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중국과 일본은 아시아 복싱의 자존심을 세웠다.



중국의 쩌우스밍은 라이트플라이급(49㎏) 결승전에서 캐오 퐁프라윤(태국)을 13-10 판정으로 꺾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에 이어 2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일본의 무라타 료타는 미들급(75㎏) 결승전에서 에스퀴바 팔카오 플로렌티노를 14-13 판정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일본이 1964년 도쿄올림픽에 복싱 선수를 처음 내보낸 이후 48년 만에 따낸 올림픽 복싱 금메달이다.



중국과 일본이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씩을 챙긴 반면 아시아에서 전통의 강호로 군림해온 한국은 24년째 ‘노골드’에 그쳤다.



한국 복싱은 이번 올림픽 남자 복싱 10체급 중 고작 2체급에 선수를 출전시켰다. 여자부에는 아예 선수를 내보내지도 못했다.



한국 복싱은 라이트플라이급 세계 랭킹 1위 신종훈(23·인천시청)이 첫 경기인 16강전에서 탈락하면서 일이 꼬였다.



라이트급의 한순철(28·서울시청)이 뜻밖에 선전하면서 결승까지 진출했지만, 금메달 문턱에서 무릎을 꿇고 말았다.



결국 한국은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이승배 현 복싱 대표팀 감독이 은메달을 차지한 이후 16년 만에 은메달을 따낸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12체급 전 종목 금메달 석권과 1988년 서울올림픽 김광선(플라이급)과 박시헌(라이트미들급)의 금 사냥을 기억하는 이들에겐 안타까운 일이지만 한국은 더는 금메달 후보가 아니다.



1992년 바르셀로나와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선 각각 동메달과 은메달로 체면치레했지만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선 ‘노메달’ 수모를 겪었다.



2004년 아테네에서 동메달 2개를 땄고 2008년 베이징에선 동메달 1개에 그쳤다.



런던올림픽에서도 1948년 첫 올림픽 참가 이후 역대 최소 인원인 2명밖에 출전 선수를 배출하지 못할 정도로 침체에 허덕이고 있다.



야구와 축구 등 프로 스포츠가 출범하고 전반적인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스포츠 유망주들이 ‘힘들고 배고픈’ 복싱을 외면한 결과다.



2000년대 들어서는 종합격투기가 큰 인기를 끌면서 선수들의 이탈이 가속화했다.



여기에다 대한아마추어복싱연맹의 파행 운영도 아마추어 복싱의 쇠락을 재촉했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대한아마추어복싱연맹은 국제아마추어복싱연맹(AIBA)으로부터 회원 자격을 박탈당한 상태다.



대한복싱연맹이 지난 4월 안상수 전 회장의 사퇴 이후 신임 회장을 선출하는 대신 김영기 권한대행(연맹 부회장)을 정식 회장으로 추대한 것에 대해 AIBA가 절차에 어긋난다며 문제로 삼은 것이다.



한순철은 시상식 이후 "연맹 회장이 계속 바뀌니까 무척 혼란스럽다"면서 "든든한 분이 회장으로 있으면 안정감도 생기고 지원도 많아질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복싱연맹은 연말까지 신임 회장을 뽑는다는 계획을 하고 있어 한국 아마추어 복싱은 연말까지는 AIBA가 종목 운영을 책임지는 국제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



새로운 선수를 발굴하고 체계적으로 지원해 올림픽 유망주를 키워내도 모자랄 판에 연맹이 선수들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복싱연맹이 하루라도 빨리 회장 공석 상태를 수습하고 중국과 일본처럼 장기적인 계획을 통해 유망주들을 집중적으로 육성한다면 올림픽 금메달은 다음 대회에서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한순철은 "한국 선수들은 기술은 뛰어나지만, 큰 대회에 나가면 너무 긴장해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많은 국제대회 경험을 통해 이런 단점만 보완한다면 땀의 대가는 반드시 돌아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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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4년간 노골드’ 복싱, 이유있는 좌절
    • 입력 2012-08-13 01:13:09
    • 수정2012-08-13 01:16:15
    연합뉴스
 2012년 런던올림픽 복싱은 12일 오후(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엑셀 런던에서 열린 남자 복싱 슈퍼헤비급(+91㎏) 결승전을 마지막으로 열전을 마무리했다.

남자부 10개 체급을 비롯해 런던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여자부 3개 체급 등 총 13개의 금메달도 주인을 찾아갔다.

