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만 앞세운 독도 보도

입력 2012.08.18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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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광복절을 닷새 앞둔 지난 10일, 이명박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독도를 전격 방문했습니다.

한일 양국은 물론, 국내 정치권에서도 현직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석을 내놓으면서 언론도 연일 관련 보도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김성주 기자와 함께 최근 언론들의 독도 보도의 문제점을 짚어보겠습니다.

<질문> 김 기자, 매년 광복절을 전후해 독도 관련 보도들이 이어지곤 했는데 이번에는 대통령의 독도 전격 방문으로 그 파장이 훨씬 큰 것 같아요. 국내 언론들의 보도는 어떤가요?

<답변>

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본 정부와 시민 단체가 여러 가지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때문에 국내 언론들도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한일 관계에 미치는 파장과 앞으로 전개 양상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지상파 방송 3사는, 일제히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첫 번째 뉴스로 보도했습니다.

<녹취> KBS 9시뉴스 12.8.10 앵커멘트 : "이명박 대통령이 오늘 독도를 전격 방문했습니다."

<녹취> MBC 9시뉴스 12.8.10 앵커멘트 :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녹취> SBS 8시뉴스 12.8.10 앵커멘트 : "정부 수립 64년 만에 첫 번째 대통령의 방문입니다."

주요 일간지들도 1면을 비롯한, 다수의 지면을 통해 대서특필했습니다.

역대 대통령이 독도와 관련해 일본 정부를 상대로 강경한 발언을 한 적은 종종 있어온 일이지만, 직접 독도를 방문한 적은 없었던 만큼 그 파장은 컸습니다.

일본 정부는 주한 대사를 일본으로 소환하는가 하면,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한일 통화스와프 중단설이 제기되는가 하면 일부 일본 각료들과 여야 국회의원 50여 명이 잇따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등 한일 관계는 급격히 냉각되고 있습니다.

<녹취> 경향 8월 15일 2면 :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한일관계가 급랭하고 있다. 한일관계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1995년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는 발언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5년 “외교전쟁” 선언 이후 가장 악화됐다."

이런 가운데 올림픽 축구 대표팀 박종우 선수의 독도 세리머니와 일본 체조선수들의 욱일승천기 형상화 유니폼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독도 문제는 양국민간의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입니다.

<녹취> 서울신문 8.13 15면 : "그의 세리머니와 관련, 일본 누리꾼들은 “정치와 스포츠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예민한 반응을 보였으며 한국 누리꾼들은 “욱일승천기를 사용한 일본은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는 거냐.”고 따졌다."

<질문> 그런데 김 기자, 독도 관련 문제가 양국의 주요 현안이긴 하지만 꽤 오래된 문제인데 한일 양국의 분위기나 대응 방식이 항상 대화보다는 감정싸움으로 흐르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그간 독도와 관련된 사건이 터질 때마다 한일 양국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대립각을 세워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 원인 중 하나로, 국민적 정서를 자극하는 언론의 보도 관행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며 일본 자민당 의원 3명이 울릉도를 방문하기 위해 김포공항에 입국했습니다.

정부는 입국 전부터, 이들의 울릉도 방문을 원천 봉쇄하겠다고 밝혔고 언론도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고 일본 의원들의 입국 시간에 맞춰 수백 명의 시민 단체들이 공항에 모였습니다.

사진을 불태우고 의원들의 관이 등장하는 등 격렬한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결국 9시간의 논쟁 끝에 자민당 의원들은 일본으로 출국했지만 한일 관계는 더욱 냉랭해졌을 뿐입니다.

결과적으로 일부 일본 우익 정치인들의 이벤트성 정치 쇼에 우리 언론이 오히려 이용당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인터뷰> 호사카 유지(세종대 독도종합연구소장) : "언론이나 기타 포퓰리즘에 빠진 여야가 오히려 불러들인 것입니다. 분석해 보면요. 그러한 내용이 나옵니다. 그러니까 국가도 그렇고 국회의원도 그렇고 언론도 그렇고 아마 독도문제만 말하면 근거 없이 국민을 감정적으로 만들거나 흥분 시키거나 그 목표는 사실상 일본이 정말 나쁜 사람들이다 바로 그런 것을 부각시키는 것 아닙니까."

