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가족 간병’ 이중고…대책 없나?

입력 2012.09.11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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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녹취> 환자 보호자 : "진짜 가정 생활 다 제쳐두고 돈도 벌 수 없는 상황이고 직장 생활했는데 지금 다 못하고 있죠.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니까."



<녹취> 환자 보호자 : "여기 와 가지고 한 2주 있으면 살 5~10kg 빠지는 건 기본이에요."



이렇게 가족 중에 환자가 있으면 병원비도 병원비지만 간병도 보통 일이 아니죠?



간병 하다 골병 든다는 말까지 나오는데요, 먼저 그 실태를 박광식 기자가 전합니다.



<리포트>



비좁은 병실 한쪽에 간이침대가 놓여 있습니다.



창가에는 세면도구와 식기 등 최소한의 생필품이 널려 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어머니는 여기서 쪽잠을 자며 환자를 돌봤습니다.



<녹취> "(며칠을 여기서 주무신 거예요?) 1년 2개월, 거의 한시쯤 자면 중간에 몇 번은 깨요."



딸을 들어서 안고, 휠체어로 옮기고, 손을 씻기고, 치료실로 옮기는 것도 모두 어머니의 몫입니다.



<인터뷰> 박명희(환자 보호자) : "저희 아이는 크니까, 큰아이를 갖다가 들었다 놨다 해야 하는 부분에서 오는 팔목이라든가 허리 같은 데가 굉장히 많이 아파요."



이러다 보니 간병에 매달리던 보호자가 병을 얻기도 합니다.



뇌출혈 남편을 3년 동안 옆에서 간병하다가, 부인도 병이 생겼습니다.



<인터뷰> 뇌출혈 환자 보호자 : "힘들어서 거기서 제가 이제 또 저까지 병이 왔어요. 뇌경색이 와 가지고 지금 3번 뇌경색 시술을 받았어요."



형제들끼리 서로 간병을 미루다 가정 불화로 번지기도 합니다.



<인터뷰> 김원철(고려대 구로병원) : "의료사회복지사 가족 형제들끼리 예를 들면 어르신이 환자시면 자녀들끼리 네가 돌봐라, 내가 돌봐라 하는 그런 새로운 가족 갈등 양상까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가족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돌봐줄 가족이 있으면 다행, 없을 때는 간병인 비용 때문에 경제적 부담에 시달립니다.



갈수록 1인 가구가 늘기 때문에 간병 문제도 점점 심각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멘트>



’긴 병에 효자 없다’지만 이렇게 환자와 가족 모두를 지치게 하는 현재의 간병 제도,



원인이 무엇인지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모은희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외국에선 입원 환자를 병원 인력이 돌보는 걸 당연한 의료 서비스로 여기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간병이 온전히 환자 책임으로 돼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보호자들이 간호의 영역까지 떠맡기 일쑤고, 환자가 개인적으로 사람을 고용해 보살핌을 받는 소위 ’간병인’ 제도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 나라에서만 실시되고 있습니다.



환자들이 간병 서비스를 받기 위해 필요한 전문 인력은 턱 없이 부족한 상황인데요.



간호사를 예로 들면, 현재 우리 나라에서 간호사 한 명이 담당하는 환자 수가 스무 명이 넘습니다.



너댓 명의 환자를 돌보는 미국이나 호주 간호사들에 비해 환자 수가 훨씬 많죠.



근무 여건도 24시간 3교대로 열악해서 간호사들의 퇴직도 잦습니다.



간호사 10명 중 네 명이 의료 현장을 떠난 상태입니다.



이러다 보니 환자에 대한 서비스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요.



한 환자단체의 설문 결과, 환자의 45%는 검사실에 혼자 방치된 적이 있었고, 주말이나 야간에 간호 인력이 없어 곤란을 겪었다는 환자도 28%나 됐습니다.



환자가 더 나은 서비스를 받고 주변 가족들도 근심을 덜도록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요?



일부 지자체가 운영하고 있는 ’보호자 없는 병실’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승복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5인용 병실에 보호자는 눈에 띄지 않습니다.



대신 5명의 간병인이 교대로 24시간 환자들을 돌봅니다.



지자체가 저소득층 등을 위해 간병인을 고용한 이른바 ’보호자 없는 병실’입니다.



<인터뷰> 최길순(76살) : "여서 그냥 병원에서 해 주는대로 다 받으니까 호강이지. 환자들은 호강이죠."



간병인들의 근무환경도 좋아졌습니다.



<인터뷰> 이은수(간병인) : "8시간 근무이기 때문에 교대 근무이고 살림하는데 좋고 또 월급제이고 그래서 안정적이고..."



하지만 이런 보호자 없는 병실은 아직 전체 병상의 1%에도 못 미칩니다.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간병인 사용비를 건강보험으로 전면 급여화할 경우 최소 2조 4천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인터뷰> 이창준(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 : "간호인력을 확충하고 그걸 우선적으로 추진한 다음에 간병인 제도화나 보험급여화에 대해서는 그 다음 단계로..."



문제는 충분한 수준까지 간호 인력을 늘리는 데는 수년이 걸린다는 겁니다.



