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우근, 눈물 범벅 감독님과 ‘감동 금’

입력 2012.09.06 (09:32) 수정 2012.09.06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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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장애인체육회에서 낸 2012 런던 패럴림픽의 한국 장애인 대표 선수단 ‘메달 획득 예상’에는 수영 대표선수 임우근(25)의 이름 뒤에 ‘동메달’이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임우근은 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올림픽 파크의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수영 남자 100m 평영 SB6 결승에서 1분34초06으로 당당히 금메달을 차지했다.



1988년 서울 패럴림픽 수영 남자 배영 200m에서 김종우가 금메달을 딴 지 24년 만이다.



사실 메달 획득 예상에 ‘동메달’을 적어 낸 것은 임우근 자신이었다.



금메달을 따겠다고 적었다가 무조건 1등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경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수영 대표팀의 조순영 감독과 선수 자신은 금메달을 따리라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지난달 31일 지적장애인 수영선수 이인국(17)의 ‘3분 지각’ 실격 사태로 적잖이 마음고생을 했던 조순영 감독은 임우근이 물 속에 들어갈 때부터 이미 눈물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임우근의 팀 동료 김지은(29)도 조 감독 옆에 앉아 괜스레 눈물을 쏟았다.



다리를 쓰지 못하고 팔로만 해엄쳐야 하는 임우근의 역영이 감동적이기도 했지만 스승의 날에 조 감독에게 ‘금도끼’를 선물하면서 "새 기록을 찍겠다"고 약속했던 임우근이 정말로 다른 선수들보다 앞서나가기 시작하자 감동이 밀려온 것이다.



지난 8개월여 동안 집보다 훈련원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아지면서 조 감독의 아들(5)은 ’언제 집에 놀러오냐’고 어리광을 부렸다.



그런 아들을 떼어 놓고 훈련장으로 나서야 했던 순간들이 조금이나마 보상받는 순간이었다.



한번 터진 조순영 감독의 ‘눈물 폭포’는 한참이나 계속됐다.



임우근이 시상대에 올라 금메달을 목에 걸고, 애국가를 다 부른 뒤에까지 이어졌다.



감독이 관중석에서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임우근은 메달 수여식 때 함께 받은 꽃다발을 감독에게 있는 힘껏 던졌다.



꽃다발은 2층에 있는 감독에게 전달됐다.



엄마 뱃속에서 예정보다 너무 일찍 나온 임우근은 아주 어릴 때부터 고집이 보통이 아니었다.



엄마 젖을 떼지 않으려는 임우근에게 이유식을 먹이려고 하자 사흘 밤낮을 울었다.



임우근의 어머니는 다시 젖을 물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다리를 수술하고 재활 훈련차 수영을 시작했지만 지는 것은 죽기보다 싫었다.



선수가 되고 난 뒤에 임우근은 세계 대회에서 멕시코의 랑헬 페드로라는 선수를 보고 "와! 어떻게 저렇게 수영을 잘하는 선수가 있을까"하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2008년 베이징 대회 때도 페드로에게 졌지만 이번 런던 대회에서는 절대 지고 싶지 않았다.



결승 선수들이 모인 대기실에서 임우근은 페드로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일부러 아무도 듣지 않는데 혼자 파이팅을 외치고, 소리를 지르고 박수를 치는 등 눈에 띄는 행동을 계속했다.



임우근은 그때부터 이미 페드로가 기에 눌려 "고개를 숙였다"고 웃는 얼굴로 회상했다.



