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혈 보관 50만 건 육박…이식률은 저조

입력 2012.09.18 (08:06) 수정 2012.09.18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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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대혈 보관 건수가 13년만에 50만건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대부분은 난치병 치료 활용을 기대하는 개인 고객과 사설 업체 사이의 계약에 따라 보관되고 있으나 소비자 보호와 공공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제대혈이란 = 제대혈(臍帶血·umbilical cord blood)은 '제대(탯줄)속을 흐르는 혈액'을 뜻한다. 산모가 신생아를 분만할 때 분리된 탯줄이나 태반에 들어 있다.

여기에는 백혈구·적혈구·혈소판 등 혈액세포를 만드는 '조혈모세포'가 많이 포함돼 백혈병과 재생불량성 빈혈 등 난치병 치료를 위해 사용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자녀가 이런 난치병에 걸릴 경우를 대비해 출산시 제대혈을 채취해 사설 업체에 보관토록 하는 일이 일부 산모들 사이에 유행하고 있다.

◇제대혈 보관 49만7천건 = 1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18개 제대혈은행의 제대혈 보관 건수는 올해 6월 기준으로 49만7천95건이었다.

이 중 무상으로 제대혈을 기증받아 불특정 다수 환자를 위해 사용하는 '기증제대혈'의 비중은 9.6%(4만7천808건)에 불과했고 나머지 90.4%(44만9천287건)는 신생아 본인이나 가족이 난치병에 걸릴 경우에 대비해 제대혈을 유료로 위탁·보관하는 '가족제대혈'이었다.

기관별로 보면 메디포스트(16만1천797건), 서울탯줄은행(9만2천674건·현재 무허가 상태), 아이코드(5만5천317건), 베이비셀(5만5천464건), 라이프코드(4만3천3건) 등 상위 5개 업체가 전체 제대혈의 82.1%를 보관중이다.

◇활용 비율은 불과 1.9% = 제대혈 보관 건수는 2000년대 중반 이후 매년 10% 이상씩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로 활용되는 비율은 매우 낮다.

국내 첫 제대혈 이식이 이뤄진 1998년 이후 올해 6월까지 이용된 제대혈은 9천504건(전체 보관 제대혈의 1.9%)에 지나지 않았으며, 그 중 이식용으로 활용된 사례는 959건(전체 보관 제대혈의 0.19%)에 불과했고 나머지 8천545건은 연구용이었다.

특히 사설 제대혈보관업체를 이용하는 산모 등이 흔히 염두에 두는 가족제대혈이 이식용으로 쓰인 사례는 334건에 불과했다. 가족제대혈 보관량(44만9천287건)의 0.07%만 치료용으로 쓰였다는 뜻이다.

공공용으로 보관된 기증제대혈(4만7천808건)이 이식 치료용으로 쓰인 비율은 1.3%(626건)로, 가족제대혈보다 훨씬 높았다.

보건복지부는 2005년 이후 국내 제대혈 이식이 매년 60∼100건으로 골수이식 등을 포함한 전체 조혈모세포 이식의 10% 수준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혈모세포 이식 중 제대혈의 비율이 높은 나라들은 일본(약 45%), 스페인(약 40%), 프랑스(약 30%) 등이며 미국(약 20%)도 우리나라보다 높다.

◇업계 2위 '서울탯줄은행' 무허가 상태 = 원래 제대혈보관업은 신고제로 운영됐으나 2005년 영세 업체의 부도를 계기로 최소한의 소비자 보호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관련 규제 조항을 담은 '제대혈 관리 및 연구에 관한 법률'을 작년 7월부터 시행중이다.

현재 제대혈과 관련한 보건당국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업계 2위인 서울탯줄은행이 무허가 상태라는 점이다.

이는 서울탯줄은행을 운영하는 ㈜히스토스템이 작년 9월 코스닥에서 퇴출된 데 이어 올해 2월에는 품질관리체계 등 법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국내 제대혈은행 중 유일하게 허가를 받지 못한 탓이다.

복지부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이 업체의 신규 가입자 모집과 재계약을 금지했지만, 기존 고객 9만여명에 대한 구제 조치가 마땅치 않아 고심중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 달 안에 복지부, 질병관리본부, 민간전문가 등이 실사단을 구성해 현지조사를 실시한 후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10월 중 허가 여부 등 처리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향후 정부 정책 = 제대혈 관리 정책의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입장이다.

정부는 기증제대혈을 현재의 2배 수준인 10만명분으로 늘린다는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골수 등 다른 공급원까지 합해 약 30만명분에 해당하는 안정적 이식용 조혈모세포 공급 기반을 확보하기로 했다.

가족제대혈보다 기증제대혈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는 과학적 이유도 있다.

백혈병 등 유전적 소인이 있는 질환의 경우 본인이나 가족의 제대혈을 환자에게 이식하는 것이 의학적으로 그다지 유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학계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06년 미국 소아과학회지는 제대혈은행 관련 권고사항에서 '공공의 사용을 위한 제대혈 저장'은 권장하면서도 '자가 제대혈 저장'에 대해서는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고 복지부 관계자는 전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공공적 성격을 띤 기증제대혈은행과 관련 정보를 관리하는 제대혈정보센터(KONOS)에 대한 지원을 늘려 나가기로 했다.