이런 식의 보도 관행은 이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오랜 시간 갈등을 빚어온 일본 교과서 왜곡 문제의 경우에도 일부 우익 인사의 도발이나 망언 등, 우리나라를 자극하는 사태가 벌어질 때마다, 우리 언론은 대화를 통한 해법을 제시하기보다는 민족감정을 중시하는 보도행태를 보였습니다.

<녹취> 조선일보 12.3.28 : "일본은 한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는 억지를 부리면서도 중국이 일본의 실효적 지배 아래 있는 댜오이다오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면 도발이라고 펄쩍 뛴다.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다."

언론의 이런 보도 관행은 한일 정치권의 강경대응에 빌미가 되고 대화를 통한 이성적 문제 해결을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인터뷰> 남상구(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 "일본이 요즘은 일본 국민들의 독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니까 이 부분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든가 하는 차원에서 활용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물론 일본 우익 단체들도 마찬가지고요. 자기들이 이러한 단체라는 것을 내세우기 위해 활용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질문> 김 기자 그런데 그간의 독도 보도를 보면, 일본의 도발이 있고 나서 이를 비판하는 강경론 일색이었는데요, 이번에는 우리 언론도 정치적 성향에 따라 보도양상이 다른 것 같아요.

<답변>

그렇습니다. 지금까지의 독도 문제가 일본 정부나 정치인, 또는 우익 단체의 발언이나 행동에서 비롯됐다면, 이번에는 우리나라, 게다가 현직 대통령의 행보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국내 정치권은 크게 요동쳤습니다.

여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영토를 수호하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한 반면 야당은 임기 말 ‘깜짝쇼’로 평가절하 했습니다.

<녹취> 국민일보 8.11 : "여야는 극명한 입장차를 보였다. 새누리당 홍일표 대변인은...(중략)...“대한민국의 영토수호 의지를 보여준 의미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중략)...민주통합당 김현 대변인은...(중략) “혹여 국면 전환용 독도 방문이라면 굉장히 어려운 문제에 봉착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이후 이 대통령의 일왕 사과 요구 발언 등으로 한일 관계는 더 악화됐고 여야의 정쟁은 더 치열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보수 언론들은 대체로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영유권 강화에 힘을 실었다는 논조로 여당의 입장을 반영했습니다.

<녹취> 중앙 8.11 : "이 대통령이 왜 지금 독도를 방문해야 했느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일부 있다. 그러나 이웃 국가의 영토에 터무니없이 눈독을 들이면서 점차 더 심하게 억지를 부리는 과정이 있었음을 생각하면 동의하기 어렵다."

반면 진보 언론은 대부분 대통령의 독도 방문 목적이 최근 대통령 측근 비리 사건 등을 덮기 위한,정치적 쇼가 아니냐는 야당의 비판에 동조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녹취> 한겨레 8.11 : "친인척 비리와 실정으로 임기 말 권력누수에 빠진 이 대통령이 곤경을 탈피하는 수단으로 국민의 감정적 호응이 큰 일본 문제를 활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독도는 오랫동안 일본의 영유권 주장에 시달려온 만큼 정치, 외교, 역사적 쟁점은 물론 민족적 감정까지 얽혀 사안이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독도 문제는 한일 양국 모두에서 여론의 지지와 인기를 얻기 위한 정치적 도구로 이용될 소지가 많고 언론이 정치적 입장에 따라 이 사안을 중계 방송하듯 전하는 것은 혼란만 키운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인터뷰> 권상희(성균관대 신방과 교수) : "독도를 방문하거나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팩트 자체를 자기 정치적이거나 대권 주자들의 입장 차원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하는 것은 독도에 대한 국민적 감정이나 아니면 장기적인 독도 안보차원에서 그렇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는 것이죠."

