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간병하다 골병’…대안은?

입력 2012.09.11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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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긴 병에 효자 없다고 하죠 가족 중에 환:자가 있으면 병원비도 문제지만 간병 하는 일이 보통이 아닙니다.

고령화 시대 간병 하다 골병 드는 실태와 대책을 알아봅니다.

<질문>
모은희 기자, 병원에서 간병하다 지친 환자 보호자들을 만나고 왔죠?

<답변>
네, 가족애가 유독 끈끈해서일까요. 책임감이 강해서일까요. 직접 환자를 보살피는 가족들을 병실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는데요.

병 수발에 매달리다보니 자신을 위한 삶은 없다, 본인까지 병자가 될 지경이라고 호소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화면을 함께 보시죠.

비좁은 병실 한쪽에 놓인 간이침대, 세면도구와 식기 등 최소한의 생필품만 갖춘 이 곳에서 어머니는 1년 넘게 쪽잠을 자며 딸을 돌보고 있습니다.

딸을 안아 휠체어에 앉히고, 치료실로 옮기는 것도 모두 어머니의 몫입니다.

이렇게 하루 종일 간병에 시달리느라 본인 몸을 돌볼 틈이 없는 환자 보호자들은 결국 병을 얻기도 합니다.

뇌출혈 남편을 3년 간 간병하다 본인까지 뇌병색에 걸린 아내의 얘기 들어보시죠.

<인터뷰>"가장 노릇을 해야 하니까 굉장히 힘들었죠. 이젠 장사하다 보니까 힘들어서 거기서 제가 이제 또 저까지 병이 왔어요."

개인 생활을 온전히 희생해야 하기 때문에 연로한 부모님이 아플 경우 형제 간에 불화가 생기기도 합니다.

돌봐줄 가족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없을 땐 간병인 비용 때문에 경제적 부담에 시달리는데요.

갈수록 1인 가구가 늘기 때문에 간병 문제는 사회 문제로 대두될 전망입니다.

<질문>
편찮으신 부모님을 직접 돌보는 게 진정한 효다, 자식된 도리다 이런 인식이 아직까지 많이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외국의 경우는 환자 간병을 병원의 책임으로 당연하게 여긴다고요?

<답변>
그렇습니다. 입원 환자를 병원의 전문 인력이 돌보는 건 꼭 필요한 일인데도 유독 우리나라의 경우에만 간병이 온전히 환자 책임으로 돼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환자가 개인적으로 사람을 고용해 보살핌을 받는 소위 '간병인' 제도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 나라에서만 실시되고 있습니다.

전문적인 간병 서비스를 받고 싶어도 간호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데요.

간호사를 예로 들면, 현재 우리 나라에서 간호사 한 명이 담당하는 환자 수가 스물두 명 정도 됩니다.

다섯 명의 환자를 돌보는 미국이나 호주 간호사들에 비해 환자 수가 다섯 배 이상 많죠.

24시간 3교대로 근무 여건이 열악해 간호사들의 퇴직이 많은데요, 간호사 10명 중 네 명이 의료 현장을 떠난 상태입니다.

간호 인력 부족으로 돌아오는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환자에게 가는데요.

한 환자단체의 설문 결과, 환자의 45%는 검사실에 혼자 방치된 적이 있었고, 주말이나 야간에 간호 인력이 없어 곤란을 겪었다는 환자도 28%나 됐습니다.

<질문>
환자가 더 나은 서비스를 받고 주변 가족들도 근심을 덜도록 간병 문제를 좀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요?

<답변>
네, 일부 지자체가 운영하고 있는 '보호자 없는 병실' 사업이 있는데요.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서 정부가 확대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저소득층 가정의 경우는 환자의 가족들이 간병에 매달릴 경우 가정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겠죠.

그래서 이런 취약계층 등을 위해 지자체 예산으로 간병인을 고용하는 겁니다.

환자와 그 가족들은 간병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어서 환영하고, 간병인들 역시 안정적인 급여를 받으며 나은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어 반응이 좋습니다.

하지만 이런 보호자 없는 병실은 1%에 불과합니다.

최소 2조4천억 원의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인데요.

