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충전] ‘행복 레시피’ 남자! 요리에 빠지다

입력 2012.08.16 (09:06) 수정 2012.08.1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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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한 때는 남자가 어디 부엌에 발을 들이냐던 시절도 있었지만 요즘은 요리하는 남자들 정말 많아졌죠.

간단한 요리를 넘어서 아예 학원에서 제대로 요리를 배워보려는 남성들이 늘고 있는데요.

정아연 기자, 오히려 남자가 여자보다 요리하기 유리한 점도 많다고요?

<리포트>

부엌에 서서 음식 만드는 게 보통일 아니잖아 체력도 그렇고, 화장품이나 체온 변화에서 좀 더 자유롭다는 점을 들기도 하는데요.

요즘 젊은 사람들은 맞벌이 때문에 집안일을 나누면서, 중년 남성들은 노후를 행복하게 보내려고 요리를 시작한다고 합니다.

이제는 요리도 남자의 자격 중 하나라는, 앞치마 두른 아버지들의 이야기, 들어봤습니다.

서울의 한 호텔 주방입니다.

재료를 썰고 볶고, 장식하는 섬세한 손놀림의 주인공은 대부분 남자들!

여자 요리사는 찾아보기 힘든데요.

<인터뷰> 전득표(호텔 셰프) : "불이라든가 칼이라든가 기름 같은 위험 요소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요."

<인터뷰> 박창우(호텔 셰프) : "(남자 셰프들이) 화장이라든가 이런 면에서 좀 자유로울 수 있고 머리도 짧아서 여자들보다 남자들이 요리하는 데 수월하지 않나 싶습니다."

요리하는 남자들!

요즘은 요리학원에서도 흔해진 풍경이죠?

이 분은 앞치마가 처음인가본데요~

<녹취> "아내가 없을 때 해먹게 배우고 오라고"

<인터뷰> 강경호(아빠 요리 교실 수강생) : "한 달 내내 얻어먹잖아요, 돈 번다는 핑계로요. 최소한 우리 가족의 평화를 위해서 한 번쯤은 식사를 대접해야겠고 생각했어요."

30대부터 60대까지, 요리를 배우러 이유도 다양한데요~

<녹취> "아버님들 몸보신 하라고 오늘은 맛있는 한방 삼계탕을 만들어 볼게요."

예전에는 10명 중 한 두 명이던 남자수강생이 최근엔 절반 이상으로 늘었다고 합니다~

<녹취> "(생닭이) 징그러워요."

닭 손질하랴, 설명 들으랴 정신없습니다~

요리란 게 생각만큼 쉽진 않은데요.

<녹취> "(닭이) 왜 이렇게 안 들어가."

<인터뷰> 나종석(아빠 요리 교실 수강생) : "실제로 해 보니까 생각보다 어렵네요, 고생스럽고 땀도 많이 나고요."

드디어 아빠표 삼계탕이 완성.

기념으로 사진도 찍고요.

맛이 어떨지 궁금할 텐데 식기도 전에 통에 담기 바쁩니다.

<녹취> "집에 가져가려고요."

<녹취> "왜요?"

<녹취> "집에서 기다리거든요. 집사람하고 애들이 삼계탕 가져오기만 기다리고 있어요.“

차분하게 뒷정리중인 아버님도 있고요.

<인터뷰> 임택(아빠 요리 교실 수강생) :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요리해서 아내와 딸에게 줍니다. 딸한테 도시락 반찬도 싸 주고요."

도시락 반찬을 싸준다고요~?

그래서 이 분 집 따라가봤습니다.

아침식사를 준비 중이신데요.

작년 은퇴 이후 여행작가일을 준비하면서 요리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는데요.

<인터뷰> 최영순(아내) : "요리를 시켜서 하면 안 하지만 자기가 좋아하니까요.우리는 맛있게 먹어주고 칭찬해줘요."

웬만한 밑반찬은 혼자서도 척척 만듭니다.

아내대신 직접 해보니 어떠세요?

<녹취> "전에는 밥 가져오라고 하고 짜다고 싱겁다고 그런 말만 했는데 직접 해보니까 그렇게 하면 안 되겠다 (생각되더라고요.)"

장도 보고, 음식을 만들면서 아내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는데요.

된장찌개에 감자,연근조림, 계란말이, 샐러드까지.

남편이, 또 아빠가 준비한 아침식사.

그 맛이 궁금한데요.

<인터뷰> 임채린(딸) : "감자조림이 제일 맛있어요, 저번에도 한 번 만들었는데 좀 달았거든요."

그런데 오늘은 많이 안 달고 괜찮은 것 같아요.

직장인 딸을 위해 도시락까지 손수 챙길 정도로 요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합니다.

<인터뷰> 최영순(아내 ) : "이야기를 더 자주 해요. 만들면서도 얘기하고. 먹으면서도 오늘은 어땠다 이런 얘기도 하고요. 잔정이 더 생겼어요, 요리하면서요."