결국 임우근은 ‘우상’에 가까웠던 페드로(3위·1분36초85)보다 2초79나 빠른 기록으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임우근은 "한 번 이긴 선수는 내 밑에 둬야 하지 않겠느냐"며 앞으로도 페드로에게 절대 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며 "이번에는 그냥 돌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장애인이 아니었다면 수영 국가대표로 뽑히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약점이 강점이 된 셈"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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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우근, 눈물 범벅 감독님과 ‘감동 금’
    • 입력 2012-09-06 09:32:27
    • 수정2012-09-06 09:51:44
    연합뉴스
 대한장애인체육회에서 낸 2012 런던 패럴림픽의 한국 장애인 대표 선수단 ‘메달 획득 예상’에는 수영 대표선수 임우근(25)의 이름 뒤에 ‘동메달’이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임우근은 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올림픽 파크의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수영 남자 100m 평영 SB6 결승에서 1분34초06으로 당당히 금메달을 차지했다.

1988년 서울 패럴림픽 수영 남자 배영 200m에서 김종우가 금메달을 딴 지 24년 만이다.

사실 메달 획득 예상에 ‘동메달’을 적어 낸 것은 임우근 자신이었다.

금메달을 따겠다고 적었다가 무조건 1등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경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수영 대표팀의 조순영 감독과 선수 자신은 금메달을 따리라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지난달 31일 지적장애인 수영선수 이인국(17)의 ‘3분 지각’ 실격 사태로 적잖이 마음고생을 했던 조순영 감독은 임우근이 물 속에 들어갈 때부터 이미 눈물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임우근의 팀 동료 김지은(29)도 조 감독 옆에 앉아 괜스레 눈물을 쏟았다.

다리를 쓰지 못하고 팔로만 해엄쳐야 하는 임우근의 역영이 감동적이기도 했지만 스승의 날에 조 감독에게 ‘금도끼’를 선물하면서 "새 기록을 찍겠다"고 약속했던 임우근이 정말로 다른 선수들보다 앞서나가기 시작하자 감동이 밀려온 것이다.

지난 8개월여 동안 집보다 훈련원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아지면서 조 감독의 아들(5)은 ’언제 집에 놀러오냐’고 어리광을 부렸다.

그런 아들을 떼어 놓고 훈련장으로 나서야 했던 순간들이 조금이나마 보상받는 순간이었다.

한번 터진 조순영 감독의 ‘눈물 폭포’는 한참이나 계속됐다.

임우근이 시상대에 올라 금메달을 목에 걸고, 애국가를 다 부른 뒤에까지 이어졌다.

감독이 관중석에서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임우근은 메달 수여식 때 함께 받은 꽃다발을 감독에게 있는 힘껏 던졌다.

꽃다발은 2층에 있는 감독에게 전달됐다.

엄마 뱃속에서 예정보다 너무 일찍 나온 임우근은 아주 어릴 때부터 고집이 보통이 아니었다.

엄마 젖을 떼지 않으려는 임우근에게 이유식을 먹이려고 하자 사흘 밤낮을 울었다.

임우근의 어머니는 다시 젖을 물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다리를 수술하고 재활 훈련차 수영을 시작했지만 지는 것은 죽기보다 싫었다.

선수가 되고 난 뒤에 임우근은 세계 대회에서 멕시코의 랑헬 페드로라는 선수를 보고 "와! 어떻게 저렇게 수영을 잘하는 선수가 있을까"하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2008년 베이징 대회 때도 페드로에게 졌지만 이번 런던 대회에서는 절대 지고 싶지 않았다.

결승 선수들이 모인 대기실에서 임우근은 페드로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일부러 아무도 듣지 않는데 혼자 파이팅을 외치고, 소리를 지르고 박수를 치는 등 눈에 띄는 행동을 계속했다.

임우근은 그때부터 이미 페드로가 기에 눌려 "고개를 숙였다"고 웃는 얼굴로 회상했다.

결국 임우근은 ‘우상’에 가까웠던 페드로(3위·1분36초85)보다 2초79나 빠른 기록으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임우근은 "한 번 이긴 선수는 내 밑에 둬야 하지 않겠느냐"며 앞으로도 페드로에게 절대 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며 "이번에는 그냥 돌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장애인이 아니었다면 수영 국가대표로 뽑히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약점이 강점이 된 셈"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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