<질문> 그동안 독도와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서 언론들이 지나치게 한일간 대립구조로만 접근했는데 이제는 정치권의 당리당략에 장단까지 맞추는 형국이군요. 김 기자, 이런 식의 보도 장기적으로 보면 독도문제 해결에도 별 도움이 안 되겠죠?

<답변>

네, 그렇습니다.

감정적이면서 논란을 키우는 이런 보도는 독도 문제를 해결하는데 오히려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전문가들이 견해입니다.

언론의 이런 보도 관행이 독도 영유권 내실화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일본은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국제사법재판소는 제소단계에서 당사국 간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응하지 않는 한 재판 자체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일본은 지난 1954년과 1962년에도 독도문제를 사법재판소 판결을 통해 해결하자고 우리 정부에 제안했지만 모두 거절당했습니다.

이번에도 우리 정부는 일본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방침입니다.

이와 관련해 많은 언론들은 일본의 이같은 행보가 우리나라가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세계일보 8.13 : "한국은 이런 일본 움직임이 우리에게 독도의 실효적 지배를 빼앗기고 있다는 초조감에서 나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들은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실효적 지배란 분쟁 없이 평화로운 상태에서의 장기간 지배를 의미하는 것으로 일본이 지속적으로 영유권 문제를 제기해온 독도는 실효적 지배로 공인받을 단계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원목(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우리가 잔뜩 거기에 시설을 설치하고 이런 게 우리의 실효적 지배를 강화한다, 대부분이 국민이 그렇게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자꾸만 그런 행위를 해야 한다. 그런데 사실은 반대거든요. 조용히 피스풀리, 평화적으로 지배하는 게 중요한 거지, 상대방의 반대를 계속 불러일으키면서 지배를 하는 것은 오히려 실효적 지배 반대가 되기 때문에... 다시 말해 독도 영유권에 대한 일본의 이의제기가 이어지는 한 우리의 실효적 지배가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해마다 되풀이되는 일본 우익 정치인들과 외교당국자들의 망언도 이를 대서 특필하는 한국 언론을 이용해 실효적 지배가 성립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전달하는 메시지라는 분석입니다.

또 이를 지나치게 반일 감정으로 보도하는 언론의 보도행태는 양국 국민 모두의 정서를 자극해 물리적 충돌 분위기를 형성하려는 일본 극우세력에 도움이 될 뿐이라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호사카 유지(세종대 독도전문연구소장) : "일본하고 대립해야 된다 싸워야 된다 이렇게 가면 답이 없습니다. 오히려 일본의 전략에 말려들어갈 수 있고 서로가 감정싸움으로 한일 관계는 망해버리는 것입니다. 일본이 노리는 것은 분쟁화이기 때문에 그 국제 분쟁화에 걸릴 수 있는 군대 보낸다 라든가 이런 것은 걸려요 확실하게 일본이 오히려 포격을 당하기 위해서 들어옵니다."

<질문> 분명히 우리 땅이긴 한데 그렇다고 해서 감정적, 대립적으로만 접근해서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는 거군요. 그렇다면 우리 언론의 독도보도 어떤 방식으로 변해야 할까요?

<답변>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독도 문제에 대한 대결적 보도와 과열보도는 문제해결에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문제인 독도 문제를 보도하지 않을 수도 없기 때문에 지금보다 훨씬 이성적이고 차분한 태도가 요구되고 있는데요,

먼저, 독도 문제를 다루는 언론은 반일 감정 일변도의 과열 보도는 지양하고 사실에 근거한 차분한 보도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또 사실을 보도할 때도 일본 우익세력들의 숨은 의도를 명확히 알리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지나친 반일 보도가 한일 정치권 더 나아가 한일 국민들의 대치로 이어지고 급기야 물리적 충돌분위기를 조장하는 것이 일본 우익세력들의 최종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일본이 국제 지도에 독도를 다께시마로 표기하도록 관련기구에 요청하는 등의 국제적인 영유권 주장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의 신속하고 단호할 대처를 요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논란의 범위를 국제사회가 아닌 한일 양국으로 좁히고 이성적 토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독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남상구(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 독도를 실제로 국제분쟁화 시키기 위해서 행동할 때는 단호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일본이 국내에서 국내 정치용으로 독도를 활용할 때는 그 목적에 따라서 냉정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히려 한국에서 어떻게 대응하는가를 염두에 두고 일본에서 행동할 때가 있습니다."