국가별로는 개최국 영국이 남자부에서 2개(밴텀급·슈퍼헤비급), 여자부에서 1개(플라이급) 등 총 3개의 금메달을 가져가며 역대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쿠바가 남자부에서 2개(플라이급·라이트웰터급)의 금메달을 따내며 명가 재건의 불씨를 살렸고, 우크라이나가 남자부 금메달 2개(헤비급·라이트급)를 챙겼다.

전통의 강호 러시아가 남자부에서 1개(라이트헤비급), 카자흐스탄도 남자부 1개(웰터급)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중국과 일본은 아시아 복싱의 자존심을 세웠다.

중국의 쩌우스밍은 라이트플라이급(49㎏) 결승전에서 캐오 퐁프라윤(태국)을 13-10 판정으로 꺾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에 이어 2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일본의 무라타 료타는 미들급(75㎏) 결승전에서 에스퀴바 팔카오 플로렌티노를 14-13 판정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일본이 1964년 도쿄올림픽에 복싱 선수를 처음 내보낸 이후 48년 만에 따낸 올림픽 복싱 금메달이다.

중국과 일본이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씩을 챙긴 반면 아시아에서 전통의 강호로 군림해온 한국은 24년째 ‘노골드’에 그쳤다.

한국 복싱은 이번 올림픽 남자 복싱 10체급 중 고작 2체급에 선수를 출전시켰다. 여자부에는 아예 선수를 내보내지도 못했다.

한국 복싱은 라이트플라이급 세계 랭킹 1위 신종훈(23·인천시청)이 첫 경기인 16강전에서 탈락하면서 일이 꼬였다.

라이트급의 한순철(28·서울시청)이 뜻밖에 선전하면서 결승까지 진출했지만, 금메달 문턱에서 무릎을 꿇고 말았다.

결국 한국은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이승배 현 복싱 대표팀 감독이 은메달을 차지한 이후 16년 만에 은메달을 따낸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12체급 전 종목 금메달 석권과 1988년 서울올림픽 김광선(플라이급)과 박시헌(라이트미들급)의 금 사냥을 기억하는 이들에겐 안타까운 일이지만 한국은 더는 금메달 후보가 아니다.

1992년 바르셀로나와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선 각각 동메달과 은메달로 체면치레했지만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선 ‘노메달’ 수모를 겪었다.

2004년 아테네에서 동메달 2개를 땄고 2008년 베이징에선 동메달 1개에 그쳤다.

런던올림픽에서도 1948년 첫 올림픽 참가 이후 역대 최소 인원인 2명밖에 출전 선수를 배출하지 못할 정도로 침체에 허덕이고 있다.

야구와 축구 등 프로 스포츠가 출범하고 전반적인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스포츠 유망주들이 ‘힘들고 배고픈’ 복싱을 외면한 결과다.

2000년대 들어서는 종합격투기가 큰 인기를 끌면서 선수들의 이탈이 가속화했다.

여기에다 대한아마추어복싱연맹의 파행 운영도 아마추어 복싱의 쇠락을 재촉했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대한아마추어복싱연맹은 국제아마추어복싱연맹(AIBA)으로부터 회원 자격을 박탈당한 상태다.

대한복싱연맹이 지난 4월 안상수 전 회장의 사퇴 이후 신임 회장을 선출하는 대신 김영기 권한대행(연맹 부회장)을 정식 회장으로 추대한 것에 대해 AIBA가 절차에 어긋난다며 문제로 삼은 것이다.

한순철은 시상식 이후 "연맹 회장이 계속 바뀌니까 무척 혼란스럽다"면서 "든든한 분이 회장으로 있으면 안정감도 생기고 지원도 많아질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복싱연맹은 연말까지 신임 회장을 뽑는다는 계획을 하고 있어 한국 아마추어 복싱은 연말까지는 AIBA가 종목 운영을 책임지는 국제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

새로운 선수를 발굴하고 체계적으로 지원해 올림픽 유망주를 키워내도 모자랄 판에 연맹이 선수들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복싱연맹이 하루라도 빨리 회장 공석 상태를 수습하고 중국과 일본처럼 장기적인 계획을 통해 유망주들을 집중적으로 육성한다면 올림픽 금메달은 다음 대회에서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한순철은 "한국 선수들은 기술은 뛰어나지만, 큰 대회에 나가면 너무 긴장해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많은 국제대회 경험을 통해 이런 단점만 보완한다면 땀의 대가는 반드시 돌아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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