<인터뷰> 임택(요리하는 남편) : "나이가 들어갈수록 남자들이 가정에서 존재감이 상실돼요. 평소에는 제가 작은 비중을 차지하다가 음식 만드는 날은 완전히 꽉 찬 비중을 차지하는 거죠. 그런 면에서도 굉장히 즐겁고요. "

드라마 주인공의 실제 모델로 유명한 분이죠.

현재 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로 활동 중인 서희태 씨인데요~

지휘만큼 자신있는 게 바로 요리라는데요.

유학 시절 직접 해먹던 버릇이 이젠 취미생활이 됐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건 직접 키운 루꼴라에요. 정말 향이 좋고 맛있어요. "

지금은 레스토랑 주방장 못지않은 실력이라는데요.

요리에 대한 철학도 남다릅니다.

<인터뷰> "요리라는 게 과거에는 정말 꼭 먹고 살기 위해서 하는 거였다면 지금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매개체인 것 같아요."

요리가, 멋있는 삶을 즐기는 또 다른 활력소가 된 건데요.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들을 위한 특별 메뉴.

김치잡채, 두부 샐러드.

부추 소고기 등심 구이까지.

한국과 이태리 요리로 맛을 낸 식탁이 차려졌습니다.

남자는 부엌에도 못 들어가게 하던 세대,주변 생각은 생각할까요?

<인터뷰> 이재만(변호사) : "요새 젊은 사람들은 같이 요리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서로 도와주는 걸 보면 참 시절이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은 들어요."

<인터뷰> 곽경택(영화감독) : "일단 외모가 멋있잖아요. 그런 분이 셰프 복장 비슷하게 입고 있으니까요.
저는 영화 하는 사람이니까 그런 모습이 굉장히 멋있었어요."

대화 하고 즐기는 장소로 식탁만한 게 없다는데요.

그래서 더 요리에 빠지게 된다고요

<녹취> "과거에 우리 어른들의 모습은 집에 모여서 얘기를 하고 했었지만 요즘은 다 밖에서 하잖아요. 집에 초청하고 집에서 같이 음식을 하고 요리를 나누면 또 그게 정성이 있는 것 같아 보여서 이게 정말 행복이라고 저는 생각이 되요."

요리를 통해 만들어가는 행복레시피!