독도의 역사와 환경, 그리고 독도 영유권에 대한 국제법적 연구 등 장기적 취재가 필요한 전문 보도 영역에서 우리 언론이 과연 제 역할을 수행해 왔는지 반성해 볼 필요도 있습니다.

독도를 배타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우리나라 학자들의 힉문적 연구 성과를 국제 학계에 알리는 것도 평화로운 독도 영유권 강화에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박진영(국립환경과학원 연구관) : "연구를 통해서 다양한 미기록종과 신종이 계속 발견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발견된 학술적 중요성, 생태적 중요성을 국제학술지에 발표하고 있고요. 이런것을 통해서 간접적이지만 자연스럽게 독도가 한국의 영토라는 것을 알리고 있습니다."

외국 속담에 ‘이웃은 이사 가도 이웃 나라는 이사 가지 않는다는’말이 있습니다.

독도는 역사적, 지리적, 법적으로 당연히 우리 영토지만, 일본이 영유권 주장을 거둬들이지 않을 것도 분명해 보입니다.

물론 잊을만하면 나오는 일본 극우주의자들의 영유권 도발에 국민 모두가 화가 나는 건 당연한 일인데요,

하지만 이런 국민적 감정에 편승한 언론보도가 일본 내 일부 극우주의자들의 주장이었던 독도 영유권 논쟁을 국제사회로까지 확산시키는 건 아닌지 언론 스스로 되돌아봐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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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정’만 앞세운 독도 보도
    • 입력 2012-08-18 07: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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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광복절을 닷새 앞둔 지난 10일, 이명박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독도를 전격 방문했습니다. 한일 양국은 물론, 국내 정치권에서도 현직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석을 내놓으면서 언론도 연일 관련 보도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김성주 기자와 함께 최근 언론들의 독도 보도의 문제점을 짚어보겠습니다. <질문> 김 기자, 매년 광복절을 전후해 독도 관련 보도들이 이어지곤 했는데 이번에는 대통령의 독도 전격 방문으로 그 파장이 훨씬 큰 것 같아요. 국내 언론들의 보도는 어떤가요? <답변> 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본 정부와 시민 단체가 여러 가지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때문에 국내 언론들도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한일 관계에 미치는 파장과 앞으로 전개 양상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지상파 방송 3사는, 일제히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첫 번째 뉴스로 보도했습니다. <녹취> KBS 9시뉴스 12.8.10 앵커멘트 : "이명박 대통령이 오늘 독도를 전격 방문했습니다." <녹취> MBC 9시뉴스 12.8.10 앵커멘트 :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녹취> SBS 8시뉴스 12.8.10 앵커멘트 : "정부 수립 64년 만에 첫 번째 대통령의 방문입니다." 주요 일간지들도 1면을 비롯한, 다수의 지면을 통해 대서특필했습니다. 역대 대통령이 독도와 관련해 일본 정부를 상대로 강경한 발언을 한 적은 종종 있어온 일이지만, 직접 독도를 방문한 적은 없었던 만큼 그 파장은 컸습니다. 일본 정부는 주한 대사를 일본으로 소환하는가 하면,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한일 통화스와프 중단설이 제기되는가 하면 일부 일본 각료들과 여야 국회의원 50여 명이 잇따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등 한일 관계는 급격히 냉각되고 있습니다. <녹취> 경향 8월 15일 2면 :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한일관계가 급랭하고 있다. 한일관계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1995년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는 발언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5년 “외교전쟁” 선언 이후 가장 악화됐다." 