그동안 저소득층이나 일부 환자에 대해서만이라도 간병인 사용을 지원하는 등 간병 서비스를 제도화하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KBS 뉴스 한승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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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9-11 21:5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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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녹취> 환자 보호자 : "진짜 가정 생활 다 제쳐두고 돈도 벌 수 없는 상황이고 직장 생활했는데 지금 다 못하고 있죠.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니까."

<녹취> 환자 보호자 : "여기 와 가지고 한 2주 있으면 살 5~10kg 빠지는 건 기본이에요."

이렇게 가족 중에 환자가 있으면 병원비도 병원비지만 간병도 보통 일이 아니죠?

간병 하다 골병 든다는 말까지 나오는데요, 먼저 그 실태를 박광식 기자가 전합니다.

<리포트>

비좁은 병실 한쪽에 간이침대가 놓여 있습니다.

창가에는 세면도구와 식기 등 최소한의 생필품이 널려 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어머니는 여기서 쪽잠을 자며 환자를 돌봤습니다.

<녹취> "(며칠을 여기서 주무신 거예요?) 1년 2개월, 거의 한시쯤 자면 중간에 몇 번은 깨요."

딸을 들어서 안고, 휠체어로 옮기고, 손을 씻기고, 치료실로 옮기는 것도 모두 어머니의 몫입니다.

<인터뷰> 박명희(환자 보호자) : "저희 아이는 크니까, 큰아이를 갖다가 들었다 놨다 해야 하는 부분에서 오는 팔목이라든가 허리 같은 데가 굉장히 많이 아파요."

이러다 보니 간병에 매달리던 보호자가 병을 얻기도 합니다.

뇌출혈 남편을 3년 동안 옆에서 간병하다가, 부인도 병이 생겼습니다.

<인터뷰> 뇌출혈 환자 보호자 : "힘들어서 거기서 제가 이제 또 저까지 병이 왔어요. 뇌경색이 와 가지고 지금 3번 뇌경색 시술을 받았어요."

형제들끼리 서로 간병을 미루다 가정 불화로 번지기도 합니다.

<인터뷰> 김원철(고려대 구로병원) : "의료사회복지사 가족 형제들끼리 예를 들면 어르신이 환자시면 자녀들끼리 네가 돌봐라, 내가 돌봐라 하는 그런 새로운 가족 갈등 양상까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가족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돌봐줄 가족이 있으면 다행, 없을 때는 간병인 비용 때문에 경제적 부담에 시달립니다.

갈수록 1인 가구가 늘기 때문에 간병 문제도 점점 심각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멘트>

’긴 병에 효자 없다’지만 이렇게 환자와 가족 모두를 지치게 하는 현재의 간병 제도,

원인이 무엇인지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모은희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외국에선 입원 환자를 병원 인력이 돌보는 걸 당연한 의료 서비스로 여기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간병이 온전히 환자 책임으로 돼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보호자들이 간호의 영역까지 떠맡기 일쑤고, 환자가 개인적으로 사람을 고용해 보살핌을 받는 소위 ’간병인’ 제도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 나라에서만 실시되고 있습니다.

환자들이 간병 서비스를 받기 위해 필요한 전문 인력은 턱 없이 부족한 상황인데요.

간호사를 예로 들면, 현재 우리 나라에서 간호사 한 명이 담당하는 환자 수가 스무 명이 넘습니다.

너댓 명의 환자를 돌보는 미국이나 호주 간호사들에 비해 환자 수가 훨씬 많죠.

근무 여건도 24시간 3교대로 열악해서 간호사들의 퇴직도 잦습니다.

간호사 10명 중 네 명이 의료 현장을 떠난 상태입니다.

이러다 보니 환자에 대한 서비스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요.

한 환자단체의 설문 결과, 환자의 45%는 검사실에 혼자 방치된 적이 있었고, 주말이나 야간에 간호 인력이 없어 곤란을 겪었다는 환자도 28%나 됐습니다.

환자가 더 나은 서비스를 받고 주변 가족들도 근심을 덜도록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요?

일부 지자체가 운영하고 있는 ’보호자 없는 병실’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승복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5인용 병실에 보호자는 눈에 띄지 않습니다.

대신 5명의 간병인이 교대로 24시간 환자들을 돌봅니다.

지자체가 저소득층 등을 위해 간병인을 고용한 이른바 ’보호자 없는 병실’입니다.

<인터뷰> 최길순(76살) : "여서 그냥 병원에서 해 주는대로 다 받으니까 호강이지. 환자들은 호강이죠."

간병인들의 근무환경도 좋아졌습니다.

<인터뷰> 이은수(간병인) : "8시간 근무이기 때문에 교대 근무이고 살림하는데 좋고 또 월급제이고 그래서 안정적이고..."

하지만 이런 보호자 없는 병실은 아직 전체 병상의 1%에도 못 미칩니다.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간병인 사용비를 건강보험으로 전면 급여화할 경우 최소 2조 4천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인터뷰> 이창준(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 : "간호인력을 확충하고 그걸 우선적으로 추진한 다음에 간병인 제도화나 보험급여화에 대해서는 그 다음 단계로..."

문제는 충분한 수준까지 간호 인력을 늘리는 데는 수년이 걸린다는 겁니다.

그동안 저소득층이나 일부 환자에 대해서만이라도 간병인 사용을 지원하는 등 간병 서비스를 제도화하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KBS 뉴스 한승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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