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태극소녀, 졌지만 가능성 봤다

입력 2012.08.3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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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청소년 축구가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여자 월드컵에서 숙적 일본에 막혀 아쉽게 돌아섰다.

하지만 청소년 대회에서 꾸준히 조별리그 문턱을 넘으며 성인 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적지않은 성과를 거뒀다.

이번 대회는 극적인 본선행에 이은 8강 진출로 최근 국제무대에서 주춤하며 다소 침체돼 있던 여자 축구계 분위기를 단번에 바꿨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중국, 북한, 일본 등에 밀려 아시아에서도 변방 취급을 받았던 한국 여자 축구는 2002 한·일 월드컵 세대의 성장을 바탕으로 2010년 독일 U-20 월드컵 3위와 트리니다드 토바고 U-17 대회 우승, 광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 등으로 열매를 맺었다.

한차례 정점을 찍은 한국은 그러나 지난해 치러진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에서 본선 진출에 실패하면서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2011 독일 여자 월드컵에 이어 런던올림픽 출전까지 불발돼 청소년 대회에서 쌓은 성과를 성인 무대로 이어가지 못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연령대별 월드컵 지역예선을 겸한 아시아축구연맹 U-17, U-19 대회에서 모두 본선 진출권을 얻는 데에 실패했다.

성인 대표팀의 국제대회 출전이 당분간 막힌 상황에서 어린 선수들이 국제무대 경험을 쌓을 유일한 기회를 번번이 놓치자 여자축구계에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올해 초 이번 U-20 월드컵 개최지가 아시아 예선 1위 일본으로 바뀐 덕에 남은 출전권 1장을 얻어 극적으로 본선행을 잡았다.

자력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가 어부지리로 막차를 탔지만 '태극 소녀'들은 이 행운을 낭비하지 않았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브라질, 이탈리아 등 쟁쟁한 강호들을 연파하고 8강에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다.

지난 독일 대회 때 3위 성적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2회 연속 조별리그를 통과하면서 2년 전 한국 여자축구가 거둔 성과가 '한때의 영광'이 아님을 입증했다.

특히 세계의 강호들을 상대하며 선수들이 한 단계 성장한 것은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수확이다.

2년 전 U-20과 U-17 월드컵을 통해 지소연(21·고베 아이낙)과 여민지(19·울산과학대)라는 스타가 탄생했다면 이번에는 전은하(19·강원도립대)를 비롯해 이소담(18), 이금민(18·이상 현대정과고) 등 새로운 얼굴들이 차세대 에이스로 떠올랐다.

일본과의 8강전에서도 만회골을 터뜨린 전은하는 이번 대회 한국의 5득점 중 4골을 책임지는 공격 본능을 과시했다.

이금민과 이소담은 골키퍼를 제외한 필드 플레이어 중 가장 어리면서도 핵심 선수로 활약하며 득점과 도움을 보탰다.

이들 모두 인천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2014년과 캐나다 성인 여자월드컵이 열리는 2015년에는 한창 나이인 20대 초반이 된다. 한국 여자축구의 '황금세대'라고 할 만하다.