이런 가운데 올림픽 축구 대표팀 박종우 선수의 독도 세리머니와 일본 체조선수들의 욱일승천기 형상화 유니폼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독도 문제는 양국민간의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입니다. <녹취> 서울신문 8.13 15면 : "그의 세리머니와 관련, 일본 누리꾼들은 “정치와 스포츠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예민한 반응을 보였으며 한국 누리꾼들은 “욱일승천기를 사용한 일본은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는 거냐.”고 따졌다." <질문> 그런데 김 기자, 독도 관련 문제가 양국의 주요 현안이긴 하지만 꽤 오래된 문제인데 한일 양국의 분위기나 대응 방식이 항상 대화보다는 감정싸움으로 흐르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그간 독도와 관련된 사건이 터질 때마다 한일 양국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대립각을 세워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 원인 중 하나로, 국민적 정서를 자극하는 언론의 보도 관행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며 일본 자민당 의원 3명이 울릉도를 방문하기 위해 김포공항에 입국했습니다. 정부는 입국 전부터, 이들의 울릉도 방문을 원천 봉쇄하겠다고 밝혔고 언론도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고 일본 의원들의 입국 시간에 맞춰 수백 명의 시민 단체들이 공항에 모였습니다. 사진을 불태우고 의원들의 관이 등장하는 등 격렬한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결국 9시간의 논쟁 끝에 자민당 의원들은 일본으로 출국했지만 한일 관계는 더욱 냉랭해졌을 뿐입니다. 결과적으로 일부 일본 우익 정치인들의 이벤트성 정치 쇼에 우리 언론이 오히려 이용당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인터뷰> 호사카 유지(세종대 독도종합연구소장) : "언론이나 기타 포퓰리즘에 빠진 여야가 오히려 불러들인 것입니다. 분석해 보면요. 그러한 내용이 나옵니다. 그러니까 국가도 그렇고 국회의원도 그렇고 언론도 그렇고 아마 독도문제만 말하면 근거 없이 국민을 감정적으로 만들거나 흥분 시키거나 그 목표는 사실상 일본이 정말 나쁜 사람들이다 바로 그런 것을 부각시키는 것 아닙니까." 이런 식의 보도 관행은 이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오랜 시간 갈등을 빚어온 일본 교과서 왜곡 문제의 경우에도 일부 우익 인사의 도발이나 망언 등, 우리나라를 자극하는 사태가 벌어질 때마다, 우리 언론은 대화를 통한 해법을 제시하기보다는 민족감정을 중시하는 보도행태를 보였습니다. <녹취> 조선일보 12.3.28 : "일본은 한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는 억지를 부리면서도 중국이 일본의 실효적 지배 아래 있는 댜오이다오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면 도발이라고 펄쩍 뛴다.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다." 언론의 이런 보도 관행은 한일 정치권의 강경대응에 빌미가 되고 대화를 통한 이성적 문제 해결을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인터뷰> 남상구(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 "일본이 요즘은 일본 국민들의 독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니까 이 부분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든가 하는 차원에서 활용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물론 일본 우익 단체들도 마찬가지고요. 자기들이 이러한 단체라는 것을 내세우기 위해 활용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질문> 김 기자 그런데 그간의 독도 보도를 보면, 일본의 도발이 있고 나서 이를 비판하는 강경론 일색이었는데요, 이번에는 우리 언론도 정치적 성향에 따라 보도양상이 다른 것 같아요. <답변> 그렇습니다. 지금까지의 독도 문제가 일본 정부나 정치인, 또는 우익 단체의 발언이나 행동에서 비롯됐다면, 이번에는 우리나라, 게다가 현직 대통령의 행보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국내 정치권은 크게 요동쳤습니다. 여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영토를 수호하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한 반면 야당은 임기 말 ‘깜짝쇼’로 평가절하 했습니다. <녹취> 국민일보 8.11 : "여야는 극명한 입장차를 보였다. 새누리당 홍일표 대변인은...(중략)...