또 이미 허가를 받아 영업중인 가족제대혈은행에 대해서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규제를 강화하고 2년마다 심사와 평가를 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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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대혈 보관 50만 건 육박…이식률은 저조
    • 입력 2012-09-18 08:06:31
    • 수정2012-09-18 16:29:37
    연합뉴스
국내 제대혈 보관 건수가 13년만에 50만건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대부분은 난치병 치료 활용을 기대하는 개인 고객과 사설 업체 사이의 계약에 따라 보관되고 있으나 소비자 보호와 공공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제대혈이란 = 제대혈(臍帶血·umbilical cord blood)은 '제대(탯줄)속을 흐르는 혈액'을 뜻한다. 산모가 신생아를 분만할 때 분리된 탯줄이나 태반에 들어 있다. 여기에는 백혈구·적혈구·혈소판 등 혈액세포를 만드는 '조혈모세포'가 많이 포함돼 백혈병과 재생불량성 빈혈 등 난치병 치료를 위해 사용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자녀가 이런 난치병에 걸릴 경우를 대비해 출산시 제대혈을 채취해 사설 업체에 보관토록 하는 일이 일부 산모들 사이에 유행하고 있다. ◇제대혈 보관 49만7천건 = 1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18개 제대혈은행의 제대혈 보관 건수는 올해 6월 기준으로 49만7천95건이었다. 이 중 무상으로 제대혈을 기증받아 불특정 다수 환자를 위해 사용하는 '기증제대혈'의 비중은 9.6%(4만7천808건)에 불과했고 나머지 90.4%(44만9천287건)는 신생아 본인이나 가족이 난치병에 걸릴 경우에 대비해 제대혈을 유료로 위탁·보관하는 '가족제대혈'이었다. 기관별로 보면 메디포스트(16만1천797건), 서울탯줄은행(9만2천674건·현재 무허가 상태), 아이코드(5만5천317건), 베이비셀(5만5천464건), 라이프코드(4만3천3건) 등 상위 5개 업체가 전체 제대혈의 82.1%를 보관중이다. ◇활용 비율은 불과 1.9% = 제대혈 보관 건수는 2000년대 중반 이후 매년 10% 이상씩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로 활용되는 비율은 매우 낮다. 국내 첫 제대혈 이식이 이뤄진 1998년 이후 올해 6월까지 이용된 제대혈은 9천504건(전체 보관 제대혈의 1.9%)에 지나지 않았으며, 그 중 이식용으로 활용된 사례는 959건(전체 보관 제대혈의 0.19%)에 불과했고 나머지 8천545건은 연구용이었다. 특히 사설 제대혈보관업체를 이용하는 산모 등이 흔히 염두에 두는 가족제대혈이 이식용으로 쓰인 사례는 334건에 불과했다. 가족제대혈 보관량(44만9천287건)의 0.07%만 치료용으로 쓰였다는 뜻이다. 공공용으로 보관된 기증제대혈(4만7천808건)이 이식 치료용으로 쓰인 비율은 1.3%(626건)로, 가족제대혈보다 훨씬 높았다. 보건복지부는 2005년 이후 국내 제대혈 이식이 매년 60∼100건으로 골수이식 등을 포함한 전체 조혈모세포 이식의 10% 수준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혈모세포 이식 중 제대혈의 비율이 높은 나라들은 일본(약 45%), 스페인(약 40%), 프랑스(약 30%) 등이며 미국(약 20%)도 우리나라보다 높다. ◇업계 2위 '서울탯줄은행' 무허가 상태 = 원래 제대혈보관업은 신고제로 운영됐으나 2005년 영세 업체의 부도를 계기로 최소한의 소비자 보호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관련 규제 조항을 담은 '제대혈 관리 및 연구에 관한 법률'을 작년 7월부터 시행중이다. 현재 제대혈과 관련한 보건당국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업계 2위인 서울탯줄은행이 무허가 상태라는 점이다. 이는 서울탯줄은행을 운영하는 ㈜히스토스템이 작년 9월 코스닥에서 퇴출된 데 이어 올해 2월에는 품질관리체계 등 법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국내 제대혈은행 중 유일하게 허가를 받지 못한 탓이다. 복지부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이 업체의 신규 가입자 모집과 재계약을 금지했지만, 기존 고객 9만여명에 대한 구제 조치가 마땅치 않아 고심중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 달 안에 복지부, 질병관리본부, 민간전문가 등이 실사단을 구성해 현지조사를 실시한 후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10월 중 허가 여부 등 처리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향후 정부 정책 = 제대혈 관리 정책의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입장이다. 정부는 기증제대혈을 현재의 2배 수준인 10만명분으로 늘린다는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골수 등 다른 공급원까지 합해 약 30만명분에 해당하는 안정적 이식용 조혈모세포 공급 기반을 확보하기로 했다. 가족제대혈보다 기증제대혈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는 과학적 이유도 있다. 백혈병 등 유전적 소인이 있는 질환의 경우 본인이나 가족의 제대혈을 환자에게 이식하는 것이 의학적으로 그다지 유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학계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06년 미국 소아과학회지는 제대혈은행 관련 권고사항에서 '공공의 사용을 위한 제대혈 저장'은 권장하면서도 '자가 제대혈 저장'에 대해서는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고 복지부 관계자는 전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공공적 성격을 띤 기증제대혈은행과 관련 정보를 관리하는 제대혈정보센터(KONOS)에 대한 지원을 늘려 나가기로 했다. 또 이미 허가를 받아 영업중인 가족제대혈은행에 대해서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규제를 강화하고 2년마다 심사와 평가를 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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