지금까지 청소년팀이 쌓은 이같은 성과와 경험을 성인 대표팀에서도 꽃피우려면 저변 확대와 내실 다지기가 병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여자 대표팀이 실력을 계속 키울 수 있도록 A매치 기회를 늘려야 하고 국내 여자 실업리그인 WK리그도 한단계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국제대회 성적과 WK리그 팀 증가 등 외형적 성장에도 초·중·고교와 대학교 여자 축구팀은 줄어드는 등 오히려 저변이 좁아지고 있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국의 8강 상대였던 일본이 지역별·연령대별 선수를 효율적으로 관리해 지난해 성인 월드컵 우승과 올해 런던올림픽 은메달을 달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여자 실업리그인 L리그 붐을 일으키는 등 '선순환'에 성공한 것도 배워야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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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20 태극소녀, 졌지만 가능성 봤다
    • 입력 2012-08-31 10:54:52
    연합뉴스
한국 여자 청소년 축구가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여자 월드컵에서 숙적 일본에 막혀 아쉽게 돌아섰다. 하지만 청소년 대회에서 꾸준히 조별리그 문턱을 넘으며 성인 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적지않은 성과를 거뒀다. 이번 대회는 극적인 본선행에 이은 8강 진출로 최근 국제무대에서 주춤하며 다소 침체돼 있던 여자 축구계 분위기를 단번에 바꿨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중국, 북한, 일본 등에 밀려 아시아에서도 변방 취급을 받았던 한국 여자 축구는 2002 한·일 월드컵 세대의 성장을 바탕으로 2010년 독일 U-20 월드컵 3위와 트리니다드 토바고 U-17 대회 우승, 광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 등으로 열매를 맺었다. 한차례 정점을 찍은 한국은 그러나 지난해 치러진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에서 본선 진출에 실패하면서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2011 독일 여자 월드컵에 이어 런던올림픽 출전까지 불발돼 청소년 대회에서 쌓은 성과를 성인 무대로 이어가지 못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연령대별 월드컵 지역예선을 겸한 아시아축구연맹 U-17, U-19 대회에서 모두 본선 진출권을 얻는 데에 실패했다. 성인 대표팀의 국제대회 출전이 당분간 막힌 상황에서 어린 선수들이 국제무대 경험을 쌓을 유일한 기회를 번번이 놓치자 여자축구계에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올해 초 이번 U-20 월드컵 개최지가 아시아 예선 1위 일본으로 바뀐 덕에 남은 출전권 1장을 얻어 극적으로 본선행을 잡았다. 자력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가 어부지리로 막차를 탔지만 '태극 소녀'들은 이 행운을 낭비하지 않았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브라질, 이탈리아 등 쟁쟁한 강호들을 연파하고 8강에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다. 지난 독일 대회 때 3위 성적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2회 연속 조별리그를 통과하면서 2년 전 한국 여자축구가 거둔 성과가 '한때의 영광'이 아님을 입증했다. 특히 세계의 강호들을 상대하며 선수들이 한 단계 성장한 것은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수확이다. 2년 전 U-20과 U-17 월드컵을 통해 지소연(21·고베 아이낙)과 여민지(19·울산과학대)라는 스타가 탄생했다면 이번에는 전은하(19·강원도립대)를 비롯해 이소담(18), 이금민(18·이상 현대정과고) 등 새로운 얼굴들이 차세대 에이스로 떠올랐다. 일본과의 8강전에서도 만회골을 터뜨린 전은하는 이번 대회 한국의 5득점 중 4골을 책임지는 공격 본능을 과시했다. 이금민과 이소담은 골키퍼를 제외한 필드 플레이어 중 가장 어리면서도 핵심 선수로 활약하며 득점과 도움을 보탰다. 이들 모두 인천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2014년과 캐나다 성인 여자월드컵이 열리는 2015년에는 한창 나이인 20대 초반이 된다. 한국 여자축구의 '황금세대'라고 할 만하다. 지금까지 청소년팀이 쌓은 이같은 성과와 경험을 성인 대표팀에서도 꽃피우려면 저변 확대와 내실 다지기가 병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여자 대표팀이 실력을 계속 키울 수 있도록 A매치 기회를 늘려야 하고 국내 여자 실업리그인 WK리그도 한단계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국제대회 성적과 WK리그 팀 증가 등 외형적 성장에도 초·중·고교와 대학교 여자 축구팀은 줄어드는 등 오히려 저변이 좁아지고 있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국의 8강 상대였던 일본이 지역별·연령대별 선수를 효율적으로 관리해 지난해 성인 월드컵 우승과 올해 런던올림픽 은메달을 달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여자 실업리그인 L리그 붐을 일으키는 등 '선순환'에 성공한 것도 배워야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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