“대한민국의 영토수호 의지를 보여준 의미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중략)...민주통합당 김현 대변인은...(중략) “혹여 국면 전환용 독도 방문이라면 굉장히 어려운 문제에 봉착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이후 이 대통령의 일왕 사과 요구 발언 등으로 한일 관계는 더 악화됐고 여야의 정쟁은 더 치열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보수 언론들은 대체로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영유권 강화에 힘을 실었다는 논조로 여당의 입장을 반영했습니다. <녹취> 중앙 8.11 : "이 대통령이 왜 지금 독도를 방문해야 했느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일부 있다. 그러나 이웃 국가의 영토에 터무니없이 눈독을 들이면서 점차 더 심하게 억지를 부리는 과정이 있었음을 생각하면 동의하기 어렵다." 반면 진보 언론은 대부분 대통령의 독도 방문 목적이 최근 대통령 측근 비리 사건 등을 덮기 위한,정치적 쇼가 아니냐는 야당의 비판에 동조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녹취> 한겨레 8.11 : "친인척 비리와 실정으로 임기 말 권력누수에 빠진 이 대통령이 곤경을 탈피하는 수단으로 국민의 감정적 호응이 큰 일본 문제를 활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독도는 오랫동안 일본의 영유권 주장에 시달려온 만큼 정치, 외교, 역사적 쟁점은 물론 민족적 감정까지 얽혀 사안이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독도 문제는 한일 양국 모두에서 여론의 지지와 인기를 얻기 위한 정치적 도구로 이용될 소지가 많고 언론이 정치적 입장에 따라 이 사안을 중계 방송하듯 전하는 것은 혼란만 키운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인터뷰> 권상희(성균관대 신방과 교수) : "독도를 방문하거나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팩트 자체를 자기 정치적이거나 대권 주자들의 입장 차원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하는 것은 독도에 대한 국민적 감정이나 아니면 장기적인 독도 안보차원에서 그렇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는 것이죠." <질문> 그동안 독도와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서 언론들이 지나치게 한일간 대립구조로만 접근했는데 이제는 정치권의 당리당략에 장단까지 맞추는 형국이군요. 김 기자, 이런 식의 보도 장기적으로 보면 독도문제 해결에도 별 도움이 안 되겠죠? <답변> 네, 그렇습니다. 감정적이면서 논란을 키우는 이런 보도는 독도 문제를 해결하는데 오히려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전문가들이 견해입니다. 언론의 이런 보도 관행이 독도 영유권 내실화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일본은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국제사법재판소는 제소단계에서 당사국 간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응하지 않는 한 재판 자체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일본은 지난 1954년과 1962년에도 독도문제를 사법재판소 판결을 통해 해결하자고 우리 정부에 제안했지만 모두 거절당했습니다. 이번에도 우리 정부는 일본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방침입니다. 이와 관련해 많은 언론들은 일본의 이같은 행보가 우리나라가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세계일보 8.13 : "한국은 이런 일본 움직임이 우리에게 독도의 실효적 지배를 빼앗기고 있다는 초조감에서 나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들은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실효적 지배란 분쟁 없이 평화로운 상태에서의 장기간 지배를 의미하는 것으로 일본이 지속적으로 영유권 문제를 제기해온 독도는 실효적 지배로 공인받을 단계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원목(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우리가 잔뜩 거기에 시설을 설치하고 이런 게 우리의 실효적 지배를 강화한다, 대부분이 국민이 그렇게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자꾸만 그런 행위를 해야 한다. 그런데 사실은 반대거든요. 조용히 피스풀리, 평화적으로 지배하는 게 중요한 거지, 상대방의 반대를 계속 불러일으키면서 지배를 하는 것은 오히려 실효적 지배 반대가 되기 때문에... 