장기적으로는 간호 인력을 확충하고, 간병 서비스를 제도화해 환자들의 고통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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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9-11 23:3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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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긴 병에 효자 없다고 하죠 가족 중에 환:자가 있으면 병원비도 문제지만 간병 하는 일이 보통이 아닙니다. 고령화 시대 간병 하다 골병 드는 실태와 대책을 알아봅니다. <질문> 모은희 기자, 병원에서 간병하다 지친 환자 보호자들을 만나고 왔죠? <답변> 네, 가족애가 유독 끈끈해서일까요. 책임감이 강해서일까요. 직접 환자를 보살피는 가족들을 병실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는데요. 병 수발에 매달리다보니 자신을 위한 삶은 없다, 본인까지 병자가 될 지경이라고 호소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화면을 함께 보시죠. 비좁은 병실 한쪽에 놓인 간이침대, 세면도구와 식기 등 최소한의 생필품만 갖춘 이 곳에서 어머니는 1년 넘게 쪽잠을 자며 딸을 돌보고 있습니다. 딸을 안아 휠체어에 앉히고, 치료실로 옮기는 것도 모두 어머니의 몫입니다. 이렇게 하루 종일 간병에 시달리느라 본인 몸을 돌볼 틈이 없는 환자 보호자들은 결국 병을 얻기도 합니다. 뇌출혈 남편을 3년 간 간병하다 본인까지 뇌병색에 걸린 아내의 얘기 들어보시죠. <인터뷰>"가장 노릇을 해야 하니까 굉장히 힘들었죠. 이젠 장사하다 보니까 힘들어서 거기서 제가 이제 또 저까지 병이 왔어요." 개인 생활을 온전히 희생해야 하기 때문에 연로한 부모님이 아플 경우 형제 간에 불화가 생기기도 합니다. 돌봐줄 가족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없을 땐 간병인 비용 때문에 경제적 부담에 시달리는데요. 갈수록 1인 가구가 늘기 때문에 간병 문제는 사회 문제로 대두될 전망입니다. <질문> 편찮으신 부모님을 직접 돌보는 게 진정한 효다, 자식된 도리다 이런 인식이 아직까지 많이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외국의 경우는 환자 간병을 병원의 책임으로 당연하게 여긴다고요? <답변> 그렇습니다. 입원 환자를 병원의 전문 인력이 돌보는 건 꼭 필요한 일인데도 유독 우리나라의 경우에만 간병이 온전히 환자 책임으로 돼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환자가 개인적으로 사람을 고용해 보살핌을 받는 소위 '간병인' 제도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 나라에서만 실시되고 있습니다. 전문적인 간병 서비스를 받고 싶어도 간호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데요. 간호사를 예로 들면, 현재 우리 나라에서 간호사 한 명이 담당하는 환자 수가 스물두 명 정도 됩니다. 다섯 명의 환자를 돌보는 미국이나 호주 간호사들에 비해 환자 수가 다섯 배 이상 많죠. 24시간 3교대로 근무 여건이 열악해 간호사들의 퇴직이 많은데요, 간호사 10명 중 네 명이 의료 현장을 떠난 상태입니다. 간호 인력 부족으로 돌아오는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환자에게 가는데요. 한 환자단체의 설문 결과, 환자의 45%는 검사실에 혼자 방치된 적이 있었고, 주말이나 야간에 간호 인력이 없어 곤란을 겪었다는 환자도 28%나 됐습니다. <질문> 환자가 더 나은 서비스를 받고 주변 가족들도 근심을 덜도록 간병 문제를 좀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요? <답변> 네, 일부 지자체가 운영하고 있는 '보호자 없는 병실' 사업이 있는데요.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서 정부가 확대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저소득층 가정의 경우는 환자의 가족들이 간병에 매달릴 경우 가정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겠죠. 그래서 이런 취약계층 등을 위해 지자체 예산으로 간병인을 고용하는 겁니다. 환자와 그 가족들은 간병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어서 환영하고, 간병인들 역시 안정적인 급여를 받으며 나은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어 반응이 좋습니다. 하지만 이런 보호자 없는 병실은 1%에 불과합니다. 최소 2조4천억 원의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인데요. 장기적으로는 간호 인력을 확충하고, 간병 서비스를 제도화해 환자들의 고통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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