당장 주방에 서기 망설여진다는 아버님들, 일단 앞치마부터 한번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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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충전] ‘행복 레시피’ 남자! 요리에 빠지다
    • 입력 2012-08-16 09:06:53
    • 수정2012-08-16 11:3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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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한 때는 남자가 어디 부엌에 발을 들이냐던 시절도 있었지만 요즘은 요리하는 남자들 정말 많아졌죠. 간단한 요리를 넘어서 아예 학원에서 제대로 요리를 배워보려는 남성들이 늘고 있는데요. 정아연 기자, 오히려 남자가 여자보다 요리하기 유리한 점도 많다고요? <리포트> 부엌에 서서 음식 만드는 게 보통일 아니잖아 체력도 그렇고, 화장품이나 체온 변화에서 좀 더 자유롭다는 점을 들기도 하는데요. 요즘 젊은 사람들은 맞벌이 때문에 집안일을 나누면서, 중년 남성들은 노후를 행복하게 보내려고 요리를 시작한다고 합니다. 이제는 요리도 남자의 자격 중 하나라는, 앞치마 두른 아버지들의 이야기, 들어봤습니다. 서울의 한 호텔 주방입니다. 재료를 썰고 볶고, 장식하는 섬세한 손놀림의 주인공은 대부분 남자들! 여자 요리사는 찾아보기 힘든데요. <인터뷰> 전득표(호텔 셰프) : "불이라든가 칼이라든가 기름 같은 위험 요소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요." <인터뷰> 박창우(호텔 셰프) : "(남자 셰프들이) 화장이라든가 이런 면에서 좀 자유로울 수 있고 머리도 짧아서 여자들보다 남자들이 요리하는 데 수월하지 않나 싶습니다." 요리하는 남자들! 요즘은 요리학원에서도 흔해진 풍경이죠? 이 분은 앞치마가 처음인가본데요~ <녹취> "아내가 없을 때 해먹게 배우고 오라고" <인터뷰> 강경호(아빠 요리 교실 수강생) : "한 달 내내 얻어먹잖아요, 돈 번다는 핑계로요. 최소한 우리 가족의 평화를 위해서 한 번쯤은 식사를 대접해야겠고 생각했어요." 30대부터 60대까지, 요리를 배우러 이유도 다양한데요~ <녹취> "아버님들 몸보신 하라고 오늘은 맛있는 한방 삼계탕을 만들어 볼게요." 예전에는 10명 중 한 두 명이던 남자수강생이 최근엔 절반 이상으로 늘었다고 합니다~ <녹취> "(생닭이) 징그러워요." 닭 손질하랴, 설명 들으랴 정신없습니다~ 요리란 게 생각만큼 쉽진 않은데요. <녹취> "(닭이) 왜 이렇게 안 들어가." <인터뷰> 나종석(아빠 요리 교실 수강생) : "실제로 해 보니까 생각보다 어렵네요, 고생스럽고 땀도 많이 나고요." 드디어 아빠표 삼계탕이 완성. 기념으로 사진도 찍고요. 맛이 어떨지 궁금할 텐데 식기도 전에 통에 담기 바쁩니다. <녹취> "집에 가져가려고요." <녹취> "왜요?" <녹취> "집에서 기다리거든요. 집사람하고 애들이 삼계탕 가져오기만 기다리고 있어요.“ 차분하게 뒷정리중인 아버님도 있고요. <인터뷰> 임택(아빠 요리 교실 수강생) :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요리해서 아내와 딸에게 줍니다. 딸한테 도시락 반찬도 싸 주고요." 도시락 반찬을 싸준다고요~? 그래서 이 분 집 따라가봤습니다. 아침식사를 준비 중이신데요. 작년 은퇴 이후 여행작가일을 준비하면서 요리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는데요. <인터뷰> 최영순(아내) : "요리를 시켜서 하면 안 하지만 자기가 좋아하니까요.우리는 맛있게 먹어주고 칭찬해줘요." 웬만한 밑반찬은 혼자서도 척척 만듭니다. 아내대신 직접 해보니 어떠세요? <녹취> "전에는 밥 가져오라고 하고 짜다고 싱겁다고 그런 말만 했는데 직접 해보니까 그렇게 하면 안 되겠다 (생각되더라고요.)" 장도 보고, 음식을 만들면서 아내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는데요. 된장찌개에 감자,연근조림, 계란말이, 샐러드까지. 남편이, 또 아빠가 준비한 아침식사. 그 맛이 궁금한데요. <인터뷰> 임채린(딸) : "감자조림이 제일 맛있어요, 저번에도 한 번 만들었는데 좀 달았거든요." 그런데 오늘은 많이 안 달고 괜찮은 것 같아요. 직장인 딸을 위해 도시락까지 손수 챙길 정도로 요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합니다. <인터뷰> 최영순(아내 ) : "이야기를 더 자주 해요. 만들면서도 얘기하고. 먹으면서도 오늘은 어땠다 이런 얘기도 하고요. 잔정이 더 생겼어요, 요리하면서요." <인터뷰> 임택(요리하는 남편) : "나이가 들어갈수록 남자들이 가정에서 존재감이 상실돼요. 평소에는 제가 작은 비중을 차지하다가 음식 만드는 날은 완전히 꽉 찬 비중을 차지하는 거죠. 그런 면에서도 굉장히 즐겁고요. " 드라마 주인공의 실제 모델로 유명한 분이죠. 현재 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로 활동 중인 서희태 씨인데요~ 지휘만큼 자신있는 게 바로 요리라는데요. 유학 시절 직접 해먹던 버릇이 이젠 취미생활이 됐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건 직접 키운 루꼴라에요. 정말 향이 좋고 맛있어요. " 지금은 레스토랑 주방장 못지않은 실력이라는데요. 요리에 대한 철학도 남다릅니다. <인터뷰> "요리라는 게 과거에는 정말 꼭 먹고 살기 위해서 하는 거였다면 지금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매개체인 것 같아요." 요리가, 멋있는 삶을 즐기는 또 다른 활력소가 된 건데요.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들을 위한 특별 메뉴. 김치잡채, 두부 샐러드. 부추 소고기 등심 구이까지. 한국과 이태리 요리로 맛을 낸 식탁이 차려졌습니다. 남자는 부엌에도 못 들어가게 하던 세대,주변 생각은 생각할까요? <인터뷰> 이재만(변호사) : "요새 젊은 사람들은 같이 요리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서로 도와주는 걸 보면 참 시절이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은 들어요." <인터뷰> 곽경택(영화감독) : "일단 외모가 멋있잖아요. 그런 분이 셰프 복장 비슷하게 입고 있으니까요. 저는 영화 하는 사람이니까 그런 모습이 굉장히 멋있었어요." 대화 하고 즐기는 장소로 식탁만한 게 없다는데요. 그래서 더 요리에 빠지게 된다고요 <녹취> "과거에 우리 어른들의 모습은 집에 모여서 얘기를 하고 했었지만 요즘은 다 밖에서 하잖아요. 집에 초청하고 집에서 같이 음식을 하고 요리를 나누면 또 그게 정성이 있는 것 같아 보여서 이게 정말 행복이라고 저는 생각이 되요." 요리를 통해 만들어가는 행복레시피! 당장 주방에 서기 망설여진다는 아버님들, 일단 앞치마부터 한번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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