다시 말해 독도 영유권에 대한 일본의 이의제기가 이어지는 한 우리의 실효적 지배가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해마다 되풀이되는 일본 우익 정치인들과 외교당국자들의 망언도 이를 대서 특필하는 한국 언론을 이용해 실효적 지배가 성립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전달하는 메시지라는 분석입니다. 또 이를 지나치게 반일 감정으로 보도하는 언론의 보도행태는 양국 국민 모두의 정서를 자극해 물리적 충돌 분위기를 형성하려는 일본 극우세력에 도움이 될 뿐이라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호사카 유지(세종대 독도전문연구소장) : "일본하고 대립해야 된다 싸워야 된다 이렇게 가면 답이 없습니다. 오히려 일본의 전략에 말려들어갈 수 있고 서로가 감정싸움으로 한일 관계는 망해버리는 것입니다. 일본이 노리는 것은 분쟁화이기 때문에 그 국제 분쟁화에 걸릴 수 있는 군대 보낸다 라든가 이런 것은 걸려요 확실하게 일본이 오히려 포격을 당하기 위해서 들어옵니다." <질문> 분명히 우리 땅이긴 한데 그렇다고 해서 감정적, 대립적으로만 접근해서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는 거군요. 그렇다면 우리 언론의 독도보도 어떤 방식으로 변해야 할까요? <답변>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독도 문제에 대한 대결적 보도와 과열보도는 문제해결에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문제인 독도 문제를 보도하지 않을 수도 없기 때문에 지금보다 훨씬 이성적이고 차분한 태도가 요구되고 있는데요, 먼저, 독도 문제를 다루는 언론은 반일 감정 일변도의 과열 보도는 지양하고 사실에 근거한 차분한 보도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또 사실을 보도할 때도 일본 우익세력들의 숨은 의도를 명확히 알리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지나친 반일 보도가 한일 정치권 더 나아가 한일 국민들의 대치로 이어지고 급기야 물리적 충돌분위기를 조장하는 것이 일본 우익세력들의 최종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일본이 국제 지도에 독도를 다께시마로 표기하도록 관련기구에 요청하는 등의 국제적인 영유권 주장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의 신속하고 단호할 대처를 요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논란의 범위를 국제사회가 아닌 한일 양국으로 좁히고 이성적 토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독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남상구(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 독도를 실제로 국제분쟁화 시키기 위해서 행동할 때는 단호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일본이 국내에서 국내 정치용으로 독도를 활용할 때는 그 목적에 따라서 냉정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히려 한국에서 어떻게 대응하는가를 염두에 두고 일본에서 행동할 때가 있습니다." 독도의 역사와 환경, 그리고 독도 영유권에 대한 국제법적 연구 등 장기적 취재가 필요한 전문 보도 영역에서 우리 언론이 과연 제 역할을 수행해 왔는지 반성해 볼 필요도 있습니다. 독도를 배타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우리나라 학자들의 힉문적 연구 성과를 국제 학계에 알리는 것도 평화로운 독도 영유권 강화에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박진영(국립환경과학원 연구관) : "연구를 통해서 다양한 미기록종과 신종이 계속 발견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발견된 학술적 중요성, 생태적 중요성을 국제학술지에 발표하고 있고요. 이런것을 통해서 간접적이지만 자연스럽게 독도가 한국의 영토라는 것을 알리고 있습니다." 외국 속담에 ‘이웃은 이사 가도 이웃 나라는 이사 가지 않는다는’말이 있습니다. 독도는 역사적, 지리적, 법적으로 당연히 우리 영토지만, 일본이 영유권 주장을 거둬들이지 않을 것도 분명해 보입니다. 물론 잊을만하면 나오는 일본 극우주의자들의 영유권 도발에 국민 모두가 화가 나는 건 당연한 일인데요, 하지만 이런 국민적 감정에 편승한 언론보도가 일본 내 일부 극우주의자들의 주장이었던 독도 영유권 논쟁을 국제사회로까지 확산시키는 건 아닌지 언론 스스로 되돌아봐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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